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95)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95화(395/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95화
저게 뭐야?(5)
‘이곳은 또 어디야?’
승우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시간대가 과거인지라 주변 풍경이 너무 어색했다.
그래도 곳곳에 훗날에도 마탑 지하에 남아 있을 흔적들이 깊게 새겨졌다. 연구하다가 실수로 천장을 뚫은 흔적이나 바닥에 남은 거대한 발톱의 흔적 같은 것은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다.
‘저것들을 보니까 알겠네.’
천장을 보수한 흔적과 발톱.
이 모든 것은 마탑의 지하.
‘이브에 관한 실험을 진행하던 것이구나.’
지하 66층. 최하층.
그곳이 분명하다.
자신이 알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주변에 남은 흔적들이 이곳이 최하층임을 알려주었다.
‘정말 많이 달라졌구나.’
예전에는 이렇게 꽉 막힌 모습이었을 줄이야.
승우의 기억 속 최하층은 정말 뻥 뚫린 장소였다.
말이 좋아서 뻥 뚫린 장소지.
실상은 넒은 면적에 반해 심할 정도로 휑했다.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야.’
승우가 아담의 얼굴을 살펴봤다.
기억에 비해 확실히 젊은 얼굴.
그렇다고 기억 속의 아담이 늙었다는 말은 아니었다.
어디까지 소년 특유의 앳된 모습이 아직 남아 있는 눈앞의 얼굴보다 살짝 어른스러워졌다는 소리다.
이 정도 얼굴 차이라면 어림짐작으로 5년.
타고난 동안이라는 걸 가정해도 최소 10년.
음, 역시 그렇게 오래된 과거는 아닌 모양이다.
‘진짜 다행이다.’
난 또 30년 전으로 날아간 줄 알았다.
그나저나 꽤 많이 달라지는구나.
승우의 시선이 바닥을 향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마법이 매설되었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전부 터져서…… 죽지는 않겠네.
‘정확하게 침입자만 터뜨려서 죽이는 함정인가?’
정확한 방향으로 향하면 아무런 피해도 없지만, 이 최하층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이동하는 사람은 죽는다.
마법 하나로 이루어진 함정이 아니었다.
바닥에 매설한 마법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오직 침입자만 배제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건 나도 못하겠는데.’
물론 어려워서 못하는 게 아니라.
‘이게 얼마나 시간 낭비야?’
시간이 아까워서 안 하는 것이다.
이토록 많은 마법들을 매설해서 하나의 진법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 긴 시간을 투자해야 된다. 설치하는 과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냥 시간만 엄청나게 필요해서 수행도 되지 않는다.
시간 낭비도 이런 시간 낭비가 없다.
‘그래도 나름 제대로 만들었다.’
승우가 진법을 분석했다.
생문과 사문이 있고, 중간중간에 휴문이 있는.
그런 진법.
‘일단 생문이 이 방향인 것은 확실한데.’
희미한 붉은 실이 아담에게 묶여서 철문 너머로 이어졌다.
승우가 실을 유심히 관찰했다.
정석에 가까운 진법에 무슨 실이 있나 싶었지만, 아무래도 저게 열쇠인 모양이다.
터벅터벅.
여유롭게 진법 위를 걷는 아담의 뒤를 따라서 이동했다.
그렇게 최하층을 빙글빙글 돌던 아담은 어느 순간 정지했다.
툭.
실이 끊어졌다.
그 모습을 본 승우가 중얼거렸다.
‘드디어 도착했네.’
붉은 실은 허공에 녹아내렸다.
그와 동시에 변화하기 시작한 일대의 풍경.
넓은 연구실과 작은방.
아담은 그곳에 서 있었다.
유리 너머 수많은 연구원들이 눈빛을 반짝거리며 이곳을 지켜보고 있는 걸 확인한 그는 곧장 연구실 내부로 들어갔다.
‘환상진까지 섞었나?’
이 녀석은 마법도 아닌데?
승우는 옛 마탑의 기술력에 놀라며 아담의 뒤를 쫓았다.
아담이 향한 곳에는 수많은 인형이 산처럼 쌓였다.
인형의 산. 그 위에는 작은 소녀가 누운 채로 잠을 자고 있었다.
승우가 잘 아는 소녀.
‘……이브.’
승우는 소녀를 보며 이브를 떠올렸다.
그의 오랜 친구. 승우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이브의 어린 시절 모습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분명히 이브와 닮은 외모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네.’
저 녀석도 자신이 아는 이브와는 전혀 다른 이브겠지.
도대체 몇 번 이브일까?
승우는 그게 궁금했다.
“이브야 자고 있었어?”
“……아니, 안 자.”
“잠 자야 키가 크지.”
“키 정도는 마법으로 키워도 돼.”
인형의 산 위에 누워 있던 이브가 눈을 떴다.
탁!
이브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녀의 다리가 길어졌다.
다리만 길어지는 것이 아니다. 몸 전체가 성인처럼 변화했다.
그 모습을 본 승우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환상……?’
방금 아담이 지나온 진법에 설치되었던 환상진과 똑같은 원리가 이브의 손가락 튕기기에 의해 발현되었다.
저건 좀 놀랍다.
단순히 마법을 다루는 센스가 좋은 것을 넘어서, 이브의 몸은 지금 마법과 하나가 된 상태였다.
검사에게 검과 하나가 되는 신검합일이라는 경지가 존재한다면, 지금 이브는 마법가 하나가 되는 경지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신마합일. 뭐 그런 거?
‘신마합일은 내가 생각해도 좀 별로네.’
아무튼 몇 번째 호문클루스인지 모르는 이브는 인형들 위에서 아담을 내려다봤다.
“이리로 올라와.”
“나, 나는 오늘 너랑 놀아주려고 온 게 아니라 네 상태를 확인하려고 왔어.”
“그래? 그러면 마침 잘됐네.”
읏차!
이브가 인형의 산 위에서 점프했다.
인형이 산처럼 쌓인 만큼 바닥에도 인형이 잔뜩 널브러졌다.
그 위로 부드럽게 착지한 이브가 아담을 정면에서 마주 보며 말했다.
“나랑 놀아주면서 상태를 확인하면 되겠네.”
이브가 아담의 손을 거칠게 붙잡았다.
그 즉시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진법에서 넓은 연구실과 인형의 산이 나타났던 것처럼 이번에도 순식간에 풍경이 변했다.
“여기는…….”
“어때? 전에 영상으로 봤던 호수를 내가 만들었어!”
넓은 호수와 초원.
삭막한 도시에는 더 이상 남지 않은 것들이었다.
돈과 권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도시의 수많은 기업들과 그들의 수장. 도시를 관리하는 마탑의 장로들도 볼 수 없는 광경에 아담이 눈시울을 붉혔다.
산천초목의 푸르름에 그의 마음까지 싱그러움에 감화되는 것 같았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야. 그런데 이곳은 왜 만든 거야?”
“왜 만들기는? 네가 보고 싶다고 말했잖아.”
“……설마.”
고작 그런 이유로?
이브는 자신의 환상으로 아담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승우는 둘의 모습을 계속 지켜봤다.
아담과 이브는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그랬다.
“오늘이 마지막 날 맞지?”
“그래, 벌써 한 달이 지났어.”
“한 달이 지나도 변화가 없다는 뜻은…….”
“뻔하지. 이번에도 실패했다는 거 아니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백 년 넘게 실패했잖아. 이제는 데이터가 하도 많이 쌓여서 별로 놀랍지도 않다.”
연구원들이 아담과 이브를 관찰하며 말했다.
그들의 눈에는 명백한 실망감과 실패가 익숙하다는 회의감이 서려 있었다. 망가진 사람의 눈빛이었다.
“이번 녀석도 처분해?”
“공허로 처분하자.”
“자, 72팀. 공허 열어라. 안 타는 쓰레기 좀 버리게.”
둘의 놀이를 일주일 동안 지켜보던 승우는 관심을 돌렸다.
아담과 이브는 슬슬 관찰할 수 있는 걸 전부 관찰한 것 같고, 이제는 다른 연구원을 관찰할 차례가 온 것 같아서 유리 밖에 있는 연구원들의 대화를 엿들었는데.
좋은 걸 들었다.
‘72팀, 공허, 안 타는 쓰레기.’
이곳에 와서 처음 듣는 말에 흥미가 갔다.
승우는 귀신처럼 어떤 장소든 통과할 수 있는 몸을 가지고 마탑 곳곳에서 정보를 수집했다. 원하던 정보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72팀의 존재는 가장 쉽게 알아낸 정보였다.
‘공허’를 안전하게 여는 부서로.
마탑 내부에서 가장 위험한 물건을 다루는 팀으로 취급받는 모양이다.
그 위험한 물건이 공허라는 공간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안 타는 쓰레기도. 전부 알게 되었다.
승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얼음장처럼 굳은 표정에서는 평소 느껴지는 열기와 달리 섬뜩할 정도로 날카로운 한기가 느껴졌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좀 춥지 않아? 슬슬 겨울옷 꺼내서 입을까?”
“그러게? 어우 왜 이렇게 춥지?”
승우의 한기가 손이 닿지도 않는 연구원들에게까지 도달했다.
‘별것도 아닌 온도에 엄살 부리기는.’
승우가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연구원들을 노려봤다.
확!
고개를 돌린 승우는 72팀이라고 불린 연구원들이 허공에 만들어내는 공간을 쳐다봤다. 마법이 각인된 수많은 기계들이 합쳐져서 만들어내는 거대한 암흑 공간.
공허.
그것은 차원의 틈을 부르는 이 세계만의 용어였다.
용어를 이해하고 나니까. 승우는 지하실의 공허가 무슨 의도로 사용되는지 알아차렸다. 역겹게도 모든 걸 눈치채고 말았다.
‘더는 눈 뜨고 못 보겠다.’
프로젝트의 의의도 모르는 아담은 공허의 사용 목적은 물론. 다른 중요한 사실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공허의 쓰임새는 정말 간단했다.
무기? 전쟁 병기?
끝없이 삼키는 공허를 다루는 기술은 전쟁에서 사용하기에 더 할 나위 없이 탁월한 무기였다. 그렇지만 이 도시는 전부 마탑의 통제하에 있는 작은 세상이다.
그런 무시무시한 무기가 존재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마탑의 연구원들이 채택한 공허의 쓰임새는.
“야, 당장 공허 열어.”
“입구 말씀이시죠? 아직 삼키지 못한 개체가 많아서, 공허가 꽉 막혔습니다만. 며칠 뒤에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리가 그렇게 시간이 많을 줄 알아? 됐어, 내가 할 테니까 나와. 이번 실험체도 실패라서 다시 시도해야 되는데, 며칠은 무슨.”
무엇이든 닿는 족족 게걸스럽게 빨아들이는 구멍이 열렸다.
그 구멍의 끝에는 이브가 있었다.
아담과 대화하는 게 재미있다며 웃는 얼굴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한데, 그 구멍에 저항 한번 없이 끌려가는 이브의 얼굴에는.
“…….”
생기가 없었다.
승우는 그녀의 표정을 똑똑히 지켜봤다.
지금 이브가 짓는 것은 무표정이 아니라, 죽어서 안면 근육 전체가 풀린 그런 표정이었다.
오늘 아침에도 아담과 실실 웃는 얼굴이었는데, 참.
할 말이 없다.
‘…….’
승우는 침묵했다.
그녀가 공허로 빨려가는 모습을 계속 쳐다봤다.
몸 전체가 빨려 들어가 시야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에도 계속해서 같은 곳을 쳐다보다가, 결국.
터벅터벅.
공허가 열린 연구실 내부로 진입했다.
범위 내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공허였지만, 실체가 없는 승우를 흡수할 수는 없는지 옷자락만 희미하게 팔락팔락 움직였다.
‘밑바닥에는 더 깊은 밑바닥이 있다.’
누가 말했는지 모를 말이었지만 지금 왠지 그 말을 이해하고 말았다.
수북하게 쌓인 시체의 산이 눈에 들어왔다. 태산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규모에 자신도 모르게 압도당했다.
승우가 마탑에서 본 것은 일각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구나.’
툭.
승우는 자신과 연결된 무언가가 끊어지는 걸 느꼈다.
그것은 마치 아담이 진법을 파헤치며 생문으로 나아가 환상에서 벗어난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진법과 같다.
승우는 이 시간대에서 벗어날 생문을 찾아낸 것이었다.
터벅.
자연스럽게 공허에 발을 올린 승우는 자신의 주변에 있던 모든 것이 흩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담과 이브,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들이 사라지고 빛마저 사라지자 시야가 어두워졌다.
빛이 사라진 것인지.
눈을 감은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어둠은 금방 개였다.
창창한 날씨처럼 밝은 빛이 눈가를 스쳤다.
“안녕, 오랜만이네.”
“…….”
“이렇게 여유로운 공간에서는 진짜 오랜만에 보네. 이곳 ‘밖’에서도 거의 3년은 일 때문에 만나보거나, 아주 차 한잔 마실 시간도 없었는데 오늘은 좀 여유롭게 수다나 떨 수 있을 것 같아. 어때? 남는 게 시간인데, 너도 차 한잔 타줄까?”
귓가에 들리는 말소리.
그제야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 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승우는 그녀를 향해 인사했다.
“좋지, 나도 홍차 한잔 말아줘.”
“너는 이게 국인 줄 알아? 하, 진짜 다도(茶道)를 뭘로 보는 거야.”
이브.
그녀가 하얀 장미로 이루어진 화원에서 차를 홀짝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