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9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98화(39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98화
너였구나(3)
“내 실력으로 이걸 뚫을 수 있으려나?”
승우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드넓은 하늘. 그 위로 펼쳐진 방대한 심상.
심상을 관찰하던 승우는 손을 뻗어서 작은 불씨 하나를 공중에 띄웠다.
팔랑팔랑.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처럼 공중에 두둥실 떠오른 불씨.
불씨는 하늘 높이 날아올라 작고 붉은 점이 되었다.
“타올라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불씨가 점점 크게 발화하더니.
화르르르르르륵─!
화염이 위아래로 치솟기 시작했다.
거대한 불기등이 된 불씨는 바닥에 넓게 펼쳐진 화원을 불태웠다.
하얀 장미가 검붉게 타오르며 불기둥의 연료가 되었고, 불기둥은 올려다보기가 무섭게 하늘 위로 솟구쳤다.
“그 정도로는 안 될걸?”
“나도 알아.”
불기둥의 기세는 대단했다.
상급 마법, 최상급 마법을 가뿐히 뛰어넘는 위력.
“이 정도 마법으로는 네 심상을 못 뛰어넘지. 나도 잘 알아.”
“알면서 만든 거야? 하, 참 나도 많이 얕보였네.”
“좋게 생각해.”
“뭘 좋게 생각하라는 거야.”
“고작 이 정도 수준의 마법으로 네 심상을 테스트하고, 그 규모와 단단함을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랐다는 거 아니야.”
승우와 이브는 함께 차를 마시며 불기둥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나 구경했다. 둘 다 입으로는 이미 마법이 실패한 것처럼 말했지만.
쿠구구구구구궁─!!!
불기둥의 규모는 더 이상 인간과 자연이 흉내 낼 수 없는 수준으로 거대해졌다.
산불이 난다고 하더라도 저 정도 규모로 거대해질 순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거대한 불꽃의 기둥이었다.
아마 ‘바깥’에서 펼쳤다면 온 사방이 불지옥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겠지.
쿵!
계속해서 거대해지던 불꽃이 심상의 끝에 다다랐다.
푸른 하늘에 맞닿은 불기둥은 그 이상 거대해질 수 없었다.
“장관이네.”
이브가 차를 홀짝이며 중얼거렸다.
그녀 역시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홍차는 입맛이 아니었는지, 뒤늦게 홍차에 설탕을 때려 박았다.
승우보다 두 배는 많은 설탕.
이제야 활짝 웃으며 홍차를 마시는 이브를 힐끔 쳐다보던 승우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화력은 좋지?”
승우의 질문에 이브가 차를 마시며 대답했다.
“홀짝. 뭐, 불 피울 때 사용하면 괜찮을 것 같네, 홀짝.”
달달한 홍차가 입맛에 맞는지 연신 들이켜는 이브.
그러게 설탕 좀 진작에 넣을 것이지.
나보다 달달한 걸 좋아하는 녀석이 홍차는 무슨 홍차야.
“불쏘시개라…… 평가가 좀 박하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닌데 말이지.
─────!
불꽃이 비명을 지르며 심상을 뚫으려고 발버둥 쳤다.
불기둥이 심상을 꿰뚫으려는 모습은 마치 불꽃으로 이루어진 거인이 그 거대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부수려는 모양새처럼 보였다.
지나치게 거대해진 불길.
기어코 불꽃은 승우의 통제에서 벗어났다.
주인에게서 벗어나서 마치 살아 있는 불꽃처럼 휘몰아치는 불꽃은 장엄하고 강력해 보이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팅─!
총알이 벽에 튕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하늘에 도달한 거대한 불꽃 탓에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 소리가 들린 직후 불기둥의 기세는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거인의 손가락처럼 보이던 불꽃은 점점 크기가 줄어들더니.
끝에 다다라서는 맨 처음 바람에 흩날리던 민들레처럼 아기자기한 크기로 전락했다. 불씨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 이브의 손에 안착했다.
“정말 작은 불씨야. 방금 전 그 거대한 불기둥이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아.”
후우우.
이브가 입으로 바람을 불어서 불씨를 꺼뜨렸다.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자 이를 구성하던 술식 몇 조각이 허공에서 흩어졌다.
그 찰나의 순간에 술식을 모두 훑어본 이브가 입을 열었다.
“만들기는 잘 만들었네.”
“그렇지?”
“마법에 입문한 지 1년 차 치고는 말이지.”
“……그거 칭찬 맞아?”
“어머, 얘가 이상한 걸로 사람 잡네. 내 나름대로 진지하게 칭찬한 거야. 너도 검을 다루는 녀석을 보면 나랑 똑같이 반응할걸?”
“에이.”
아무리 그래도 나는 너처럼 칭찬은 안 하지.
승우의 대답에 이브가 웃는 얼굴로 화답했다.
“내가 일 년 동안 검을 수련한다고 가정해 볼게.”
“어, 그래.”
“수련 끝에 무형검의 입문에 도달했어. 어때, 대단하지?”
“1년 만에 무형검이라면 대단하지.”
70년 동안 수련해도 안 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1년이면 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심검을 다룰 줄 아는 네 심상을 고작 무형검의 입문으로 부술 수 있다고 자랑하면 어떨 것 같아?”
어…… 그러니까.
승우가 머릿속으로 대답을 고심했다.
“그래도 칭찬하지 않을까?”
무형검으로 심검에 대항하다니.
마법사들은 모르겠지만, 무인들에게 있어서는 계란으로 바위를 내려치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렇지만 무형검에 입문했다는 것은 순수하게 칭찬할 만한 점이다.
검사로서 언제나 새로운 인재는 환영이니까.
“그렇지? 내가 딱 그 기분이었어!”
“……아하.”
뭔지 알 것 같네.
막 잘난 척하는 어린아이를 보는 기분이려나.
“이제야 네 마음을 좀 알 것 같네.”
그런 기분이라면 알 것 같다.
“이제 좀 알겠지? 내 기분을.”
“그래, 아주 잘 알았어.”
이브가 시킨 일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나보고 나가지 말아라. 이 말이지.”
“……그게 그렇게 되나?”
“비유까지 해준 덕분에 이해도 쉬웠어.”
무형검과 심검의 차이라.
그걸 내가 어떻게 넘어.
“물리적인 공격이 통하지도 않고, 마법 실력은 무형검과 심검 정도의 차이가 나니까. 뭐, 하루 종일 땀 뻘뻘 흘리고 실패했다가 다음 날에 풀어주는 그런 거 맞지?”
“어…… 솔직히 그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거든.”
“아니라고?”
“응, 그런데 재화가 좀 부족하더라.”
이브가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균형을 유지하는 저울이 지나치게 기울었어.”
왼손의 손가락 세 개를 접었다.
“아담. 그 녀석은 신단수가 태어난 곳에서 본체로 강림했어. 너는 모르겠지만 그 시점에서 녀석은 상당히 무리했어.”
심지어 일곱 재앙 전체가 나타났잖아.
그것도 아담이 계획한 짓이거든.
“그런 주제에 너를 놓쳐서는 또 무리하고 있지.”
“알아. 나도 봤어.”
세계와 세계의 틈.
그 넓은 공간을 무리하게 비집으려는 아담의 기운을 느꼈다.
이브가 접은 세 개의 손가락을 움직였다.
“본체로 강림하고, 다른 재앙들을 끌어들이고, 실패한 주제에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녀석은 세 번의 부정행위를 저질렀어.”
시스템은 생각보다 공정한 면이 있어.
우주 만물의 균형을 중시하는 탓에 어느 한쪽이 편법과 부정행위를 저지른다면 다른 한쪽은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할 수 있지.
까딱까딱.
이브가 오른손 손가락을 하나 움직였다.
“우리에게 남은 편법은 총 세 번. 그중 하나를 사용했어.”
“그 말은 이 공간 자체가 하나의 편법이다. 그 말인가?”
“맞아. 내 심상을 공간의 틈에 펼치는 것. 이걸 사용하는 데 하나 분량의 편법을 잡아먹더라고.”
“……이 심상을 닫는 것은 편법에 포함되어 있지 않구나.”
“그 말대로야.”
이브가 두 번째 손가락을 움직이며 말했다.
“심상을 닫는 기능을 추가하고 싶으면, 두 번째 편법을 사용해야 돼.”
“그렇게 되면 앞으로 딱 한 번만 편법을 사용할 수 있겠군.”
“저쪽에서 부정행위를 한 번 더 저질러 주는 게 아니라면 그렇지.”
“우리 쪽에서 먼저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는 없나?”
“할 수는 있겠지만, 솔직히 추천하지는 않아.”
아담이 편법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거든.
이브가 양 손가락을 부딪히며 말을 계속했다.
“편법은 상대방의 부정행위를 무마하기 위한 것. 당연히 편법으로 할 수 있는 게 부정행위보다 많아.”
“그렇다면 남은 두 번의 편법을 최대한 슬기롭게 사용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래서 내가 널 자의로 이 세상 밖에 내보낼 수가 없는 거야.”
“아니…….”
그럴 거면 나를 직접 이 심상 속에 부르는 게 아니라, 머릿속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식으로 편법을 사용했어야지!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이브와 담소를 나누며 알게 된 정보가 너무 많다.’
승우는 이 기회에 궁금한 것들을 전부 물어봤다.
일부 질문은 답을 얻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의문은 해소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정보들을 머릿속으로 받는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머리가 터질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방대한 양이었다.
거기에 더해 마법 교습도 살짝 받았다.
역시 대마법사, 「마도성」.
‘같은 대마법사의 경지임에도 내가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받았어.’
이브와 나 사이의 격차는, 남화연과 나 사이의 격차보다 컸다.
새삼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마법사였는지 실감했다.
“……좋아. 그렇다면 편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 내가 나갈 방법은?”
승우가 이브에게 손을 뻗었다.
“그런 것 정도는 준비했을 거 아니야.”
네 준비성이 얼마나 철저한지 누구보다 잘 아는데.
그 이브가 아무런 준비도 안 하지는 않았을 터.
“준비는 다 했지.”
역시 이브였다.
모든 상황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대처하는 강박증은 승우와 똑 닮았다.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네가 갖추고 있어.”
“내가 이미 가지고 있다고?”
“응.”
아니,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검을 사용할 수 없는 공간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내가 이미 가지고 있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브는 이상한 녀석이어도, 거짓말을 하는 녀석은 아니다.’
승우는 눈을 감았다.
명상을 통해 자신에게 집중했다.
‘내가 가진 것. 그것들 중 심상을 부술 수 있는 방법.’
그게 뭐가 있을까?
승우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검을 지웠다.
이 심상에서 물리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렸다.
당연히 창과 화살 같은 수단도 머릿속으로 지웠다.
‘이브는 분명 마법으로 부숴야 한다고 말했다.’
마법으로 명망이 높은 「마도성」의 심상이니까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맨 처음 불꽃을 사출했지만, 하늘을 불태울 정도의 불길은 끝내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화력으로는 이 심상을 부술 수 없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것. 그중 무엇으로 심상을 부술 수 있지?’
승우는 기감을 넓게 펼쳤다.
자신이 부서야 할 심상을 정면으로 마주 보기 위해서였다.
넓게 퍼진 기감은 어느새 심상의 천장에 닿았고, 양옆으로 넓게 퍼져 나가며 심상의 크기를 측정하려고 들었다.
‘넓고…… 아주 넓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는 기감.
승우는 어차피 이브의 심상 속이겠다. 마력 손실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기감을 넓히는 속도를 빠르게 높였다.
어느새 속도는 음속을 뛰어넘어 광속에 도달했지만, 기감을 펼치면 펼칠수록 심상은 점점 더 넓어졌다.
‘내가 인지하는 대로 무한히 넓어지는 심상인가?’
인간이라면 생각과 마음에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니까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브의 심상은 끝을 모를 정도로 드넓었다.
마치.
‘내 심상을 보는 기분이네.’
어둡고 음울했던 공간.
이브의 심상처럼 푸른 하늘과 드넓은 화원 같은 것은 없었지만, 승우의 심상 또한 끝을 모를 크기를 자랑했다.
만일 이 심상이 자신의 심상과 같다면, 딱 한 가지의 차이점은.
‘그 거대한 여우가 없다는 것이지.’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
구미호. 그 괴물은 내 심상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결국은 내가 퇴치했다고 했지만, 그 녀석이 품고 있던 힘과 정신력은 만만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만일 그 여우가 관건이라면, 설마.’
그 녀석처럼.
나도 구미호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살랑살랑.
승우가 사방으로 넓히던 기감을 멈추고, 자신의 꼬리에 집중했다.
지금 그의 경지는 팔미호와 구미호의 사이.
어중간한 크기로 자라난 아홉 번째 꼬리가 새삼 거슬렸다.
‘일단 한번 해볼까?’
그래, 이브의 말이 맞는 것 같다.
필요한 것은 이미 내가 전부 가지고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내가 가진 것을 마주 봐야 되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