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9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399화(39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399화
너였구나(4)
잠시 이브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때.
“그래서 그놈들 정체가 뭐야?”
“너는 이미 알고 있잖아.”
“확신을 얻고 싶어서 그래. 내가 읽은 일지는 거짓말이 섞였을 수도 있잖아. 안 그러냐?”
“후우우.”
툭.
이브가 잔을 그릇 위에 올렸다.
그러고는 얇은 손가락으로 툭툭 머리를 두들겼다.
“그놈들이라는 게 정확하게 아담과 ‘이브’에 대해서 궁금한 거지?”
“그래, 맞아. 그나저나 너도 이브인데 이브에 대해서 궁금하냐고 되묻는 것도 참 이상하다.”
자신의 도플갱어에 대해서 설명하려는 사람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 되게 오묘하다.
“그 말은 됐고. 사실 있잖아.”
나도 그 둘에 대해서는 잘 몰라.
이브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뭐?”
승우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네가 모르면 누가 그 두 명에 대해서 안다고.”
“내가 그 둘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해?”
네가 보기라도 했어? 내가 그 두 명과 친하게 지내는걸.
이브의 말에 승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저렇게 나오면 할 말이 없다.
“오히려 승우 네가 나보다 더 잘 아는 거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지.”
만일 이브가 정말로 아담과 ‘이브’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 그녀보다 내가 둘에 대해서 더 잘 알 것이다.
승우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거 참 답답해서 못 참겠네.
“우선 아는 것부터 얘기하자고.”
서로 아는 정보를 비교해 보자.
가장 먼저 승우가 입을 열었다.
“우선 내가 아담에 대해서 알아낸 점은 이곳이 놈의 고향이라는 거다.”
이름 없는 도시가 바로 아담이 태어난 곳이다.
아담의 활동 흔적은 내가 태어난 곳과 이브의 소설 속에도 남아 있지만, 두 세계 모두 놈의 출신지와 관련된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다른 세계에서 떨어진 사람처럼.
덕분에 확신할 수 있었다.
놈의 모든 것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거기까지 용케 알아냈네. 맞아, 이 세계는 매우 특별해. 수많은 세계들을 먹어치운 재앙들 중에 무려 일곱 번째 재앙이 탄생한 곳이거든.”
일곱 번째 재앙.
아담을 의미하는 것이다.
흰색 가운을 입은 연구원이나, 시몬이라는 이름의 마교 숭배자로 활동하던 그가 아니라 검은 날개를 달고 사과나무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던 그 끔찍한 악몽을 말이다.
“그 아담에 관해서는 네가 제일 잘 알지?”
“그렇지.”
날개 달린 아담은 누구보다 승우가 제일 잘 안다.
이 부분은 확신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의 숨통을 끊어버린 것이 바로 나였으니까.
“그 아담에 대해서는 나도 보고서로 읽은 내용밖에 몰라.”
“아담은 수십 년 동안 자신의 구역 밖으로 나가는 없었으니까.”
“날개 달린 아담에 대해서는 잘 안다니까.”
“그야 당연하지. 아담은 나 혼자서 잡았잖아.”
일곱 재앙 중 첫 번째 재앙부터 여섯 번째 재앙까지.
인류는 손가락으로 셀 수 없는 자본과 인력이 투입했다.
반면, 일곱 번째 재앙을 잡을 때는 지금까지 토벌했던 여섯 재앙을 사용했을 때 들어갔던 돈보다 더 큰 자본이 사용되었다.
대신 인력은 압도적으로 적었다.
단 한 명.
오로지 승우 혼자서 아담을 상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녀석은 궁금하지도 않아.”
승우가 궁금한 아담은 일명 ‘재앙 아담’을 제외한 나머지 둘.
일명 ‘마교 숭배자 아담’과 ‘연구원 아담’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 아담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
아담은 이브와 다르다.
이브가 무수히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호문클루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담은 이브와 다르게 셋 전부 동일 인물인 탓에 같은 시간축에 두 명 이상 존재할 수 없었다.
“재앙 아담은 전투 패턴을 외울 정도로 잘 알고 있으니까. 전혀 궁금하지 않지만, 나머지 둘은 의문투성이야.”
특히 마교 숭배자 아담.
이 녀석을 제일 모르겠다.
“마교 숭배자로 활동하던 아담은 자신의 다른 이름. 시몬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감추고 활동했어.”
약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시몬은 마교 숭배자라는 이명에 걸맞지 않게, 마교에서 숭배하는 마인 귀족보다 몇 배는 강한 힘을 보유했다.
연구원 아담은 직접 본 것과 일지를 통해서 알게 된 정보.
그리고 유령 같은 상태로 시간선을 넘나드며 짧게나마 그가 겪었던 일들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반면, 마교 숭배자 시몬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나는 도대체 녀석이 무슨 의도로 그렇게 움직였는지 잘 모르겠어.”
“……그 부분은 내가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너 방금은 잘 모른다면서.”
“에이 설마 내가 싹 다 모르겠어? 모른다고 했던 말은 전부 다 알지는 못한다는 뜻이고, 일부는 알고 있지.”
이브가 실실 웃으며 입가를 매만졌다.
“마교 숭배자는 일종의 단말이야.”
“단말?”
“응. 시스템의 단말.”
“……그거 좀 이상한데?”
승우가 자신이 이해한 것이 맞냐는 말투로 되물었다.
“네가 분명히 그랬잖아. 시스템의 관리자는 너라고.”
“내가? 언제?”
“그거야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 대신 몸짓으로…….”
아, 설마. 아니지?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가설에 승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하하, 설마 이 생각이 맞겠어.
“사실 알고 보니까, 너랑 아담 둘이서 시스템의 공동 관리자다. 막 그런 거 아니지? 그렇지?”
“혹시 너 지난 1년 동안 독심술만 수련했니?”
“……아.”
승우의 가설에 쐐기를 박는 발언이었다.
예상이 맞았다.
이브는 몸짓으로 표현한 대로 시스템의 관리자가 맞았지만, 정말로 예상치 못한 것은 관리자가 두 명이라는 점이었다.
“설마설마했는데.”
진짜였을 줄이야.
머릿속이 무너진 책장처럼 혼란스러웠지만, 지금까지 추측으로 남겨뒀던 사실들을 검증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의외로 차곡차곡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야 시스템과 너. 그리고 아담의 반응이 이해가 가네.”
시스템은 하나.
관리하는 인원은 둘.
승우는 그들의 관계를 되짚으며 고민했다.
이거 잘만 하면 어떻게 판 좀 키울 수 있을 것 같은데?
* * *
승우는 이전에 이브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저 대화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지만 그건 지금 생각할 것은 아니었다. 일단은 꼬리가 먼저다.
승우는 다시금 제 꼬리에 집중했다.
팔미호와 구미호의 어중간한 경지에 완숙한 구미호의 경지로 오르는 과정은 복잡하지 않았다.
방법을 딱 하나.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으로 충분했다.
살랑살랑.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가 되는 것 정도는.
“문제는 지금부터지.”
승우는 상황을 점검했다.
애매한 경지에서 완벽한 구미호가 되었다.
────!
허공에 녹아든 것처럼 투명했던 꼬리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꼬리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낼 때, 체내의 마력이 반응하는 것이 느껴졌다. 구미호의 신체가 꼬리에 반응하는 것이었다.
“후우우…….”
마력이 점차 격화되었다.
여덟 번째 꼬리가 세상에 다시금 모습을 드러낼 즈음, 마력은 이미 승우의 통제를 떠나고 말았다.
파즈즈즈즈즉─!!!
승우 특유의 검붉은 마력이 용솟음쳤다.
“……하하.”
내 안에 이런 게 있었다고?
지금 이 순간 승우는 이브가 왜 자신을 구태여 여우 수인으로 만들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점점 상승하는 마력.
체감상 상승한 마력의 양은 통상의 약 64배.
이게 아직 여덟 번째 꼬리만 그러냈을 때 나오는 수치였다.
‘만일 이 기세라면.’
아홉 번째 꼬리를 완성하는 순간.
상승하는 마력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승우의 마력은 결코 적지 않다. 전 세계를 뒤져도, 수많은 차원을 통틀어도 승우가 보유한 마력량은 손에 꼽힐 정도로 방대하다.
그런 마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쿠구구구구궁.
방대한 마력이 존재만으로 심상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하얀 장미가 아름다웠던 화원이 나를 중심으로 검붉게 물들었다.
검붉게 물든 장미는 언뜻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품은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시들어 버렸다. 아무리 이브의 심상에서 탄생한 꽃이라고 하지만, 이토록 방대한 마력 앞에서는 견딜 방법이 전무했다.
규모가 점점 커지니까, 슬슬 걱정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대로 아홉 번째 꼬리를 완성해. 펼쳐도 되는 걸까?’
여덟 번째 꼬리가 증폭시키는 마력량도 통제하지 못하고 억지로 가둬두는 것이 최선인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승우가 연신 식은땀을 흘렸다.
바로 그때 이브가 귀에 속삭였다.
“잘하고 있어.”
그 말은 마치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을 긍정하는 것처럼 들려서.
툭.
승우는 자기도 모르게 억누르고 있던 마력의 통제를 풀고 말았다.
그 순간, 각각의 꼬리를 중심으로 마력이 방사하기 시작했다.
─────!
소리 없이. 심상의 온 사방으로 흩어지는 여덟 갈래의 마력.
승우는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반응도 없이 여덟 갈래로 솟아오른 마력을 아홉 갈래로 더 넓게 펼쳤다. 길을 뚫은 것이다.
아홉 번째 꼬리가 나올 길을.
불쑥.
그것은 소리 소문 없이 튀어나왔다.
자연스레 대열에 합류한 아홉 번째 꼬리는 나타나자마자 심상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진동시켰다.
신통력.
구미호 특유의 힘.
그 힘이 심상을 점차 자신의 색으로 잠식해 나갔다.
푸르른 하늘과 화원이 점차 검게 물들었다. 그 위로 피어나는 것은 아득하고 고요한 승우의 심상.
「성역」
대마법사들이 펼치는 자신만의 고유한 권능이자, 세계.
승우의 「성역」이 이브의 심상을 뒤덮었다.
그렇게 그녀의 세계는 승우의 세계에 휩싸여 사라지고 말았다.
“…….”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이브.
“이브.”
“왜 불러. 또 궁금한 거 있어?”
“방금 하나 더 생겼어.”
승우는 감았던 눈을 뜨면서 그녀를 쳐다봤다.
새롭게 신통력을 깨우친 승우의 눈빛에는 총기가 가득했다.
지금 그의 눈은 이브가 숨겼던 것을 간파하고 있는 중이었다.
“……왜 하필 구미호였어?”
“어?”
“이 정도 마력의 상승. 굳이 구미호가 아니어도 가능한 종족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구미호였냐고.”
아홉 번째 꼬리를 빚어냄과 동시에 승우는 자신의 종족이 굳이 구미호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통력이 그에게 전달해 준 정보였다.
그 질문에 이브는 순순히 답해주었다.
“내 취향이라서~”
“……너!”
승우가 이브를 살벌하게 째려봤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를 향해 마법 한 방 날리고 싶었지만.
우우우우우웅.
이브의 심상을 자신의 것으로 뒤덮어서 부순 탓에, 승우의 몸은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점점 흐릿해지는 공간과 일그러지는 시야 속에서 입을 움직였다.
“기다리고 있어라.”
너는 진짜 나가서 보자. 진짜로.
승우가 새로이 생존 의지를 가다듬었다.
반드시 저 녀석을 주먹으로 때리리라.
그렇게 승우를 살게 만드는 새로운 원동력이 생겼다.
─────.
적막함이 승우를 감쌌다.
빛도, 소리도, 마력도. 모든 것이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감각이 몸을 휩쓸었다. 승우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아.”
고즈넉한 도시의 풍경.
이브의 심상에서 빠져나왔다.
“우선, 할 것부터 해야지.”
승우는 정신을 차린 직후 ‘이브’를 찾아다녔다.
그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홀로 방출하는 마력이 워낙 독보적인 수준이라서 눈에 띈다.
골목길에서 왼쪽으로 꺾자마자 ‘이브’의 하얀 머리카락이 보였다.
“찾았다.”
승우는 천천히 그녀의 하약 머리카락에 접근해.
빡!
눈에 들어온 ‘이브’를 주먹으로 있는 힘껏 때렸다.
“아, 아야!”
“어때. 내 주먹이.”
이브가 처음으로 아프다고 소리쳤다.
검을 휘둘러도 아랑곳하지 않던 그녀의 표정이 처음으로 무너졌다.
구미호 특유의 신통력(神通力)을 휘감은 주먹.
‘이브’와 연결된 거대한 마력조차 승우의 주먹을 완벽하게 방어할 순 없었다. 하물며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렸다면 더더욱.
“아프냐?
처음 느껴보는 통증에 눈물이 글썽글썽 차오른 이브를 향해, 승우가 웃으며 말했다.
“억울하면 네 후속에게 따져.”
일전에 이브가 말했다.
‘그 ‘이브’는 나보다 일찍 태어났어. 우리는 선대로부터 기억과 감정을 계승하거든. 해당 개체에 대한 기억은 나한테도 있어.’
눈앞의 이브는 내 친구보다 일찍 만들어진 개체.
굳이 말하자면 친구의 언니? 그런 느낌이었다.
‘나? 나는 말하자면 ‘마지막 이브’야. 호문클루스 프로젝트의 마지막 결과물? 뭐, 그런 셈이지.’
정작 자신의 정체에 대해 말하는 이브는 확신이 없었다.
뒷부분은 또 다른 질문과 이어진 내용이었다.
‘아무튼 간에.’
이것이 연좌제의 맛이다, 맛이 어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