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4화(4/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4화
망나니 여우가 되었다(4)
예상외의 말은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학생한테 질문권을 주는 것도 아니고, 나한테 질문을 던진다고?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차라리 잘됐다.
그녀의 강의를 보며 생긴 의문과 번뜩인 영감을 물어볼 수 있는 확실한 기회니까.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금 말씀해 주신 [흐르는 뭇별] 말씀입니다만. 이미 형태가 완성된 이후에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 건가요?”
내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쑥덕거렸다.
“저 조교 누구야?”
“잘생기긴 존나 잘생겼다.”
“잘생기면 뭐해. 질문 수준이 저따위인데.”
“역시 신은 공평해. 나한테는 지식을 주고, 저 사람한테는 외모를 준 게 분명해.”
“너는 그냥 빻은 거고, 저 조교는 진짜 잘생긴 거고. 근데 조교면 공부 잘해야 하지 않아? 왜 아까 교수님이 설명한 내용을 다시 질문하는 거지.”
당연한 반응이다.
이미 방금 전 강의에서 남화연은 [흐르는 뭇별]의 형태는 완성된 후,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답이 주어진 상황에서 질문을 하는 상황은 강의를 제대로 듣지 않는 사람이나 할 만한 행동.
대부분의 학생들은 내 질문을 비웃었고, 나머지는 아무런 관심도 비치지 않았다. 오직 단상 위의 남화연만이 내 질문에 진지하게 답해줄 따름이다.
“음, 그야 방대한 마력이나 왜곡장 앞에서는 제아무리 [흐르는 뭇별]도 형태를 잃어버리겠지. 시간이 흘러서 술식이 노후되어도 그렇고. 하지만 우리 조교는 그런 의도로 질문한 것이 아니겠지?”
후후, 웃으며 다시금 가냘픈 손가락을 놀리며 허공 위에 여러 뭇별을 띄운 남화연.
자전과 공전.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리는 힘을 이용해 형태를 고정하고 있는 [흐르는 뭇별]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학생들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할 만큼 아름다운 마법의 술식.
그 모습을 다시금 확인하자 더더욱 확신이 들었다.
“단위를 바꿔보면 어떨까요?”
“단위를?”
“예, 그렇습니다.”
내가 제의한 부분은 술식을 이루는 구조적인 단위.
그 부분을 수정하자고 하자 남화연의 얼굴에 돌연 흥미로움이 번졌다. 그녀는 허공에 띄워놓은 구체들을 조작해, 한 손에 들어갈 만한 크기로 바꾸어 내 손 위로 가져다주었다.
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뜻.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감이 잡힌다.
나는 오늘 얻은 「이중나선」을 사용했다.
우우우웅────!!
내가 손을 가져다 대자 푸른빛으로 반짝였던 항성들은 검붉게 물들었다. 찬란한 색상의 마력은 온데간데없이 내 마력으로 물든 구체들.
지금 이 순간, 마법의 구조를 이루는 단위들이 이중나선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꼈다.
이윽고 푸른 별이 검붉은 색으로 완벽하게 물드는 순간. 가장 가운데 있던 구체가 게걸스럽게 다른 구체들을 집어삼켰다.
그 모습에 학생들이 놀라는 찰나, 모든 구체를 집어삼킨 구체는 이윽고 스스로의 힘으로 밝은 빛을 내뿜었다.
───!
마치 태양처럼 반짝이는 구체.
그러나 그것이 녀석의 한계였는지, 마력이 터지며 주변으로 흩어졌다.
“아…….”
그 모습에 침음을 삼켰다.
아쉽다. 앞으로 조금만 더 더했으면 내 생각대로 됐을 것 같은데.
학생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아쉽다는 기색을 드러내는 이들이 몇몇 있었다. 그래도 대부분은 내 실패를 당연하게 여겼다.
나는 고개를 들어 남화연을 바라봤다.
그녀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실패한 것치고는 흡족해 보이는 표정이다.
“자, 그럼 질문도 마쳤으니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다.”
그렇게 강의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여전히 제자리에서 필기를 계속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남화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나섰다. 나 또한 조교인 만큼 그녀의 뒤를 따랐다.
앞문을 열고 나가자 눈에 보이는 것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
방석훈도 그들 옆에 서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조교들이 확실하다. 고개를 숙여 교수에게 인사를 건넨 그들은 이윽고 내게도 고개를 숙였다.
뭐야, 얘네 왜 이래?
“저희 방석훈 조교가 함부로 대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습니다.”
내게 연신 고개를 숙이고는 존칭을 하는 조교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남화연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녀는 웃는 낯으로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나타낸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다시 정장의 조교들을 바라보는데.
방석훈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이 상황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물론 그건 다른 조교들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표정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꽤나 불편한 모양새였다.
바로 그 순간, 방석훈이 들고 일어났다.
“선배님! 도대체 왜 저희가 사과해야 합니까?!”
그의 말은 타당했다.
선임이 신입한테 사과하다니, 보통 그런 경우는 없다.
그러나 다른 조교들의 시선을 싸늘했다.
“야, 넌 가만히 있어 봐.”
“내가 저번에 새로 오는 막내 중에 한 명은 건드리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들은 한숨을 내쉬며 방석훈의 뒤통수를 때려, 강제로 고개를 숙이게 했다.
보아하니 그들이 방석훈보다도 위에 있는 선배인 모양이다. 수석 조교라도 되는 건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왜 나한테 사과를 하고 존칭을 표하는 거지?
의문을 품은 그때. 이번에도 가만히 방관하던 남화연이 끼어들었다.
그녀가 내 등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꼬리, 적어도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모를 리가 없잖니.”
“꼬리요?”
그녀의 손가락질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복슬복슬한 여우 털의 검은 꼬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지.
꼬리는 기분 좋다는 듯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이게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지…….”
“어라, 너 가주면서 자각도 없는 거니? 너무 리얼해서 멍청한 척 연기하는 건지, 진짜로 멍청한 건지 모르겠는걸.”
이 꼬리가 백승우의 가문을 상징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의 가문이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수준이라는 것도 알지만, 그게 칠성 아카데미에 영향을 끼칠 정도였던가.
아니면 백승우라는 사람 자체에 하자가 있는 건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머릿속에 오래된 대화가 떠올랐다.
─야, 승우야. 이 설정 어때?
─뭐가?
─네가 지체 높은 가문의 망나니 가주라는 설정 말이야. 거기에 온갖 추문이 뒤를 따라다니는 거지.
─어차피 싫다고 해도, 바꿔줄 생각 없잖아.
─그야 당연하지.
본래 백승우의 초기 설정은 귀족 가문의 가주였다.
망나니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유망주라 불리는 백승우를 주인공이 철저하게 때려눕힌다.
그리하여 사이다를 유발하는 것이, 이 몸의 존재의의다.
그 사이다를 유도하기 위해, 내게는 별의별 소문들이 돌고 있다.
그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여우라서 간을 탐한다든가. 약혼녀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는 제 쪽에서 불쾌하다고 파혼을 했다든지.
다양한 악명과 탄탄한 뒷배로 무장했다.
……이제야 저 사람들의 심정을 알겠네.
“…….”
“…….”
“…….”
뭔가 더 어색해진 분위기에 남화연이 손뼉을 치며 주의를 끌었다.
우리는 동시에 그녀를 바라봤다.
“이제 슬슬 다른 강의실도 강의가 끝날 시간이니까. 오늘은 이만 해산하고, 잘잘못은 내일 따지렴.”
교수의 통보에 조교들은 수긍했다.
방석훈은 입을 오물거리며, 하고 싶은 말을 곱씹는 듯한 모양새였지만. 결국, 그들은 마지 못해 자리를 떠났다.
나는 남화연을 쫓아가려다가 이제 기숙사에 가봐도 된다는 말에 복도에 혼자 덩그러니 방치되었다.
“……여긴 어디야?”
연구실에서도 길을 잃었는데, 그보다 큰 강의실 건물 속에서 1시간 정도 헤맸다. 다행히 친절한 경비원에게 핸드폰으로 아카데미 내부 지도를 보는 법을 배워서, 금방 헤쳐 나올 수 있었다.
가기 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몇 권 빌린 나는 겨우겨우 기숙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숙사가 원래 저렇게 큰 건가?
“…….”
멍하니 기숙사 건물을 바라보던 나는 무심코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소설 속이라고 해도 정도가 있지.
뭔 놈의 조교 기숙사가 펜트하우스처럼 보이냐.
* * *
제1 연구실 돌아온 남화연은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방 안의 모든 먼지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커피포트는 제 혼자서 물을 끓이고, 뜨거운 커피를 대령했다.
스으읍.
방금 막 끓인 커피는 뜨거웠지만 향긋한 향이 올라왔다. 남화연은 그 향을 음미하며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반대 손으로 집었다.
“……참 이상하단 말이지.”
책상 위에 놓인 여타 서류와 다를 바 없는 종이. 그러나 그 뒷면에는 여러 글씨와 기호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글씨는 읽을 수 있어도, 뒷면에 적힌 기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해독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굳이 그런 수고를 들여야 싶은 수준의 내용.
그러나 이걸 작성한 사내는 그녀의 눈앞에서 스킬을 획득했다. 오로지 여기에 적으면서 정리한 깨달음만으로.
“새롭긴 하지만, 그 내용은 단순해. 그러면서도 나름의 깊이가 있어. 참 모순적이란 말이지.”
본래라면 스킬을 얻기는커녕, 조교의 자리에 앉지도 못했을 지식수준.
그러나 사내는 보란 듯이 스킬을 획득했다. 오히려 낮은 수준의 지식 덕분에 다른 관점으로 강의 대본을 분석할 수 있던 걸까.
“……뭐가 어찌 됐든 흥미로운 일이지.”
남화연은 그것이 궁금했기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 조교를 강의에 데리고 나갔다. 본래라면 수석 조교나 고참 조교를 대동했겠지만, 녀석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마치 강의를 듣는 학생처럼 자신의 강의에 집중하던 승우.
그 모습을 통해 남화연은 그의 대략적인 수준은 유추할 수 있었다. [흐르는 뭇별] 정규 교육 과정에 없는 내용이지만, 2, 3학년이 배울 법한 난이도이다.
그런 것도 모르는 걸 보아하니 승우의 지식수준은 아마 학생과 동급. 어쩌면 그 이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는 재능이 있었다.
“직관만으로 마법의 원리를 통찰하고, 자신의 영감만으로 스킬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재능이라…….”
흔치 않은 재능이다.
전 세계의 대마법사들이나 학생 시절부터 천재 마법사라 칭송받던 자신과 동등한 수준의 재능,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마법사로서 탐구심이 절로 드는 최고의 표본이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연구 진행이 더뎌서 스트레스받을 일이 줄어들 것 같다. 옆에 두면 지루할 일은 없겠지.
“역시 썩어도 천호백가의 핏줄. 아니, 가주라는 건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했던 대가문이 하나 있었다.
날 때부터 여우의 꼬리와 귀를 가지고 태어나며, 특유의 신통력과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금력(金力)과 권력(權力)을 휘둘렀던 가문.
그러나 5년도 전에 가주 부부가 사망하면서 정체되어 버린 대가문, 천호백가(天狐白家).
가주와 가모가 사고로 사망하면서, 어린 아들이 가문을 계승했다는 소문은 들었다. 그 이후에는 장로회와 다른 형제들과의 다툼이 심했다고는 하는데.
설마 이곳으로 유배당할 줄은 몰랐다.
처음 승우를 봤을 때는,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남화연조차 깜짝 놀랐다.
“역시 몰락하더라도, 그 핏줄은 어디 안 가는 건가.”
아니, 여우짓을 하면서 숨기고 있었을지도.
뭐가 어찌 됐든 재미있는 일이다.
남화연은 후후 웃으며 커피를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