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40화(4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40화
나인테일 길드(5)
간만의 출근이었다.
며칠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다.
때문에 평소보다 깔끔한 와이셔츠와 정장을 입었다.
기숙사에 있는 여분의 장갑도 잊지 않고 챙겼다.
나는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단정히 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할 수 없다.
오늘은 최대한 깔끔한 모습으로 출근해야 되니까.
“이 정도면 괜찮겠지.”
거울을 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오늘은 가르치게 될 소수의 학생을 받는 날.
첫인상은 중요하니, 최대한 멀끔하게 꾸몄다.
그래 봤자 평소하고 별 차이는 없지만.
나는 곧장 현관으로 나가 신발을 신었다.
오늘은 평소의 교무실이 아니라, 대강당으로 가야 돼서 조금 빨리 움직였다.
기숙사에 별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대강당.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교수와 조교가 모두 있는 것은 물론.
교수들에게 잘 보이려고 일찍 온 학생들도 몇몇 있었다.
다들 성실하네.
대강당에 도착한 나는 뒤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남화연과 조우했다.
정확하게는 그녀와 얘기하고 있는 다른 교수와 함께.
“벌써 왔니? 1시간 일찍 왔네.”
“뭐, 일찍 오면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제 밑에 있는 조교들도 전부 다 왔는걸요.”
“하긴 늦는 것보다는 일찍 오는 편이 낫지.”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그 옆에 계신 분은?”
“아, 내 소개도 안 했구나.”
여성처럼 긴 머리를 뒤로 묶은 사내.
그것만으로도 특이하거늘, 푸른 도복이나 허리춤의 회색 검이 눈에 튀는 사람이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인상착의인데.
그는 악수를 건네며 말했다.
“반갑다. 내 이름은 남궁성진, 1학년에게 무예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다.”
“처음 뵙겠습니다, 교수님. 제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네. 백승우 맞지?”
남궁성진의 악수를 받으며 생각했다.
그가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것보다도, 남궁성진에 대한 것이 더 신경 쓰였다.
설마 소문이 자자한 그 교수를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남궁성진, 이름과 옷차림새에서 알 수 있듯이 대놓고 중국인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길드 [무림]의 일각을 담당하는 남궁세가 출신으로, 아카데미에서 유명한 교수 중 한 명이다.
‘아마 비중 있는 교수는 아니었지?’
이브에게서 들어본 기억은 없다.
그렇다면 소설의 주된 교수는 아니라는 뜻인데.
그런 것치고는 스펙이 화려했다.
그는 남궁세가의 소가주이자, 가문의 장자만 계승한다는 제왕검형(帝王劍形)을 익힌 고수다. 그뿐만 아니라 랭커에 가장 가깝다는 현역 S급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아마 순전히 무력으로만 따진다면 아카데미 내부에서도 한 손에 꼽히지 않을까.
“전에 도로에 널린 상흔을 봤어. 자네하고는 말이 잘 통할 것 같아.”
“아, 그 저는…….”
“그런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네! 나는 세간에 떠드는 소문에 귀 기울이지 않는 편이니까. 아, 이런 슬슬 시간이 됐나. 그럼 나는 이만 내 자리로 돌아가도록 하지.”
내 말을 끊고 멋대로 대답하고, 말하는 남궁성진.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의 조교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되게 특이한 교수님이다.
“재미있는 녀석이지?”
“아뇨, 그보다는 되게 제멋대로이신 분 같은데요.”
“그게 그거지. 아, 맞다. 학생들이 예정보다 일찍 와서, 10분 뒤에 시작하기로 했으니 슬슬 준비하렴.”
“벌써요?”
벌써 시작한다고?
깜짝 놀라 대강당의 좌석을 훑으니, 앞 좌석이 꽉 찼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렀다.
내 시선이 좌석이 팔린 사이, 어느샌가 교단 위로 사람이 올라갔다.
그는 마이크를 잡으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1학년 여러분들. 저는 오늘 사회를 맡은, 부이사장 달타냥 교수입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대강당에 고요가 찾아왔다.
특별한 기세나 능력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그저 모두가 놀라서 입을 다물었을 뿐이다.
허리춤에 얇은 레이피어를 매단, 날카롭고 차가운 분위기의 사내.
그는 칠성 아카데미의 명실상부 2인자였다.
“달타냥? 그 달타냥이 왜 여기에 들어와?!”
“이거 진짜야?”
깜짝 놀란 학생들에 의해, 고요한 대강당이 다시금 소란스러워지려는 순간.
쿵!
달타냥이 발을 굴렀다.
“조용히.”
그의 말에 다시금 찾아온 침묵.
그 침묵 속에서 달타냥을 마음에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지도 교사는 한 명당 6명의 학생을 담당하게 될 예정입니다.”
1학년의 숫자는 약 2,000명 정도다.
어림잡아도 300명 이상의 교수가 필요하지만, 아카데미 모든 교수를 통틀어도 100명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서 베테랑 조교들의 손까지 빌리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 나도 꼽사리 끼게 되었지만 말이다.
“저 녀석은 여기 왜 있냐. 한 달 전에 막 들어온 신입 아니었냐?”
“너 최근에 뉴스 안 봤냐. 그 에프넬의 화원을 클리어했다고 소문이 자자하잖아.”
“실력은 있겠지. 그런데 실력이 있으면 뭐해. 인성이 쓰레기 같은 새끼인데.”
“하아, 교수님들과 이사회는 왜 저 녀석을 지도 교사로 허락하셨는지…….”
조교들이 나를 두고 떠들었다.
그러게 나도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남화연에게서 전달받은 업무라, 하는 수 없이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렇게 베테랑 조교들의 앞담화를 듣고 있는 사이, 교수들이 하나둘씩 단상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뭐지 벌써 연설을 끝낸 건가.
되게 빠르다.
나는 다른 조교들과 함께 단상 위에 올라갔다.
그러자 좌석에 앉은 2,000명의 시선이 동시에 나를 내려다본다.
그들의 눈치를 보아하니 나를 썩 좋게 여기진 않는 모양이다. 그야 그렇겠지.
‘나 같아도, 성격 더럽다고 소문난 교사 밑에서 배우고 싶지는 않으니까.’
알고는 있다.
이해는 하지만, 왠지 모를 속상함이 가슴을 맴돌았다.
내가 어떻게 유렌을 막아냈는데, 다들 저런 눈치를 보내는 걸까.
보답 받기 위한 행동은 아니었다.
순전히 내 도덕심 때문에 벌린 일이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비난 어린 시선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뭐, 어쩔 수 없는 건가.
“자, 그러면 학생들은 가르침을 원하는 교사 앞에 서주시길 바랍니다.”
달타냥 부이사장의 말에, 좌석에 앉아 있던 학생들이 벌떼처럼 움직였다. 그들은 원하는 교수 앞에 줄을 섰고.
“……텅 비었네.”
당연히 내 앞은 텅 빈 무주공산과 같았다.
* * *
“엄청나게 붐비네…….”
학생들은 특정 교사에게 몰리는 경향이 심했다.
그야 기왕 가르침 받을 거면, 검증된 교수한테 가르침 받는 것이 최고겠지.
마법을 사용하는 학생들은 남화연 교수에게, 무예 특히 검술을 다루는 학생들 남궁성진 교수에게 달려들었다. 그 외에도 교수 개개인의 특기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은 각각 원하는 교수에게 매달렸다.
그 엄청난 인파 속에서 조교들은 붕 떠 있는 상태였다.
찾아오는 학생은 없고, 바로 옆에서 교수에게 달려드는 학생들을 멍한 눈으로 쳐다만 본다.
이러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닐 텐데.
“이러다가 정원 6명은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네.”
“걱정 마세요, 선생님! 선생님이라면 분명 6명은 물론! 그 이상도 채울 수 있을 거예요!”
“그래, 고맙구나.”
그나마 내 경우에는 나은 편이었다.
적어도 사람 한 명은 채웠거든.
내 옆에서 이지가 양손을 치켜들며 학생들의 시선을 끌려고 분주히 움직였다. 나는 바삐 움직이는 녀석을 눈으로 훑었다.
지난 ‘에프넬의 화원’에서 만나 가벼운 가르침을 내려준 이지.
이 녀석이라면 귀찮게 커리큘럼 계획할 필요도 없이 가르치면 되겠지.
던전에서 이지의 전투 성향은 대충 파악했다.
경지를 높이거나, 강해지거나. 둘 중 원하는 것을 고르게 한 다음, 가르치면 되겠지.
“그나저나 이대로는 끝이 나질 않겠는걸.”
특정 교수에게 학생들이 너무 많이 몰렸다.
남화연의 경우에는 대략 800명 이상의 학생들이 가르침을 원했다.
한 명의 교수가 가르칠 수 있는 숫자가 6명으로 제한되어 있는 이상, 저 규모의 인파 속에서 6명만 뽑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선생님, 저희 그냥 잡담이나 할까요?”
“그래 그러자.”
어쩔 수 없다. 그냥 잡담이나 하면서 기다려야지.
“선생님은 어떤 학생을 뽑고 싶으신가요?”
“나? 글쎄다, 귀찮게 안 하는 학생이려나.”
“저 같은 애들이요?”
“네가 제일 귀찮은 성격이야.”
이런 식의 잡담이 오가는 사이.
이지가 똑같은 질문을 또 한 번 던졌다.
아무래도 자신과 같이 공부할 애들이 어떤 성향일지 궁금한가 보다.
“앞으로 뽑으실 학생들은, 저처럼 도끼나 둔기 위주로 뽑으실 생각인지 알려주세요.”
“글쎄다. 나야 인기가 없어서, 남는 학생들 중에서 데려갈 것 같은데.”
“그중에서도 원하시는 성향은 있으실 거 아니에요?
“……으음.”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지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포지션대로 뽑는 거겠지.
내가 소설 속에 들어오기 이전, 별동대를 이끌 때 사용했던 편제.
전위(前衛)의 딜러와 가디언.
중위(中衛)의 헤드와 레인저.
후위(後衛)의 캐스터와 서포터.
체계적인 훈련을 고려한다면, 이 조합대로 학생을 뽑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도 교사 한 명이서 성향이 다른 여섯 가지 포지션을 전부 가르칠 수 있느냐겠지.’
남화연은 마법에 있어서 최고의 선생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나머지 분야는 글쎄다.
한 우물만 판 장인인 만큼, 무술과 치료에도 깊은 지식과 소양을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 나머지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각자 나름의 특화 분야가 있지만, 나머지 분야에도 가르침을 주기는 힘들 테지. 그러나 내 경우에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나는 무기술 전반은 물론, 지휘와 후방 지원에 대한 지식과 경험, 요령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걱정되는 분야는 마법이지만, 이건 나도 공부하고 있는 중이니 공부하는 동시에 가르치면 되는 일이다.
“포지션대로 한 명씩이려나? 겹치면 어쩔 수 없지만, 훈련을 생각한다면 6명 전원 다른 포지션이어야겠지.”
“선생님, 그거 전부 가르칠 수 있어요?!”
“나도 잘 모르겠다. 해봐야 알겠지.”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아는 것이야,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가르치는 것은 상호 간의 지식수준과 배려가 중요하다.
이지의 경우 재능이 살짝 부족하지만, 의외로 오성(悟性)이 쓸 만해서 편법으로 빠르게 가르칠 수 있었다. 모든 학생들을 이지처럼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중에 해봐야 알겠지.
그나저나 사람 진짜 안 오네.
다른 조교들은 한두 명씩, 빈자리가 채워지고 있는 것에 반해.
내 앞에는 여전히 이지 한 명뿐이다.
하긴 나 같아도 인성 파탄 났다고 소문난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야, 지야.”
“왜 부르세요?”
“네 전공은 뭐냐?”
“전 딱히 고려해 둔 전공이나 특기가 없는데요?”
“그러면 딜러나 가디언 시키면 되겠네.”
“딜러랑 가디언이요? 그게 뭔데요?”
“내가 예전에 주로 사용한 공격대 명칭. 나중에 조원 채우면 다 같이 알려줄게.“
이지의 부족한 마력을 미루어볼 때, 후위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눈이 밝거나, 순간 판단력이 탁월해 지휘를 잘할 것 같지도 않다. 그러면 소거법으로 앞에서 방어나 공격,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겠지.
내가 그렇게 생각에 잠긴 사이.
학생 두 명이 내 앞에 섰다.
그 모습에 놀란 이지가 내 어깨를 마구 흔들었다.
“서, 선생님! 저, 저기!”
“……지금 생각하기 바쁘니까 좀 이따가 불러라.”
“아니, 저기 좀 보시라고요! 애들 왔다고요!”
“……뭐?”
정면을 향해 삿대질을 날리는 이지.
그를 따라 앞을 쳐다보자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얘네가 왜 여기 있지?
내 기억에 있다 못해, 최근 들어 창피한 모습을 보인 적 있는 콤비였다. 나는 나지막이 둘의 이름을 불렀다.
“서예린. 노유라.”
“조교님, 오랜만이에요!”
“……오랜만.”
한쪽은 밝고 말이 많으며, 다른 한쪽은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다.
설마 이 자리에서 둘을 볼 줄은 몰랐는데.
나는 반가운 마음에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여긴 웬일이니?”
“그야 조교님한테 배우고 싶어서 그렇죠!”
“……굳이 나한테?”
여기 나 말고 실력 좋은 교사와 조교들이 많다.
구태여 나를 찾을 필요가 있었나.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곧장 달려온 저는 뭐가 되나요?”
“글쎄다. 얼간이?”
“와, 쌤 말 심했다.”
이지가 내 말에 충격받은 듯 고개를 떨궜다.
정확하게는 충격받은 척 고개를 떨궜겠지.
녀석이 내 소문을 모를 리는 없었다.
그걸 알고서도 내게 온 것이겠지.
이지는 가장 먼저 내게 와서, 환심을 살 생각이었다.
내게 적극적으로 가르침 받고 싶다고 스스로를 피력한 셈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지를 한 번 놀려봤다. 역시 예상대로의 반응이 나왔다.
“……나는 당신한테, 아니, 조교님한테 배우고 싶어.”
“굳이 창술이라면 내가 아니라 좋은 교사들이 많을 텐데.”
“으으응…….”
서예린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녀는 그날을 회상했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발목을 접질린 그녀는 무인으로서 할 수 있는 전혀 없었다. 그에 반해, 눈앞의 사내는 종횡무진하며 나아갔고.
이윽고 자신의 옆에 있는 친구를 구해내기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다소의 학생들이 희생했지만.
그것이 사내의 행동을 격하시킬 사유는 되지 않았다.
서예린의 눈에 비치는 사내는 충분히 훌륭한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걸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모습을 본받을 수 있다면.
“나…… 꼭 배우고 싶어.”
“나한테?”
“응…….”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허락을 구했다.
그 모습에 의문이 들어서, 다시 한번 묻자 대답은 같았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둘을 받아주기 전에 필수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걸 알기 전에는 쉽사리 받아줄 수 없다.
“너희들 지망하는 전공이 어디냐?”
“저는 활과 사냥입니다!”
“……창이랑 치, 치유학.”
오, 마침 둘 다 자리가 남는 조합이다.
나는 그녀들을 받으며 이지에게 말했다.
“넌 방패 들면 되겠다.”
“예? 전 방어보단 공격이 좋은데…….”
“도끼술 몇 개 더 가르쳐 줄까?”
“방어야말로 최고의 공격이죠. 저만 믿으세요!”
전혀 믿음이 가지 않지만, 엄지를 치켜들며 응원했다.
이지 같은 부류는 이렇게 다루면 편하다.
절반이나 되는 숫자를 채우니 내 마음도 편해졌다.
그러나 그 이후로 더 이상 학생들이 찾아오는 경우는 없었다.
다들 실력 있고 명망 있는 교수들의 밑에 들어가길 원했다.
그래, 나 같은 엑스트라는 이렇게 기다리는 꼴이 어울린다며 자조하던 순간.
“아, 아녕하세요! 여기 자리 있나요?”
“그야 자리는 남는데. 너는 대체 전공이나 특기가…….”
“아! 아프로 그러면 잘 부타캐요!”
“…….”
원래 천재들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하던가.
칠성은 엘리트로 구성된 학교인 만큼, 독특한 얘들이 많은 것 같다.
설마 이렇게까지 제멋대로일 줄이야.
그녀는 내게 인사를 하고는, 곧장 이지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나는 딱히 그녀를 막을 생각이 없었다. 그냥 받지 뭐.
아이들에게 잘 부탁한다며, 어눌한 한국어로 말하는 모습이 외국인처럼 보인다.
얼굴은 완전히 한국인인데. 혹시 일본이나 중국 출신인가.
전 세계의 엘리트가 모이는 칠성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래도 한국어는 가르쳐야겠지?’
어눌하지만 한국어를 곧잘 내뱉는 걸 보아서는, 단어는 많이 알고 있는 모양이다. 문제는 발음과 문법이지.
발음은 둘째치고, 문법을 잘 모르면 언어 전달이 힘들 수도 있다.
귀찮지만 가르치는 수밖에.
내가 언어 강사까지 할 줄이야.
이렇게 귀찮은 업무를 떠안을 줄 알았다면, 어제 남화연의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았을 거다.
“이제 두 명 남았나.”
전위 두 명과 중위 한 명, 후위 한 명은 정해졌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서예린을 서포터 포지션으로 뒤로 보냈다.
그녀의 창술은 가공할 만하지만, 제 입으로 서포터 포지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브가 말해준 소설 속 서예린은 성기사처럼, 딜과 힐을 동시에 하는 불사신이었다. 창술은 오랫동안 배워서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겠지만.
마지막에 합류한 소녀가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어서 망설임 없이 전위로 보냈다.
검을 들고 있는데, 마법사일 리는 없겠지.
당연히 딜러이리라.
아니면 말고.
‘자, 이제 남은 포지션은 캐스터와 헤드.’
어느 포지션이 안 그렇겠냐만, 여섯 명이서 파티(Party)나 공격대(攻擊隊)를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 바로 헤드와 캐스터다.
헤드(Head)는 명칭 그대로 팀의 머리를 담당한다. 냉철한 판단력과 여러 전술은 물론.
유사시에는 지휘와 동시에 전투에도 관여하는 복잡한 포지션이다.
캐스터(Caster)는 저주를 해주하거나 대규모 마법으로 적을 일거에 해치우는 등 마법으로 팀원을 보조한다.
순간적인 판단력과 직면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마법을 익혀야 하는 머리 아픈 포지션이다.
이거 너무 중요한 포지션들만 남았네.
‘남은 인원들 중에서, 헤드와 캐스터를 능숙히 플레이할 수 있는 학생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이미 대부분의 천재나 인재들은 실력 있는 교수들이 독점했다.
남은 학생들은 엘리트 중에서도, 비교적 낮은 위치에 있는 학생들.
하는 수 없나.
포지션이 겹치더라도 감내해야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아무나 채워서 6명을 맞춰야겠다 생각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어머, 아직도 인수가 부족한 모양이네.”
고아한 말투.
어딘가의 아가씨나 귀부인을 연상케 하는 말투와 음색이었다.
내가 고개를 들어 누구인지 살피자, 금발의 소녀가 싱긋 웃었다.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느껴졌다.
마치 꽃 속에 가시를 발견한 것 같은 느낌.
이상한 낌새에 그녀를 살폈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명찰.
내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사벨 시리우스…….’
주인공인 카일 아이리스처럼 긴 이름이다.
도저히 한국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길이의 이름.
그야 당연하다.
그녀는 영국에서 온 유학생이니까.
‘도대체 왜 하필이면 이런 곳에서……!’
나는 싱긋 웃는 그녀를 보며 주먹을 세게 쥐었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눈앞의 소녀는, 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주인공보다 더 만나기 싫었던 인물이었다.
나를 둘러싼 여러 소문들.
그 소문들이 전부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뜬소문일 수도 있지.
그러나 그녀에 한해서는 뜬소문 따위가 아니다.
내 소문 중, 어린 여아의 간을 빼먹는다는 소문과 함께 가장 널리 퍼진 소문이 있다.
약혼녀에게 폭언을 일삼으며 괴롭히다가 파혼당했다는 유명한 소문.
“정말 오랜만이네. 파혼식 이후로 처음 보는 거였나?”
눈앞의 그녀가 바로, 소문 속의 약혼녀 그 장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