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05)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405화(405/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405화
끝을 향해(5)
승우는 아담과 오래 싸울 생각이 없었다.
속도전.
가진 패의 상당수를 드러내며 아담을 밀어붙였다.
일곱 재앙 중 가장 강력한 재앙이라는 칭호가 무색하게 아담의 신형은 빠르게 무너졌다. 그의 몸에 붙은 불꽃을 바라보며 승우가 웃음을 흘렸다.
“그러게 왜 오해하고 그래.”
지금의 나는 검사가 아니라니까.
“거, 검성의 칭호를 받은 자가 비겁하다!”
“검성은 무슨 검성. 이 세상에서는 그 칭호를 기억하는 사람 너밖에 없어.”
발키리들이 전부 죽었다. 저 하늘 위에서 침입하려던 오딘은 이브와 팽팽하게 싸우는 것 같더니, 작은 몸으로 바닥에 떨어졌다.
거인과 같은 몸이 인간 수준으로 줄어든 오딘.
그는 이브와 학생들과 2차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아, 저 녀석도 살아 있으니까.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네.”
“그대의 행적을 기억하는 사람이 둘밖에 없다면 검성이 아니게 되는가? 그게 아닐 텐데. 스스로가 검성이라고 불렸던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 않나?”
“그야 당연히 있지.”
“그렇다면……!”
하지만 너희들이 할 말은 아니지!
승우가 불꽃으로 아담의 다리를 불태웠다.
“크으으윽!”
아담이 고통 속에서 피를 토했다.
상처를 치료해 줄 사과나무는 아직도 승우의 성역과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었다. 아담은 정신력으로 고통을 감내했다.
“검성이라고 불렸던 건에 대한 자부심? 당연히 있지.”
“그렇다면 공명정대한 그대가 어째서……!”
“그야 너희들이 나를 검성이라고 불렀던 사람들을 죄다 죽였으니까 그렇지.”
불꽃이 창처럼 뻗어 나가 아담의 심장을 노렸다.
심장을 찔린다고 죽은 녀석은 아니지만, 죽일 시간 정도는 벌 수 있겠지. 승우는 불꽃으로 전신을 휘감아 아담에게 달려들었다.
무형검.
형태가 없는 검. 그 위에 불꽃을 올렸다.
그렇게 되면 그냥 불꽃으로 이루어진 검과 무엇이 다른가 싶지만, 승우는 두 능력의 완벽한 합일을 의도하며 검을 쥐었다.
“그 사람들이 살아있을 적에는 검성의 칭호가 정의롭고, 뭐 대단한 칭호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야.”
검성은 검을 든 강한 놈이다.
더 이상,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러니까 좀 죽어라.”
불꽃이 닿는 족족 모든 것을 베었다.
검의 성질이 그대로 압축된 불꽃.
닿는 순간 살점이 타오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난도질당한다.
훅!
아담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불꽃 위로 토사를 쏟아부었다.
‘원소 마법? 아니, 그냥 권능으로 마법 흉내를 낸 건가?’
마법을 닮은 권능이었다. 아담의 마법적인 적성은 크게 세 가지.
나무와 흙, 그리고 번개다.
나무의 적성은 ‘사과나무’라는 권능으로 발아하며 승우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아무리 불에 무슨 짓을 해도 결국 산소가 없으면 불은 타오르지 않지.”
아담은 남은 적성 중 불에 대항할 수 있는 흙을 쏟아냈다.
불꽃이 순식간에 뒤덮였다.
아담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하하하하하.”
아무리 강력한 마법이든 뭐든 그 형태가 불꽃으로 고정되어 있다면, 약점 또한 일반적인 불꽃과 같은 법이다.
산소 공급을 차단한 아담이 광소를 지으며 바닥에 있는 흙들을 움직였다.
스스스스스.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가 아담의 의지에 따라서 움직였다.
원소 마법 중 [대지 마법]을 전공하는 사람이 본다면 크게 절망할 정도로 세밀한 조작이었다. 물론 승우는 [대지 마법]을 전공하지도 않았으며, 그 정도 조작은 본인도 할 수 있었다.
“좀 통하는 것 같다고 우쭐거리는.”
불꽃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다시금 토사로 불꽃을 막으려는 아담.
쾅!
불꽃과 흙이 부딪혔다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
이미 두 원소는 각각 승우와 아담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무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에 아담이 혀를 찼다.
“하, 설마 평형을 이룰 줄이야.”
해일처럼 몰려드는 흙과 불은 정확하게 평형을 이루었다.
이는 둘이 각각의 해일에 부여한 힘이 비슷하다는 것은 의미함과 동시에 서로 무언가를 준비 중이라는 뜻이었다.
만일 승우와 아담이 진지하게 이기려고 들었다면 싸움은 이것보다 격해졌을 것이다. 어느 한쪽만 진심이었다면, 상대방의 원소로 이루어진 해일에 허망하게 집어삼켜지고 말았겠지.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평형을 이룬다면, 두 해일에는 힘을 빼고 다른 곳에 집중력과 마력을 투자해야 될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어지간히도 얕보였네요.”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아담이 말했다.
표정이 좋아 보이는 아담의 눈에는 승기가 확실하게 보였다.
반면 승우는 그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마치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 때문에 아담에게 투자할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듯. 명백하게 아담을 무시하고 있었다.
“…….”
“대답 안 하세요?”
“…….”
“저기요?”
승우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모습에 기분이 나빠진 아담이 싸늘하게 말했다.
“저. 그냥 공격할게요?”
“…….”
“……쓰읍.”
이쯤 되면 불안한데?
아담은 승우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는 잘 안다. 검 한 자루로 자신을 헤집은 괴물.
사실 재앙이라는 표현은 자신이 아니라 저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였다.
그런 괴물에게 마법이라는 이름의 날개가 달렸으니.
수단이 없어서 저러는 것은 아닐 것이고, 설마 뭐 큰 거 준비하나?
“하는 수 없지.”
아담의 몸 위로 푸른 전류가 솟구쳤다.
그가 가진 세 가지 적성 중 마지막 적성.
번개의 적성이 몸에 발현된 것이다.
이 적성은 다른 적성처럼 엄청난 것은 아니었다.
나무의 적성은 아담에게 사과나무의 권능을 쥐여줬고, 흙의 적성은 대지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힘을 부여했다. 반면 번개의 적성은 다소 조촐한 편이었다.
신체의 강화. 혹은 약간의 방출.
그 정도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모습도 오랜만이네.”
그렇지만 이 또한 엄연한 아담의 힘.
아담은 자신의 번개 적성을 다른 능력과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그 조촐한 출력을 보완했다.
파즈즈즈즉!
전류가 하늘 위로 솟구쳤다.
“정말 네가 원하는 대로 됐구나.”
아담이 존댓말을 버렸다.
이 모습을 드러낸 적은 두 번밖에 없었다.
그가 첫 번째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최후의 발악을 할 때.
그리고 지금. 이렇게 두 번이었다.
“정말로 단기전으로 끝나게 생겼어.”
본능적으로 지금 이 순간의 싸움의 승패가 결정될 승부처라고 느꼈다.
마음 같아서는 사과나무의 권능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도 승우는 아담이 사과나무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어때. 대화 좀 해보겠나?”
“…….”
“그렇게 차갑게 나오지 말고, 대화 좀 하자니까. 이번이 나랑 두 번째 싸움인데, 말 정도는 나눌 수 있잖아.”
“……그래.”
아담의 끈질긴 말에 결국 승우가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이럴 것이지. 아담이 미소를 지으며 화두를 내뱉었다.
“결국 입을 열 거. 빨리 좀 열지 그랬─.”
“됐고.”
승우가 아담의 말을 가로챘다.
“아까부터 말투가 자꾸 변하더군.”
피곤한 눈으로 아담을 쳐다보며 말했다.
“마치 하나의 단말을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뭐, 내가 빙의한 이 몸이 살아 있다. 그런 얘기라도 하고 싶은 거야?”
아담이 자신의 작은 팔다리를 흔들었다.
기억 속의 아담보다 얇은 팔다리였다.
예전에 승우와 싸우던 아담은 정말이지. 조각상 같은 몸매를 자랑했다.
탄탄한 근육과 굵은 뼈에서 나오는 근력은 잠시나마 승우와 근접전이 성립할 정도로 강력했지만, 지금의 아담은 그렇지 않았다.
“너는 정체성이 흔들릴 정도로 나약한 재앙이 아니다.”
승우는 아담을 노려봤다.
간혹 일부 재앙 중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녀석도 있지만, 아담은 절대로 그럴 녀석이 아니다.
놈은 자존심이 매우 강한 녀석이다.
“아직 덜 섞였지?”
“……!”
손가락으로 아담을 가리켰다.
“아까부터 자존심이 강한 너라면 하지 않은 말을 말을 하는 걸 보고 생각했다. 어쩌면 빙의가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
“그 부분이 싸움의 핵심이 되리라 생각했다.”
담담한 말에 아담이 눈을 부릅떴다.
눈을 부릅떴지만 딱히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걸 깨달았다고,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아담의 억양이 바뀌었다.
그의 입가가 눈가와 다르게 미소를 지었다.
눈과 입. 같은 얼굴에 있음에도 두 기관이 내보이는 감정이 전혀 달랐다.
“빙의를 어떻게 할 수 있으면, 손에 피를 보지 않고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내. 얼굴의 모든 감정은 하나로 통일되었다.
“절대 불가능해.”
무표정.
차마 사람의 형태를 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감각한 표정이야말로 빙의한 아담의 진짜 감정이리라.
“…….”
그 표정을 통해서 승우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아담이 보여주던 모든 감정은 거짓이라는 것을.
그는 처음부터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승우가 지적한 말투는 빙의가 완벽하지 않은 탓에 말투가 혼동되어 나온 것이었을 뿐.
‘진짜 아담은 다양한 가면 속에서 침묵을 유지한 채 기회를 노리고 있었나?’
겉으로는 당황하고, 놀랐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은 채 다음 공격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높은 확률로 아담의 다음 공격은.
‘내가 예상할 수 없는 변칙적인 공격.’
그거겠지, 뭐.
승우가 제자리에서 튀어 오른 순간 바닥이 무너졌다.
쿠구구궁!
무언가 거대한 게 움직이며 승우가 있던 자리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사아아아아.
그 자리에서 나타난 것은 검은 뱀이었다.
아담이 채찍으로 휘둘렀던 것과 똑같이 생긴 뱀.
다만 그 크기는 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벌써 저 모습인가?’
아담의 검은 뱀이 거대해졌다.
놈은 살아 있는 생명이 아니라 권능에 기인한 부산물 같은 것이라서 죽인다고 죽는 놈이 아니다.
“예상했네.”
하늘로 뛰어오른 승우를 보며 아담이 중얼거렸다.
분명 그가 뛰어오르기 전까지는 뱀은 땅 밑에 존재하지 않았다.
즉, 승우는 땅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진동을 느끼지도 않고 다음 공격을 예상해서 피한 것이다.
“전에 미래 예지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십리안. 십 리 밖의 상황을 파악해주는 눈.
그 눈은 여기서 사용할 수 없었다.
승우와 아담의 싸움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기에는 그 눈의 성능이 낮아도 너무 낮았다.
“오로지 선견지명으로 피한다……. 이래서 경험 많은 놈은 싫다니까.”
죽이는 게 쉽지 않아.
아담의 담담한 태도에 승우가 웃었다.
“그러는 너는 선견지명이 전혀 없는 모양이야.”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걸 보면 말이지.
그 미소에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끼는 아담이었지만.
“어딜.”
승우가 아담의 위로 화염을 끼얹었다.
반사적으로 아담이 옆으로 피했다.
바로 그때.
쿵!
저 멀리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담은 싸움 중 고개를 돌리는 멍청이가 아니지만, 조금 전 소리의 진원지에서 느껴진 파장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딘?”
발키리가 전부 죽고, 본인의 신체 또한 인간 수준으로 작아진 재앙.
아담과 함께 차원을 넘었던 그가 황금의 창을 조준했다.
“무슨……!”
다름 아닌 아담에게.
무표정이 깨진 아담이 도망치려고 뱀을 불렀지만, 승우는 웃으며 뱀을 통째로 불태웠다. 죽지 않지만, 불타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아주 활활 태웠다.
“너……!”
아담이 승우를 쏘아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승우는 웃고 있었다.
“왜. 망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