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408화 (완결)(40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408화
에필로그
마탑이 우뚝 선 도시.
도시는 결코 멸망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가장 작은 세계였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너무 오래 걸렸어.”
빙의가 풀린 아담이 멸망한 도시를 걸었다.
도시에는 처음부터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건물은 불에 타고 있고, 마탑은 가운데가 뻥 뚫려서 무너지기 직전이다.
아마 오늘 내로 쓰러지겠지.
“아담. 괜찮아?”
아담이 자신을 부축하는 여인을 쳐다봤다.
이브. 소스라치게 아름다운 그녀가 아담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담이 힘겹게 웃었다.
“전혀.”
전혀 안 괜찮다.
곧 죽을 것 같다.
빙의의 부작용은 오늘 내로 그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심각했다.
그렇지만 몸과 다르게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가벼웠다.
아담이 걱정스러운 표정의 이브에게 말했다.
“우리. 돌아가자.”
“어디로?”
“마탑으로.”
네가 탄생한 곳.
수많은 이브의 시체가 모인 곳.
그리고 우리가 만난 곳.
“그곳으로 가자.”
“그래.”
이브는 아담을 안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둘은 마탑으로 날아가 그나마 멀쩡한 층에 내려앉았다.
지하 64층. 수많은 이브들의 시체가 모인 곳이자, 그것들을 처분하는 장소. ‘공허’였다.
거룩한 어둠이 눈에 들어왔다.
공허. 세상과 세상의 틈.
우주 공간이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고 방대한 공간이다.
시스템을 만들어낸 마탑의 학자들조차 공허를 완벽하게 정의해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그저 이브들의 시체를 처리하는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전부였다.
모든 이브는 이 공간 너머로 소각되었고.
아담의 모든 추억 또한 이브와 함께 이 공간 너머로 사라졌다.
“이브.”
“듣고 있어.”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무슨 부탁?”
이브가 아담을 올려다봤다.
순진무구한 모습. 차마 눈을 마주칠 수 없었던 아담은 눈을 감았다.
저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 모습이 어떨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눈을 마주친다면 자신은 분명 망설이고 말 것이다.
“나랑 같이…… 죽어줬으면 해.”
아담은 지금까지 이브에게 수많은 부탁을 건넸다.
시스템의 코드를 줄 테니, 시스템을 이용해서 자신들을 속박하는 모든 것들을 불태워 달라고 부탁.
먼 훗날의 자신과 거래를 통해 빙의를 시도하는 동안, 괴물 같은 인간들의 시선을 끌어달라는 부탁.
그것 외에도 수많은 부탁을 건넸다.
모든 것은 자신과 그녀를 위해서였다.
‘확정된 멸망을 보았으니까. 바꾸고 싶었지.’
1달 전 불현듯 깨달은 기억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 수석 연구원과 루나 연구 조수가 막 마탑에 입사했던 시기와 겹쳤다.
그 기억 속에서 마탑은 셀 수 없는 이브들이 죽은 끝에 겨우 메인 인공지능을 완성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브는 이 세상의 구원을 포기했다.
시스템과 같은 선택을 내린 것이다.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마탑의 연구원들은 실성했고, 광기가 전염병처럼 번졌다. 그것이 마탑과 도시의 최후였다.
‘특히…… 내 최후는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해 보였으니까.’
마탑과 도시의 붕괴.
그것은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최후였지.
결코 아담의 최후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모두 죽은 와중에도 아담은 살아남았다.
차마 살아남았다고 하기에는 처참한 몰골이었지만, 분명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아담에게는 미래도 희망도 없었다.
그런 그는 결국 텅 빈 차원의 틈에 몸을 던졌다.
더할 나위 없이 고통스러웠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음식과 물이 없어도 셀 수 없는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
아담의 재능은 번개를 내뿜는 것 하나가 아니었다.
목(木)과 토(土)의 재능.
그것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의 압도적인 재능이었다.
그 재능들이 아담이 차원의 틈 속에서도 아무런 영양분 없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몸을 개조한 것이다.
이브가 죽어왔던 횟수만큼, 셀 수 없는 시간을 떠돌며 보낸 아담.
결국 그는 어느 한 행성에 불시착했다.
그 과정에서 몸이 견딜 수 없는 열과 압력을 받았지만, 아담은 살아남았다.
쉽게 죽지 않는 몸이 돼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절망했지만 이내 아담은 생각의 초점을 바꾸었다.
‘쉽게 죽지 않는다면 그만큼 과거의 선택을 되돌릴 시간이 주어진 것 아닐까?’
당시의 아담을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시스템 권역 외에 있는 수많은 행성을 포식하며 재앙에 걸맞은 힘을 길러왔고, 결국 동등한 격의 재앙들과 손을 잡으며 재기를 꿈꿨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의 아담이었다.
검성이라고 했던가?
수석연구원. 최연소 마탑주는 어릴 적에 그렇게 불렸던 모양이다.
그는 검 한 자루로 수많은 재앙을 베어냈으며 종국에는 아담도 죽였다.
그 모든 광경을 생생하게 지켜본 이 시대의 아담으로서는 가히 경이로운 업적이었다.
인간 한 명이 도구 하나로, 수많은 행성과 세계를 멸망시킨 재앙을 무찌른 것이다. 어찌 경외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로서는 마냥 좋게 보기는 힘들었지.’
아담은 죽었다.
그렇지만 다른 차원. 정확하게는 다른 시간대의 아담은 죽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이내 모든 시간대에서 자신이 한 사내의 검에 베여 한낱 녹으로 변할 것이라는 사실은 인지했다.
그것은 운명이었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운명.
자기 목에 걸린 사슬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아담은 결국 최후의 수를 두었다. 그것이 바로 검성을 어떻게든 이쪽 세계로 끌어들여서 죽기 전에 죽이는 것이다.
‘그래봤자 결국 실패했지만 말이야.’
현 시대의 ‘아담’은 미래의 아담과 달랐다.
그는 아직 고통스러운 삶과 허무한 최후를 맞이하지 않았다.
‘……결국 이 세계는 구원할 수 없다는 뜻이겠지.’
아담은 멸망하기 직전의 세계를 내려다봤다.
아니, 멸망하기 직전이 아니아 이미 멸망했다.
그는 아담에게 흔쾌히 빙의를 수락했던 순간, ‘이면 세계’라는 명칭으로 등록된 고향을 보았다.
존재하지만 결코 다가갈 수 없기에 이면.
도시는 이미 그런 곳이었다.
‘아마도 나는 본래 역사처럼 여기서 죽지 못해. 결국 그처럼 되겠지.’
다가올 미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물로 살아가는 그가.
아담은 얌전하게 그런 삶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내 미래가 그런 식으로 흘러가게 된다면.’
이면 세계의 나 정도는 자유롭게 끝을 맞이해도 되겠지.
아담은 이브를 쳐다봤다.
그가 생각에 잠겼던 사이 이브는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응.”
아담은 눈을 감았다.
언제나 그의 부탁을 들어주던 이브.
그러나 이번 부탁만큼은 부디 거절했으면 한다.
부디 자신을 거절하고, 남은 수명이라도 자유롭게 누렸으면 좋겠다.
시스템과 연결된 이브는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으니까.
“좋아.”
돌아온 대답은 긍정이었다.
사실 아담이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내심 그녀가 살기를 바랐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이브는 양손으로 아담의 볼을 꾹 누르며 주변을 살펴보게 했다.
실패한 이브들의 신체다.
영혼만 쏙 빠진 몸 혹은 전원이 꺼진 최신형 로봇을 보는 것 같았다.
어째서일까? 아담은 그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고마워.”
지금까지 죽은 수많은 이브들이 아담의 눈에 선하다.
그녀들이 죽을 때마다 시체는 공허 너머로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 곧 아담을 죽을 때가 온다. 아담은 살며시 눈을 감았다.
이브는 슬퍼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자신’이 그러했듯.
이번에는 그의 차례가 왔을 뿐이다.
이브는 그 모습을 보며 아담을 살며시 안아주었다.
그를 품에 안은 이브는 제 발로 공허 속에 발을 들였다.
* * *
학생들은 차례로 이면 세계를 빠져나갔다.
나는 마지막으로 빠져나갔다.
─왜 멈췄어? 거기 뭐 있어?
“……아니야.”
도시에 남았던 두 개의 인기척이 사라졌다.
아담과 이브. 두 사람 모두 내가 아는 사람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이었지만 아는 사람의 기척이 사라지니까 기분이 좀 이상했다.
“이제 가자.”
집으로.
나는 마탑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두 재앙이 죽은 시점에서 이 세계는 클리어 판정이 떴다.
학생들이 빠져나간 출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 몸을 이동시키는 감각에 문득 위화감이 들었다.
‘공간 마법의 성취가 올라서 그런가?’
음, 그런 위화감 같지는 않은데.
눈앞의 시야가 어두워지고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와중에도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
방금까지 느꼈던 감각을 그대로 느끼는 기분이었다.
‘설마……!’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그때 시야가 돌아왔다.
집이 있는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갑자기 또 왜 그래. 뭐 이상한 거 봤어?
타마모는 전혀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어쩌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수도 있다.
워낙 희미한 기척이라서 순간적으로 느낀 위화감이 아니었다면 나도 느끼지 못했을 테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사라졌던 두 사람의 기척을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느껴서 놀랐을 뿐.
너무나도 평온한 기척과 호흡에 나는 마냥 웃었다.
“그냥 편하게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래.”
나도 그 둘도. 조금 더 평온해지기를 소망했다.
─아아. 나도 그래. 이번에는 진짜 몇 달 동안 개고생이었다니까.
“너는 내 뒤에서 둥둥 떠다니면서 뭐가 그렇게 힘들었다고.”
─야. 다른 건 생각 못 해? 너 싸울 때마다 혹여나 죽을까 봐 내가 연산 보조를 얼마나 열심히 해줬는데!
타마모가 나한테 손가락질했다.
─나 아니었으면 너 벌써 죽었어! 그거 알아?!
“네가 그때 돕지 않았다면 너도 죽었겠지.”
─야, 나는 이미 죽은 몸이거든?
“죽은 사람치고는 생각보다 자유롭게 활동하는 주제에. 그러면 너 유부 더 못 먹고 나랑 같이 영혼째로 소멸할 생각이었어?”
─이제 진짜 한마디를 안 지려고 달려드네?
타마모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 표정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의 동반자가 되고 말았다.
“그래, 내가 졌다. 졌어.”
나는 패배를 시인했다.
하고 싶은 말도 많고, 할 수 있는 말도 많았지만 굳이 말했다가 삐지면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흥. 그걸 이제야 인정하는 거야?
“네 실력은 원래부터 인정했어.”
다만, 그걸 입으로 말하는 건 조금 그렇지.
─그게 인정하는 사람의 태도야?!
타마모가 한소리 했다.
아오, 듣기 싫어라. 나는 귀를 막으며 길을 걸었다.
─어쭈 귀를 막는다 이거지?
물론 귀를 막는다고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타마모의 말은 육성으로 내뱉는 것보다 마음으로 얘기하는 것이 더 올바른 표현이었다. 그야 타마모는 성대가 없으니까.
귀를 막는다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아니다.
대신, 그녀를 자극할 수는 있었다.
─아주 그냥 미칠 때까지 노래를 부르면 되려나?
잘 때도 노래 부르는 되겠지?
어차피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으니까 고성방가도 아니잖아.
루나가 없는 지금, 그녀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잘못 건드렸나?’
생각이 들었지만 밝은 표정의 타마모를 보면 잘 건드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표독스러운 외모나 첫인상과 다르게 은근히 사람에게 정을 떼지 못하는 성격이었으니까.
루나가 제 갈 길을 가자 타마모는 생각보다 분위기가 많이 어두워졌다. 뭐, 그렇다고 엄청나게 어두워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밝은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놓인다.
‘그래, 너도 나처럼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야지.’
나는 그녀가 나처럼 짐을 내려놓기를 바랐다.
죽었으면 좀 가볍게 살 것이지. 뭔 돌을 가슴에 올려놓는데.
“노래 불러도 상관없는데 좀 적당히 해라.”
그리고 굳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밤에 노래 부른다고 나한테 피해가 올 일은 없었다.
한 달 중 자는 날보다 안 자는 날이 훨씬 많으니까.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 * *
이 세계에 귀환하고 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분 단위, 초 단위의 시간도 아끼면서 살던 탓인가?
평화롭고 잔잔한 삶은 손 틈으로 새는 모래알처럼 흘러내렸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생명이 피어나는 계절. 봄이 찾아왔다.
내 학생들은 2학년이 되었고, 칠성 아카데미는 신입생을 받으며 그 어렸던 아이들은 어엿한 선배가 되었다.
“교수 때려치웁니다.”
“너…… 신분상으로는 아직 조교인데?”
“조교도 때려치웁니다.”
나는 당당하게 사표를 냈다.
미래에 찾아올 재앙을 막기 위해 미친 듯이 연구했는데, 그 재앙을 미리 제거한 지금 굳이 아카데미에 남을 이유가 없었다.
“가주 자리 반납한다. 누나랑 둘이서 누가 맡을지 정해라.”
“오, 오빠?”
“갑자기 찾아와서는 이렇게 자기 할 말만 하고 간다고? 야, 너 어디가? 거기 안 서?!”
천호백가의 가주 자리도 때려치웠다.
처음 이 가문에 대해서 떠올렸을 적에는 꼬리 열 개의 천호가 되는 것이 목표였는데, 결국 구미호에서 그쳤다.
사실 천호가 되기 직전의 벽에 맞닥뜨린 상태였다.
아마 내가 인간을 넘어서기 위해 마음먹는다면, 어렵지 않게 천호가 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사는 건 좀 어때?”
백발의 여인이 내게 물었다.
자수정처럼 아름다운 눈길이 나를 향했다.
“뭐 그냥 그렇지. 돈도 많고, 시간도 많으니까. 그냥 아이들 놀아주고 있어.”
“네 아이들. 너희 부모님께 언제 보여드리려고 그래?”
“……글쎄다. 진짜 모르겠는데.”
나는 고민스러운 눈으로 이브를 쳐다봤다.
공간 마법을 대성하고, 시스템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게 된 순간부터 나는 고향과 이 세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마음만 먹는다면 내가 슬하에 들인 아이들을 부모님에게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아니, 그게 좀 쉬워야지.
“부모님하고 대화해 본 기억도 많지 않은데, 갑자기 자식 보여드리면 놀라지 않을까?”
나는 능력 있는 아들이었지만, 결코 효자는 아니었다.
5살 때 재능을 인정받아 부모님의 곁을 떠났다.
이후에도 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 대신 많은 돈을. 아주 많은 돈을 보냈지만 그게 효자가 할 짓은 아니지. 내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때.
이브가 작게 웃었다.
“고민되는구나?”
내가 그럴 줄 알고?
“내가 미리 너희 부모님에게 아이들을 보냈지롱~”
이브가 공간을 열었다.
포탈 너머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야, 이……!”
드물게 흥분한 모습을 보이자 이브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화내려다 말고 아이들과 부모님이 나를 쳐다보자 나도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 하루는 그렇게 그냥 웃었던 기억밖에 없었다.
물론, 이브에게 지금까지 쌓아둔 것은 주먹 한 방으로 제대로 전부 해결했다. 정말 평화로운 하루였다.
完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조하르입니다.
사실 이렇게 마지막 말을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무언가를 끝맺었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거든요.
사실 이 작품은 준비하면서도 쓰면서도 이래저래 일이 많았습니다.
그야 이 작품은 제 첫 작품이자, 성인이 되면서 찍어낸 첫 발자국이었거든요.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점차 불안감이 치밀더군요.
내가 제대로 전개하고 있는 것은 맞나?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확실하게 선을 긋고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러다가 계획 중인 구상과 전혀 다른 노선을 타게 됐고, 이야기가 점차 늘어지면서 머릿속에 점점 꼬이더라고요.
창작이라는 게 여간 쉽지 않다는 것을 처음 느꼈습니다.
그렇게 슬럼프라는 것을 처음으로 겪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 자랑이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 한 첫 자랑이 카카오페이지에 글을 쓰는 작가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게 자랑스러웠던 게 어느 순간부터 아픈 손가락이 되더군요. 뭔가 마음대로 잘 안 풀릴 때마다 우울했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글을 쓸 때마다 즐기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뭘 해도 좋더라고요.
앞으로도 글은 계속 쓸 것입니다.
작가의 삶이 영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감했지만, 다른 방도가 없더군요. 슬럼프 덕분에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걸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언젠가는 다른 작품으로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그것이 제 예상보다 훨씬 빠를지 훨씬 느릴지는 모르겠지만요.
언젠가 여러분이 제 필명을 어디선가 보게 되신다면 그때는 아마 본 작품보다는 훨씬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또 잘 부탁드립니다.
뭔가 서두도 내용도 난잡하지만, 그만큼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았다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동안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사랑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