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41화(4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41화
세상에 좋은 조는 없다(1)
“……왜 하필 네가 내 앞에.”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걸? 왜 당신 따위가 내 시야에 들어오는 거야?”
나는 머릿속에 두통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은 학생을 만나고 말았다.
이사벨 시리우스, 주인공의 여러 히로인들 중 한 명이자.
‘백승우의 전 약혼녀.’
원작에서 백승우가 단순한 엑스트라 단역으로 등장할 때, 주인공과 마찰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주인공과 엮이는 히로인이다.
단순히 보호받기만 하는 히로인이 아니라, 뛰어난 마법 실력을 바탕으로 주인공에게 여러 원조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단한 것은 가문의 힘이다.
‘그녀의 성씨에도 적혀 있는 시리우스 가문. 내 기억이 맞는다면, 거기도 우리와 같은 구천세가였지.’
구천세가의 일각을 차지하는 대가문, 시리우스(Sirius).
천랑성(天狼星)의 이름에서 따온 만큼 천랑으로부터 비롯됐으며, 영국에 둥지를 틀어 나라를 주무르는 가문이다.
이사벨은 그 시리우스에서도 장녀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사실 위치를 고려한다면, 약혼할 만한 관계는 아니었지.’
소가주 시절의 백승우와 마찬가지로, 이사벨 또한 장녀로 정통한 후계자의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살 어린 남동생이 있다고는 하지만.
만일 그녀가 후계자로 낙점된다면, 약혼은 큰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했다.
각 가문의 며느리나 데릴사위로 들이는 것도 아니고.
부부가 각각 구천세가의 가주다?
그렇게 된다면 아홉 가문이 서로 대립하며 맞추던 힘의 균형이 깨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때문인지 몇 년도 전에 폭언과 폭행을 빌미로 파혼했다.
“그나저나 오랜만이군. 신수가 훤하네.”
“하, 지금 놀리는 거야? 내가 당신과 파혼한 이래로, 열병을 앓는 소녀마냥 골골대고 있을 줄 알았으면 큰 착각이야.”
“난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았다만.”
나는 백승우와 이사벨 사이에 얽힌 이야기에 대해 모른다.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능력 있는 마법사이자 내 전 약혼녀라는 것 정도다.
때문에 최대한 좋은 말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녀의 반응은 하나같이 날이 서 있었다.
“……그나저나 여기는 왜 왔지?”
“난 학생이니까. 당연히 교사들의 면면을 확인하러 온 것이 당연하지 않겠어? 내가 설마 당신을 보러 왔을 거라고 생각해?”
“아니면 됐다.”
참 대화하기 어렵다.
내가 모르는 과거의 백승우를 알고 있는 사람.
심지어는 백승우의 피해자들 중 한 명이지 않던가.
그렇기에 내가 그녀를 껄끄러워하는 것처럼, 그녀도 나를 껄끄러워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화가 끊길 때마다 그녀는 내게 말을 걸었다.
“당신, 학생들은 어떤 기준으로 뽑을 거야? 스캐빈저처럼 남은 학생들을 받을 생각은 아니겠지?”
“그야 공격대의 구성대로…….”
“그것들을 동시에 가르칠 여력은 되고?”
“될 때까지 해보는 거지.”
“하, 그 뻔뻔함은 여전하네.”
대화가 끊기지 않는다.
계속되는 질문에 의문이 들었다.
얘 혹시 나한테 관심 있나?
아니, 그럴 일은 없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쁜 감정으로 파혼한 약혼자에게 그런 마음은 없을 테니까.
나는 그녀가 제 갈 길을 가길 바라며,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그래서 지금 남은 자리는 몇 개야?”
“4명은 골랐다. 이제 지휘관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학생과 후방에서 화력 지원을 해줄 마법사만 남았다.”
“조건이 너무 까다롭지 않아?”
그녀의 말마따나 까다로운 포지션들만 남았다.
조의 지휘를 담당할 헤드와 조의 화력과 파괴력을 도맡는 캐스터.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골치가 아픈 것은 헤드다.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소프트웨어가 그만저만하면 하드웨어가 제 기능을 발휘하겠는가.
전술과 지휘 정도는 내가 가르쳐 줄 수 있지만, 내가 가르쳐 줄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특히 카리스마와 담력이 그렇다.
“지금 무슨 생각하는 중이야.”
“……지휘관을 맡을 인재가 없어서 고민이야. 몸이 뛰어나도, 머리가 부족하면 몸이 고생하는 법이니까.”
“하긴 팀이나 조 단위의 집단에서 우두머리의 능력은 중요하지.”
마음 같아서는 내가 지휘를 맡고 싶지만.
나는 학생이 아니라 조교.
심지어 이들에게 가르침을 줘야 하는 교사이다.
내 역할은 어디까지나 조언에 지나지 않을 뿐. 그 이상 간섭하게 될 경우에는 가르침이 아니게 된다.
“……그러면 내가 해줄까?”
“뭐라고?”
놀란 눈치로 이사벨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는 나와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뭐야, 얘 진짜로 나한테 관심 있었던 건가.
순간 머릿속으로 여러 시나리오가 스쳤다.
눈물을 머금고 양가의 어른들 때문에 파혼되는 비극적인 연인 관계.
아니면 서로를 위해 마음을 다잡았는데, 갑자기 얼굴을 대면해서 떨리는 막 그런 건가.
“착각하지 말아줄래. 난 당신이 원해서, 헤드를 한 게 아니거든.”
“……그래, 고맙다.”
“역겨운 소리 하지 마. 나는 그저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내 머리 위에 있는 것이 싫을 뿐이니까.”
아, 그건 아닌가.
하긴 아무리 여기가 소설 속 세상이라지만, 이 세계의 중심은 내가 아니다.
난 그저 널리고 널린 엑스트라 악역 중에서, 묘하게 스펙이 좋을 뿐이다.
난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곰곰이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파혼한 약혼자의 밑으로 들어갈 약혼녀는 없어.
그것도 약혼자의 폭언과 폭행 따위로 파혼된 관계라면 더더욱.
그렇다면 어째서 이사벨은 내 밑에 있기를 희망한 걸까.
생각할수록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사벨과 백승우 사이의 관계는 물론, 이사벨에 관한 정보까지.
‘혹시 둘 사이에 숨겨진 비사라도 있던 걸까?’
이브는 내게 세세한 설정까지는 말해준 적이 없다.
둘 사이에 일어난 자잘한 다툼 정도는 말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 잊어버린 지 오래다.
……아, 도저히 안 되겠다.
정보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하는 수 없지.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화에서 정보를 잡아내는 수밖에.
“그리고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야. 난 당신이 그럴듯한 교사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내 가르침도 받지 않을 셈이냐?”
“아무리 당신이 싫어도, 그게 내가 칠성의 커리큘럼까지 거절할 이유가 되진 않잖아.”
아무래도 내게 대하는 태도와 다르게 착실한 성격인 모양이다.
그만큼 백승우가 그녀에게 나쁜 짓을 저질렀다는 뜻이겠지.
정말이지,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과오를 책임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다.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도 그렇고.
차라리 내가 저질렀다면 모를까.
나도 모르는 업보를 왜 내가 받아야 하는 거냔 말이다.
‘이래서야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쉽지 않겠어.’
어차피 내 밑에서 수학하는 학생이 된다면, 정보를 얻을 기회는 넘친다.
지금은 이사벨과의 대화에 집중해야겠다.
“당신의 가르침은 받을 거야. 물론 그 내용이 형편없는 것투성이라면, 방과 후에 혼자서 자습할 테니 잘 알아둬.”
“그래, 네가 인정할 만한 것들을 준비해 둘게.”
나는 그녀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빡세게 가르칠 예정이다.
이사벨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그녀와의 관계를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해야 된다.
내 경험과 노하우가 담긴 지식은 분명 그녀의 지휘 능력에 크게 일조하겠지.
그렇다면 그녀는 내가 싫더라도 내게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그사이 그녀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전부 캐치해야겠지.
이사벨과 백승우 사이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들을 시작으로.
그녀의 성향이나, 시리우스 가문에 관한 정보.
나아가서는 어릴 적 백승우에 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으면 최고다.
그도 그럴 게, 백승우에 관한 얘기는 내가 이 몸에 빙의한 시점부터 얻을 수 없게 된 귀중한 정보다. 소설을 읽지도 않고 이브의 언급을 어렴풋이 기억하고만 있는 내게는 정보가 절실했다.
때문에 나는 최대한 그녀와의 대화를 좋게 유지하려 노력했다.
“……하, 진짜 어떻게 말 한마디를 안 지려고 하지?”
“그게 내 매력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는걸.”
“…….”
물론, 가끔 노력이 과다해서 일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더 이상 말을 섞으면 안 되겠다 판단한 이사벨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아이들이 있는 무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답답했던 분위기가 사라져,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숨을 크게 들이쉰 나는 좌중을 훑었다.
‘남은 마법사가 누가 있지?’
남은 학생들 중 알짜배기는 없었다.
전부 마법을 담당하는 교수들, 그중에서도 특히 천재들은 전원 남화연의 산하에 있었다.
뭐, 캐스터 포지션은 대충 뽑아도 되려나.
좀 아쉽지만 눈에 차는 인재는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헤드를 맡은 이사벨이 마법으로는 1학년 중에서 절대로 꿀리지 않는 재능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그 경우, 헤드와 동시에 캐스터의 역할을 일부분 떠맡게 되니 이사벨의 부담이 늘어나도, 캐스터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그 부분은 내가 속성으로 가르치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이었다.
“……뭐야?”
학생들의 무리에 다가가는데 한기가 느껴졌다.
나를 쳐다보는 학생들의 싸늘한 시선 때문이 아니다.
그런 것보다는 마치 한겨울에 창문을 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느낌 따위가 아니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몸이 차갑게 식는다.
이상한 일이다.
혈관이 양기로 틀어 막혀 체온이 높은 편인 나조차도 춥다고 느껴 버렸다.
하아아, 입김을 내뿜자 하얀 연기가 나왔다.
비정상적인 온도.
그 중심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설마 저 아이가……?’
소녀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학생들은 춥다며, 그녀의 곁을 기피했다.
나는 그녀가 이 한기의 원흉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이토록 싸늘한 온도에도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서 있었다.
오히려 이 한기가 익숙하다는 눈치였다.
문득 호기심이 들어, 그녀에게 말을 걸며 손을 뻗으려는 순간.
‘……차갑네.’
다가가는 것만으로 손이 저릿했다.
정전기 같은 것이 아니다.
추운 겨울에 동상을 입기 전에 느끼는 감각과 비슷하다.
아마 이 이상 다가가면, 살이 에일 정도의 고통이 느껴지겠지.
특성인지 체질인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흥미로운 능력임은 틀림없다.
나는 호기심을 느끼며 말했다.
“자기소개를 해줄 수 있을까?”
“아이시스 워커. 가족은 없고, 친구도 없어. 특기는 뭐든 얼리는 것. 장점도 얼리는 것이려나. 이외에 더 궁금한 점 있어?”
“……너 어디 생도 출신이니?”
왜 이렇게 말투가 딱딱해.
몸만 차가운 것이 아니라, 여러모로 차가운 소녀였다.
느껴지는 마력이나 기세로 보아하니, 실력과 잠재 능력은 있어 보이는데.
왜 다른 교수나 조교들이 먼저 데려가지 않았는지 알 것 같다.
학생을 가르치는 데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학생이 가르침을 어디까지 소화할 수 있느냐다.
이건 인격적인 문제나 마음가짐과 연관되어 있다.
상대가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가장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면 선뜻 가르치기 어렵다.
뭐, 내 경우에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생각해 둔 포지션. 그러니까 역할이 있니?”
“내 역할군이라면 명확해. 적의 발목을 얼리고, 원거리에서 얼음을 퍼붓는 것이지.”
“어…… 그러니까, 마법사란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지?”
“방금 한 말이 그 말인데.”
“…….”
얘를 조에 넣어도 되려나.
그런 고민을 제자리에서 10분은 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