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6)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46화(46/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46화
아카데미 괴담(1)
심야의 아카데미는 밝다.
어느 학교가 그렇지 않겠냐만, 공부하는 학생들과 연구를 진행하는 교수들과 조교들의 방에는 불이 꺼지는 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부지 외곽으로 나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거 완전히 시골인데? 포장된 도로도 없어, 가로등도 없어. 아예 사람의 흔적이 존재하질 않네.”
“여긴 사냥학 시간 때, 참여형 강의를 진행하는 용도로 쓰이는 곳이야. 그 반응을 보아하니, 너희 반은 아직 안 했구나.”
이지가 두리번거렸다.
문명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들판.
칠성 부지 내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처음 봤다.
칠성에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위해, 다양한 환경이 구성되어 있다고는 들었다.
그러나 그런 곳들은 대부분 학생이 혼자서 발을 들이기 어렵다.
사람의 흔적이 드문, 이런 곳은 쉽게 조난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 얘들아. 떠들지 말고, 다들 사전에 챙기기로 한 물건은 다들 챙겨왔지?”
애들끼리 떠드는 것도 잠시, 나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사전에 챙기기로 한 물건들을 꺼냈다.
생수나 손전등, 만약을 대비한 호신용 무기들이 각각의 가방에서 나왔다, 이지와 서예린, 성연화는 각각 수련용으로 칠성에서 지급하는 특제 합성수지로 만든 손도끼, 장창, 도검. 쉽게 말해서 플라스틱 재질 무기들을 챙겼다.
노유라는 고무탄을 가득 채운 권총을, 이사벨는 빈손으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시스는──
“─넌 어디 전쟁 나가니?”
“음, 귀신이 언제 어디서 습격할지도 모르니까. 무장은 단단하게 준비했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지 않나……?”
아이시스는 필요 이상으로 무장했다.
손에는 마법을 증폭시키는 나무 지팡이가 들려있었다.
비상시에는 둔기로써의 역할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지팡이였지만, 그녀의 안전과민증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허리를 숙여서 뽑을 수 있도록, 허벅지 홀스터에 권총 두 자루.
교복 곳곳에는 군용 대검이 납검되어 있었다.
심지어는 연막탄이나 섬광탄으로 보이는 것들이 허리춤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화룡점정으로 주머니에는 위장 크림의 뚜껑이 보였다.
저건 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
“왜 그렇게 쳐다봐? 혹시 내가 뭔가 잘못했어?”
“……준비를 너무 과하게 하지 않았나 싶어서.”
“그 정도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응, 지금 당장 던전에 들어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차림인걸.”
내 대답에 아이시스가 제 몸을 훑어봤다.
몸 곳곳에 장비한 무기들을 보고는 의아하게 말했다.
“러시아에서는 다들 이러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하.”
드디어 의문이 해결됐다.
조국이 불곰국이면 이해가 간다.
온몸을 무기로 치장하는 정도야, 위스키로 체온 조절을 하고 불곰을 강아지처럼 기르는 나라에서는 소녀다운 행동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저 정도로 중무장을 했으면, 방독면은 챙길 법도 하거늘.
왜 위장크림은 챙겼으면서, 방독면은 챙기지 않은 걸까.
“그나저나 방독면은 없어?”
“방독면, 그게 왜 필요한데? 나한테 도움이 되는 물건이야?”
“도움이야 당연히 되지. 정화 마법이 걸린 방독면은 호흡기로 침투하는 화학 무기나 독가스에 저항할 수 있으니까.”
독가스나 화학 무기야 서포터의 정화 능력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위장크림까지 준비하는 저 치밀함이라면, 방독면 하나쯤은 구비해 둘 법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 의문에 아이시스가 답했다.
“가스는 얼리면 되니까.”
파스슥, 그녀의 손 위로 새하얀 서리가 끼었다.
그와 동시에 사방으로 퍼진 살갗을 찌르는 한기.
이에 깜짝 놀란 학생들은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아이시스의 손과 마력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던 나조차, 극저온의 한기에 순간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들인 마력량에 비해, 엄청나게 추운 한기가 몰아쳤다.
어찌나 추운지 들판 위의 잡초가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예상을 뛰어넘은 엄청난 효율성.
과연 이름 없는 엑스트라라도 칠성은 칠성이라는 건가.
‘재능은 확실하네.’
주연들에게는 못 미치겠지만, 나름의 영역에서는 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재능이다.
갈고 닦으면 분명 찬란하게 피어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내가 맡은 역할과 오늘의 담력 훈련이 무겁게 느껴진다.
내 역할은 단순히 지도 교사로서 가르침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녀석들이 정해진 시나리오에 저항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잘 성장한다면 눈앞의 하룻강아지들이 주인공을 대신해 빌런들과 대적할 수도 있겠지.
이건 그를 위한 첫 행동이다.
첫걸음을 내딛거나, 첫 단추를 꿰매는 등의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녀석들이 위기나 공포와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고, 어떻게 단합할 것인지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열심히 해야지.
“그렇겠네. 그 정도라면 방독면이 필요할 일은 없겠네.”
“응, 얼리는 건 내 전문이야. 살포하는 형태의 무기나 가스는 내게 피해를 줄 수 없어.”
“그래도 조원들과 함께 행동할 때는, 함부로 한기를 내뿜어서는 안 돼.”
“어, 그런 거야?”
그야 당연하지. 뭘, 물어보고 있어.
아이시스의 한기는 한겨울에 맨몸으로 전쟁에 차출된 나조차 살이 에는 고통이 느껴질 정도다.
나도 이런데, 하물며 이런 자극에 익숙하지 않을 학생들은 어떻겠냐.
뚜두둑, 뻣뻣한 목각인형이 고개를 돌리는 것처럼 그녀가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손을 문지르며 추위를 달래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이 눈에 들어온 아이시스의 눈동자에 당황이 깃든다.
아무래도 본인의 한기가 상대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몰랐던 모양이다.
“러, 러시아에서는 아무도 춥다고 안 했는데…….”
또다시 언급된 그곳.
아니, 러시아는 무슨 초인들만 사는 국가도 아니고, 얘는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란 거야?
묻고 싶은 마음을 굴뚝같지만 입을 다물었다.
내가 아니라, 애들이 먼저 물어봤기 때문이다.
“헤에, 그러면 러시아 사람들은 그 정도 한기를 견딜 수 있는 거야?”
“음…… 적어도 내가 봐온 사람들은 대부분 그랬어.”
“신기하다. 환경과 문화가 달라서 그런가.”
“내가 보기엔 환경과 문화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애들끼리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확실히 전에 봤을 때보다는 풀어진 분위기.
이것만으로 담력 훈련을 준비한 가치는 충분했다.
그래도 담력 훈련인 만큼,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야지.
“자, 안으로 들어가자.”
난 학생들을 인솔하며 협곡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서울 게 없는 힘찬 발걸음에는 흙바닥을 밟는 일곱 명의 발소리가 선명히 들렸다.
* * *
저벅저벅.
사람들의 발소리가 심야의 계곡에 퍼졌다.
곤충들도 울지 않을 야심한 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소리에 커다란 눈동자가 어둠 속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거 생각보다 본격적인데. 진짜로 귀신 튀어나오는 거 아니야?”
“서, 선생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하하, 이지야. 너는 사내새끼란 놈이 귀신을 무서워하고 있냐.”
“제, 제가 귀신 따위를 무서워할 리가 없잖아요.”
‘그것’은 어둠을 풀어헤치는 커다란 두 눈을 크게 껌뻑였다.
거리가 있어서 그런가, 상대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다.
이에 사방을 훑으며 바짝 경계했다.
설마, 그 괴물이 오두막에서 내려온 건 아닐까.
사람의 형상을 했음에도, 자신보다 거대한 마물을 맨손으로 사정없이 찢어발기는 인두겁의 괴물. 그건 마주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피로감을 느낄 정도였다.
“…….”
그런데 그것치고는 발소리가 약했다.
분명 타이거라는 이름이었나. 딱 한 번 본 것에 불과하지만, 그녀의 체구는 범상치 않았다.
그에 반해, 지금 계곡에 온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체구가 작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안심이다.
그 괴물은 어떻게 못 하겠지만, 학생들 정도야 겁을 주는 것으로 어렵지 않게 쫓아낼 수 있다. ‘그것’은 학생들을 놀래주기 전, 멀리서 한번 염탐을 하기로 했다.
혹시 모를 변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었는데.
“……?”
무언가 이상했다.
……바, 발소리가 하나가 아니다.
느껴지는 인기척은 일곱 명.
그러나 발소리는 여섯 명에게서만 들린다.
뭐지, 무슨 일이지?
‘그것’은 커다란 두 눈을 껌뻑이며, 제 귀와 눈을 의심했다.
어느 한쪽이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된 걸까.
아무리 의심해도 들리는 것은 여섯 명, 느껴지는 것은 일곱 명이다.
“……!”
해서 ‘그것’은 안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세세히 훑어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답은 간단하게 나왔다.
침입자는 일곱 명.
그중 여섯은 교복을 입고 있었고, 나머지 한 명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이질적인 복장에 눈살을 찌푸리자, 무언가 많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선 정장을 입은 사내의 등과 머리 위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극한까지 확장된 ‘그것’의 시력과 시야는 능히 신비(神祕)를 파헤치는데 특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내의 이질적인 무언가는 커다란 눈으로 아무리 훑어봐도 보이질 않았다. 마치 그의 숨겨진 무언가가 어두운 주변 환경과 동화한 것처럼 보였다.
“…….”
하는 수 없이 안력을 더욱 키웠다.
슬슬 커다란 두 눈에 부담이 가기 시작했지만, 변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정보 수집은 필수였다.
그래서 눈에서 피눈물을 뚝뚝 흘리며, 사내의 머리와 등에 시선을 고정하자.
“……!”
베일이 들춰졌다.
그것들은 복슬복슬한 형태로, 사내가 가진 신체의 연장선으로 보였다.
그런데 질감으로 보아하니, 짐승의 털.
그것도 검은 여우의 것으로 보였다.
“……여우, 검은 여우.”
검은색과 여우. 특이한 조합이었다.
평소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어째 저 여우를 본 순간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의 출입을 허락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희미한 불안감만으로 행동하기에는 충분했다.
움직이기로 결심한 ‘그것’은 몸을 번쩍 일으켰다.
여태까지 이 자리에서 움직인 적은 없었다. 설령 움직이더라도, 제자리에서 상대를 놀려 도망치는 것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다르다.
저 여우는 지금 확실하게 퇴치해야 될 것만 같았다.
근거는 없었다. ‘그것’은 그저 본능적으로 사내에게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나마 근거를 들라면 발소리 정도가 있으려나.
사내의 발소리는 음소거를 한 것마냥 들리지 않았다.
극한까지 훈련한 암살자의 걸음걸이가 저럴까.
‘그것’은 암살자를 본 적이 없음에도, 불현듯 암살자를 연상했다.
“──계곡 사이요? 거기라면 20분 정도 더 걸어야 할걸요.”
“잘 알고 있네. 아카데미 부지 지리에 관심이 많나 봐.”
“그야 이런 특이한 소재에 관한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SNS에서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거든요.”
시끌벅적 떠드는 소리.
그 소리에 묻혀, 발소리는 희미하게 들릴 따름이었다.
이에 슬며시 스며든 ‘그것’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터벅터벅.
흙을 밟는 소리에 조그마한 발자국이 덧붙었다.
어느새 일행의 발소리는 여섯에서 일곱으로 늘었다.
인원수가 일곱이니,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