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7)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47화(47/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47화
아카데미 괴담(2)
“이거 생각보다 본격적인데. 진짜로 귀신 튀어나오는 거 아니야?”
“서, 선생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하하, 이지야. 너는 사내새끼란 놈이 귀신을 무서워하고 있냐.”
“제, 제가 귀신 따위를 무서워할 리가 없잖아요.”
나는 선두에 서서 길을 나섰다.
간단한 보안이 있어서 내 조교 신분증으로 인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여긴 진짜 괴담이 돌 만하네.
야심한 시간의 계곡이라 사람의 인기척은 물론, 들짐승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더 신기한 것은 바람 소리조차 귀에 잡히지 않는다.
들리는 것은 오직 우리들의 발소리와 계곡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뿐이다.
“진짜 음산하네. 유라야, 소문의 장소까지 가려면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는지 아냐?”
나는 노유라에게 거리를 물었다.
평소 SNS를 활발히 하는 한창때의 소녀 아니랄까 봐, 유라는 술술 대답했다.
“협곡과 계곡 사이요? 거기라면 20분 정도 더 걸어야 할걸요.”
“잘 알고 있네. 아카데미 부지 지리에 관심이 많나 봐.”
“그야 이런 특이한 소재에 관한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SNS에서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거든요.”
“……아, 그래.”
유라의 말에 공감하기 힘들었다.
워낙, 현대 문명과는 거리가 있는 전장에서 살아와서 그런가.
SNS를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 시간 낭비를 왜 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뭐예요. 그 미적지근한 반응은.”
“그냥 새삼 내가 늙었구나 싶어서.”
“조교님은 아직 한창 젊거든요? 방금 그 말 우리 아빠 앞에서 했으면 한 대 맞으셨을지도 몰라요.”
나는 유라의 말에 대충 맞장구치고 정면을 바라봤다.
슬슬 계곡을 지나, 협곡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거의 다 왔으니 속도를 높이고, 기감을 끌어올리려 했는데.
뭐지 이 기묘한 느낌은?
‘인기척? 아니, 그런 것치고는 지나치게 희미한데.’
지근거리에 생명체의 흔적이 느껴졌다.
학생들의 것은 아니고, 그 외의 흔적인데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의 흔적이라 보기에는 지나치게 희미했다.
암살자도 이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그림자에 가까운 느낌이려나.
여기서 ‘그림자’란, 암살자나 특정 집단 내지는 인물을 뜻하는 은어가 아니다. 말 그대로 그림자를 말하는 거다.
‘당연히 사람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그림자처럼. 지극히 자연스럽게 주변과 동화되어 느껴지는 기척이야.’
혹시나 싶은 마음에 입을 열었다.
낮고 진중한 음색으로 읊조렸다.
“모두 정지.”
“갑자기 왜 멈추시라는 건지…….”
“조교님이 멈추라면, 이유가 다 있겠지. 그냥 가만히 있어 봐.”
“……그런데 왜 정지하라는 거지?”
내 말에 모두가 일단 걸음을 멈췄다.
갑작스러운 명령에 이지가 의문을 품었으나, 노유라의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다른 학생들은 기감이나 마력을 이용한 인공 감각을 사방으로 퍼뜨렸다.
그러나 별 소득은 없었다.
나는 눈가를 날카롭게 좁히며, 계속 가자고 했다.
그러나 걷는 와중에도 희미한 흔적은 계속 느껴졌고, 일행은 몇 번이고 멈췄다. 꼼꼼한 것은 좋지만, 별다른 위협이 없음에도 상황이 반복되자 학생들은 귀찮음을 호소했다.
특히 이지가 그랬다.
“저 선생님, 너무 예민하신 것 아니에요? 이게 벌써 몇 번째예요.”
“……이상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애초에 귀신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마물이면 모를까, 귀신이라니 무슨 뚱딴지같은 괴담이야.”
목을 스치는 나뭇잎이나 나뭇가지에 소스라치게 놀라던 모습이 방금 전임에도 팔짱을 끼며 한껏 허세를 부리는 이지. 저러다가 진짜로 귀신이 나오면 재미있겠다.
바로 그때 노유라가 이지의 뒤를 가리켰다.
“어라. 저기 나뭇가지가 흔들리는데?”
“하, 내가 그런 수작에 또 당해줄 것 같아.”
“으음, 이번에는 진짜로 뒤를 봐봐.”
살갗에서 느껴지는 한기만큼이나 차가운 인상의 아이시스가 그렇게 말하자, 이지는 또 한 번 속는 셈 치며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진짜로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도 비정상적인 속도로.
오늘따라 초봄의 서늘한 바람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나뭇가지가 저렇게 흔들릴 정도로 센 바람이 불지는 않는다.
누가 부지 내에서 마법을 사용했냐고 의심할 수도 없었다.
이곳에 있는 것은 우리가 유일하니까.
눈을 희번덕이자, 붉은 동공이 자색으로 물들며 흑백으로 물든 세상을 관조했다. 인위적인 마력의 유동성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는 저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이 스킬이나 마법의 영향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이게 말이 되는 걸까.
싶은 바로 그 순간.
─쿵!
무언가가 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지 않은 소리였지만, 한껏 긴장한 이지는 화들짝 놀랐다.
“무, 무슨 소리야……?!”
“……조교님, 진짜로 귀신이 있는 것은 아니겠죠?”
“와, 저 귀신 처음 봐요! 꼭 사진 찌꼬 시퍼요!”
이쯤 되자 불가사의 속 괴담이 실화가 아닐까 싶은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읊조렸다.
“……어쩌면 불가사의는 진짜일지도 모르겠네.”
전부터 불가사의라는 단어를 듣고 고민해 봤다.
불가사의(不可思議)나 기기괴괴(奇奇怪怪) 따위의 애매모호한 단어를 어째서 완벽주의적인 성향의 칠성에서 용납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조교로 이곳에 부임한 지 1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사이 이곳 사람들의 대체적인 성향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했다.
교수와 조교, 경비원. 심지어는 환경미화원까지.
칠성의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가 칠성에 근무하고, 소속되었다는 사실의 자긍심을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 모두가 그런 걸까?
세계 5대 아카데미라는 명예 때문인가. 대한민국의 플레이어 업계를 선두 한다는 사명감 때문인가.
그도 아니라면.
‘이 세계의 기본적인 설정이 그렇게 짜여 있는 건가.’
명확한 답은 없었다.
그럼에도 구태여 한 가지 답을 추린다면.
칠성은 주관적으로 보나, 객관적으로 보나 세계적인 교육 시설이었다.
그 누가 이렇게까지 학생들의 교육에 투자하겠는가.
그래서 이곳에 소속된 사람들의 자긍심은 무척이나 투철했다.
마치 왕족에게 충성을 바친 귀족들을 보는 느낌이랄까.
여하튼, 귀족 같은 칠성의 교수들은 결단코 애매한 상황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것은 완벽을 지향하는 그들의 성향에 반하는 것이다.
칠성의 7대 불가사의도 그렇다.
소문의 앞머리에 ‘칠성’이 붙은 이상, 완벽에 민감한 교수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불가사의를 파헤치기 위해, 무엇이든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가사의를 선배의 입으로부터, 신입생들의 귀로 구전되고 있었다.
이제는 소문의 연원이 언제 적인지 아는 것도 쉽지 않다.
‘다른 말로는, 그 긴 시간 동안 칠성의 교수들도 밝혀낸 것이 없다는 뜻이겠지.’
어쩌면 정말로 밝혀낼 가치가 없는 괴담이라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감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만약 아무 가치도 없었다면, 남화연이 알고 있었을 리도 없었겠지.
실체가 드러난 불가사의 같은 시시한 걸 그녀가 구태여 기억하고 있진 않을 것이다.
무언가 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는 것이겠지.
“……뭔가 있다.”
바로 그때였다.
기감이 발달된 자라면 느낄 수 있는 인위적인 느낌.
그걸 가장 먼저 잡아낸 내가 나지막이 읊조리자, 뒤의 학생들도 감각을 예민하고 곤두세웠다.
“서, 선생님 저 놀리려고 그러시는 거 아니죠?”
“야 조교님이 너 하나 놀리려고, 그런 말을 하시겠어. 그리고 너 이 이상한 느낌이 안 느껴져?”
“이, 이상한 느낌이라니.”
“쉿……. 유라야 조용히…….”
하지만 감각을 곤두세운다고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마력으로 감각을 날카롭게 갈고 닦아도, 무엇 하나 느낄 수 없었던 이지는 자신을 놀리는 거냐며 물었다.
그 말에 노유라가 눈매를 날카롭게 좁혔다.
감히 하늘 같은 조교님의 말씀을 의심한 것은 둘째치고, 희미하게 느끼지는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에 적잖은 실망감을 느꼈다.
칠성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전 세계의 엘리트들.
그런데 이런 위화감 하나 잡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지를 깔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물론이고, 다른 학생들과 마법사인 이사벨과 아이시스마저도 눈치챈 기색이었다.
이에 뭐라 말하려던 노유라였으나 서예린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갑자기 왜 자신을 불렀는지 되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왜 불렀는지 단번에 깨달았다.
자신들의 선두에 선 듬직한 조교님.
그의 붉은 눈동자가 보석처럼 반짝였다.
빛에 반사된 자수정처럼 어둠 속에서도 일렁이는 광채는 고요히 수풀 너머를 비춰보고 있었다.
수풀 너머와 일대의 지형지물을 하나하나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매.
그 모습에 노유라는 얼굴을 붉히며 멍하니 쳐다봤다.
바로 그 순간.
─부스럭부스럭!
수풀이 흔들리며, 나뭇가지 따위가 밟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한껏 긴장한 일행이 각자의 무장을 꺼냈다.
아이시스는 한기를 손에 둘렀고, 서예린은 등 뒤의 창에 손을 뻗었다.
성연화가 허리춤의 검을 벼락처럼 재빨리 뽑아 들고, 불쾌하다는 표정의 이사벨은 삼색의 빛을 몸에 둘렀고.
이지는 무서워서 손도끼를 든 손을 벌벌 떨고 있었다.
모두가 무장을 꺼낸 상황.
유일하게 노유라만큼은 무장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첫사랑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사랑하는 이의 진지한 얼굴을 계속 보고 싶다는 사심도 있었지만, 순전히 연모의 감정 때문에 이성을 상실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다만, 조교님의 표정이 어딘가 이상했다.
불꽃을 피우며 대기하는 것도 아니고.
긴장감이나 공포는 1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저 멍한 표정으로, 저런 게 왜 여기 있냐는 듯 수풀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직후였다.
파악, 수풀을 박차고 나온 무언가.
그것이 나옴과 동시에 일행은 태세를 갖추었고, 이지는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아아악!”
남자의 입에서 나왔다고 보기 어려운 고음의 비명 소리.
노유라는 그런 이지가 탐탁지 않았다.
조에 남자라고는 이지 혼자뿐인데, 여자애들은 전부 가만히 있는 상황에서 비명을 지르다니.
뭐, 원체 아담한 체형이라서 그런 부분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실망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노유라가 진정으로 이지에게 실망한 것은 그 이후에 이어지는 행동 때문이었다.
부스럭, 수풀에서 튀어나온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지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날렸고, 심야에 적응된 일행의 눈동자가 수풀 속 생명체를 내려다봤다.
정말 의외의 생물이었다.
“……다람쥐?”
“어머, 귀여워라. 먹이를 찾으려고 이곳저곳을 쏘다니고 있던 건가.”
“그럼 나뭇가지도 다람쥐 때문에……?”
손바닥만 한 크기의 다람쥐.
그것이 수풀 속에서 부스럭거린 생물의 정체였다.
그걸 확인한 순간, 팽팽한 고무줄 같던 긴장감이 탁 풀렸다.
일행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주변을 훑었다.
다람쥐 외에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대신 귀신만큼이나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서, 선생님 귀신은 갔나요?”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뒤로 몸을 날렸던 이지.
그를 본 서예린이 언성을 높였다.
그야 당연했다. 이지가 백승우의 품에 올라탄 것을 본 순간, 그녀의 미간이 좁혀졌다.
입가는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이지는 여전히 그의 품에 새끼 캥거루처럼 매달려 있었고, 다람쥐와 이지를 번갈아 쳐다본 백승우가 말했다.
“……내려와라, 새끼야.”
불쾌해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