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48화(4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48화
아카데미 괴담(3)
담력 훈련을 하기 직전.
노유라는 간단한 무기와 손전등을 챙긴 후, 간단하게 자기를 꾸몄다.
교복은 깔끔하게 다렸고, 방금 막 샤워를 하고 향수도 엄선해 둔 것을 준비했다. 얼굴은 지금 시간이 야밤이기도 하니까, 간단하게 메이크업을 끝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왜 그럴듯한 이벤트가 일어나지 않는 거지?!
준비는 완벽했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봤지만, 조교님은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도 않았다. 설마 전에 조교님에게 손찌검을 해서 그런 건가.
걱정되는 마음에 감정의 표층을 훑었지만, 딱히 그런 기색은 없었다.
그냥 자신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 거다.
아마, 나보다 불가사의의 내막을 밝히는 데에 더 혈안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어쩌지. 좀 더 달라붙어야 되나?’
아무리 사람이 목석이고, 조교와 학생이라는 신분 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리따운 소녀가 달라붙으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남자의 심리다. 그런 의미에서 노유라는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예쁘다. 주관적인 판단을 넘어서,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예쁘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문제는 이 조에 예쁜 애가 노유라 한 명이 아니라는 거다.
묵묵하지만 참한 서예린.
해맑고 활기찬 매력의 성연화.
차가운 인상의 아이시스.
화려하고 고고한 분위기의 이사벨.
다들 예쁜 것은 기본이고, 나름대로의 색깔과 매력이 있었다.
그 탓에 대부분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조교님이 교사의 도리를 저버리고, 얼굴 위주로 뽑았다는 소문도 돌고 있었다. 당연히 뜬소문이다.
‘조교님한테 달라붙을 명분이, 명분이 필요해.’
아무 이유도 없이 막무가내로 달라붙었다간 조교님이 거부할 것이다.
하지만 그럴듯한 명분이 있다면 어떨까.
그래, 예를 들어 귀신으로 착각할 만한 것이 나타나서 깜짝 놀란 나머지 조교님의 품에 들어가는 거다.
그리고 마침 타이밍 좋게 수풀이 흔들렸다.
그녀는 레인저.
일행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지형지물 따위를 파악하는 것은 노유라의 장기다.
수풀이 흔들리자, 머릿속이 재빠르게 돌아갔다.
‘흔들리는 수풀이 너무 작아. 야생 동물 내지는 저위계 마물이겠지.’
던전도 아니고, 아카데미 부지 내에 마물이 있을 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걱정할 만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귀신의 가능성은 처음부터 배제해 두었다.
그녀는 귀신의 존재 따위를 믿지 않는다. 설령 귀신이 있더라도 마물처럼 물리치면 그만이니, 겁도 먹지 않았다.
‘조교님과의 거리는 4m, 조금만 더 좁히고 뛰어들자.’
노유라는 천천히 전진하며, 백승우의 근처로 다가갔다.
마음만 먹으면 금방이라도 품에 안길 수 있는 거리.
체계적인 계획을 세운 그녀는 수풀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옴과 동시에 달려들 심산이었다.
부스럭부스럭.
‘지금이다!’
수풀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발이 움직였다.
목적지는 조교님의 품.
코앞에 당도한 그녀는 무서움에 떠는 얼굴을 가장했다. 타인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특성을 가진 노유라에게 감정을 가장하는 것은 무척이나 쉬운 일이었다.
상황도 분위기도 완벽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무언가가 재빠르게 움직이며 자신을 튕겨내기 전까지는.
“……어?”
뒤로 넘어질 뻔한 노유라는 생각했다.
왜 튕겨 나갔지?
애초에 뭐가 저리 빠르게 움직인 거지?
설마 수풀 속에 있던 생물이 조교님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습격한 건가.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그녀의 시야는 수풀을 빠르게 훑었다.
그런데 거기에 있던 것은 재빠른 마물도 아니고.
“다람쥐……?”
아주 작은 야생 다람쥐.
마력도 마기도 없는 야생 동물이었다.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그녀의 눈이 백승우의 품을 향했다.
그곳에 있는 것은 겁에 질린 채, 벌벌 떠는 이지.
녀석은 조교님의 상체에 달라붙었다.
“……저 녀석이.”
콰드득, 이빨과 이빨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야 상황을 파악했다.
* * *
설마 진짜로 귀신이 있을까 싶어서 한껏 긴장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곳은 이브가 창조한 소설 속 세상.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작가가 설정했다면 뭐든 가능하다.
“……다람쥐?”
그렇기에 다람쥐의 등장은 정말 예상외였다.
뭐지, 귀신은 어디 가고 다람쥐가 튀어나온 거지?
혹시 다람쥐 형태의 마물인가 싶어서 「요마안」을 열고 주의를 살폈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야생 다람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상하다, 분명 이상한 기척을 느꼈다.
고작 다람쥐 따위가 낼 수 있는 기척이 아니었는데.
혹시 미끼인가 싶어서 마력을 넓게 펼쳐봤지만, 감지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편 다람쥐는 딱딱하게 굳은 우리를 보고는 뒷다리를 긁적이고는, 이내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학생들은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만 봤다.
이어서 얘들의 시선이 전부 나를 향했다.
나를 책망하거나, 내 실력을 의심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들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내 품을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으으으……. 이, 이럴 줄 알았으면 오지 말걸……!”
“……내려와라, 새끼야.”
내 품에 코알라처럼 매달린 이지.
나는 녀석에게 내려오라고 말했다.
딱히 무게가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이지의 작은 몸은, 내 근력으로도 충분히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웠다.
아마 일행 중에서는 제일 가볍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무게가 아니다.
남자가 내 품에 올라와, 부들부들 떨고 있다는 그 사실이 무척이나 불편했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저기 유라 좀 봐라.
불쾌하다 못해, 총구를 이지 쪽으로 겨누고 있을 정도였다.
어서 꺼져줬으면 한다. 이러다가 나도 총알에 같이 꿰뚫리겠다.
죽을 거면 혼자서 죽길.
길동무가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서, 선생님 귀신은……?”
“없으니까 내려와라.”
“……정말요?”
“그래, 없으니까 당장 내려와.”
단호한 대답에 이지가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무서운지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 그래도 만약에 있다면…….”
“내가 저 수풀 너머로 던지기 전에 당장 내려와.”
“네, 알겠습니다.”
진짜로 이지를 던지고자, 목덜미 부분을 잡자 녀석이 재빠르게 내려왔다.
녀석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제 꼴이 한심하게 보였다는 걸 알고 있는 눈치다.
그제야 노유라도 총구를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달칵, 무언가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노유라 방아쇠를 당긴 건가 싶은 합리적인 추론이 떠올랐다.
그러나 허무하게도 소리의 진원지는 멋쩍은 표정으로 앞으로 걷는 이지의 발.
그 밑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뭇가지를 밟았다기에는 소리가 너무 둔탁했다.
모두의 머릿속에 불안감이 스칠 즈음.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어두웠던 밤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불꽃을 휘감은 화살과 단검 따위가 우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왜, 아카데미 부지에 함정이 있는 거지?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날아오는 함정 때문에 생각이 끊겼다.
다행히 위험할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다.
그나마 장점이라고는 발사대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 정도려나.
“너무 단순한 함정이라, 맥이 빠지네.”
불화살 따위 날아오는 구시대적인 함정.
일반인이면 모를까, 칠성에 재학 중인 학생이 당할 리가 없다.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전 세계의 엘리트들, 떠오르는 샛별이니까.
“다들 무기를 들어!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도끼 말고 방패를 챙겨올걸!”
“……창을 휘두르기에는 공간이 부족해.”
“제 검으로 어떠케든 해볼게요! 아, 거기 좀 비켜주세요.”
“내가 얼음의 우산을 펼칠게. 다들 내 뒤로 피해.”
“앗, 차가! 발사대를 저격하게, 방해하지 말아줘!”
“다들 적절한 거리를 벌려. 너무 가까워서 아무도 공격을 할 수가 없잖아!”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내 기대가 너무 과했나?
얘들이 이렇게까지 허무하게 당할 줄은 몰랐다.
뭐, 화살에 디코이(Decoy) 마법이 섞여 있어 마법사들의 감각을 교란하거나 빈틈을 교묘하게 노리는 투사체가 위협적이기는 하다만.
“……훈련보다 담력 훈련부터 하길 잘했네.”
다들 자세부터가 엉망이다.
개개인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다.
얘들은 합을 이뤄서 싸우는 방법을 조금도 모르고 있었다.
서로 각자의 공격 때문에 경로가 겹치고, 그 때문에 의도치 않게 빈틈이 여럿 드러났다. 심지어 그걸 여섯 명이 반복하면서 돌아가는 중이다.
진(陣)을 이루기는커녕, 차마 조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칠성은 다들 엘리트라기에 어느 정도 기본은 잡혀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는데, 기대가 완전히 날아갔다.
“차라리 잘됐어.”
기왕 시작하는 거, 처음에는 처참하게 깨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야 내 말을 잘 듣고, 나쁜 버릇도 안 들지.
나는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며 방관하려고 했다.
그런데 화살의 빗줄기가 도저히 줄어들 여지가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거세지면 거세졌지, 줄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이제는 화살에 다양한 마법이 섞이기 시작한 것 같다.
최소 하급 마법으로 추정되는 마법들이 화살을 타고 사방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건 좀 위험하겠네.”
“어서 피해! 조교님도 어서요.”
“내 얼음으로는 한계가 있어!”
화살을 타고 펼쳐지는 마법은 약했다.
그러나 종류가 너무나도 다양해서 대처하기 까다로웠다.
막기에 급급한 학생들은 필사적으로 막으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방해가 돼 제대로 된 방어를 펼치는 것이 불가능했다.
진짜, 뒤에서 바라보던 내 입장에선 오합지졸이 따로 없다.
“잠깐 빌린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던 나는 불꽃의 우산을 만들어 화살을 막고, 성연화의 손에 들려있는 창을 빌렸다.
“아…… 그건 내 창.”
“한 번 쓰고 돌려줄 테니, 잘 봐둬라.”
이 정도 화살이야, [파이로키네시스]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지만.
기왕 판이 깔린 김에 제대로 된 기술을 보여주기로 했다.
이건 학생들에게 소설 속 백승우가 아닌, 군인 백승우의 기술을 선보일 좋은 기회다.
이지야 에프넬의 화원에서 내게 기술을 배우며 신뢰 관계를 쌓았지만, 다른 학생들은 아니다. 이건 학생들에게 신뢰감을 절호의 기회.
내 육체가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휘리릭─!
창이 굽이쳤다.
합성수지로 이루어진 창대가 탄력 있게 휘어지며, 부드럽고 유유히 화살과 단검 따위의 암기들을 흘려냈다.
흘린 방향은 암기들이 날아온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는 지점이었다.
─촤르르르르르!
날아간 암기들은 자신들을 사출한 발사대를 파괴했다.
나는 손에 들린 창을 휘두르며 감각을 다잡았다.
이걸로 발사대는 전부 부쉈다.
‘정말 오랜만에 펼쳤네.’
펼친 것은 내력이 없더라도 펼칠 수 있는 이화접목(移花接木)의 묘리.
유(流)의 극한으로, 깊게 파고듦에 따라 격물유전(擊物流傳)과 깊은 신묘한 묘리로 파생하는 수였다.
‘생각한 것만큼, 잘 안 됐다.’
이런 고차원적인 수법은 쉽게 펼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술과 무예를 비롯해, 전투에 전반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은 자만이 다룰 수 있는 수법이었다.
본래, 나 같은 육체로는 다룰 수 없는 언감생심의 묘리이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사용할 수는 있었다.
다만 육체가 허약한 만큼, 위력도 알고 있던 것보다 약해졌다.
그러나 자라나는 새싹에게 보이기에는 적절한 예시였다.
어때, 보고 느낀 바가 있으려나?
싶어서 고개를 뒤로 돌렸다.
“방금 그거 이화접목 아니에요? 예전에 아부지가 쓰시던 거 봤는데?”
“……응, 맞아. 나도…… 할아버지가 쓰던 거 봤었어.”
마법사가 묘리를 사용했다.
직접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에 성연화와 서예린이 당황스러워했다.
둘은 명문 무가의 여식으로, 어릴 적부터 뛰어난 무예를 여럿 보고 자랐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내 실력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의문을 해결하고자 서예린이 내게 물었다.
“……조교님, 그 연약한 몸으로 어떻게 그걸 펼칠 수 있는 거예요?”
“그냥.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건데.”
“……?!”
내 대답에 서예린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녀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러면 그거. 나도…… 배울 수 있을까요?”
이화접목의 묘리를 가르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본인의 자질이지만, 서예린 정도의 재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아직은 시기상조였다.
기초부터 천천히 가르쳐야 기반이 탄탄해질 테니까.
“가르쳐 주기는 하겠지만, 어려운 걸 가르쳐 줄 계획은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아니, 굳이 가르쳐 줄 거라면…… 전부 가르쳐 줬으면 좋겠어요.”
“전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나도 모르게 반문했다.
가르쳐 줄 수 있는 모든 가르쳐 달라니.
그건 무인으로서의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정식적인 사제관계도 사문관계도 체결하지 않은 상대에게 그런 말을 하는 실례지만.
나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호기심이 들 정도였다.
보통 무인이라 함은 제 스스로의 힘만으로 경지에 다다르기를 원하는 법이다. 그래서 기술을 배우더라도 이론만 알고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데 그녀는 지금 내게 떠먹여 줄 수 있냐고 물어보고 있다.
“아, 그 혹시…… 너무 무례한 부탁이었을까…… 요?”
“딱히 그렇진 않은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내가 교사를 맡는 것은 이번 학기까지다.
그때까지 얘가 전부 배울 수는 있으려나?
무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은 좋지만, 고작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내에 전부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기술 중에는 재능이 아니라, 순전히 노력만을 요구하는 기술도 여럿 있다.
여름 방학할 때까지 그런 기술 두세 개만이라도 배우면 감지덕지고, 하나의 기술을 완벽하게 따라 할 수 있으면 대성공이다.
해서 무리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내 이미지상 그런 말을 해도 좋을 건 없어서 그냥 고개만 끄덕거렸다.
나중에 배우다 보면 알아서 깨닫겠지.
“……잠깐.”
“……?”
아니지, 잠깐만.
생각해 보니 이거 그냥 전부 가르쳐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규적인 커리큘럼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기술 몇 개 가르쳐 주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이번 학기를 넘어서, 졸업하기 전까지 모든 기술을 전수할 각오로 가르친다면 어떨까.
‘이거 되겠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