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51화(5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51화
선생님(1)
워낙 늦은 시간까지 계곡에 있느라, 수면은 고사하고 마법 훈련만 짧게 한 뒤에 교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했다.
진짜 피곤해서 뒤질 것 같다.
이러다가 과로사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으나.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내 몸은 좀 더 혹사할 수 있었다.
“……대본 겨우 다 만들었다. 시간도 널널하니, 20분만 쉬고 책이나 읽어야지.”
“어. 너, 벌써 일 다 끝냈니?”
“네, 다 끝냈습니다.”
일을 다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교무실로 찾아온 남화연과 마주쳤다.
그녀는 내 모니터를 훑어봤다.
그곳에는 완성된 강의 대본이 있었다.
이제 출력만 하면 된다.
“다 했다고? 빠르네, 그런데 오늘은 하나 더 해야 되는 거 알지?”
“아, 7교시 강의의 대본 말씀이십니까. 그거라면 거의 다해가는 중입니다.”
“그래, 그러면 이것도 좀 부탁할게.”
남화연은 자신의 손에 있던 서류 더미를 건넸다.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으나, 손을 뻗어서 서류를 받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서류를 읽었다.
[‘마력 파장의 분포’ 연구 데이터의 합산 및 추산치]첫 페이지의 제목부터 거창하다.
도대체 뭔 서류야, 「마도성」을 이용해 촤르르 훑어보니 깨달았다.
이거 논문 보고서의 초안이잖아.
왜 이걸 나한테 넘기는 거지?
설마 이것도 처리하라고?
“교수님, 이 서류는 도대체 뭡니까.”
“아, 대본 작성하는 김에 그것도 처리하라고.”
빙고, 정답이었다.
당당한 남화연의 말에 돌연 어이가 없어졌다.
나 참, 이런 중요한 서류는 나 같은 신입이 아니라 주요 조교들한테 전달해야 하는 거 아닌가. 강의에도 보조로 따라가는 그런 양반들한테.
“저, 교수님.”
“왜 그러니? 나한테 할 말 있니?”
“이 서류는 제 소관이 아닙니다만.”
내 업무는 어디까지나 남화연의 강의 대본 작성이다.
간혹 그 외의 작업도 하지만, 대부분은 간단한 계산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건 아예 관할 자체가 달랐다.
그래서 그녀에게 그 사실을 전달하고.
정중하게 거절할 생각이었는데.
“해.”
“예?”
“하라고.”
그렇게 대본 작성과 함께, 논문의 초안을 정리하라는 업무를 떠안았다.
나는 머릿속에 두통이 오는 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아니, 이건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 * *
오후부터 내 일정은 자유로웠다.
그렇다고 오전 업무만 하는 것은 아니고, 말 그대로 오후의 업무 일정은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이렇게만 말하면 좋아 보이지만.
“선생님, 다른 조들은 강의실에서 공부한다고 하던데요? 저희는 그런 거 안 하나요.”
“마자요! 저희는 학습지 가튼 거 안 줘요?”
“옆 반의 남궁성진 교수님은 실전 수업으로 담당 학생들의 기량을 끌어올린다고 하더라. 아, 딱히 비교하는 것은 아니었어…….”
차례로 노유라, 성연화, 아이시스의 말이었다.
이 셋은 나한테 계속 이런저런 말을 내뱉었다.
어지간히도 내가 세운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 건 숙제로 내줄 테니, 알아서 해와라. 앞으로도 내 오후에는 오로지 훈련실에서만 진행한다.”
“아, 선생님! 그럴 거면 차라리 수련실이 아니라, 저난이도의 던전에서 진행하면 안 되나요? 그게 차라리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다들 어지간히도 훈련실에서 수업을 진행한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학생들의 의견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내 눈에는 기초도 닦지 않은 햇병아리들로밖에 보이질 않아서 곤란하다.
바로 그때였다.
“거기까지만 해라.”
단호히 말하는 금발의 여학생, 이사벨.
그녀는 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성격이 나쁜 녀석이라지만, 교사는 교사다. 썩어도 학생인 우리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이사벨…….”
예상치 못한 그녀의 원조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얘가 갑자기 왜 이러냐.
“수업에 대한 항의는 한두 번 받아본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 그러나, 수업이 쓰레기 같음에도 구태여 강행한다면 그때는 우리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
그러면 그렇지.
백승우와 질긴 악연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사벨이 순순히 나를 위해 행동하지 않을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냐.
‘난 오늘 하루 만에 너희들을 만족시킬 자신이 있는데.’
모든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을 법한 수업.
나는 그 첫 단추로 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안법(眼法)이란, 말 그대로 눈을 사용해 세상을 보는 법이다.
「요마안」이나 「십리안」처럼 엄청난 능력은 아니지만, 앞으로 내가 가르칠 훈련과 실전 상황에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으로.
학생들의 탄탄한 기반이 되어줄 예정이었지만.
‘이걸 어떻게 가르쳐야 되는지가 문제란 말이지.’
안법의 능력을 쉽게 정의하자면, 안구로 포착하는 찰나의 순간을 사진처럼 찍는 것이다. 사진을 찍으면 자세히 훑어보며 세세한 부분을 잡아낼 수 있는 것처럼, 안법을 익히면 눈앞에 일어나는 모든 순간의 세세한 부분을 포착할 수 있다.
무인이건 마법사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그러나 이걸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
‘나는 대충 감으로 익혀서, 이걸 누구한테 가르칠 처지가 안 된단 말이지.’
옛날부터 그랬다.
제자한테 기술을 가르치다가, 배우기는커녕 이해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이상하게 쳐다봤다가 기만질 적당히 하라고 욕 엄청 먹었다.
아무래도 안법은 준비가 더 필요해 보였다.
해서 당분간은 녀석들을 일대일로 코치할 생각이다.
“일단 이지, 너부터 가르쳐 볼까.”
“저, 저요?”
“그래 너부터. 얼타고 있을 시간에 기술 하나 더 배웠겠다. 얼타지 말고 빨리 내 앞으로 나와.”
갑작스러운 호명에 당황한 이지였으나, 나오란 말에 순순히 나왔다.
도대체 무엇을 가르쳐 줄까.
궁금함과 기대감 따위로 물든 시선이 나와 이지를 쳐다봤다.
물론, 무시하는 시선도 한 명 섞여 있었다.
쟤는 무시하자.
“선생님 이번에도 지난번의 도끼 던지는 기술과 비슷한 건가요.”
“아닌데?”
“그, 그러면 도대체 뭘 가르쳐 주신다는 건지…….”
“그건 애초에 편법이었잖아. 편법만 가르쳐 주는 선생이 어디 있냐.”
“예?”
“손도끼 말고 큰 도끼 들어. 이번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차례로 가르칠 셈이니까.”
손도끼의 활용도는 한정되어 있다.
작고 아담하기에 투척에는 효과적이지만, 전투에서 그 이상의 가치를 기대해 주긴 어렵다. 그건 양아치나 다름없는 생각이다.
내게서 도끼술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손도끼가 아니라 큰 도끼.
양날도끼 같은 녀석이 적절하다.
“부작술(斧斫術), 쉽게 말해 도끼술은 결국 힘으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검술이나 창술은 유연하게 다룰 수 있지만, 도끼는 장르가 좀 다르다.
기본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나아가서는 원심력을 이용해서 가격하는 것이 도끼의 근간이다.
물론 그렇다고 힘만이 능사는 아니다.
“내가 휘두르는 법을 알려줬던 것처럼, 도끼로도 다양한 기술을 펼칠 수는 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너한테 그 기술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을까?”
내 물음에 이지가 석연치 않은 태도로 말했다.
“어…… 도끼술이 어려워서?”
입 밖으로 내뱉었음에도, 이지는 끝끝내 자신의 말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그야 당연하다.
“그럴 리가 있겠냐. 그게 어려웠으면 네가 한 시간 만에 편법으로 배울 수 있었겠냐.”
“아, 그런가.”
아, 그런가는 무슨.
편법으로 한 시간 만에 가르칠 수 있는 기술이 어려워 봤자 얼마나 어렵겠나.
물론 이지야 첫 만남부터 도끼질에 익숙했기에 쉽게 배운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시간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을 거다.
그렇다면 정답은 뭘까.
나는 농작물이 자라기를 기다리는 농부처럼 느긋하게 대답을 기다렸다.
“……다들 도끼로 장작만 패서?”
“당연히 배우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없는 비주류 무기라서 그렇지 인마.”
“아하.”
이지가 손뼉을 치며 반응했다.
현역 플레이어 중에서도 도끼를 다루는 플레이어들은 많다.
그러나 그들 중 순수하게 도끼의 기술을 연마하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그들이 도끼를 잡은 이유는 순수하게 근력이 높거나, 호쾌한 도끼질이 마음에 들거나 이와 관련된 스킬이나 특성이 있기 때문에 골랐을 뿐, 도끼술 자체를 연마하려 든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나는 다르다.”
소년병 시절.
너무 어린 나머지, 군인임에도 노병들의 총애를 듬뿍 받으며 기술을 전수받는 데에만 하루 일과를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 수많은 무술 스승님들 중에는 도끼술의 대가들도 여럿 있었고, 그분들 덕분에 도끼술의 기초와 심화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야, 이지야. 한 가지만 물어보자.”
“네, 선생님. 뭐가요?”
“너는 도끼가 무슨 무기인 것 같냐?”
전후 설명 없이 내뱉은 질문.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던 이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리를 동동 굴렸다.
“어……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했던 무기? 그, 뭐냐 옛날에는 다들 장작 팰 때 사용하잖아요.”
“그 논리로 따지면 옛 기사들의 일상은 장검이었겠어. 매일 같이 휘두르고, 여차할 때는 그걸로 요리도 해먹을 수 있으니까.”
“……그러면요?”
이지는 도저히 모르겠는지 답을 요구했다.
도끼를 주무기로 삼는다는 녀석이 뭐 이런 걸 모르고 있담.
나는 그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에휴, 잘 들어라. 도끼는 날붙이지만, 동시에 둔기이기도 하다.”
“예? 그게 무슨 상관인지…….”
“활용법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 뜻이다.”
“……아!”
도끼는 그 무게와 활용 때문에 검과 창처럼 유연한 공격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도끼의 두 가지 특성을 활용해서 휘두른다면 어떨까.
검과 창만큼의 활용도는 아니더라도, 적잖은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난번에 가르쳐 준 투척술은 두 가지 특성을 교묘하게 섞은 거다. 둔기처럼 손도끼를 날리고, 날붙이처럼 상대를 반으로 토막 내버리는 묘리였지.”
이번에 가르칠 것은 그보다 쉬운 기초였다.
대신 쉬운 만큼 오랫동안 가르칠 예정이다.
기초가 녀석의 탄탄한 기반이 되도록.
몸에 익다 못해, 본능적으로 휘두를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말이다.
따라서 내가 녀석에게 요구한 자세는 둘뿐이었다.
장작을 패듯이, 위에서 아래로 정직하게 내려찍는 자세. 그리고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듯이 무거운 도끼를 깔끔하게 휘두르는 자세였다.
그것 말고는 없었다.
“저…… 선생님.”
“왜 불러?”
손을 번쩍 든 이지.
녀석의 표정이 마치 똥 마려운 망아지처럼 보인다.
“그, 뭐냐. 지난번처럼 묘리는 안 가르쳐 주시나요?”
“……묘리?”
“네, 묘리요. 지난번에 그 무슨 휘인지 척인지 하셨던 것들이요.”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
녀석은 지금, 더 쉽게 기술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고 물어보는 거다.
이거 완전 편법이 몸에 익었구먼.
“……하, 이 머저리가.”
“아, 안 되나요?”
“야, 이지야. 너는 네가 묘리를 익힐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니? 기초도 못 뗀 네가?”
나 참,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도 안 나온다.
“그래도 지난번에는 어렵지 않게 가르쳐 주셨잖아요.”
“그래서 내가 편법이라고 그랬잖냐. 편법이 왜 편법이겠어. 가르칠 수 있는 범위와 한계가 명확하니까 그런 거 아니겠니.”
“……아.”
“안 되겠다. 너 내가 알려준 자세 각각 일만 번씩 휘둘러라.”
이지가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정신적인 교정이 필요하다 느낀 나는 숙제를 내줬다.
두 가지 자세를 각각 일만 번씩, 이만 번을 휘두르는 숙제.
그 말에 화들짝 놀란 이지가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빌었으나, 깔끔하게 무시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 했을 과정이다.
도끼날로 공격을 흘리거나, 화려한 기술을 난무하는 것은 나중에 배울 계획이다.
지금은 정직하게 휘두르는 것만이 이지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이걸로 이지의 첫 수업은 끝났다.
이제 다른 애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뭔가 잘 가르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미, 믿어도 될 거야, 조교님이시니까……. 아마도?”
“저런 훈련은 저희 할아버지 세대나 하던 것 가튼데.”
“내 저런 수업일 줄 알았어.”
“……무슨 불만 있으면, 내 앞에서 말하지 그러냐.”
다들 내 가르침에 의구심을 표했다.
하긴 너무 기초를 가르치긴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지 녀석이 기초가 부족한 것을 어떡하란 말이냐.
이건 전적으로 이지 잘못이었다.
그에 반해 이쪽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나를 똘망똘망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서예린.
“……나는 언제 시작해?”
그녀는 내 수업에 대한 의구심보다, 드디어 본격적인 창술을 배운다는 기대감으로 가득한 것 같다.
어우, 부담스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