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2)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52화(52/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52화
선생님(2)
이지를 가르치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던 서예린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개개인을 분석해서 내놓는 최선의 커리큘럼.
물론,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 것 같지만.
그걸 자신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묵묵한 인상과 다르게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렇게나 내가 짜온 훈련 내용을 기대한다는 것은 고맙지만, 부담스러운 것은 부담스러운 거다.
‘가르침이 얼마나 고팠으면은…….’
좋은 가문과 위대한 할아버지 밑에서 태어나면 뭐하냐.
가르침이라고는 기초적인 창술 하나가 전부였는데.
이렇게 생각이 닿으니, 부담스러운 마음보다는 그녀를 향한 안타까움과 그녀의 조부를 향한 의구심이 치솟는다.
아니, 이렇게 재능이 탁월한 녀석을 왜 이런 꼴이 되도록 방치한 거지?
‘스스로의 힘만으로 경지에 도달했으면 싶은, 조부의 마음은 알겠다만.’
내 머리로는 도저히 녀석의 조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재능이라면, 후원만 충분히 해줬어도 훨훨 날아오를 수 있었을 텐데. 서예린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지금 그녀의 모습을 봐라.
나한테 여우 꼬리가 달려 있다면, 그녀에게는 강아지 꼬리가 달려 있는 것만 같았다. 아마 그녀가 수인이었다면 등 뒤의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날아다녔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기뻐 보였다.
“일단 가르치기에 앞서서, 네 창술을 한번 보여줄 수 있으려나?”
“……서가창법을?”
“그걸 내 앞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봐. 혹시 가문의 외인 앞에서는 펼칠 수 없다는 규칙이라도 있나?”
도리도리, 고개를 저은 그녀는 곧장 창을 고쳐 잡았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줄 심산인가 보다.
휘리릭.
창을 크게 휘두른 그녀는 여러 동작을 펼치며, 완성도 높은 창술을 선보였다. 나쁘지 않다.
나쁘지는 않지만, 너무 정직하고 단조롭다.
지금 그녀의 창술에는 그녀만의 색깔이 없었다.
나는 시연을 끝낸 그녀에게 가장 먼저 그 부분을 언급했다.
“넌 우선 창술에 색깔을 입혀보자.”
“……색깔?”
“그래, 창술의 색깔.”
사람의 성격과 성향만큼이나 무술에는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그러나 서예린이 익힌 창술은 성향이 없는 무색무취에 가까웠다.
밋밋하다 못해, 본인의 개성과 장점을 전혀 못 살리고 있었다.
이런 창술을 익히고도 주인공과 동등한 무력을 가지게 됐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졌다. 그러니 내가 여기서 등을 조금 떠밀어주면 훨훨 날아오르리라.
“흔히들 묘리라고 말하는 걸 더해보자는 거야.”
“선생님! 저한테는 안 된다면서요!”
“인마, 너는 기초도 안 닦아뒀으면서 뭔 놈의 묘리야. 어서 가서 도끼나 휘둘러.”
땀을 뻘뻘 흘리며 거대한 양날 도끼를 어깨에 짊어진 이지.
작은 체구와 거대한 도끼가 맞물려, 드워프처럼 보였다.
어쩌면 먼 조상 중에 드워프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선생님은 저한테만 너무해요!”
“닥치고 수련이나 하렴. 자꾸 그러면 다음 수업 때 너만 아무것도 안 가르쳐 준다?”
“아하하! 도끼질이 정말 즐거워라!”
자꾸 투정을 부리는 이지에게 수업을 담보로 협박하자 곧장 말을 잘 듣는다. 애는 착한데, 간혹 저럴 때마다 귀찮아 죽겠다.
나는 이지가 다시 수련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 서예린의 창술을 평가했다.
서가창법이랬던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창술이었다.
창술의 자세가 무척이나 유연하게 이어지고, 공격과 방어의 전환까지 자유롭다. 마치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
너무 기초적이라는 점이 문제지만.
“이런 창술이면 유(流)나 변(變), 아니면 환(幻)이나 쾌(快)도 괜찮을 것 같단 말이지.”
“유……? 환……?”
“그렇게 붙여서 읽으니 뭔가 이상하게 들리네. 붙여서 읽지 말렴.”
잠시 눈을 감은 나는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을 되새겼다.
내가 익힌 여러 창술들.
그중 서예린이 익힐 만한 것들을 추려내기 시작했다.
“너 서포터 포지션이라고 했지?”
“……네.”
생각해 보면 도서관에서 마주쳤을 때, 치유학 도서 때문에 그녀와 시비가 붙었었다. 어디, 서포터와 어울리는 창술의 묘리가 뭐가 있을까.
“너 혹시 최고의 서포터는 아군이 다칠 일이 없도록, 적을 모두 몰살하면 된다는 가치관은 없지?”
“……네?”
“아, 없으면 됐어.”
간혹 그런 이상한 가치관을 가지는 얘들이 있어서 물어봤다.
나는 대충 말을 얼버무리며, 대략적으로 뭘 가르쳐야 될지 파악했다.
“우선 가볍게 변창술(變槍術)과 절창술(絶槍術)을 가르치면 되겠네. 안 맞으면 나중에 다른 창술을 가르치면 되고.”
“변창……? 그리고 절창……?”
“창술사가 이걸 몰라? 하긴 창술을 다양하게 배우지 않았으면 모를 법도 하겠네. 변창술을 공방을 자유로이 전환하며, 변화무쌍하게 휘두르는 창술이고. 절창술은 상대나 공격의 흐름을 끊으며, 서포터 역할에 보조해 줄 수 있는 창술이야.”
말은 거창하지만, 실제 연습해 보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창술은 아니다.
주인공과 비견되는 재능을 가진 서예린이라면 쉽게 익힐 수 있겠지.
그러니 그녀에게는 변창술과 절창술의 묘리와 함께, 그 묘리가 담긴 창법을 가르칠 계획이다.
“바로 한번 보여줄게. 네 창 한 번만 빌려줄래?”
“……여기.”
“그래, 고맙다.”
어제 봤던 합성수지로 만든 플라스틱 창.
이렇게만 읽으면 무척이나 약해 보이지만, 이건 칠성에서 만든 장비로 마력 전도율이 뛰어나다.
그래서 이 창에 마력을 불어넣으면─
──슉!
순식간에 날카로워지는 창날과 뾰족해진 창끝.
더 이상 훈련용이라 볼 수 없어진 합성수지의 창.
일반적인 플라스틱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서늘한 감각에 몸을 맡기며 팔을 크게 휘둘렀다.
휘리릭, 마력을 주입한 채로 창을 크게 휘두르자 서늘한 창끝이 차륜을 그렸다. 이어서 창을 크게 젓고는, 창대를 당겨서 짧게 잡았다.
곧바로 창을 안쪽으로 당기며 방어를 한번 해주고.
쉬익!
창을 바깥으로 크게 돌리며 공격과 동시에 반격의 자세를 취해준다.
이런 식으로 공방을 능수능란하게 전환하며, 변칙적으로 휘둘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예린.
“우와…….”
그녀는 감탄을 터뜨렸다.
마치 뱀처럼 간사하고 교묘해서, 상대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창술.
저것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상승의 무학임이 틀림없었다.
이때 노유라와 같이 나한테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었다면, 아마 깜짝 놀랐을 것이다.
서예린의 생각처럼 이 창술은 교묘한 뱀과 같은 묘리를 품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사복혼창법(巳復混槍法)이다.
무척이나 뛰어난 안목.
그러나 그녀의 안목을 알 턱이 없었던 나는 곧장, 절창(絶槍)의 묘리를 품은 창술을 펼쳤다.
─후웅!
창이 바람을 갈랐다.
이후에도 창을 강하게 간결하게 휘두르며, 자세를 이어나갔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움을 줄어들었지만, 그 이상의 강인함과 정갈함이 창술에서 묻어나왔다.
그렇게 서예린 앞에서 창술을 시연하고 있자, 나를 보던 학생들의 시선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의구심을 뿜어내던 눈은 성연화를 가르칠 때가 되었을 땐 모두 반짝이고 있었다.
* * *
“저는 뭐 가르쳐 주시는 거 없나요?!”
“넌 이미 반쯤 완성된 상태잖니. 괜히 내가 개입했다가, 지금까지 쌓아 올린 무공이 흔들리면 어떡하려고.”
“아, 그러지 말고! 나도 기술! 기술 가르쳐 주세요!”
이지와 서예린은 확실하게 가르칠 것이 있었다.
그 둘은 부족한 것이 훤히 보였다.
문제는 성연화였다.
처음 그녀를 가르칠 계획을 짤 때는 자신만만했다.
내 주 전공은 마법이 아니라, 검술이었으니까.
어릴 적부터 직접 창안한 검술을 비롯해 온갖 검술과 기예를 익혔다.
무도(武道)를 걷는 후배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은 차고 넘쳤다.
……그런데, 설마 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날 줄은 몰랐지.
‘이미 절정에 다다른 것은 물론, 신검합일과 삼화취정의 경지에 도달한 지 오래야.’
본격적으로 검기를 다루며, 한 사람의 무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절정(絕頂)의 경지.
사람이 검이 되고, 검이 사람이 되어서 검을 제 수족처럼 다루는 물아일체의 경지, 신검합일(身劍合一).
삼양이 내원을 향해, 정기신의 조화를 자각하기 시작하는 삼화취정(三花聚顶).
이미 성연화는 한 사람의 어엿한 무인이자, 플레이어였다.
내 도움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오히려 방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
“너도 알잖냐. 너는 이미 네 검도를 걷고 있어. 거기에 내가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아.”
“그러면 적당히 개입해 주세요!”
“하아, 어떻게 말 한마디를 안 질 수가 있는 거지?”
한숨을 내뱉으며 머리를 붙잡았다.
그래, 그녀의 말마따나 정당한 선에서 개입한다면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산처럼 쌓여 있다.
하지만 그게 꼭 성연화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검술을 가르쳐 주는 것은 시기상조였다.
나중에 다양한 경험과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라면 모를까. 자신만의 길을 확고히 닦아나가는 지금 배우는 것은 독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뿐.
바로, 그녀의 경지가 높아지도록 도와주는 거다.
“그러면, 오기조원(五气朝元)의 경지에 다다르도록 등을 떠밀어줄까?”
오기조원.
성연화가 도달한 삼화취정의 다음 단계로, 정기신(精氣身)을 합일하여 제 힘을 언제나 완벽하게 낼 수 있는 경지다.
설령 몸이 아프더라도, 정(精)과 기(氣)의 조화로 언제나 최선의 무력을 뽐낼 수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력이 부족하면 기와 신의 조화로, 심력이 부족하면 정과 신의 조화로 하여금 균형을 맞춘다.
재능 없는 자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손가락만 빨 수밖에 없는 그런 경지, 그것이 바로 오기조원이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그 경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정말로요? 그게 가능해요?!”
“도움은 줄 수 있지.”
“그거 영약이 잔뜩 피료한 경지 아니에요?”
“편법은 그렇지. 정공법을 이용하면 굳이 영약이 필요하진 않다.”
간혹 그런 착각을 하는 무인들이 있다.
뛰어난 영약만 있다면 경지를 껑충 올리는 것은 무리도 아니라고.
그런데 그곳도 낮은 단계에서나 가능하지, 고강한 무인일수록 영약의 효과를 잘 못 받는다.
속된 말로, 약빨이 떨어진다고들 한다.
“너 정도의 무인이라면, 영약에 의존하는 것은 썩 좋지 않아. 오히려 스스로의 힘만으로 쟁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그러면 어떠케 해야 되는데요?”
성연화가 질문했다.
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깨달음을 얻으면 되지.”
“……깨닮음.”
“깨닮음이 아니라, 깨달음. 중간에 받침이 리을이야.”
“네, 그래서 깨닮음이라고 말했잖아요.”
“…….”
아까부터 그녀의 어눌한 한국어가 귀에 거슬렸다.
평소라면 외국인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같은 외국인인 이사벨과 아이시스도 한국어를 잘만 사용하고 있는 상황.
딱히 비교하고 싶진 않지만, 자꾸만 비교하게 된다.
중국 출신이라 유학생 셋 중 생긴 것은 제일 한국인 같은데. 제일 한국어를 못한다.
이 무슨 난센스란 말인가.
‘얘는 한글도 가르쳐야지.’
이 얘기는 우선 나중으로 미루자.
한국어는 숙제를 내줘서, 천천히 가르쳐도 된다.
오늘은 앞으로의 커리큘럼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으로 빠듯하다.
“그래서, 꺠닮음은 어떠케 하는 건가요?”
“……깨달음은 하는 것이 아니라, 얻는 거다. 아주 자연스럽게.”
“알겠어요, 쌤!”
“……쌤이라고 하지 마라.”
선생님이라는 말도 아직 어색한데, 쌤이라는 표현은 더 어색하다.
그러나 성연화는 쌤이라는 말에 꽂힌 모양이다.
그녀는 내 말에도 불구하고, 나를 쌤이라고 불렀다.
그래, 네 맘대로 해라.
“그러면 쌤, 뭐부터 해야 되나요?
“일단 첫 단계는 명상부터 시작이다.”
“저, 명상 잘해요! 어릴 때부터 아빠가 시켜써요!”
내 말을 들은 성연화는 곧바로 가부좌를 틀었다.
자세를 보아하니, 정말로 어릴 때부터 명상을 자주 했나 보다.
역시 명문 무가의 후계자.
연화는 알아서 잘할 것 같다.
말투는 어눌하지만, 우등생이 따로 없었다.
그녀를 흐뭇하게 쳐다보자, 뒤에서 내 등을 쿡쿡 누르는 손길이 느껴졌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무기가 아니라, 마법을 사용하는 아이시스와 이사벨이었다.
그녀들은 자신에게 어떤 수련을 제시할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선생님 우리는 어떤 수련을 하는 거야?”
“우리는 마법사인 거 알지? 저 녀석들하고는 수련의 골자부터가 달라야 한다고.”
“물론, 너희들 커리큘럼도 준비해 왔지.”
이렇게까지 호언장담을 하자 그녀들이 기대하는 눈치가 느껴졌다.
음, 기대할 정도로 대단한 커리큘럼은 아니거늘.
뭐 알아서 되겠지.
“자, 어서 마법을 사용해 보렴.”
나는 양손을 벌린 채로 말했다.
“너희는 내가 대충 봐주는 것만으로 되니까, 어서.”
“……예?”
“뭐라고?”
그녀들이 황당한 눈치로 나를 쳐다본다.
아니, 너희들은 눈으로 훑어보는 것만으로 마법의 실시간 피드백을 해줄 수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