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53화(5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53화
선생님(3)
“…….”
“……당신 혹시 머리 아파?”
내 말을 들은 아이시스와 이사벨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타인의 마법을 보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은 넓은 학식을 쌓은 마법사가 후배나 학생에게 응당 해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설마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 조교가, 그것도 망나니로 유명한 내가 그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다.
‘마법사들에게는 내 신뢰감이 제로네.’
이지와 이사벨, 성연화는 내가 창을 다루는 것을 똑똑히 봤기 때문에 나를 어느 정도 인정을 해줬지만.
무술과 다른 길을 걷는 그녀들은 내 실력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무학은 만류귀종(萬流歸宗)이라 하여, 통하는 구석이 있게 마련이거늘.
마도은 얘기가 조금 다르다.
학파와 전공, 특화에 따라 적으면 수백 많으면 수만에 이르는 마법을 가르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아이시스와 이사벨은 각각 얼음과 빛과 관련된 마법에 재능을 보이고 있었다. 둘 다 나와는 사뭇 다른 재능이다.
나는 화염 마법을 주 전공으로, 염동과 언령, 저주를 곁다리로 공부하고 있다.
무엇 하나 그녀들과 겹치는 것이 없었다.
보통의 교수라면 이미 손을 뗐을 상황.
그러나 가르치는 것에 문제는 없다.
바로 내 특성, 「마도성」 덕분이다.
“너희가 마법을 펼치면, 내가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도록 하마.”
“그게 가능해요? 남화연 교수님이나, 적어도 에밀리아 교수님급은 되어야 할 수 있을 텐데.”
“다소 주관적이지만, 빈틈 정도는 발견할 수 있다. 나를 너무 무시하지 마.”
나는 어서 마법이나 펼쳐보라며 손을 흔들었다.
이에 아이시스와 이사벨은 내게 의심을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나 이 이상 뭐라 할 거리가 없어서 그냥 자세를 잡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하늘색 세찬 마력과 순수한 순백의 마력이 각각 그녀들을 감쌌다.
이들 중 가장 먼저 마력을 방출한 것은 하늘색 마력의 아이시스였다.
스윽, 손을 뻗자 술식들이 문자와 진을 그리며 원형의 틀을 메꾸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문자들이 원을 가득 채우자, 강렬한 북풍이 몰아쳐 훈련실을 강타했다.
곧장 벽에 걸린 마법에 의해 북풍은 분해되었으나, 훈련실에는 서늘한 공기가 맴돌고 있었다.
뭐가 문제인지 알겠네.
‘……조절이 아예 안 되고 있다.’
전에 계곡 밑에서 봤을 때도 느꼈지만, 아이시스는 제 한기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통제하지 못하는 한기 덕분에 빙결 마법의 위력과 규모는 높은 편이지만. 세세한 컨트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에 반해, 이쪽은.
“이 정도면 어때? 여기서 더 첨언할 거리가 있을 것 같아?”
“……아주 미세한 광자까지 조절하고 있는 건가.”
“그걸 한눈에 알아보는 것을 보아하니, 아주 허언은 아니었나 봐? 그래 봤자, 할머님께서 손 봐주신 내 마법의 허점을 찾아낼 수는 없을 거야. 아니, 애초에 허점 자체가 없겠지만.”
아이시스의 마법이 끝나자마자, 이사벨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것만으로 허공에는 여러 원들이 교차하고, 각각의 원에서 여러 빛들이 쏟아졌다.
빛들은 여러 갈래로 쪼개져 바닥을 비췄다.
바닥에 맞닿은 빛들은 색이 섞여 강렬한 레이저가 되거나 소금이 되는 등, 다양한 효과를 자랑했다.
빛의 색을 배합하는 것으로 다양한 효과를 유발하는 마법.
‘대단하네…….’
정확하게는 빛의 삼원색을 다루는 건가.
아니면 원색(原色) 그 자체를 다루는 것인가.
전자든 후자든 내 전문 분야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지금까지 여러 마도서를 읽어왔지만, 빛과 색에 관해 저술한 마도서 중에서 이사벨과 같은 술식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또한 주연의 재능이란 말인가.
감탄밖에 나오질 않았다.
분명 마법의 위력은 나보다 약하지만, 그건 이사벨의 마법이 파괴나 살상보다 조화와 완벽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내 「파이로키네시스」보다 뛰어나지 않을까?
확실히 이 정도라면, 내 말이 어이없게 느껴질 법도 하다.
이사벨의 태도와 행동은 오만이 아니라, 응당 당연한 태도였다.
그래도 내 재능이라면, 빈틈을 엿보는 것 정도는 가능하리라.
[「마도성」의 재능이 특성 ‘북풍한설(北風寒雪)’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마도성」의 재능이 스킬 ‘광자의 바다(S)’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진행률 0.7%…….]재능만으로는 힘들 것 같아, 눈도 열었다.
[「요마안」을 활짝 열어 「마도성」을 보조합니다.] [「요마안」에 내장된 「십리안」이 여러 결과들을 관측하고 결과를 도출합니다.] [진행률이 대폭 증가했습니다!] [현재 진행률 27.9…… 43.2%…… 74.1%.] [각각의 특성과 스킬을 분석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대략 5분 정도 걸렸나.
빠르게 진행되긴 했지만, 그만큼 내 몸에 무리가 많이 왔다.
눈은 실핏줄이 터져서 충혈됐고, 코가 헐어서 피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이외에도 몸 곳곳에서 피로를 호소했다.
너무 무리한 것 같다.
그래도 분석은 했으니, 이걸 토대로 녀석들을 교정해 줄 수 있다.
그나저나 분석하면서 깨달은 사실인데, 설마 이사벨의 마법 효율이 이렇게까지 높은 줄 몰랐다.
“주연과 엑스트라의 차이인가.”
단순한 주연을 넘어서 히로인이라 불리는 이사벨의 재능과 실력은 여타 또래 마법사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아이시스도 크게 뒤처지진 않지만, 둘 사이의 공백을 메꾸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내 사견으로 볼 때, 아이시스의 마법은 대규모 사살에 특화되어 있다.
여섯 포지션이 한 조를 짤 때, 그녀와 같이 한 방 한 방이 위력적인 마법사는 충분히 각광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그 외의 사용처는 떠오르질 않았다.
하나 이사벨은 다르다.
아이시스와 같은 대규모 마법은 물론이고, 세밀하고 정교한 과정까지 해낼 수 있었다. 둘 다 천재이긴 하나.
단지, 이사벨의 마법적인 재능과 실력이 너무 뛰어날 뿐이다.
‘이거 곤란하군. 정작 우리 조에서 캐스터 포지션은 이사벨이 아니라, 아이시스인데 말이야.’
그래도 뭐, 계속 가르치면 되리라.
나는 그런 생각을 품으며, 아이시스의 마법에 첨언했다.
“아이시스 너는 얼음을 자유자재로 통제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네 특성을 온전히 통제할 수는 없어?”
“한번 최소한으로 펼쳐볼게.”
그녀가 아까와 동일한 술식을 허공에 띄웠다.
다시금 훈련실 벽에 몰아치는 서리 바람.
확실히 아까보다는 약해졌다만.
“어때, 이 정도면 될까?”
그녀는 일대를 얼리며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마법의 규모를 조금 더 줄일 수는 없겠어?”
“규모를 줄이라고, 알겠어. 해볼게.”
마법의 위력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규모를 축소한다.
그것이 내가 아이시스에게 내주는 첫 번째 과제였다.
내 말에 그녀도 무언가 느낀 것이 있는지, 열심히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제 문제는 이 녀석인데.
“…….”
“뭘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할머님께서 손 봐주신 내 마법에 지적할 곳 따위가 있을 리가 없잖아.”
“아니, 있어.”
그녀의 마법에도 허점은 있다.
그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어디가 어떻게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이사벨에게 시간을 달라고 말했고, 그날의 수업은 그렇게 끝이 났다.
* * *
본격적인 수련이 시작된 지 나흘.
오전에 강의 준비와 업무를 끝내면 오후 중에는 학생들의 수련 결과를 확인하고, 자세와 기술을 차례로 교정해 나갔다.
그게 끝나면 밤에는 논문이나 마도서를 탐독하고, 새벽에는 훈련실에서 나 홀로 마법 훈련을 진행한다.
“아이고 허리야. 이러다가 삭신이 망가지겠네…….”
휴식을 물론이거니와, 수면과 식사도 빠듯한 스케줄.
업무에는 지장이 가지 않도록, 최소한의 생리 활동을 취하고는 있지만. 차근차근 몸에 쌓이는 피로감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점점 익숙해지고는 있다만.”
남화연의 강의 대본을 만드는 시간이 더 빨라졌다.
그 외의 전반적인 업무 처리의 능률도 올라갔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슬슬 궤도에 올라서, 알아서 척척 잘해주고들 있다. 이렇게만 보면 좋은 일투성이지만.
언제 쓰러질지도 모르는 위험이 있었다.
내 정신력으로 밤샘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지만, 문제는 내 종잇장 같은 육체다.
시한부의 몸뚱어리를 가지고 매일같이 야근에 초과 근무를 하고 있으니 쓰러지지 않는 것이 용할 정도다.
이러다가 「약체내성지체」가 야근과 피로에 관한 내성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진짜 큰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
“통증은 아무리 익숙해져도,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곤란한걸.”
피로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통증은 참아도, 집중력이 크게 흐트러져서 힘들었다.
「태양절맥」에 의해 혈관이 조금씩 뜨거워지며 익어가는 고통.
소사(燒死)와 분사(焚死)가 점점 내 명줄을 잡아당기는 감각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괴롭다고 바닥에 굴러서 비명을 질렀을 통증이 매일 불규칙적으로 나를 괴롭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을 꼽아보자면 이러한 고통이 수명 단축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거려나.
‘어차피 수명은 이미 단축될 만큼, 단축됐으니까.’
몸이 조금씩 익어가는 정도로 수명이 줄어들기에는, 남은 날이 너무 짧았다. 이걸 다행이고 여겨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남은 수명보다 더 짧아지지 않는 것은 분명 다행이겠지.
“……통증 때문에 독서가 손에 잡히질 않네.”
진통제를 투여하기도 애매했다.
그런 것들은 언젠가 내성이 생기게 마련이니까.
나는 몸을 좀 먹는 고통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어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약물은 내성 때문에 꺼려지고, 차라리 스킬이나 히든 피스를 찾아볼까?’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떠올렸지만, 당장 실용성 있는 생각은 떠올리지 못했다. 아, 차라리 병상 위에서 반병신으로 있던 시절이 좋았다.
그때는 진짜로 죽기 일보 직전이어서 아무것도 안 했다.
차라리 한방이나 약초라도 공부할까.
마땅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던 그때.
……잠깐만.
“약초……?”
불현듯 떠오른 생각.
그래,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약초. 보다 정확하게는 독초가 있었다.
내가 가진 「약체내성지체」, 그 안으로 편입된 「백독지체」는 온갖 독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내성과 항체를 만든다.
이를 잘만 활용한다면 다양한 독에 대한 내성과 함께, 약효가 강해서 독으로 취급되는 풀을 사용해 진통 및 각성 효과까지 노려볼 수 있었다.
“……평범한 독초로는 안 돼.”
평범한 사람은 입에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수준의 독초가 필요하다.
약도 과하면 독이 되듯.
아주 독한 약효를 자랑하는 독초들.
그런 것들을 취급하는 것은, 내 기억상 몇 군데 없다.
마침 부지밖에하나있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나는 당장 외출 준비를 했다.
‘길 가다가 우리 애들 안 만났으면 좋겠다.’
나는 신발을 신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당당히 출입할 수 있는 장소로 향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자연스레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러면 꼭 밖에서 얘들을 만나더라.
그런 직감이 들었다.
아주 강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