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4)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54화(54/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54화
선생님(4)
백승우의 수업은 지루했다.
특이한 수업 방식을 채택하기는 했는데, 다른 교수나 조교들에 비하면 체계적이거나 효율적인 공부법인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지도 교사의 커리큘럼이니 군말 않고 따랐다.
이지는 매일 팔이 떨어지도록 커다란 도끼를 휘둘렀다.
어찌나 많이 휘둘렀는지 팔에 파스가 가득했다.
성연화는 매일 오후에 수련실에 모이면, 자리를 잡고 명상을 펼쳤다.
무기 휘두르는 소리나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사방을 울리는 가운데, 평소 말 많고 밝은 그녀가 묵묵히 명상을 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신기했다.
노유라는 레인저 포지션인 만큼, 걷는 법을 배웠다.
달리면서 수풀이나 마른 나뭇가지를 밟고도 소리를 내지 않는 걸음걸이라고 하던데.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고양이를 따라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서예린은 두 가지 창술을 번갈아 펼쳤다.
첫날에는 엉성했는데, 지금은 적잖이 쓸 만해졌다.
물론,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수준은 아니었다.
아이시스는 조에서 가장 그럴듯한 가르침을 받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빙결 마법의 조절을 어려워하자, 마력과 범위의 단위를 바꾸자며 독특한 매력 배열법을 가르쳐줬다.
이중 나선…… 이라고 했던가.
처음 보는 배열법이라 자세히 기억나질 않는다.
그리고 이사벨 경우에는.
“아직도 못해왔어?”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못했다.
승우가 나흘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 아니, 이틀만 시간을 더 주면 해올 수 있어.”
“그러게 말했잖아. 내 마법에 고칠 점 따윈 없다고. 할머님이 교정해 주신 술식에 자그마한 허점이 있다는 생각부터가 잘못됐어.”
“아니… 분명히 있는데.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되는지…….”
본인이 말하기로는 시간만 더 있다면, 자신의 허점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는데.
이사벨의 입장에서는 웃긴 소리였다.
자신의 할머님이 누구던가.
유럽을 지탱하는 기둥, <레긴레이프>의 길드장임과 동시에 시스템으로부터 ‘발키리’라는 칭호를 받은 하이랭커.
빛과 룬에 관련된 마법이라면 세상 그 누구도 할머님을 따라갈 수 없다. 하물며 마법의 역사를 수십 년이나 앞당겼다는 마왕조차도 해당 분야에서는 할머님을 앞지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런 할머님의 가르침을 통해 탄생한 기술에 결함이나 허점 따위가 있을 리 만무하다.
심지어 이건 할머님이 직접 룬의 배합과 마력의 배열까지 조정해 주신 마법이다. 그럼에도 승우는 이사벨의 마법에 고칠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연히 진지하게 귀담아듣지 않았다.
자신을 걷어찬 전 약혼자가 존경해 마지않는 할머님보다 뛰어날 리가 없으니까.
‘그래도 나를 위해 고생하는 꼴은 나쁘지 않네…….’
승우는 자신을 걷어찬 전 약혼자이지만, 그런 그가 자신을 위해 고민하고 골몰하는 모습은 꽤나 짜릿했다.
애초에 외모 자체가 수려해서 그런가. 고민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과가 되었다.
나흘이라는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갔음에도 이사벨은 독설만 내뱉을 뿐, 매일같이 수련실에 1등으로 도착해 조원들과 승우를 기다렸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 금요일이 다가왔다.
“……오늘은 밖에 나갈까?”
금주의 마지막 강의도 끝났고, 승우의 수업도 없었다.
칠성에 친한 친구도 없었고, 때마침 방과 후에 연구하던 마법에 사용하는 마석이 다 떨어졌으니 시장에 갈 계획을 짰다.
“6위계급 마석 30개랑 만드라고라의 잎, 식물 성장 촉진제랑 중급 포션 한 세트면 되려나.”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상관은 없는 물건들.
그러나 그럴 경우 마석과 만드라고라 잎의 품질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사벨은 인터넷보다 시장에 직접 가는 편을 좋아했다.
오가는 데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긴 하지만, 간혹 길을 걷다가 흥미로운 일이 생기기도 하니 직접 움직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 예를 들자면 승우가 음침한 건물의 지하로 들어가는 광경을 목격한다든가 말이다.
“……쟤가 왜 저기에 있지?”
칠성 아카데미 부지 밖에는 플레이어들을 위한 대장간이나 매장 등이 많았다. 어느 거리는 대장장이들이 차린 대장간으로 줄을 이루고 있거나, 온갖 잡화를 내다 파는 상인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승우가 향하는 곳은 그런 곳이 아니었다.
시장에 자주 오가는 이사벨조차 한 번도 와보지 않았던 음침한 외곽.
무언가 이상함 낌새를 느낀 그녀는 곧장 그의 뒤를 밟았다.
이내 그가 건물의 지하로 향하는 것을 목격했다.
스으으윽.
지하의 문이 열리자 안에서 밖으로 연기가 빠져나왔다.
은밀하게 움직인 그녀는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이건, 풀 냄새?”
코를 톡 쏘는 연기.
그건 고기나 생선을 구워서 나는 연기가 아니라, 풀을 태워서 나는 연기였다. 그것도 평범한 풀 같지는 않았다.
……설마?
“어, 어떡하지……?!”
이사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망상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기분이라, 그녀의 표정은 점점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머릿속의 생각을 부정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 * *
나는 곧장 건물의 지하로 향했다.
겉보기에는 질 나쁜 유흥업소처럼 보이지만, 이곳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이브가 이곳을 명명하기를 ‘식물원’ 내지는 치료소라고 했다.
뭐, 결국은 국가의 허락을 받지 않은 불법적인 약품 내지는 식물들을 파는 곳이지만 말이다.
─불법 상인이 약뿐만 아니라 다른 식물들도 유통하고 있으면 어떨까? 예를 들어 치료나 독에 특화된 식물 같은 거 말이야.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 저기 42번 막사에 약쟁이 몇 명 있으니까. 그놈들한테 자문하지 그러냐.
─에이, 내가 진짜로 약을 하겠다는 얘기가 아니잖아.
─그러면? 설마, 또 그 소설의 설정 얘기냐. 이젠 지겹지도 않나.
─내가 쓰는 소설인데 지겨울 리가 있나. 그나저나 이 불법 상인 설정도 나쁘지 않지? 이놈은 아카데미 근처 상가 지하에 사는 녀석인데…….
이브는 아카데미 부지 바깥, 상가 지하에 녀석이 머물고 있다고 했다.
그 외의 정보는 없었다. 설령 들었더라도 이미 까먹은 지 오래였다.
어디 보자, 상가는 요 근처니 한번 크게 훑어볼까.
「요마안」
눈이 자색으로 물들며, 세상을 관조했다.
회색으로 물든 시야에서 유일하게 일렁이는 마력의 파란색.
그건 지하에 있더라도, X선처럼 건물 내부를 투과할 수 있었다.
그렇게 건물의 지하란 지하를 모조리 살피자 드디어 찾을 수 있었다.
유독 푸르른 마력이 잔뜩 응집된 식물들로 가득한 곳.
저곳이 바로 ‘식물원’이다.
터벅터벅, 건물 내부로 진입하자 구석에 지하로 향하는 길이 있었다.
마치 폐허처럼 느껴지는 분위기였으나, 계단을 타고 밑바닥까지 내려가자 코를 찌르는 연기가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며 좌우를 살피자 연기가 사방을 메웠고, 동시에 심장이 쿵쾅거리며 피를 열심히 나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백독지체」가 연기에 반응하며 피를 정화하기 시작했다.
약이로군.
“식물을 사러 왔다.”
“내 식물을 사러 왔다고?”
중년의 사내 뒤로 펼쳐진 식물원이 눈에 들어왔다.
규모가 상당하다.
칠성 근처에서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을 벌이다니.
배짱이 두둑한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모르겠다.
“처음 보는 모습이군. 마스크를 벗을 생각은 없냐?”
“굳이 대답할 필요가 있나?”
내 대답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그래, 뭐 됐다. 내가 손님을 가려 받은 처지도 아니고 말이다. 난 손님에게 물건만 팔면 되지. 그래서, 원하는 물건은?”
이곳에서 판매하는 것은 국가에서 금지된 풀들.
독한 약초를 시작으로 가지각색의 약들을 취급하는 식물원에는 크게 두 분류의 식물군이 존재한다.
치료용 독초와 불법 제조된 약.
물론, 전자의 개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국가에서 왜 굳이 치료용 약초를 금지했겠는가?
독성이 심하거나 중독성이 심하기에 금한 것이다. 그리고 내 몸은 그 독성과 중독성에 적응하여 새로운 항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홍해화, 백년하수오, 흑궐을 비롯한 온갖 독초들. 전부 다 있나?”
“독초는 왜 찾는지 모르겠지만, 처음 보는 체격이군. 약쟁이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입문자인가?”
“거듭 말하지만, 굳이 대답할 필요가 있나?”
없다, 그가 할 일은 돈을 버는 것.
이곳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신원을 밝히지 않는 미상의 사람들이 많기에 중년의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것도 그렇지. 근데 그것들을 전부 살 수는 있겠어? 귀한 풀들이라 가격이 만만치 않을 텐데…….”
나는 그에게 핸드폰 내역을 보여주었다.
[고객님의 계좌로 1억이 입금되었습니다.]“……손님에게 통하는 말은 아닌 모양이야. 이거 간만의 거물이로군. 잠시만 기다리게.”
그가 허둥지둥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자, 권태로웠던 사내의 행동이 빠릿빠릿해졌다.
역시 돈이 최고야.
그는 서랍에서 약물이 담긴 병을 꺼냈다.
“원하는 방식은? 보통 우리는 원액을 추출해서 희석하는 방식인데.”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유리병을 흔드는 중년의 사내.
흔든 유리병에는 투명하지만 무언가 신성하게 느껴지지 기운이 잠재되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수처럼 느껴진다.
하, 이 녀석들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왔구나.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순수한 형태의 독초. 양은 적어도 되니 최대한 다양한 종류로, 마르거나 상하지 않게 특수하게 밀폐해 주도록.”
“가공하지 않은 원본 그 자체라. 이거 꽤나 독한 걸 원하시는 손님이었구먼. 내 금방 준비해 주지.”
뒤에서 이런저런 풀과 뿌리를 뽑은 사내가 포장하기 시작했다.
포장하는 봉투는 평범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어차피 이건 겉만 그런 거니까.
“자, 우리 식물원에서 기르는 독초들. 전부 한 뿌리씩 넣어서, 228종. 대부분 병원에서도 금지된 맹독성이니 사용에 조심하라고. 그리고 가공하지 않은 만큼 중독성은 덜하지만, 두통이나 구토 같은 부작용은 어느 정도 있는 편이지.”
1억을 투자한 것치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 적은 가짓수였지만, 사내는 설명을 계속했다.
“내가 취급하는 식물들은 전체적으로 진통 효과에 탁월한 효능을 자랑하지만, 그쪽이 요구한 대로 가공하지 않아서 상상 이상의 진통 효과를 불러올 거라네.”
사내는 봉지에 묻은 흙을 털며 말했다.
“이 봉투는 안의 식물이 시들거나 약효가 떨어지지 않게 해주지. 본래라면 돈 받고 팔았겠지만, 비싼 돈을 받은 만큼 공짜로 주마.”
“고맙군.”
“으으, 요즘 젊은이는 태도가 별로야. 장유유서도 모르는 것들 같으니.”
더 이상의 용건은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약이 아니라, 몸의 항체를 늘려줄 독초뿐.
이 음침한 소굴에 더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나는 자리를 떠나려고 했으나, 사내가 나를 붙잡았다.
그의 손에는 라이터가 하나 들려 있었다.
“라이터 하나 어떤가? 식물을 말려서 궐련으로 만들어 피울 때, 내장된 마석에 새겨진 마법이 식물 속 약효의 능률을 높여준다네.”
“가격은?”
“2천만.”
“바가지로군. 그리고 애초에 필요 없다.”
애초에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닌 이상, 라이터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설령 담배를 피우더라도, 내 마법으로 불을 붙이면 된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사내는 내게 라이터를 강매하려고 했다.
치근덕거리는 꼴이 짜증 나, 손끝에 불꽃을 피우자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나는 사내. 이러려고 화염 마법을 배운 것이 아닌데.
어쩐지 자괴감이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내는 내 손에 타오르는 불을 보고는 감탄하듯이 말했다.
“자네, 물건이로군. 그 뒷방 늙은이가 방금의 불꽃을 봤다면 크게 좋아했겠어.”
“……뒷방 늙은이?”
“아무것도 아니라네. 그저 지인 중에 죽지 못해 사는 미련한 노친네가 하나 있을 뿐이라네. 그 친구가 대장장이인데 자네의 불꽃을 봤다면 크게 좋아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사내는 손을 크게 흔들며 혼잣말이었다고 덧붙였다.
“늙다 보니 쓸데없는 말이 늘었어. 혼잣말이었으니 알아서…….”
“……기억해 두도록 하지.”
“으응? 그래, 뭐 알아서 하게나.”
곧장 식물원을 빠져나간 나는 독초를 씹을 곳을 물색했다.
길가에서는 독을 먹을 마땅한 곳도 없을뿐더러, 평범한 경로로 구한 물건이 아니어서 하는 수없이 기숙사까지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