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5)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55화(55/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55화
선생님(5)
“일단 이것부터 먹어볼까.”
나는 봉투에서 봉지 하나를 꺼냈다. 봉지에는 각각 어떤 풀과 독성이 들었는지 자세히 적혀 있었다, 어디 보자.
“’플라롯테의 꽃망울’, 7위계 식물형 마물 플라롯테에게서 채집이 가능하다. 강력한 정신 안정 성분이 존재하지만, 그 이상으로 강한 독성 탓에 패혈증을 유발한다.”
독 내성이 없는 사람이 먹으면 죽거나, 몸이 망가질 것이 분명한 효능. 식물원에서 왜 이런 걸 취급하는지 의문이 든 찰나.
나 같은 놈이 사 먹겠구나 싶어서 잔말 없이 봉투를 뜯었다.
덜 자란 식물의 꽃망울 같은 모습에, 특유의 독한 약품 같은 냄새가 나는 플라롯테의 꽃망울.
향이 대놓고 ‘나 독 있으니까 먹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잘근잘근 씹어먹었다.
즙처럼 씹어서 삼키자 순간 눈과 목이 매웠다.
“……아직까진 괜찮아.”
눈과 목이 매운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칼날처럼 날카로웠던 통증이 무뎌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동안 몸을 괴롭혀 왔던 통증마저 흐릿해지는 것이, 뇌의 사고를 온전히 마법의 연산에만 투자할 수 있었다. 사내의 설명 그대로 진통 효과가 상당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부글부글, 속이 끓기 시작했다.
복통과 함께 호흡이 거칠어졌다. 독초의 약효가 폐를 건드린 것이다.
[‘플라롯테의 꽃망울’을 섭취하셨습니다. 독이 폐로 흘러 들어갑니다!]삽시간에 파리해진 안색.
원래도 창백했던 얼굴이 더 창백해진다.
그러나 나는 독에 중독된 상황에서도 허둥대지 않았다.
[「백독지체」에 기록된 백 가지 독을 바탕으로 ‘플라롯테의 꽃망울’의 해석을 진행합니다.] [진행률 : 7.9%] [진행률 : 23.8%] [진행률 : 55.1%]……
[진행률 : 100%] [체내에 침입한 ‘플라롯테의 꽃망울’을 완벽하게 해석해 냈습니다!] [「백독지체」에 ‘플라롯테의 꽃망울’에 대한 항체와 내성이 구현됩니다.]이거다.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 이루어졌다.
스킬, 「약체내성지체」에 통합된 「백독지체」는 그 모태가 된 ‘고독’ 이하의 독성에는 수월히 적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것을 보아하니 이보다 독한 독도 괜찮을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모를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으니.
하루에 독초는 10종 이상 먹지 말아야겠다.
그 이상 먹다가는 내 몸의 모든 체액이 독성을 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천당가에서 추구한다는 완벽한 독인(毒人)의 경지.
그 경지는 좀 곤란하다.
“독초는 그렇게 먹도록 하고, 약효가 약해서 먹어도 큰 의미가 없는 것들은 나중에 말려서 궐련으로 피워야겠어.”
스읍, 나는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며 생각했다.
역시 독초라서 그런가, 맛도 상당히 독하다.
먹지 못할 수준으로 독했다.
그렇다고 가공해서 체내에 흡수하기에는 효율이 떨어진다. 내가 사 온 여러 독초들 중에서 약효가 약한 것은, 말려서 궐련처럼 피워봐야겠다.
식물원에서 취급하는 독초의 진통 효과만 온전히 받기 위해서였다.
“통증과 독 내성은 됐고, 다음은 장비를 맞춰볼까.”
다음 시나리오나 돌발적인 퀘스트가 발생하기 전에, 하루빨리 장비가 필요했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싸구려가 아니라, 장인이 만든 최상품이.
그리고 마침.
식물원의 중년 사내가 말했듯이.
이 근처에 적합한 사람이 있었다.
* * *
독초를 산 바로 다음 날.
마침 토요일이었기에 나는 곧장 외출복을 입고, 아카데미 부지를 나왔다.
오늘 갈 곳은 그렇게 멀지 않다.
바로 요 근처.
독초를 구입한 건물 바로 옆이었다.
“……이거, 오랜만의 외출이라 떨리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겠지?”
“마스크를 썼으니 못 알아보지 않을까요. 아, 물론 저라면 조교님이 마스크를 쓰셨더라도 알아봤겠지만요.”
“사실 마스크가 무의미하지 않아? 이 동네에서 타고난 기럭지와 비율, 그리고 매일 똑같은 정장 하면 선생님밖에 없잖아.”
칠성에서 학생들과 조교, 교수들에게 받는 눈총은 이제 적응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은 조금 거북했다.
솔직히, 내가 하지 않은 일로 욕먹는 것도 억울하고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학생들한테라도 한탄하고 싶지만, 당장 내 눈앞에 그 피해자가 있어서 차마 뭐라고 못하겠다.
도대체 이 몸의 주인은 빙의 전에 무슨 짓거리를 하고 다닌 거야.
내가 이사벨을 쳐다보자, 시선을 느낀 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뭘 봐. 이번에도 못생겼다고 욕하려고?”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2년 전에 구천세가의 회담에서. 왜, 정확한 날짜랑 당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려줄까?”
“말 꺼내서 미안하다…….”
나를 대놓고 싫어하는 이사벨.
이제는 이 구도도 익숙했다.
그나저나 이럴 거면 차라리 내 조에 오지 않았으면 될 것을. 왜 내 밑에 들어와서 저러는지 모르겠다.
혹시 받은 만큼 갚아주겠다는 심산인가.
내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성연화가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녀는 특유의 어눌한 말투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둘이 그만 싸워요! 오늘은 조은 날이자나요. 그런데 쌤, 왜 쌤이 장비를 마추시는데 저희도 가치 가는 거에요?”
“가는 김에 너희들 것도 하나씩 맞춰주려고.”
“와! 진짜로요?”
내 말에 성연화가 방방 뛰며 좋아했다.
달그락달그락, 그녀의 허리춤에 매달린 검도 함께 흔들렸다.
성연화의 아버지, 제천성가의 가주가 후계자에게 선물한 명검.
누가 봐도 명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검을 가지고 다님에도, 그녀는 내가 무기를 선물한다는 말에 크게 기뻐했다.
네 검에 견줄 만한 선물은 힘들 것 같단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그래도 선물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니까.
……뭐, 이것도 돈 없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지만.
“선생님 진짜로요? 저희한테도 장비를 맞춰주신다고요?!”
“모든 세트는 아니고, 각자 필요한 장비 한 개씩만.”
“에이, 저희가 그렇게까지 양아치는 아니죠. 장비 하나만으로 감지덕지인 걸요!”
이지가 크게 기뻐했고, 옆의 학생들도 좋아했다.
다들 칠성에 재학 중인 엘리트라지만, 아직은 학생의 신분이었다
플레이어 장비는 큰돈을 필요로 하고, 마땅한 돈벌이 수단이 없는 얘들에게 장비를 하나씩 선물해 준다는 소리는 무척이나 달가웠다.
특히 이지는 연신 점프를 할 정도로 기뻐했다.
그러나 착각하면 안 된다.
모든 학생이 돈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걸 어떻게 믿는데? 만약에 우리한테 바가지나 빚을 씌우려는 속셈일 수도 있잖아.”
이사벨이 다소 퉁명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다들 얼굴을 굳혔으나 잘못된 말은 아니었다.
과거에 사례가 있었던 일이다.
5년 전에 무기를 선물해 준다는 교수가 있었는데, 학생들을 상대로 사기를 쳐서 크게 한탕 해먹고 잠적했다고 전해진다.
해당 교수는 며칠 만에 잡혔다고 하지만,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학생들은 학업에 집중하지 못해 수행평가를 크게 망쳤다고 전해진다.
“그럴 리가 없잖아. 지금도 가뜩이나 별의별 욕을 듣고 있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전과를 하나 더 추가할까.”
“그야 당신 얼굴에 철판 깔았잖아.”
“애초에 돈이 부족하질 않는데, 학생들 상대로 사기를 쳐봤자 무슨 이득이 있겠어.”
“하긴, 그건 그렇겠네.”
사기도 돈이 없는 사람이나 치는 것이다.
천호백가의 가주인 백승우가, 제아무리 허울뿐인 바지 가주일지라도 사기를 칠 만큼 돈이 궁하진 않았다.
설령 돈이 궁하더라도 귀족의 프라이드 상 그럴 일은 없었을 것이다.
차라리 당당하게 뺏었으면 뺐었지.
백승우는 그런 얍삽한 성격이 아니다.
그 몸에 빙의한 나도 같았다.
“그…… 선생님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로 믿어도 되죠?”
“지야, 너 한 대 맞을래?”
“그나저나 쌤! 저희 그러면 누구한테 가는 거예요?”
“너희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장인이다.”
“뭐,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겠어. 천호백가의 가주라면 보증된 물건만 쓸 테니까.”
이사벨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안목을 긍정했다.
백승우의 성격은 몰라도, 그의 심미안(審美眼)만큼은 신뢰하는 모양이다.
굳이 내 눈을 믿지 않더라도, 이 근방에서 질이 나쁜 대장간은 없는 편이다. 그런 곳은 입소문을 타고 망했을 테니까.
‘여긴 그런 골목이니 말이지.’
칠성 아카데미 인근은 플레이어 관련 장비나 잡화를 판매하고 취급하는 곳이 많아, 학생들과 현역 플레이어가 오고 가기 좋다.
그러나 최근에는 점점 프랜차이즈화가 심해져서 장사가 잘 안된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포션 하면 ‘천호제약’, 장비 하면 ‘헤파이스토스의 망치’의 성공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졌다.
그들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에 영향력을 뻗어서 돈을 싹 쓸어 모았다. 그들의 장사가 활발해지는 만큼, 기존의 대장간들은 입지를 잃고 있었다.
다만, 의뢰자의 취향이나 성향에 맞춰서 제작하기 위해서는 공방을 따로 찾아야 하기 때문에 일부의 대장장이들은 시대의 흐름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가 향하는 곳도 그런 곳이었다.
‘분명 요 근처라고 알고 있는데?’
주변에는 여러 간판의 대장간들이 줄을 이루고 있었다.
불금을 맞이해 칠성의 학생들과 외부에서 무기를 의뢰하러 온 플레이어들로 바글바글한 시내.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없었다.
이 인파 속에서 내가 원하는 대장간으로 가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해서 나는 눈을 번뜩 떴다.
붉은 눈이 자색으로 뒤바뀌며, 세계의 색깔이 단조로워졌다.
공기 중에 가득한 마력과 사람들의 심장을 중심으로 흐르는 각양각색의 마력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잡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좌우를 훑으며 특별하고도 이질적인 색채를 찾고자 노력했다.
내가 찾는 곳은 특별한 사람이 운영하고 있는 곳일 테니까.
─대장간은 어떤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 좋을까?
─참, 쓸데없는 질문이야. 그런 건 내가 아니라 후방의 대장장이들한테 물어보면 될 텐데.
─난 그런 장인들하고는 말을 섞어본 적이 별로 없단 말이야. 그에 반해, 너는 여러 무구를 의뢰하면서 여러 대장장이들과 말을 텄잖아. 친구 좋다는 말이 뭐냐. 나 좀 도와주라, 응?”
─싫어.
─너, 자꾸 그렇게 튕기면 내가 여우 꼬리 들고 네 등 뒤를 따라다닌다? 아, 차라리 토끼 꼬리가 나으려……
─그래, 대장간을 운영하는 사람이라 함은 후덕한 인상의 아저씨나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일수록 실력이 뛰어나다는 인상이 있지.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이브가 일방적으로 소설에 관한 얘기를 한 적은 있어도.
내게 자문을 구한 경우는 몇 번 없었다.
대마법사라 칭송받으며 군의 지휘관으로 활동하던 그녀는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더 많았다.
지옥 같은 열세에도 그녀의 기상천외한 전략을 따라, 목숨을 부지한 경험도 적지 않다.
군국에서 이브는 그야말로 지혜와 지식의 상징.
그런 그녀가 나는 물론, 타인에게 자문을 구하는 경우는 손을 꼽을 정도로 희귀한 일이었다.
‘내게 소설에 관한 조언을 얻을 때만 빼면 말이지.’
대장장이의 대략적인 성격을 시작으로, 검술을 비롯한 무술을 묘사하는 법. 마물이 득실대는 전장에 검 한 자루만 들고 차출당하는 군인의 심정은 어떠한지 등등.
책상에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경험담을 들은 이브는 이를 적극적으로 소설에 반영했다.
그런 식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지금 만나러 가는 대장장이다.
그는 이른바 내 자식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아니지. 내가 직접 소설을 쓴 것도 아니고, 단순히 이브의 물음에 대답만 해줬을 뿐이야. 그러면 부모 자식보다는 성형외과 의사라고 보는 편이 올바른가.’
이브의 초안에서 내 경험담을 바탕으로 깎아내려서, 한 명의 캐릭터를 조형했을 뿐이니.
부모 자식보다는 성형외과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가까웠다.
무엇보다도 그가 내 대답대로 만들어졌다면, ‘환자’임은 확실할 터다.
나는 구석진 골목으로 들어갔다.
인기척이 일절 느껴지지 않았지만 내 눈은 이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철창으로 가로막힌, 간판 없는 대장간.
확신을 품은 나는 화염으로 철창을 부수고 안에 들어갔다.
“이봐, 구야자 맞지?”
대장간의 구석에는 웬 노인이 의자에 몸을 눕혔다.
그를 보자마자 확인 차 이명을 불렀는데.
어째 피골이 상접하고 눈이 퀭한 것이 금방이라고 쓰러질 것만 같은 폐인의 몰골이었다.
“……어?”
잘못 찾아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