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6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61화(6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61화
랭크 테스트(1)
갑작스럽게 추가된 일정.
다른 학생들은 얼떨결에 따라갔지만, 서예린만은 달랐다.
그녀는 궁금했다. 과연 자신의 선생님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테스트를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모습을 직관하고 싶었다.
‘최소 B급은 넘으시겠지?’
F부터 S까지 등급을 매겨 플레이어를 평가하는 등급제.
그중 B급은 일종의 문턱에 가깝다.
1학년 유망주들은 대부분 C급에 비견되는 실력을 가졌으며, 졸업할 때가 다가오면 B에서 A급에 다다른다. 그러나 간혹 B급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존재한다.
그렇기에 플레이어 업계, 특히 아카데미의 학생들 사이에서 B급 플레이어 면허는 일종의 벽이었다.
물론, A급과 S급도 커다란 벽이 처져있다만.
B급은 학생들이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후, 사회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될 벽인 만큼 의미가 남달랐다.
“선생님, B급은 그냥 넘으시겠지?”
“그야 당연하지. 수업에 있어서는 의문점이 많지만, 지난 습격으로 아카데미 곳곳에 남은 흔적을 보면 실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어.”
이지의 걱정에 이사벨이 담담하게 말했다.
약혼을 유지하던 시절에도 뛰어난 마법 실력과 재능으로 양가의 주목을 받던 승우다.
지금은 그 재능과 실력이 어떻게 됐는지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지난 습격 때 아카데미 곳곳에 남은 마법과 마력의 흔적을 미루어 볼 때.
“B급은 기본이야. 내가 볼 땐 A급으로 테스트를 치러도 합격할 수 있을걸.”
“역시 아카데미 조교는 조교라는 건가.”
모두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다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미 통과는 기정사실화된 지 오래였다.
말수가 적은 서예린도,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선생님 고작 B급 테스트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얘들 말처럼 선생님이 떨어질 일은 없어.”
단순히 조교이기 때문에, 자신과 유라를 구해준 은인이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가르쳐 주지 않은 창술을 가르쳐 준 선생님이기 때문이 아니다.
‘……분명히 숨기는 것이 있어.’
이건 조원 모두가 은연중에 느끼고 있는 점이다.
선생님은 강하다. 그건 아카데미 습격 사태를 거의 혼자서 해결하다시피 하면서 증명됐다.
단서는 그것만이 아니다.
담력 훈련 때, 무인으로서 기감을 단련한 성연화와 자신보다도 빠른 속도로 적을 포착한 통찰력.
마법사임에도 이지와 자신을 비롯한 무인들에게 가르침을 내려주는 것. 아, 물론 후자의 경우에는 아직 가르침을 통해 그럴듯한 효과를 보지 못해서 애매하지만.
‘선생님이 제시해 준 개인별 커리큘럼…… 그걸 따라 할수록 움직임이 더 가벼워지는 느낌이었어.’
마법사라면 알 수 없는 무인의 지식들.
설령 단순히 무학에 관심이 많아서 알고 있는 지식이 많다기에는 그 종류와 깊이가 범상치 않았다.
재능을 타고났으나 조부의 억압으로 지금까지 날개를 펼치지 못한 서예린이기에 알 수 있었다.
자신에게 가르쳤던 두 가지 묘리.
그건 자신의 위에 있는 상승 무학이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딱, 그녀의 경지 위에 있는 무학. 한 걸음도 아니고, 반걸음 앞에 있는 묘리는 심오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었다.
어떻게 자신에게 찰떡인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었을까.
이건 단순히 선생님께 교육자의 자질이 있었다고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천부적인 재능과도 거리가 멀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선생님, 승우는 무술을 배웠다.
아주 다양한 무술을, 상당한 수준까지.
‘마법사와 무술…….’
마법사가 무술을 상당한 경지까지 익힐 수 있는가?
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시스템에 이름을 올린 랭커나 하이랭커에도 마검사가 있는 걸로 보아 가능은 하다.
어디까지나 이론에 가까운 얘기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이론을 존중하지만, 이론에 가까운 원론적인 개념을 쉽사리 따라 하진 않는다. 이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이며.
세상에는 여러 편법과 지름길들이 많기 때문이다.
‘창술과 치유학을 병행하려는 나랑…… 비슷해.”
그러나 서예린은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지름길로 향하지 않는 극소수의 괴짜였다.
‘치유학(治癒學)’ 내지는 ‘치유 마법(治療 魔法)’이라 불리는 학문과 창술은 거리가 멀었다. 검사가 깨달음을 위해 창술을 비롯한 여타 무술들을 익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검술을 비롯한 무술들은 결은 다를지언정, 만류귀종이라 하여 결국 하나의 물결로 귀결된다.
그러나 창술과 치유학은 시작부터 끝까지 공통분모라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도 둘을 동시에 공부하는 과정에서 번뜩이는 깨달음을 얻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서예린이 공부하고, 익히고 싶은 두 학문이기 때문에 동시에 공부하는 것뿐이다. 순탄한 길이 아니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과 비슷한 짓으로 성공한 사례가 눈앞에 있었다.
‘……선생님.’
처음에는 분명 최악의 첫 만남과 첫인상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는 길라잡이이자 선생님이 되었다.
그를 둘러싼 악명과 소문은 무성하지만, 학생으로서 곁에서 지켜본 그는 소문과 크게 다른 인상과 행동만을 하고 있었다.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승우.
알고 싶다.
그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다.
아무도 자신에게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서, 독서와 가르침에 집착하는 그녀에게 탐구욕이란 가장 크고 유일한 욕망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승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한편, 그에 관한 모든 내막이 시시한 것이 아니길 원했다. 기왕 탐구할 거면 깊고 재미있는 편이 좋으니까.
다행히도.
─혹시 원하시는 마물이 있으신가요?
“마그마 토터스. 가능하죠?”
승우는 B급 테스트에서 상대할 수 있는 최대의 마물을 불러냈다.
아무래도 시시할 일은 없을 것 같다.
* * *
시몬의 사찰 이후, 마인들은 속히 움직이고 있었다.
대업은 오늘 밤 아홉 시.
반나절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서 움직여라! 상자 속에 숨을 수 있는 녀석은 숨고, 각지의 부호들과 연이 있는 녀석은 서둘러 변장해라!”
“지부장! 여기 폭약이 부족한데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해! 그것까지 내가 일일이 알려줘야겠냐?!”
이런저런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마인들.
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와중, 한 마인이 온몸에서 땀이 나도록 달려오고 있었다. 마인 특유의 강철 같은 체력을 고려한다면 도대체 그가 얼마나 달렸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뭐야, 넌 외부에서 활동하고 있을 녀석이 왜 여기까지 온 거야?”
“지, 지부장님! 크, 큰일 났습니다!”
“내가 듣기에는 네 목소리가 하도 떨려서 못 알아먹겠는 게 제일 큰 고민인데.”
“지금 장난칠 때가 아닙니다. 이걸 보십시오. 그림자의 흔적이 무너진 제3지부의 구석진 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지부장이라 불린 마인은 그가 가지고 온 검은 무언가를 살폈다.
그러고는 이에 관해 아는 것이 있는지 혀를 찼다.
“그림자? 쯧, 암살여단인가. 그 미친년과 엮이면 재수가 안 좋은데.”
암살여단, 길드나 가문 단위의 집단이라기보다는 일인군단을 일컫는 명칭이다. 정확하게는 여단(旅團)에 소속된 인간은 한 명뿐이며, 그녀는 모든 군사를 이끄는 장교이자 그림자들의 주인.
암살을 업으로 삼는 그년과 엮이면 십중팔구는 원인 불명의 사고로 죽는다.
아니, 전적으로 보면 십중십일지도.
“저 지부장님, 그 여자가 그렇게 위험한가요?”
“넌 시몬 때도 그렇고, 아까도 그렇고 왜 그렇게 띨빵하냐? 이런 새끼가 어떻게 마인이 된 거야?”
지난 동굴에서도 조직 내에서 상식적인 것을 묻길래 머리를 부여잡았거늘.
이번에는 더한 질문은 자신에게 건넸다.
마인이란 음지에서 살아가는 족속이 그 전설적인 암살자를 모르는 것은 세상에 관심이 없는 것을 넘어서 길 가다가 비명횡사해도 상관없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 새끼, 누가 마인으로 만든 거야.
정신머리가 개판이잖아.
벅벅, 두피가 벗겨질 정도로 머리를 세게 긁은 마인은 화를 참았다.
지금은 대업을 준비하는 중이다.
화는 나중에, 일이 끝나고 저 모자란 새끼를 마인으로 만든 영업부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으로 분출하리라.
“그년은 괴물이다. 인간이면서 마인보다 빠르고 강하지. 물론, 그런 연놈들은 여럿 있지만, 그년은 우리에게 있어서 얘기가 좀 달라.”
무엇보다도 그 여자가 마인들에게 있어서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예전에 귀족 한 분을 살해했거든.”
그녀는 귀족 시해자.
일흔두 명의 귀족분들. 그중 자작 각하를 시해한 암살자다.
사실, 그녀는 마인으로 전락하지 않았으니 시해보다는 암살이란 표현이 타당했다. 그녀는 감쪽같은 변장으로 지고하신 귀족들의 눈을 속여 당당하게 암살에 성공했다.
위대한 귀족들이 제 눈으로 주범을 봤음에도, 당하기 직전까지 아무도 그녀가 변장한 암살자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그 날의 사건을 여타 귀족들이 인정할 리가 없었다.
그분들의 자존심 앞에서는 설령 진실이라도 허리를 굽혀야만 하는 법.
결국 그녀는 집단 내에서 변장한 암살자가 아니라, 마인임에도 하늘 같은 귀족을 시해하고 달아난 배신자로 취급됐다.
그 속에 얽힌 일화를 일일이 풀어줄 수 없었기에 선임은 후임에게 대충 설명했다.
“10년 전에 귀족분들이 외딴섬에 갇혔다는 일화는 알지?”
“에이, 저도 그건 알죠. 아무리 그래도 절 너무 무시하시는 것 아니에…….”
“무시하는 거 맞으니까. 알면 좀 가만히 있어봐.”
“히잉…….”
뿔 달린 사내가 시무룩하는 것에 혐오감을 표한 지부장은 말을 계속했다.
“상태창의 가호를 받은 랭커와 하이랭커들은 그분들을 섬까지 몰아냈으며, 찢어 죽일 시스템이 그분들을 섬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봉인시켰지.”
“그리고 그 이후 구심점을 잃은 평민들은 괴력난신이라는 임시 간부들을 내세웠고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닥쳐. 앞으로 말은 나 혼자만 한다.”
“네, 알겠……!”
“대답하면 죽인다.”
허읍, 숨을 크게 삼키고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 후배를 진지하게 죽이고 싶었던 지부장은 살심을 가라앉히며 설명을 이어갔다.
“당시 여러 랭커들이 암약을 펼치고 있었고, 그중 하나가 암살여단의 여단장. 지금 시스템으로부터 랭커의 좌를 인정받은 배신자 년이다.”
뭐, 처음부터 마인도 아니었지만.
“여하튼 그 여자의 수작으로 자작급 이하의 귀족분들은 암살의 위협을 느끼셨으며, 결국 그 불안감은 전황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지. 그만큼 위험한 여자다. 만일 그년이 작업에 끼어든다면, 차질이 생기는 수준이 아니라 전멸도 고려해 봐야겠지.”
그래도 우리에게는 용장의 후보.
힘으로는 절대 그녀에게 밀리지 않을 분이 곁에 함께 계실 테니 그런 걱정은 없었다.
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그들에게도 있었다.
또다시 큰일이라며 불참 편지를 가져오는 마인이 오기 전까지는.
“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 편지 가짜지? 응, 분명 가짜일 거야. 가짜여야 해. 이건 가짜야.”
“너! 제대로 확인한 거 맞아? 어째서 온다던 후보가 안 온다는 거야. 다른 것들은? 용장이 안 되면 괴이(怪異)나 반란(叛亂), 귀신(鬼神)이라도 와야 할 것 아니야!”
“지부장님…….”
“이런 염병할!!”
마법사 사냥꾼을 시작으로, 하는 일마다 되는 것이 없다.
지부장은 정갈한 정장과 뿔에 흙먼지가 묻도록 벽에 머리를 박았다.
이건 현실이 아니다. 꿈속이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