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62)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62화(62/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62화
랭크 테스트(2)
마그마 토터스.
이름 그대로 용암을 짊어진 육지 거북 형상의 마물이었다.
어지간한 오피스텔과 비슷한 크기의 대형 마물로, 녀석이 이 공간에 구현된 것만으로 대기의 온도가 삽시간에 높아지고 바닥에 균열이 일어났다.
녀석은 마그마를 이용하는 강력한 공격과 포악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최대 5위계까지 등록된 전적이 있었지만, 포악성에 어울리지 않는, 거북이 다운 느린 움직임 때문에 6위계로 분류된 적도 있다.
그래서 협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의한 등급은 5.5위계.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애매한 수준이라 판단했다.
쿠웅!
마그마 토터스가 한 발자국 내밀자 바닥이 울렸다.
녀석이 공간 내 설비로 이루어진 거짓된 생명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특유의 위압감은 희석되지 않는다.
보통의 플레이어였더라면 침을 삼키며 긴장을 했겠지만.
녀석을 목격한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호기심이었다.
“꽤 크네. 환상이나 환영치고는 무척이나 사실적인걸?”
나는 녀석을 구석구석 관찰하기에 바빴다.
오피스텔만 한 크기에서 오는 위압감?
그런 사소한 크기에 긴장하기에는 내 삶이 워낙 파란만장해서 말이지.
적어도 덩치만으로 나를 긴장하게 만들고 싶다면, 어지간한 아파트 크기는 되어야 한다.
그 정도는 되어야 위기감을 느끼건 긴장하든 하지.
저 사이즈는 작지도, 크지도 않다.
오히려 몸만 굼떠서 맞히기 쉬운 표적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저런 표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데, 아쉽게도 B급에서는 한 마리가 최대라고 하더라.
“도대체 왜 B급 시험에서 저런 만행을……?”
“혹시 몰라, 지난 뉴스에서 아카데미 사태의 주동자를 현장 사살했다잖아. 그럴듯한 실력은 있겠지.”
“에이, 아무리 그래도 마그마 토터스는 에바지.”
테스트실 밖에서 협회 직원들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처음에는 통과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상대를 보고는 마지못해 통과할 수 없다는 의견으로 전향한 직원들이 많았다.
그야, 상대가 마그마 토터스이기 때문이다.
평균 5.5위계, 최대 전적 5위계의 상위계 마물이란 타이틀은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때문에 마그마 토터스는 종종 A급 테스트에서도 채용되는 마물이다.
뭐가 어찌 됐든 테스트는 시작됐고.
[시험을 시작합니다.]완성된 마그마 토터스의 환상이 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우어어어어!!
단단한 아가리를 벌리며, 속에서 끓어오르는 하울링.
피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충격을 가진 포효에 나는 곧장 마력을 조형해, 마법을 구성했다.
「플레임」
화르르!
단순히 불꽃을 방출할 뿐인 기초 마법이 마그마 토터스의 몸에 닿았다.
적잖은 마력을 화염에 투자했음에도, 녀석의 몸에 흐르는 마그마에 삼켜져 화력만 키워주는 꼴이 되었다.
역시 초급 화염 마법으론 안 되나.
「파이로키네시스」
화르르륵──!
형체를 갖춘 불꽃이 사방을 둘러싸며, 거대한 장벽이 되었다.
이것이 보통의 불꽃이었다면 화상을 감수하고 뛰어들 수 있었겠지만, 애석하게도 이건 형태를 갖춘 화염의 장벽.
물리적으로 부수지 않는 한, 절대로 지나갈 수 없다.
──우어어어어!!
이번에는 더 크게 내뱉는 하울링.
고막과 뇌리를 때리는 굉음에 일순, 불꽃의 벽이 크게 흔들렸으나.
“수틀리면 하나 더 만들면 그만이지.”
장벽 위로 장벽을 하나 더 둘렀다.
그 모습 테스트실 밖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이 안타까운 소리를 내뱉었다.
질량만 있을 뿐, 별다른 효용은 없는 단단하기 짝이 없는 장벽을 더 만들어봤자 유의미한 타격을 입힐 수는 없다.
“판단이 너무 아쉬운데. 마법의 숙련도는 높아 보이지만, 마법전의 경험이 너무 적은 것 같아.”
“이거 지겠구먼. 그러게 왜 파이로맨서가 마그마 토터스를 상대한다는 만용을 부려가지고는.”
“이제 슬슬 녀석이 필드를 지배할 때도 됐고 말이지.”
쿵쾅, 그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그마 토터스가 앞발을 굴려 땅을 울렸다. 그러자 바닥이 쪼개지며 마그마가 솟구쳤다.
이것이야말로 마그마 토터스가 5.5위계라는 높은 등급을 받은 이유.
주변 지형지물을 자신에게 유리한 영역으로 탈바꿈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그마는 땅속 깊숙이 스며들어 상대가 서 있는 것조차 용서치 않는 불지옥이 되리라.
그 순간 모두가 패배를 예상했으나, 정작 그 장본인은 끈적한 마그마를 보고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웃고 있었다.
마그마가 지반을 뒤덮기 시작한 것은 별다른 애로 사항이 아니다.
녀석은 잊었으면 안 됐다.
이 장벽의 원재료가 무엇인지를.
“등딱지에 마그마를 짊어졌다고 불꽃에 타격을 입지 않는 것은 아니지.”
귀신이나 유령이 아닌 이상, 살점은 있게 마련이고.
살점은 화상을 입으며 불꽃에 타오른다.
아무리 가죽과 껍질이 화염에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내장과 뼈까지 화염에 내성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파이로키네시스」
마그마 토터스를 두른 불꽃의 장벽이 꿈틀거렸다.
형태를 가진 유형의 불길은 기다랗고 날카로운 가시와 창을 엮은 벽이 되었다. 이미 이중으로 포위된 녀석이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자, 여기서부터는 내구도 싸움이다.
콰드득!
가죽을 뚫고 들어가는 불꽃의 가시와 창.
혈관과 살점을 서서히 익혀가는 불길은 조금씩 살을 파고들며 뼈를 노리기 시작했다. 마그마 토터스는 마그마의 통제도 망각한 채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 꼴이 마치 뜨겁게 달궈진 냄비 속에 집어넣은 자라처럼 보인다.
용봉탕 좋지.
그러면 이제 뚜껑도 닫아볼까.
나는 하늘 위로 손을 스윽 뻗었다.
그와 동시에 일대의 마그마로부터 열기를 빼앗은 강렬한 불길이 냄비 뚜껑처럼 덮였다. 마물을 요리하는 것 같은 기괴하기 짝이 없는 마법의 연계.
그러나 이 마법의 본질은 요리 따위가 아니다.
마법의 모티브는 중세의 고문 기구,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
관 안에 쇠못이 촘촘히 박혀 있다는 철의 여인.
악명 높은 싸늘한 쇳덩이의 고문 기구가 붉게 타오르는 마법으로 현대에 재탄생했다. 내가 고문에 조예가 있어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외관상으로는 냄비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내용물이니까.
꾸우욱, 나는 뻗은 손을 천천히 내렸다. 무거운 냄비 뚜껑을 덮는 듯한 감각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그렇게 뚜껑이 닫히자.
「파이로키네시스─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
콰아아아아앙──!!!
상하좌우, 사방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불꽃의 가시들.
수백 수천에 달하는 새빨간 불꽃의 가시가 마그마 토터스의 등껍질을 파고들었다. 가시는 뼈를 꿰뚫고 내장에 당도해, 모든 것을 으깨고 익히다 못해 태웠다.
그 충격은 땅을 울리는 것으로 모자라 테스트실 밖에까지 느껴졌다.
그 광경을 지켜본 협회 직원들과 학생들은 놀랐다기보다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깜짝 놀란 그들과 달리 내 표정은 영 시원치 않았다.
“……시시하네.”
5.5위계면 쉬운 상대도 아니고, 화염 마법을 주로 다루는 나와 상극 관계에 있는 녀석이어야 했었을 텐데.
생각보다 너무 대수롭지 않게 죽었다.
아무래도 나는 이 세상의 기준을 너무 높게 쳐주고 있었나 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간만에 몸을 움직인 덕분에 감질이 났다.
기왕 테스트하는 거, 좀 더 제대로 된 싸움을 하고 싶었다.
연전에 관한 스스로의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덤이었다.
“저, 거기 관계자분 계시나요?”
─아, 예, 예! 여기 있습니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지……?
“아뇨, 그게 아니라. 음, 이건 위에 올라가서 말해도 되려나.”
─그러시면 올라오셔서 말씀을……아! 아직 안 치웠다. 자, 잠깐만요 금방 치우도록 하겠습니다!
허공에 말하자 대답이 돌아왔다.
당황하고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허겁지겁 쓰레기를 치우듯이 일대의 모든 것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그마 토터스의 사체는 물론이요, 녀석이 바닥에 깔아둔 마그마와 내 마법이 일으킨 흔적마저 깔끔하게 사라졌다.
테스트가 종료되었다는 증거였다.
‘이건 꽤 쓸 만해 보이는걸.’
환상을 일으키는 마법.
생물에 한없이 가까운 환상을 현실에 현현하는 것은 기본이고, 내가 벌였던 모든 전투 행위의 흔적은 죄다 ‘환상’으로 취급해서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지우는 것은 상당한 기예로 보였다.
과연 저 마법을 내가 익히면 어떨까.
화염과 염동, 저주, 언령 따위의 시너지와 조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내 앞으로 문이 열렸다.
문밖으로 나오자 아까와 같은 풍경, 그리고 이전과 달라진 사람들의 눈치가 시야에 들어왔다.
좀 전까지는 다들 아무런 기대도 없는 눈치였거늘, 지금은 다들 깜짝 놀라서 커다란 눈동자를 띄우고 있었다.
특히 학생들의 반응이 눈에 잘 들어왔다.
이전에 에프넬의 화원에서 함께 움직였던 이지나 5위계 마물로부터 구해준 노유라의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그저 믿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끄떡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습격 당시 발목을 삐끗해서 내 전투를 제대로 직관하지 못했던 서예린은 기대 이상이라며 얼굴을 붉히며 주먹을 불끈 쥐어 머리 위로 올렸다.
아이시스와 성연화는 크게 놀란 표정으로 대단하다며 눈을 반짝였다. 아무래도 내 실전 능력을 전혀 기대하지 않은 모양인데, 다행히 그녀들의 기대 이상으로 테스트를 해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사벨은 절대로 믿을 수 없다는 눈치로 입을 열었다.
“당신…… 혹시 각성제 빨았어?”
“각성제?”
혹시 독초를 말하는 건가.
문득, 주머니에 넣어둔 봉지가 느껴졌다.
오늘 틈틈이 먹어두려고 가져온 독초 7종. 각각 마비독과 수면독에 탁월한 약효를 지닌 독초들은 강력한 진통 효과와 동시에 마력과 마법적인 행사를 한 단계 높여주는 각성 효과가 있지만.
객관성이 중요한 테스트에서는 당연히 피우지 않았다.
난 테스트에서 편법을 저지를 만큼 치졸하진 않다. 이 몸의 원주인이면 모를까.
“그럴 리가, 내가 각성제를 왜 빨아. 왜, 검사라도 받을까? 협회 내에 약물 검사하는 곳 있는데.”
“그…… 렇지? 맞지? 휴, 다행이다. 설마 불법적인 약물을 통해 강해진 줄 알았네.”
“그게 무슨…… 아.”
왜 그녀 입에서 각성제 얘기가 나왔는지 알겠다.
그녀는 지금까지 테스트실에서 내가 일으킨 마법들이 도핑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내 마법들의 베이스가 초급에서 하급 마법들이니 당연한 의심이었다.
내가 중급 화염 마법까지 익히긴 했지만, 효율로만 따졌을 때는 초급 마법을 더 많이 애용한다.
“뭐, 아니면 됐어.”
“넌 도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약혼 파탄범. 약혼녀한테 손찌검하는 쓰레기.”
“…….”
그녀와 대화하다 보면 매번 가불기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이제는 슬슬 적응할 때도 됐는데 말이지.
내가 그녀의 말에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있자, 멀리서 정장을 입은 여인이 내게로 달려왔다.
그녀는 테스트실의 스피커로 내게 말을 걸어오고 대답해 주었던 협회 직원이었다.
“B급 테스트 통과 추, 축하드려요! 면허는 1시간 내로 발급된 예정이고, 아 맞다. 아까 하실 말씀이라는 게 뭔가요?”
신입인가.
말하는 것이 뭔가 어눌하다만, 내 곁에 있는 얘들이 훨씬 어눌해서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별건 아닌데요.”
“네, 네.”
“더 높은 등급의 테스트는 없나요?”
“……예?”
존나 별거인데요?
라는 눈빛으로 그녀가 나를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