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6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63화(6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63화
랭크 테스트(3)
B급 테스트보다 A급 테스트에 걸맞은 마물.
마그마 토터스를 너무나도 손쉽게 잡자 입맛이 돌며 감질나기 시작했다.
녀석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왕 가지고 놀 거, 더 큰 장난감이 필요했다.
“더 높은 등급의 테스트는 없나요?”
“며, 면허가 없으신 분들은 B급이 최대입니다만…….”
“그러면 A나 S등급의 테스트는 언제부터 볼 수 있죠?”
“최소 반년에서 1년 후에 가능합니다…….”
반년에서 1년.
내가 이 세상에서 있을 시간을 고려한다면, 기다리지 못할 시간은 아니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기왕 테스트를 치르는 김에 더 높은 등급도 치를 수 없을까 싶었는데. 뭐, 테스트의 시간 간격을 오래 잡는 데에는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으니까.
‘어차피 본래의 목표에는 성공했으니까. 큰 문제는 아니지.’
<나인테일>의 별동 팀장직을 달기 위해서는 B급 플레이어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는 최소 조건을 만족했다.
그것만으로 협회에서의 볼일은 끝났다.
그럼에도 내 발걸음은 쉽사리 떨어지질 않았다.
조금 더 시험을 보고 싶다고 느끼는 그때.
터벅터벅.
가벼운 발소리와 함께 직원들의 인사를 한 몸에 받는 사내가 들어왔다. 꽤 지위가 있는 사람인가.
“소, 소장님! 탕비실에서 커피 마시면서 동영상이나 보시는 분이 여기는 어째서…….”
“하하, 다래 씨.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오해하잖아요. 저는 어디까지나 고된 일에 지쳐, 휴식을 취하고 있었을 뿐이랍니다?”
“아, 아 예! 그, 그렇죠!”
소장님이라.
협회 내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테스트실에서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협회장이나 간부들 바로 밑에 있으려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곳의 소장입니다.”
“아, 예 반갑습니다. 백승우라고 합니다.”
“하하, 그 위대한 천호백가의 가주님이 아니십니까?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칠성에서 일어난 습격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주범을 사살하셨다죠. 영웅적인 분을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의 말투는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분명 나를 한껏 금칠하고 있지만, 말 사이사이에 가시가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흔히 아는 부류의 사람이다.
타인을 무시하고, 은유적으로 사람을 엿 먹일 줄 아는 간신 같은 부류. 소장은 그런 부류의 인간들과 똑같은 말투와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저기 탕비실에서 가주님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만. 추가적인 시험을 원하신다면서요?”
“……볼 수 있으면 좋죠.”
시험을 봐서 A급 면허를 따고, 이윽고 S급 면허까지 딸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내부 규정상 안 되는 일이 아니었던가?
굳이 왜 묻는 걸까, 싶은 그때.
“A급 시험, 치르셔도 상관없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소장님 진심이세요?!”
“명단에 올리면 그만 아닙니까. 제가 그만한 권한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혀, 협회장님이 아시면……!”
“하하, 제가 그걸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저 얼굴을 봐봐──.”
‘─며칠 전만 하더라도 뉴스에서 흔히 보이던 얼굴이잖아. 녀석이 저지른 사건사고들, 알지? 저런 녀석은 A급 시험 절대 통과 못해. 가장 중요한 인성이 바닥이니까. 설령, 인성 검사를 통과하더라도 가당키나 하겠어? 저 양반의 실력을 띄워주던, 최근에 나온 뉴스들도 전부 허위 과대 기사들일걸. 알잖아, 부자들 다 그런 거.’
“…….”
부하 직원에게 속삭이듯이 말하는 소장.
그는 대놓고 날 깔보고 있었다.
나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좀 그렇다.
마음 같아서는 한마디 해주고 싶지만.
여기서 괜한 짓으로 악명을 더 쌓을 필요는 없었다. 그 부분은 해명하기에는 너무나도 꼬였으니까.
그 대신에.
실력은, 지금 이 순간에 증명하면 된다.
“이거 너무 저희들끼리만 떠들었군요. 그래서 생각은 해보셨습니까?”
너 까짓 게 감히 도전할 수 있겠냐는 뉘앙스를 담은 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예, 바로 시작하도록 하죠. 이따가 밤에 일정이 있는지라.”
“하하, 그렇군요. 그러면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비록 환상이더라도 타격으로 인한 피해만큼은 현실이 되니. 잘못했다가는 일정이고 나발이고, 입원하실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죠.”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잘못해서 배때기에 구멍이 뚫릴지?
하하하, 소장의 웃음소리와 함께 공간에 다시금 환상이 차오른다.
이번 상대는 내가 지정하지 않았다.
임의로 지정한 마물이 구현되며, 그 역겨운 몰골을 드러냈다.
A급 테스트의 상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작은 체구.
그것은 원숭이의 형태의 마물이었다.
어째 자주 보는 것 같네.
─우끽?
명칭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녀석의 특징이라 하면 빠른 기동성과 특유의 능력이었다.
뭐였더라.
……아마 투척이나 분사와 관련된 능력이었던 것 같은데.
자세히 기억나질 않는다.
─야, 야, 미친! 저게 왜 A급 테스트에서 나와?! 당장 기계 멈춰!
─저건 소장님이 조작하셔서 그런 거잖아요. 애초에 여긴 B급 테스트만을 염려하고 만든 곳이잖아요!
─저기요? 저건 단순한 환상 아닌가요. 왜 그렇게 흥분하시는지?
─단순한 환상이라고? 그래, 저기 있는 사람 빼고는 전부 환상이지만, 그로 인한 타격만큼은 실제로 남는다고!
─네?
─그러니까! 녀석이 우리 배때기에 구멍을 내면, 녀석이 사라지더라도 배에서는 피와 내장이 흘러나올 거라고! 젠장, 내 배때기가 뚫릴 것을 원한 게 아니었는데!!
─이런 미친! 이거 전부 환상 아니었어?!
─환상은 맞아. 다만, 협회장님이 환상을 너무 잘 구현하셔서, 그 영향이 현실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라는 것만 빼면. 그러니까 어서 환상을 멈춰!
─아! 나도 하고 있다고요!
원숭이가 기다란 팔을 크게 흔들며 손뼉을 쳤다.
그럴 때마다 허공에 마력이 떠오르고, 협회 직원들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굳어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투척. 아니, 저 정도면 투창이려나.”
담담한 말투로 정면을 바라봤다.
마물이 내뿜은 마력이 허공에서 굳어, 수많은 창으로 변했다. 사실, 창이라고 부르기에는 조잡한 완성도이지만 저 정도 크기와 마력량이라면.
최악의 경우, 테스트실을 관통할지도 모르겠다.
─다, 당장 테스트를 멈춰!
─멈추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이미 환상이 공간 내부에 고정된 지 오래라고요!
허공에 떠오른 창들이 뒤로 살짝 밀렸다.
그와 동시에 바람이 일어난다. 마력을 이용해 저 단순한 행동만으로 투창의 장전이 완료됐다.
이제 남은 것은 쏘아내는 것뿐.
참상을 예견한 마법사들은 방어 마법을 내세웠고, 무인들은 철을 구부려서 억지로 방패를 만들었다.
끼이이이익──!
바람이 찢기는 소리.
귀를 꽈악 붙잡게 만드는 시끄러운 울음과 함께.
수천 자루의 창들이 테스트실을 그대로 관통하고, 그 너머의 사람들을 꿰뚫고자 발사됐다.
────!!!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바람과 폭발에 모두의 눈이 크게 감겼다.
다들 나름대로의 방어 수단을 펼쳤지만, 예기치 못한 돌발사태에 몸을 숙이는 것이 최선이었다.
다들 필사적으로 몸을 감싸 안으며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순간.
“멈춰라.”
테스트실 내부 스피커를 통해 밖으로 울리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바람 소리에 묻혀서 들렸다.
그러고는, 곧장 바람과 폭발이 동시에 멎었다.
“……어라?”
“사, 살았다?”
“……왜 방어 마법에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 거지?”
테스트실의 방벽조차 종잇장처럼 꿰뚫을 충격은 어디에도 없었다.
주변은 살펴보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돔에 몸을 숨긴 학생들과 철문을 구부려서 방패로 사용한 소장님도 이상하다는 듯이 멀뚱멀뚱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어?”
그러자 시야에 보인 것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깔끔한 테스트실의 장벽과 모든 것이 정지한 테스트실 내부였다.
“멈췄어? 카메라가 멈췄나?”
“야, 그건 아니지. 옆에 타이머는 계속 흐르고 있잖아.”
“그러면 영상대로 테스트실 내부가 통째로 멈췄단 말이야?”
정지. 그래, 말 그대로 정지였다.
마치 동영상을 일시 정지한 것처럼 모든 것이 멈췄다.
순간 다들 카메라가 망가졌다고 여겼지만, 정지한 세계 속에서 유유히 걷는 한 사람 때문이 카메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나는 손을 까닥이며 말했다.
순간적인 광범위 투창에, 효율을 고려하지 못하고 전체 마력의 3할 가량을 방출했다.
방출된 마력을 붉은 연기처럼 사방으로 퍼져 입에서 흘러나온 언령과 함께 이 공간에 적용되었다.
“시간 계열의 마법…… 일 리는 없고.”
“염동, 설마 염동인가.”
“그게 더 이상하지 않아? 차라리 시간 계열이면 모를까, 염동으로 일대를 정지할 정도면 가히 변태적인 수준인걸.”
저들의 말마따나 이건 염동이 아니다.
세세하고 파고들면 염동 계통의 마법이긴 하겠지만, 해당 마법을 창안한 백승우가 명명하기를, 「파이로키네시스」.
일반적인 염동과는 그 구조부터가 다르다.
보통의 염동 마법은 단순히 마력을 이용해 손을 대지 않고 물체를 움직이는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파이로키네시스」는 사방에 열기를 방출해 그 열기를 휘어잡는 것으로 물질을 통제한다.
단순히 마력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방대한 양의 마력과 더불어 열기라는 매체를 통해 물질세계의 사물을 휘어잡는 나만의 고유한 마법.
……말은 거창하지만, 결론적으론 이따위 투창으로는 벽을 꿰뚫기는커녕 내가 닿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한다면.
“생물의 사지를 결박하는 것도 가능하지.”
꽈아아아아악!
붉은 연기처럼 일렁이는 열기가 사방에 넓게 퍼졌다.
덕분에 일대의 공간에 보다 간섭하기 쉬워졌다.
나는 이를 토대로 원숭이 녀석의 사지를 세게 잡았다.
그야말로 사지를 결박하다 못해, 쥐어뜯을 정도로 강하게.
“쯧, 공간 내부의 설비에 비해 녀석이 너무 강해. 이래서는 정상적인 테스트가 불가능하겠어.”
나는 사방을 훑었다.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러자 몸속에서 대량의 마력이 빠져나갔다.
빠져나간 마력은 술식이나 마법진을 그리지 않았다.
그저 허공에 스며들어 「파이로키네시스」의 출력을 높여주었다.
평소라면 화염 마법의 출력을 높이는 데에 초점이 잡혀 있겠지만, 지금은 「파이로키네시스」의 한 축을 이루는 염동에 마력이 치중되었다.
우우우우우웅──!
대기 중의 마력과 열기가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마물의 사지를 꺾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녀석의 사지를 결박하는 수준을 넘어서, 꺾기 시작하자 녀석은 원숭이 특유의 높은 울음소리를 내려고 했으나.
나는 그걸 기다려 주지 않았다.
─콰드득콰드득!
척추가 접혔다.
팔다리가 반으로 구겨졌다.
마치 종이접기나 블록 게임을 하듯 빈틈없이 깔끔하게 접혔다.
─콰드득콰드득!!
얼마나 더 접혔을까.
더 이상 생물의 형체가 남지 않을 때가 돼서야, 일대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바닥에 고인 핏물도, 내 얼굴에 묻은 핏방울도.
죄다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목이 조금 아프네.’
사전 준비도 없이 급하게 발동한 언령의 반동과 적잖은 마력을 찰나에 사용해서 느껴지는 탈력감이 장난 아니다.
특히 언령의 반동을 꽤나 독했다.
아직 미완성이라서 그런가.
고춧가루를 한 움큼 삼킨 것처럼 목이 칼칼했다.
덕분에 목이 반쯤 잠겨서 목소리가 거칠게 나온다.
뭐랄까, 구태여 비유를 하자면 소설이나 만화에 흔히 등장하는 전형적인 오만한 악역 같은 목소리?
당장 사람 하나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어둡고 거친 목소리가 입을 거쳐 테스트실을 나지막이 울렸다.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