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64)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64화(64/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64화
랭크 테스트(4)
“다음.”
나지막한 목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그 목소리에 더 이상 놀라거나 경악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보다는 눈앞의 광경이 보다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마물의 몸이 종잇장처럼 접혔어?”
“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다음이라면 S급 시험을 말하는 거 맞지?”
“저…… S급은 시험을 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A급 시험도 엄연한 권력 남용이라…….”
직원들은 당황해서 이런저런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말의 요지를 결국 간단했다.
S급 시험만큼은 보실 수 없다.
사실 A급도 월권행위였으니, 여기서 만족하시라고.
하지만 승우가 그걸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그는 지금 간만의 투쟁에 목이 말랐다.
몸이 고되기는 하지만, 지금 승우의 상태는 가뭄으로 메마른 땅에 물 한 방울 부은 정도. 그걸로는 갈증을 해소하기에 턱 없이 부족했다.
“아니, 다음 시험도 여기서 본다. 지금 당장.”
─그, 그건 안 됩니다!
─이 이상은 진짜 안 돼요! 소장님도 와서 한마디 좀 해주세요!
협회 직원들이 필사적으로 만류했다.
이 이상 시험을 쳤다가는 협회의 공정성에 금이 갈 것이 분명했다.
모든 시험은 공정해야 된다. 그것이 중립을 지키는 협회의 태도였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협회의 의견일 뿐.
그래서.
“그게 내 알 바인가?”
이미 건수를 잡았다는 듯, 서늘하게 웃는 표정은 직원들로 하여금, 돌이킬 수 없음을 직감하게끔 만들었다.
당당히 말하는 승우의 태도에 협회 직원들의 가슴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누가 저기서 강제로끌고나와봐!”
“너, 백승우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르지? 저 양반, 자신의 의견을 무시했다고 사람 여럿 매장한 미친 놈이라고!!“
“소, 소장님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본래라면 재고할 가치도 없는 요구였으나.
상대는 천호백가의 가주.
그들이 조국인 대한민국에 끼치는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일개 협회의 말단 직원으로서는, 감히 그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건 소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제기랄!’
그는 아무런 재능도 없는 평범한 사원이었다.
그저 눈치가 좋아, 도움이 될 편에 이러 저리 편승하던 승냥이 같던 사내가 소장의 자리에 앉은 계기는 그의 뒷배.
나인테일 길드 덕분이었다.
보다 정확하게는 나인테일의 최고 간부, ‘아홉 꼬리’ 중 <첫 번째 꼬리>와 그 외의 간부들의 입김이 톡톡히 작용해 준 덕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의 암묵적인 상관이자, 미친 망나니로 유명한 백승우가 그를 닦달하고 있었다. 천호백가로 따지면 친(親) 장로 성향인 소장은 승우를 도와줘서는 안 된다.
그래서 쪽박이나 당하라고 A급 시험을 허가해 준 것인데.
승우는 당당히 시험을 통과했고, 이윽고 그 다음 단계인 S급 시험을 당당하게 요구했다.
망했다.
아홉 꼬리와 백승우.
둘 중 무엇을 고르던 향후 그의 길을 순탄치 않을 것이다.
후자를 고른다면 소장으로서 규정을 두 번이나 무시한 죄를 물어, 시말서는 물론이요.
더군다나 그의 말을 수락한다면, 명백한 권력 남용에 적극적인 상부의 감찰이 들어올 테니, 나인테일 길드와의 유착 관계도 들켜 해고와 고소도 불가능한 처사는 아니었다.
멈출 거면, 지금 당장.
당장 멈춰야만 한다.
하지만.
“…….”
그를 고요히 바라보는 눈빛.
타오르는 듯한 적색의 동공. 그 속에는 그의 머리카락만큼이나 검고 공허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이, 소장의 죽음을 부르고 있었다.
저게 말로만 듣던 살기인지는 모른다.
그는 그저 지금 이 순간, 저 눈빛과 마주한 것에 살아 있음을 저주했다. 단순히 무섭거나 서늘한 수준이 아니다.
소장은 이 찰나의 판단에, 자신의 목숨이 판돈으로 올려져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 거지 같은 직장에서 눈칫밥으로 10년 넘게 살아오며 갈고 닦은 직감이었다.
해고냐, 죽음이냐.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장은 눈을 꽉 감고.
퍽!
S급 마물의 환상을 공간 내부에 구현하는 설비를 눌렀다.
그러자 테스트실 내부의 마력이 비정상적인 속도로 돌면서 거대한 존재감의 생물을 만들어냈다. 그제야 승우의 눈동자가 소장에서 떨어졌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힘이 풀린 다리 탓에 무릎을 꿇었고.
녀석의 탄생을 지켜보던 승우의 머릿속에 의문이 생겼다.
‘……저건 어떻게 상대해야 되지?’
B급 테스트는 마법만으로, A급 테스트는 언령을 조금 섞어서 통과했다. 그렇다면 S급 테스트는 뭘 어떻게 해야 될까.
깊이 고민할 틈은 없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순식간에 목을 노렸다.
쿠와아아아아악!
지금 코앞에 승우를 덮치고 싶다며, 아가리를 벌려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악어형 마물.
은연중에 S급이나 A급이나 비슷하게 생각했거늘,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녀석이다.
제기랄, 이럴 줄 알았다면 괜히 폼잡는다고 당장 다음 시험을 보겠다고 설치는 것이 아니었는데.
‘마력은 5할 가량이 남았지만, 슬슬 체력이 바닥이다.’
A+의 마력은 쌩쌩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연약한 몸은 스포츠카처럼 질주하는 마력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앞으로 대규모 마법은 두세 번 정도가 한계이려나.
부상을 각오한다면 열 번은 더, 입원을 각오한다면 서른 번은 더 사용할 수 있겠다만.
‘그래서는 꼴이 우스워지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다.
승우는 아무 말 없이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쿠구구구궁!
거대한 악어의 몸이 움직이자 땅이 흔들린다.
4위계, 능력에 따라서는 마을 내지는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위계에 다다른 마물.
사룡악어(蛇龍鰐魚).
저 정도 크기면 악어라기보다는 용이나 드래곤의 일종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용과 드래곤의 기원이 악어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설도 있는데. 그래서 그런가, 녀석의 개체명에도 용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었다.
“……다행히 브레스는 못 쏘네.”
악어는 아가리를 벌리며 다가올 뿐.
입에서 강력한 마력이나 독을 내뿜지는 않았다.
그래, 녀석이 진짜 드래곤이나 와이번도 아니고 브레스를 어떻게 쓰겠냐. 그 정도면 4위계가 아니라, 한 단계 더 높았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입에서 나는 구취가 너무 심해서 코와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이 정도면 브레스의 일종으로 인정해야 되나 싶을 정도의 악취.
코를 막는 것으로는, 비강을 파고드는 강렬한 악취를 막을 수가 없었다.
화르르, 붉은빛의 홍염(紅焰)이 크게 타오르며 악어의 가죽과 아가리 부근을 강하게 지진다.
살가죽이 타고, 살이 익으면서 살아있는 생명체에게서 나면 안 되는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지만. 사룡악어의 거대한 몸체에 비하면 타격이 미미한 수준의 범위에 불과했다.
뭔 놈의 덩치가 이렇게 커?
사룡악어는 방금 전에 가볍게 이긴 오피스텔 거북이보다도 거대했다.
타격할 부위가 늘어난 것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이렇게까지 거대하면 아무리 화염 마법으로 지져봤자 뼈와 내장까지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는 것이 어렵다.
피부 바깥부터 바싹 태울 만큼 맹렬히 타오르는 화염을 들이붓거나, 찜통처럼 속에서도 골고루 익도록 화염을 조절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그게 말처럼 쉬워야지.’
살가죽을 바싹 태운다?
4위계 마물 특유의 단단한 외피와 사룡악어의 심장에서 흐르는 마력 때문에 화염 마법이 온전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가죽을 통째로 태우는 것이 어렵다.
체력만 조금 더 높았어도, 화염 마법의 위력과 범위를 조율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만.
지금의 컨디션으로는 불가능하다.
찜통에 집어넣은 것처럼 속도 골고루 익힌다?
이건 잘못했다가 본인도 사룡악어와 함께 찜이 될 수도 있다.
염병할, 뭐가 이렇게 골치 아픈 거야.
“타올라라.”
시동어와 함께,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효율의 불꽃이 녀석의 살갗을 지졌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효율이 높을 뿐.
그다지 위력적이지 못한 불꽃은 녀석에게 따가운 정전기 수준에 불과했고.
와아아아아악!
아가리를 벌리며 그 육중한 몸을 내게로 날렸다.
그와 동시에 몸을 크게 비트는 것이 금방이라도 회전할 기세다.
백승우는 녀석이 무엇을 할지 깨달았다.
데스 롤(Death roll), 상대의 사지를 강력한 치악력으로 고정한 다음 온몸에 힘을 실어 수차례 몸을 회전하며 이루어지는 죽음의 소용돌이.
악어종 특유의 무시무시한 치악력과 무자비한 회전의 콤보에 당하면 사지가 갈기갈기 찢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물며, 그것이 사룡악어 같은 고위계 마물이라면 더더욱.
스윽, 재빨리 팔을 뒤로 뺐으나.
옷가지의 끝이 녀석의 날카로운 이빨에 걸렸고.
그걸 놓칠 생각이 없었던 녀석은 몸을 크게 튕기며,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곽!
일대의 지반을 물론, 테스트실 밖을 넘어서 협회 건물을 울리는 거대한 회전. 보통의 플레이어였으면 뼈도 추리지 못할 공격에 협회 직원들이 침음을 삼켰다.
다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라며 머리 한 편에 부정적인 상황을 떠올리는 그때.
[‘여우불’이 피어오릅니다.] [일대에 저주가 안개처럼 넘실거립니다!]화르르르르르륵───!!
고속으로 회전하는 녀석의 몸 위로 불이 붙었다.
저주스럽게 일렁이는 자염(紫焰)은 녀석을 장작 삼아 크게 번졌다.
뒤이어 낮게 잠긴 목소리가 울렸다.
“타올라라.”
평소와 같은 시동어.
다만, 평소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여우불」
[‘파이로키네시스’에 ‘여우불’이 깃들었습니다.] [이제부터 저주가 서린 불꽃에 형체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이중나선」
[마력의 배열이 나선의 형태로 변합니다.] [두 개의 나선이 교차하며, 마력의 효율과 위력이 두 배로 증폭합니다.]허공에서 타오르는 자염이 새끼줄 꼬듯이 교차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은 끝이 두 개로 벌어진 불꽃의 창.
지금 당장, 백승우의 육체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가할 수 있는 최대의 일격이었다.
“떨어져라.”
즉석에서 내뱉은 불완전한 언령.
덕분에 목이 완전히 잠겼지만.
허공에 떠오른 나선의 창을 거대한 불꽃으로 사방을 덮으며 사룡악어에게 내리꽂혔다. 그 모습이 마치 포크로 음식을 찍는 듯한 모양새였다.
4위계의 위엄은 더 이상 어디에도 없었다.
백승우는 일대의 불길과 열기를 전부 통제하며, 오롯이 악어를 죽였다.
피해가 밖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했기에, 이곳으로 넘어와 처음으로 A+의 방대한 마력을 전부 탕진하는 데 성공했다.
이윽고 모든 마력을 탕진한 백승우는 바닥에 쓰러져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지쳐도 너무 지쳤다.
그는 잠시 숨도 고를 겸, 눈을 감고 자신의 무위를 주관적으로 평가했다.
‘……S는 생각보다 어려운걸.’
B와 A급 테스트를 어렵지 않게 통과해서 너무 만만하게 봤다.
랭커와 하이 랭커라는 지고한 경지에 도달하기 직전, 인간이 타인에게 붙여줄 수 있는 최고의 등급.
백승우는 그 S급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지금의 실력에서 무술만 몇 가닥 추가한다면, S급은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지만.
순수하게 마법만 따졌을 때는 A급 이상, S급 이하가 적절한 평가다.
마법에 입문한 지 겨우 한 달 만에 도달한 것치고는 상당한 성취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무력에 한한 이야기.
마법의 깊이와 성취는 별개의 얘기였다.
“……S급과 랭커, 하이 랭커의 격차는 생각보다 큰걸.”
랭커(Ranker)란 시스템이 지정한, 각 분야의 일인자들.
그것은 검술을 극한까지 연마한 검사일 수도 있고, 화염 마법에 특화된 마법사이거나 전쟁터에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치료한 의사일 수도 있다.
뭐가 어찌 됐든 각자의 분야의 일인자가 된 사람을 랭커라고 부른다면.
하이랭커(High Ranker)는 랭커 중에서도 특출난, 그 누구도 절대로 대체할 수 없는 세기의 천재들.
단순히 일정 수준의 무력을 갖추기만 하면 받을 수 있는 S급 면허와는 격이 다르다.
자신들만의 분야를 넘어서.
온갖 분야의 타인들과 비교해 봐도, 압도적으로 우월한 100인만이 차지할 수 있는 선택된 자리들.
‘가면 갈수록 첩첩산중이로군. 도저히 끝이 보이질 않아.’
최근에는 남화연 밑에서 시동어도 배우고 있다지만, 까마득한 위치에 존재하는 그들에게 닿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야, 한 달밖에 안 됐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렇게 테스트를 치르며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더더욱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더 빨리 강해지고 싶다.’
지금 이대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적어도 시나리오를 입맛대로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비틀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원했다.
여담이지만, 면허는 결국 A급으로 끝이 났다.
소장이 S급 면허를 발급하려는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협회장이 상부에서 지시를 내렸고.
현행으로 잡힌 소장은 벌벌 떨며, 그간 무슨 일이 있었고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실토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순순히 자신의 행적을 고백하는 꼴이 퍽이나 우스웠다.
그 후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된 상부는 내게 고개를 숙인 후 A급 면허를 쥐여줬다.
S급은 전 세계를 통틀어 몇 없는지라.
깐깐하게 관리할 수밖에 없다며 사과를 하고는 소장을 잡아갔다.
이 모든 것이 단, 15분 내로 정리됐다.
“……내 다섯 시간.”
기다린 시간에 비해, 빨라도 너무 빠른 일 처리.
이 정도면 평소에 시간 없어서 못하는 게임을 족히 다섯 판은 할 수 있다.
나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유유히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내 다섯 판…….’
슬슬 경매장에 갈 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