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66)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66화(66/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66화
경매장(1)
종로 지하 경매장의 내부는 밖과 다르게 대단히 화려했다.
부자들이 좋아할 법한 황금 찬란한 장식들은 기본이고, 정열적인 적색과 왕족의 고귀한 자색으로 은은한 포인트를 주었다.
그야말로 사치의 중심, 그 속에서 나는 경매 물품 카탈로그를 훑었다.
생각보다 뭐가 많네.
“내가 찾는 장신구는 기본이고, 무기나 잡화, 사치품들도 많군. 돈 지랄을 좋아하는 갑부들이 즐기기에는 좋겠어.”
거의 쉰에 가까운 목록.
그 끝에는 살생석이 있었다.
본디 일본 정부의 보물인지라 시세를 예측할 수도 없는 물건.
저것이야말로 오늘 경매의 하이라이트이며, 이 자리에 수많은 손님들이 모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겠다는 뜻이지만.
내 손에 쥔 카드면 충분하겠지.
나는 내 블랙 카드를 믿는다.
─전 세계 각국에서 저희 종로 지하 경매장, 고급스러운 표현으로 옥션이라고 부를까요? 여하튼, 물건의 소개와 호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종로 지하 옥션에 참석해 주신 고귀한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바로 그때 경매장의 중앙에서 소리가 울렸다.
사방의 소음이 잦아들고, 조명이 꺼지며 중앙만을 밝게 비추었다.
세상 여러 갑부들의 시선이 집중되며, 푸근한 배를 정장으로 가린 사내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지하 경매장 지배인의 등장이었다.
─허례허식은 거두절미하고. 첫 번째 경매 물품입니다!
그의 앞에 단상과 유리 상자가 올라왔다.
겉보기에는 낡은 책이었다.
─제대로 된 보관도 없이, 그저 제 몸으로 수백 년의 세월을 버틴 고서적입니다. 지식은 세월의 흐름에도 풍화되지 않고, 후세에 전달한다고 하던가요. 그 말대로입니다. 물론, 저희 옥션에 나온 만큼 평범한 고서는 아니고, 스킬을 내장하고 있는 일종의 스킬북입니다. 안에 내장된 스킬은 「흑안개」라는 명칭의 C급 스킬입니다.
첫인상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낡은 책에 불과했다.
그런데 낡은 고서적에서 은은한 검은빛이 흐르고 있었다.
그걸 목격한 순간 나는 표정을 굳히고, 경매에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그건가?”
낡은 고서적과 검은빛, 무엇보다도 「흑안개」라는 명칭의 스킬.
그건 내 기억에 흐릿하게나마 있는 조합이었다.
나도 내 기억을 신뢰하지 못할 만큼 확실치는 않다만, 내 기억이 맞는다면.
─시작가는 1억 원부터. 호가도 1억 원입니다.
저것은 먼 훗날, 칠성의 금서고에 잠든 뱀파이어의 히든 피스를 훔칠 빌런이 사용하던 스킬과 이름이 같다.
빌런이 사용하기에 C급이라는 낮은 등급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왠지 모를 확신이 들었다.
저 스킬이 맞다고.
─아, 44번에서 3억 원! 이어서 7번에서 6억 원을……!
경매는 나름 치열하게 진행됐다.
스킬이 내장된 스킬북이나 스킬석 따위가 귀하긴 하지만, C급 스킬의 시세는 대부분 5억 안팎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경매는 이미 사치 그 자체였다.
─29번, 8억 원! 아, 다시금 7번에서 10억 원으로 입찰하셨습니다!
11억 원, 12억 원, 13억 원…….
호가는 계속되었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기를 반복하다가 66번에서 멈추었다.
─지금 현재 66번 고객님께서 15억 원을 호가하셨습니다. 10초 동안 추가적인 입찰이 없는 관계로, 세 번의 호가 이후에도 추가 경쟁자가 없으시다면 해당 물품의 경매를 마치겠습니다. C급 스킬북, 「흑안개」. 15억 원, 15억 원……!
C급 스킬의 평균가, 5억.
「흑안개」의 현 금액은 15억.
가격이 세 배나 불었다.
하지만 만약 저 스킬이 중후반부에 나오는 빌런이 애용할 스킬이라면 그 정도는 껌값이다.
아직까지는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이네.
나는 좌석 손잡이에 부착된 키패드 위에 손을 올렸다.
만 원 단위는 존재하지도 않는, 오직 억 단위의 키패드를 만지작거리자.
띡!
─방금 막 18번 고객님이 16억으로 호가하셨습니다.
관리인을 통해 내 입찰 의사를 밝히자, 66번에 있는 무리가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띡!
─18번, 17억! 가격을 더 높이셨습니다!
나는 가격을 1억 원 더 높였다.
이건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네가 얼마를 쓰든 간에 나는 이 물건을 낙찰할 생각이라고.
그러니 자신이 있다면 붙어보라는, 부자들만의 자존심 싸움을 걸었다. 제 자산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더 호가했겠지만, 아쉽게도 상대에게는 그런 자신감이 없었던 모양이다.
하긴 쟁쟁한 갑부들 사이에서 살생석을 사려면 괜한 잡동사니에 돈을 낭비하면 안 되겠지.
‘뭐, 내 눈에는 잡동사니가 아니지만 말이야.’
17억 원.
3억만 더 보태면 어지간한 B급 스킬도 구할 수 있는 금액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C급 스킬을 그만큼 비싸게 구했다는 것을 사치, 그것도 불필요하고 무가치한 사치로 보겠지만.
이런 건 나만 좋아하면 되니까.
남들의 시선 따위는 아무렇지 않았다.
─10초가 흘렀습니다. 이상이 없다면, 17억 원. 세 번 호가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66번도, C급 스킬에 17억 원은 아까웠는지 손을 뗀 모양이다.
그래, 돈 아껴야지 나중에 살생석 경매에 입찰할 수 있을 거 아니야.
어차피 그것도 내가 낙찰받을 생각이지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세 번의 호가와 함께 이번 물건은 내가 낙찰받았다.
주변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축하해 주는 사이.
지배인은 경매장에 점화된 열기가 식지 않도록, 서둘러 다음 물건을 소개했다.
─자, 다음 물건입니다. 이번에도 스킬, 그러나 한 단계 더 높은 B급입니다!
그런데 물건을 유심히 보아하니 저것도 가져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흡혈」이라는 이름의 스킬이 내장된, 기다란 송곳니.
저것도 「흑안개」와 같이 빌런의 주력 스킬 중 하나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경매에 참여했고.
─이번에도 18번, 42억 원으로 낙찰!
분한 표정의 66번을 보며 깨달았다.
‘저 녀석이었구나.’
칠성에 몰래 잠입해서 도서관 지하에 위치한 금서고에서 뱀파이어의 유산을 훔치고 달아난 괴한.
그게 바로 저기 66번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인이겠지.
그녀는 눈앞에서 스킬들을 빼앗기자 주먹을 부들부들 떨면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가 달랬으나, 내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자 자리에서 일어나 발광하며 내게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주변의 시선은 그런 그녀를 향하고 있었고, 덕분에 로브의 사내가 그녀의 팔다리를 잡으며 말리고 있었다.
하하, 미안하지만 네 기연은 모두 내 차지다.
‘뭐, 애초에 미안하지도 않지만.’
꼬우면 돈을 더 가져오든가.
* * *
나는 태어나서 오늘 경매가 처음이었다.
굳이 이런 곳에서 돈을 쓸 필요가 없었을뿐더러, 원하는 것이 있으면 윗선에 통보하는 것만으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재산은 그대로 쌓여만 갔고, 어느새 나는 일행들 사이에서 근검절약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서양의 대지주(大蜘蛛), 아라크네의 최고급 실타래. 옷으로 만들면 최고의 감촉과 방어력, 그리고 마법 부여 능력을 자랑하는 「아라크네의 실」입니다. 아, 소개가 끝나기 무섭게 2번, 49억 원! 이어서 66번, 56억 원!
나는 근검절약을 해왔던 것이 아니라, 단지 돈을 쓰는 맛을 몰랐을 뿐이다. 그렇다고 무의미한 소비를 하지는 않았다.
거금을 들여서 구한 「아라크네의 실」은 내 장갑과 옷가지들의 원재료가 되어 줄 것이다.
─3번, 69억 원! 더 이상 입찰 의사를 밝히시는 손님이 없으시다면…….
“업.”
─아! 이번에도 18번에서 75억으로 호가하셨습니다! 더 이상의 입찰은 없으신가요? 없으시다면 세 번의 호가 후, 다음 물품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최상급 품질의 「아라크네의 실」, 75억 원. 75억 원. 75억 원! 이번 물건도 18번 고객님께서 받아 가셨습니다!
이제는 사람들도 박수를 치는 것이 지쳤는지, 내가 입찰에 성공했음에도 박수 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아, 물론 지배인은 연신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되게 기뻐 보이네.
“서, 선생님 너, 너, 너무 많이 사시는 건 아닌가요……?”
“마, 맞아요! 벌써 수백억이나 사용하셨다고요! 아무리 천호백가가 의료 사업 때문에 돈이 많다지만, 이건 너무…….”
“딱히? 이 정도면 제값에 맞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셈이지.”
학생들이 내 지나친 과소비에 크게 당황했다.
그야 금액만 보면 장난 아니긴 하지.
이미 「도깨비 가면」, 「열락의 지륜(指輪)」, 「성가대의 귀걸이」, 「안드바라나우트(Andvaranaut)」 등등의 물건들을 낙찰받았다.
각각 수십억 단위의 돈이 깨진 것은 예삿일이었다.
하지만 전부 필요한 소비였다.
더군다나 지출은 크지만, 물건들의 가치는 내가 낸 금액 이상이었다.
사실상 이 정도면 거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걸.
나는 학생들을 달랬고.
못마땅해하는 모습을 보며 슬며시 웃었다.
이 정도로 놀라면 안 될 텐데.
내 블랙카드의 지출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37번째 상품입니다. 오래된 반지로, 이 반지의 주인은 대대로 강인한 정력 덕분에 수많은 여인들의 배를 부르게 했다고 전해집니다. 「다산의 반지」, 시작은 20억 원부터입니다.
다산과 정력.
돈 많은 부자들이 제일로 좋아하는 단어들이다.
지배인도 대단하다. 어쩜 저리도 경매 경쟁을 잘 부추길까.
“다산과 정력하고는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아티팩트이거늘. 말을 참 잘하네.”
반지의 구체적인 능력은 카탈로그에 자세히 적혀 있었다.
B+ 이하의 체력을 두 단계 상승시켜 주는 능력.
경매장에서 파악하지 못한, 숨겨진 능력이 더 있을 수도 있지만 반지에 풍만한 임산부의 조각이 새겨졌다는 이유로 ‘다산’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하지만 다들 그걸 알고도 득달같이 달려든다.
그야 남자라면 정력은 못 참는다.
내가 90억 원이라는 거금으로 반지를 낙찰받자, 주위에 앉은 얘들이 나로부터 멀리 떨어져 앉았다.
나는 그녀들의 행동에 멋쩍게 웃으며 머리만 긁적거리고 바로 다음 경매에 참가했다.
─18번, 79억 원으로 낙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대가의 반지」.
능력치 두 개를 대가로, 다른 능력치 세 개를 높이는 독특한 능력의 반지. 지금 당장은 능력치의 총합이 중요했기에 망설임 없이 입찰했다.
─이번에도 18번, 144억 원으로 낙찰! 이거 참, 여러모로 저희 경매장을 먹여살려 주고 계십니다.
「맹약의 반지」
스스로에게 ‘맹약’이라는 이름의 제약을 거는 것으로, S급 이하의 능력치를 한 단계 높이는 반지. 이건 진짜 낙찰받기 힘들었다.
조건이 붙어 있긴 하지만, S급 이하의 능력치를 무조건 한 단계 높여주는 장비는 희귀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능력치를 높여주거나, 값어치 있는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입찰하자 어느새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다.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
이 자리에 세계 각국의 부자들이 찾아온 이유가 지금 중앙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자, 이번 경매품은 저희도 꽤나 공들인 물건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온갖 신병이기(神兵利器)의 역사와 전설 속에서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명검. 천총운검입니다. 이번 깜짝 이벤트로, 특별히 카탈로그에도 적어두지 않은 물건입니다.
천총운검.
그걸 본 순간 내 표정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이런 미친.”
이것들은 도대체 뭘 취급하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