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67)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67화(67/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67화
경매장(2)
천총운검(天叢雲剣).
다른 말로는 쿠사나기의 검, 팔중원검(八重垣剣)이라 불리는 일본 황실의 삼종신기 중 하나.
삼종신기란 일존 건국 신화의 대들보가 되는 세 개의 국보라는 뜻이다. 그만큼 대단한 내력을 품고 있으며, 자격이 없는 자는 잡는 것만으로 기가 빨려서 죽고, 제 주인을 스스로 선정한다나 뭐라나.
여하튼 이런저런 전설과 구전이 얽히고 얽힌, 명실상부 일본 제일의 국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단언컨대, 살생석과는 그 값어치의 자릿수부터가 다르다.
“이런 미친놈들이, 도대체 해외에서 뭘 반출해 온 거야?”
“조교님 저게 뭐예요?”
“뭔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걸. 내 얼음보다도 더 싸늘하고, 서늘해 보여.”
“……너희들 천총운검 몰라?”
학생들의 물음에 도리어 물음으로 반문했다.
아무리 해외의 국보에 관심이 없어도, 저걸 몰라?
한 국가를 상징하는 보물이라면 관심을 가질 법도 하거늘.
당장 옆의 성연화와 이사벨을 봐라.
“우와… 신검, 아니, 마검인가요. 저거 엄청 예뻐요…….”
“여긴 도대체 뭐 하는 경매장이길래 한 나라의 국보를, 심지어 타국의 보물을 경매품으로 취급하는 거야?”
검사로서 천총운검의 진가를 알아본 성연화는 검을 보며 연신 감탄하기 바빴다.
순수하게 감상에 빠진 그녀와 다르게, 이사벨의 표정은 심각했다.
천총운검은 일본의 국보. 그걸 타국에서 상품으로 경매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었다.
등장과 동시에 경매장의 공기를 날카롭고 서늘하게 만든 특유의 마력을 보아하니 가품 같지도 않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짜 천총운검.
그렇다면 지금 우리들은 국가적인 범죄 현장을 직관하는 것은 물론, 그 현장에 발을 걸치고 있는 셈이 되었다.
“이봐, 당신 저거 알고 있었어?! 천총운검이 경매품으로 나온다는 사실 말이야!”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 카탈로그에도 없는 것을 보아하니, 주최 측에서 철저하게 숨긴 것 같은데.”
“……그렇겠네. 천총운검을 종로에서 취급한다는 소문이 난다면, 국가적인 문제가 될 테니.”
이사벨을 크게 당황했으나, 담담한 내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두통이 치밀는 머리를 붙잡았다. 사실 나도 크게 당황한 상황이었다.
그걸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냐…….’
사실 일본의 정부나 황실의 보물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은연중에 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보를 내놓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살생석이야, 워낙에 큰 돌이니 조금 떼어오는 과정에서 보안이 허술한 잡다한 보물 하나 정도는 훔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는데.
설마 이런 거물을 지금까지 꽁꽁 숨겨왔다니.
갑작스러운 깜짝 이벤트에 경매장의 손님들이 크게 환호했다.
그런 손님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은 지배인이 말했다.
─천총운검, 시작가는 100억부터 시작합니다만. 들어가기에 앞서 반드시 사전에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경매를 시작하기에 앞서, 지배인이 뒷말을 더했다.
이에 손님들이 야유했다.
특히 VVIP나 현역 플레이어들의 반응이 격했다.
마땅한 용도도 없는 살생석과 다르게, 천총운검은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명검. 심지어 한 나라의 건국 신화에 나온다는 상징성도 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천총운검의 가치는 살생석 이상.
이런 식으로 쓸데없는 뒷말을 더해 초를 치는 것은 기대감으로 들뜬 그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꼴이지만 지배인으로서는 반드시 해야 할 말이 있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천총운검은 일반적인 검이 아닙니다. 신화에도 등장한 신검이나, 그 정체는 요괴의 사체로 만들어진 요검입니다.
요괴, 야마타노오로치의 꼬리를 잘라서 만든 검.
강한 마물이나 요괴일수록 자의식이 강하고, 이는 죽은 사체에서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비록 신화 속 생물이긴 하지만 만일 신화가 사실이라면 역사학자들은 녀석의 위계가 2위계나 1위계일지도 모른다고 상정했다.
1, 2위계는 등장한 전적도 몇 번 없으며, 그 존재만으로 국가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괴물 중의 괴물이다.
그런 녀석의 신체로 만든 무기라면 요사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전부 낭설이 아니던가.
라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신화는 결국 신화일 뿐이니까.
─요검이나 마검 때문에 미쳐서 죽은 사람은 여럿 있지만, 대비만 잘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희 역시 그랬으니까요.
‘저희도 그랬으니까요’라는 지배인의 쓸데없는 뒷말.
그렇다면 지금은 아니라는 뜻인가.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때.
지배인의 뒤로 검은 천으로 가려진 수레들이 속속 등장했다.
무언가 쿰쿰한 냄새의 수레가 도착하자, 그에게서 가까운 손님들은 코를 틀어막았고 지배인은 입을 열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보여드리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아. 이렇게 준비했습니다. 심신이 미약하신 분들은 잠시 눈을 감아주시길 바랍니다.
말을 마친 지배인은 수레 위의 검은 천을 치웠고.
그 속의 내용물이 고스란히 손님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것은─
“……저거 사람 아니야?”
“어디 봐봐. 어라, 진짜로 사람이네. 근데 왜 몸이 창백하고 파리하지.”
“그러게 마치 죽은 사람처럼……아, 으아아아아! 저거 진짜잖아!”
시체였다.
피와 정기를 빨린 것처럼 말라비틀어지고, 독에 당한 것처럼 괴사된 몸을 그대로 드러낸 시체들.
그걸 목격한 순간 경매장에 침묵이 찾아왔다.
그 모습에 지배인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뒤로 수행원들이 수레에서 시체를 꺼내, 바닥에 내려놨다.
그의 뒤로 시체가 줄줄이 쌓였다.
한두 구(具)가 쌓일 때까지는 고요하기 그지없었으나, 그것이 열 구를 넘어서 산처럼 쌓이기 시작하자 웅성거림이 멈추질 않았다.
“이, 이거 뭐야. 아, 알겠다. 하, 할로윈 특집인 거지? 만성절 이벤트인 거야?!”
“야, 아직 4월이라고. 그리고 애초에 할로윈이라고 진짜 시체를 가져오는 이벤트가 있을 리가 없잖아.”
“그, 그러면 저것들이 전부…… 시체?”
시체가 산처럼 쌓였다.
이는 절대 비유가 아니었다.
장정 백에 달하는 시체는 정말로 시산를 이루고 있었다.
시산혈해(屍山血海)라는 단어가 절로 떠올랐다.
다만, 이곳에 혈해는 없었다.
시체는 피가 없어,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이 검을 맨손으로 잡은 겁 없는 수행원들은 전부 정기를 빨려 죽었습니다. 시신을 부검한 결과, 피해자들은 전원 뱀의 송곳니가 파고든 자국이 남았더군요. 저희는 이후 검을 엄중히 다뤘으나 검에 손을 대지 않아도 주변에 근무하던 수행원들이 하나둘씩 죽어가더군요. 그렇기에 미리 한마디 해두겠습니다. 만일 이 검을 구입하실 분이 계시다면, 경매 이후의 책임은 저희가 지지 않는다는 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
…….
…….
제아무리 겁 없는 갑부라고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광경과 언변.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와중.
망설임 없이 손을 놀리는 한 사내가 있었다.
띡!
키패드의 입력 소리가 고요한 경매장에 울려 퍼졌다.
─아, 이러한 저주에도 무릅쓰고 입찰하신 손님이 계십니다. 18번, ……어, 어라? 4, 4, 400억 원! 과연, 한 나라의 국보라면 저주와 상관없이 이러한 값어치가 있다는 뜻인 걸까요!
400억 원.
지금까지 등장했던 물건 중 가장 비싼 금액.
그리고 저런 요사스러운 물건에 거금을 투자한 것은 바로.
“서, 선생님 미쳤어요?!”
“조교님 뭐 하시는 거예요?!”
“음, 대단한 강심장이야.”
나였다.
* * *
미쳤어.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저 많은 시체를 눈앞에 두고도 저 끔찍한 검을 사려고 하다니.
이사벨은 단단히 미친 전 약혼자에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저런 식으로는 아니다. 저렇게 죽으면 안 된다.
절대로 안 돼.
“……그만해.”
“뭘?”
“입찰하지 마. 입찰하면 당신 분명히 죽을 거야. 검에 서린 저주가 안 보여?”
“잘 보이는데.”
그녀의 말에 백승우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둘의 시선은 천총운검을 향하고 있었다.
보다 정확하게는, 검에 꼬리를 감은 채로 꽈리를 튼 작은 실뱀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매장에 뱀 따위가 들어올 틈은 없었으나, 뱀은 마치 제 것이라는 마냥 천총운검을 당당하게 휘감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저 광경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뱀은 마법사의 자질을 타고난 둘의 눈에만 보이고 있었다.
“저주, 그것도 아주 지독하고 뒤틀린 저주네. 저 정도라면 사람들이 왜 정기를 빨려 죽었는지 알 것 같아.”
“……그런데도 사겠다고?”
“괜찮아, 저 정도 저주는. 그리고 당장은 사용할 추호도 없어. 봉인해 둘 거야.”
“그러면 왜 백억 단위의 거금을 들여서 저 검을 사려는 건데?”
뭐긴 뭐야.
나중에 사용할 수 있으려면 사용하려고, 미리 챙겨두는 거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검을 만지고 봐왔기 때문에 알 수 있다.
저건 상당한 명검이다.
비록 주인을 심하게 타는 자아가 깃든 모양이라, 지금의 내가 다룰 수는 없겠지만. 만약 내가 몸을 다 회복한다면……!
‘아니지. 그건 힘들려나.’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스스로의 몸 상태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
태양절맥이 내 몸에 깃든 이상, 수명 연장은 가능해도 치료법은 없다.
마법이라는 신비가 만연한 이 세계에서, 약이나 의학 기술로 치료 불가능한 불치병이 갖는 직함은 매우 크다.
그러나 내가 천총운검을 다룰 일은 없다고 쳐도.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주면 되겠지.’
당장 옆에 있는 성연화만 하더라도, 또래에서는 적수가 없는 천재적인 검수다. 훗날에는 제 고향인, <무림>에서도 알아주는 검사가 되어 검존이라고 떠받들어질 녀석이다.
저 아이라면 잘 다룰 수 있겠지.
어디까지나 훗날의 일이지만 말이다.
─3번, 615억 원! 과연 저주받은 물건이라도. 국보는 국보! 자, 세 번의 호가 이후에도…….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경매가 꽤나 진행되고 있었다.
아직도 중앙에는 시체가 쌓여 있는데, 다들 강심장인가 보네.
절대로 천총운검을 타인에게 뺏길 생각이 없었던 백승우는.
─18번, 679억 원. 여태 경매 중 최고가입니다! 저주받은 일본의 국보, 천총운검. 더 이상의 입찰이 없다면, 세 번의 호가로 끝내겠습니다.
그렇게 이름과 금액이 여러 차례 불리고는.
─축하드립니다. 일본의 삼종신기, 천총운검은 679억 원으로 18번 고객님의 것입니다!
천총운검은 백승우의 소유물이 되었다.
낙찰받아서 기쁘기는 한데.
이거 일본 정부나 일본인에게 걸렸다가는 큰일 나겠다.
당분간은 꽁꽁 숨겨야지.
그렇게 다짐하는 사이 이번 경매의 메인 이벤트가 찾아왔다. 천에 가려진 거대한 수레가 경매장 뒤편에서 들어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부피가 너무 커다랗다.
특별한 케이스에 보관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그걸 감안해도 너무 큰 것 같단 말이지.
─자,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상품. 저희 옥션에서 취급한 물건 중 역사상 최고의 물건이고도 한 일본 정부의 보물입니다. 박수로 환영해 주시죠. 백면금모구미호(金毛九尾の狐), 일명 타마모노마에의 시신. 살생석입니다!
손님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함께 천이 벗겨지고.
바로 그 순간.
천 속의 내용물이 주는 웅장함에 모두들 박수 치는 것을 멈추고 멍하니 처다만 봤다.
“…….”
백승우도 돌의 크기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아니, 이거 진짜야?
저건 아무리 봐도 조금 떼온 수준이 아니다.
“……원본 그 자체.”
아니, 진짜.
이건 아니지.
눈 앞에 펼쳐진 살생석의 크기는 어지간한 공룡의 화석보다도 거대했다. 거대한 여우, 그것도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를 돌의 형태로 조각한 것만 같은 저주스러운 석상.
의심의 여지조차 없는 통짜 살생석이었다.
하하, 헛웃음 밖에 안 나온다.
천총운검은 국보지만 작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이걸 훔칠 수가 있는 건가. 백승우는 곰곰이 생각했고, 이내 결론이 나왔다.
“이 미친 것들.”
이제 알겠다.
경매장 새끼들, 일본의 정부나 황실의 보물고란 보물고는 죄다 턴 거였다.
잘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