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6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69화(6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69화
경매장(4)
살생석에 새겨진 폭발의 룬이 터졌다.
그 충격은 중앙 스테이지의 바닥을 꺼지게 만들고, 살생석을 박살 내기에 충분했다. 그것만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만.
폭발의 후폭풍은 그걸로 멈추지 않았다.
“내, 내 팔…! 내 팔이…!!”
“누, 눈이 안 보여. 아파! 도와줘!!”
“이런 제기랄! 모두 돌가루의 분진을 조심해! 독이야아아!!”
거대한 구미호 모형의 살생석은 폭발과 동시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것이 이번 폭발의 백미였다.
크고 작은 살생석의 파편들은 날카로운 단면과 폭발의 추진력으로, 산탄 지뢰처럼 확산됐다. 정말이지 클레이모어가 따로 없다.
이런 폭발은 가까이에 있는 사람일수록 큰 피해를 입는 법.
특히 승우의 몰골은 빈말로도 좋다고 하기 힘들었다.
돌 먼지가 몸에 달라붙고, 신체 곳곳에는 날카로운 돌의 파편이 박혀있었다. 심지어 독에 감염됐는지 혈관이 눈에 보일 정도로 부풀어 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살생석’의 장기(瘴氣)가 몸에 파고들었습니다.] [장기가 혈관을 타고 혈액과 내장 기관을 더럽힙니다!] [뇌에 도달한 장기가 구미호의 저주를 퍼붓습니다!]승우의 몸에 박힌 돌의 파편.
특히 오른팔에 잔뜩 박힌 살생석의 파편을 뽑으며 깊은 현기증을 느꼈다. 이거 생각보다 지독한 독이다.
돌의 파편 자체는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주요 내장 기관이나 급소는 양팔을 이용해 본능적으로 감쌌기 때문에 출혈로 인한 피해는 적지만.
“……환각, 환청, 어지럼증에 구토감은 기본. 거기에 정신 착란까지 별의별 독성을 가지고 있네.”
돌에 함유된 독성이 문제였다.
살생석은 짙은 독기와 저주로 이루어진 바위.
이것의 폭발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그라서 이렇게 살아 있는 거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승우가 아니었다면 분명 죽었을 거다.
아주 깔끔한 즉사였겠지.
[스킬, ‘약체내성지체’에 통합된 「백독지체」가 장기의 해독에 돌입했습니다.] [05분 47초 후, 살생석의 장기에 대한 완전한 내성을 취득합니다!]「십독지체」가 진화해, 백 가지 독에 면역과 내성을 갖게 해주는 후천적인 면역 능력, 「백독지체」.
난생처음 겪어보는 형태의 독에 순간 몸이 당황했으나 조금씩 해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검붉게 부어오른 팔다리가 가라앉는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던 혈관이 진정했다.
점점 내성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낀 승우는 주위를 살피며 상황을 분석했다.
‘수백의 마인. 정확하게는 126명. S급 마인이 한 명, A급이 열두 명, 그리고 나머지는 떨거지들.’
상대하지 못할 적들은 아니었다.
이들이 왜 시점에 경매장에서 난동을 피우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사건이 끝난 후에 생각해도 될 일.
우선은 이것들을 전부 죽여야 하는데.
“하, 참. 민간인들이 더럽게 많네.”
지하 경매장에는 보안을 위한 경비원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들만으로는 마인들을 전부 상대할 순 없었다. 그나마 이사벨과 아이시스를 비롯한 학생들이 마인들과 싸우고 있지만.
지금 이 자리에 무장을 챙긴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설마 마인들의 테러가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냐.
알았으면 마인이었겠지.
“불리하네. 아주 불리해.”
승우는 골치가 아파졌다.
수백 명의 마인, 무장 없이 저항하는 학생들, 돈 많고 살 뒤룩뒤룩 찐 민간인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서진 그의 살생석까지.
지금 이 장소는 승우에게 있어서 불리해도, 너무나도 불리했다.
혼자만 있더라도 이길까 말까인데.
여기에 지켜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
수중의 패로는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바로 그때 승우의 감각이 상태창으로 쏠렸다.
‘포인트 상점과 특성 카탈로그인지 뭔지만 있다면 혹시……!’
퀘스트의 보상으로 적혀 있던 것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수중의 패가 늘어난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늘어나는 법.
승우는 손가락을 놀리며 허공에 상태창을 띄웠다.
누가 보면 혼자 멍하니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승우는 꽤나 다급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폭발의 여파는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독에 중독된 사람. 급소에 돌의 파편이 박혀서 고통을 호소하거나 과다 출혈로 죽어가고 있는 사람.
그들의 비명과 신음으로 상황은 점점 혼란해졌고.
마인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승우의 학생들과 경비원, 수행원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하려는 사이, 폭발의 충격을 받은 벽을 자극해서 이 자리의 모든 사람들을 압사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승우가 답답함을 느끼며 퀘스트 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바로 그때.
[메인 퀘스트 : 살생석] [설명 : 당신은 지금까지 예정된 시나리오를 비틀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제 그 노력에 대한 결과를 볼 차례입니다. 당신의 준비가 충분했는지, 여전히 부족했는지는 결과가 판가름해 줄 것입니다.당신의 목표는 오직 하나, 지하 경매장에서 ‘살생석’을 쟁취하는 것입니다. 어떤 방식을 취하더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돌을 통해, 당신이 어떠한 선택을 내릴지 일 테니까요.] [클리어 조건 : 1. ‘살생석’을 손에 넣을 것, 2. 다른 경쟁자들에게 빼앗길 여지를 주지 않을 것.] [성공 시 : ‘포인트 상점’ 개방, ‘특성 카탈로그’ 증정, ‘작가의 답글’] [실패 시 :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입니다.]
퀘스트는 보상을 주지 않았다.
아직 퀘스트를 성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과연,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거냐.”
낙찰받은 순간부터 살생석은 이미 그의 소유물이었다.
비록 마인들의 비겁한 수작에 의해 파편과 가루가 되었으나, 소유자는 엄연히 백승우다. 그러나 뒤의 두 번째 조건.
다른 경쟁자들에게 빼앗길 ‘여지’를 주지 말라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
무슨 융통성 없는 채점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1,000억 원이라는 압도적인 금액으로 살생석을 낙찰받은 것으로는 이 자리의 모든 상대에게서 살생석을 빼앗을 ‘여지’를 없애지 못했던 모양이다.
압도적인 돈으로 안 된다면, 뭐.
방법은 하나밖에 안 남았네.
───화르르르!
승우는 손을 뻗었다.
화르르, 그와 동시에 허공에서 불똥이 튀더니 화염이 거대한 손의 형태를 이루며 무너지려는 벽을 막았다.
불의 거인이 손으로 무너져 내리려는 벽을 지탱하려는 모양새에 사람들과 마인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사, 살았다! 어서 이 틈에 도망쳐!”
“달려! 지하에 대피소가 있다!!”
“누가 저 마법사 좀 죽여봐! 인간들이 미꾸라지처럼 도망치잖아!”
“저 어린 년들은 뭐야?! 어서 막으란 말이야. 저런 어린 것들이 뭘 할 줄 안다고… 끄, 으아악 내 손목이…!!”
사람들은 이 틈을 타서 지하에 있다는 대피소로 피신했고, 대부분의 갑부들을 생매장해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 어그러진 마인들은 우왕좌왕 따로따로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그를 죽여서 벽을 무너뜨리려는 마인들과 생매장이 안 되면 직접 도살하면 된다는 마인들로 나누어졌다.
그런 상황 속에서 승우의 시선은 오른쪽을 향했다.
민간인도, 마인의 무리도,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도 없는 자리. 3번 할아버지가 앉아 있던 VVIP 좌석에 한 마인이 앉아 있었다.
“떨거지들은 수련용으로 애들한테 맡기고 저것만 내가 처리하면 되겠네.”
다른 놈들은 애들에게 맡겨도 되겠지만, 저것만큼은 안 된다.
* * *
마인, 엄밀히 따지면 S급 마인과 지부장이라는 타이틀을 단 사내.
도루도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경매장을 걸었다.
경비들의 저항이 거세지만 결국 승자는 자신들이 될 것이다.
그는 고급스러운 의자에 앉아 지난 며칠 간의 고생을 되새겼다.
일부 갑부들을 회유 및 협박해서 테러를 위한 발판을 마련.
살생석에 폭발 테러를 위한 룬을 새기고는 등등 여러모로 준비했다.
비록 작업에 동원되는 마인들은 죄다 C에서 B급의 저질스러운 놈들이지만. 그 이상으로 준비가 철저했기에 도루도는 자신이 있었다.
설령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더라도, 어렵게 준비한 12명의 A급 마인들과 자신이 직접 나선다면 테러가 실패할 가능성은 0%.
이걸로 판데모니움의 한국 지부는 ‘마법사 사냥꾼’을 시작으로 지난날들의 실수를 만회하고 다시금 비상하리라.
이곳에서 죽어갈 각국의 갑부들은 그 신호탄이 되어줄 예정이다.
그랬어야 했는데.
“저놈은 뭐지?”
푹신한 의자에 몸을 눕힌 와중에 대계(大計)에 어긋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벽을 무너뜨려서 갑부 대부분을 생매장하겠다는 계획. 분명 벽을 무너뜨리는 것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무너진 벽은 바닥에 쏟아지지 않았다.
거대한 불꽃이 팔의 형태로 벽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불꽃은 무너지려는 벽의 파편을 녹여 억지로 이어붙이고 있었다. 실로 비상식적이고, 신비한 마법적인 광경.
“……설마 폭발을 막고, 무너져 내릴 벽도 붙들고 있다고?”
자신도 모르게 감탄한 도루도는 그 작품의 주인을 내려다봤다.
그 순간 둘의 시야가 맞부딪혔다.
“…….”
“…….”
둘 사이의 위치나 상황을 미루어 볼 때, 도루도에게 지극히 유리한 판국이었다.
그러나 마인이 되면서 발달한 본능과 육감이 외치고 있었다.
살고 싶으면 당장 도망치라고. 사방에 마인이 깔린 것으로는 저 파이로맨서를 죽일 수가 없다고.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파이로맨서에게 지극히 불리한 장소였다. 밀폐된 공간에 산소는 부족하다.
장애물이 도처에 널렸으며, 죄 없는 민간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S급 마인인 그가 진다고?
말도 안 된다.
어불성설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이만한 조건에서 그가 패배하는 일은 스스로의 명예를 더럽히는 수치였다.
“……너, 이름이 뭐지?”
“금수만도 못한 마인에게 밝힐 이름은 없다.”
“시건방진 새끼. 내장을 헤집은 후에도 그럴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아, 참고로 내 이름은 도루도다.”
“도루도. 마인답게 우스운 이름인걸.”
백승우는 피식 웃으며 손을 털었다.
그와 동시에 불씨가 튀기며 차륜처럼 회전했다.
이름 없는 마법. 고작해야 간단한 기교에 불과했으나 불꽃의 차륜은 순식간에 도루도를 덮쳤다.
콰아아아앙!
불꽃을 허용한 도루도가 뒤로 밀려나 벽에 부딪쳤다.
그는 등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뒷말을 채 잇기도 전에 도루도의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마인의 피부는 이 정도 불꽃으로는 화상도 입지 않을 만큼 단단했으나, 타격을 무효화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 타격.
“불꽃으로 이루어진 공격을 허용할 때마다 타격을 입는다고?”
불꽃은 고작해야 무형의 기운이자 현상에 불과하다.
타격이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거늘.
어째서 공격을 허용할 때마다 몸이 뒤로 밀려나는 거지.
깊이 고민하는 그의 뒤로 백승우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거 알아? 네놈들이 폭발시킨 살생석의 주인이 누군지.”
“……이런 미친!”
인지 능력을 흩트리는 고온의 열기에 그는 의도치 않게 뒤를 허락해 주고 말았다. 재빨리 다리를 움직여 보지만, 그보다 불줄기가 뱀처럼 꿈틀거리며 도루도를 내려치는 것이 더 빨랐다.
와자자작!
저 멀리 날아간 도루도는 바닥을 부수며 나아갔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불꽃이 후방을 노렸다.
“그거 내 거야 이 새끼야.”
“아…….”
도루도는 열이 끝까지 오른 사내를 보며 탄식했다.
뭔가, 뭔가 아주 잘못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