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7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70화(7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70화
경매장(5)
VVIP 좌석에 편히 앉아 있던 양복의 마인.
도루도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나 여유를 미루어 볼 때, 그가 이 테러의 주동자임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녀석을 해치울 수 있느냐였다.
경비원이나 수행원들의 평균적인 실력은 B급에서 A급 플레이어 중간. 육안으로만 봐도 S급의 경지에 몸을 담고 있는 마인, 도루도를 상대하기에는 마땅한 대적자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서봤지만.
‘마땅한 유효타가 나질 않아.’
적지 않은 마력을 소비해, 마법을 녀석에게 난사했다.
그러나 녀석은 크게 놀란 기색만 보였을 뿐.
피부에 큰 타격을 입은 흔적도 없었다.
특히 그만한 화염 공세에도 화상을 입지 않았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누구는 장갑 안에 큰 화상을 입어서 벗지도 못하는데.
진짜, 더럽게 불공평하다.
나도 이렇게 분투하고 있는데 과연 학생들을 어떨까.
걱정되는 마음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이네.’
나는 아직까지 합(合)이 맞지 않음에도, 나름대로 활약하는 학생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하긴, 누가 누굴 걱정하냐.
그녀들을 걱정하는 것보다 그녀들이 나를 걱정하는 것이 옳은 팔자였다. 히로인이 아닌 아이시스와 유라는 조금 걱정이 되지만, 그 외의 3인을 걱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못해 선을 넘는 짓이다.
당장 저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쐐애애애애액!
얼음으로 이루어진 창을 크게 휘두르자 선혈이 낭자하는 것은 물론, 마인들의 대열이 크게 어긋난다. 능히 천 명과 비견되는 힘을 가진 마인을 상대하면서도 겁먹지 않은 그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또다시 창을 휘두르며 바닥의 피웅덩이를 넓혀나갔다.
일기당천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무예를 뽐내는 그녀는 언젠가 <신창(神槍)>이라 불릴 서예린이었다.
쿠르르르릉──!!!
그런 그녀 곁을 한 소녀가 쏜살처럼 지나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이 저러할까. 그녀는 정말로 검에 벼락을 담아 크게 휘두르며 땅바닥을 부수고 천장을 크게 진동시켰다.
경천동지를 가녀린 제 몸으로 실현한 그녀는 먼 훗날 쟁쟁한 검수들 사이에서 <검존(劍尊)> 별호를 거머쥘 성연화였다.
두 소녀가 전선을 휘저으며 마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그들을 참살하는 사이.
아름다운 금발의 여인은 마법으로 일행을 진두지휘하며 빈손을 움직이며 마력을 움직였다. 입으로 내뱉는 언령이나 영창과 다르게, 손가락을 이용해 술식을 맺는 수인.
그 수인의 주인은 가문의 이름을 등에 짊어지고 도시의 불빛과 밤하늘의 별빛을 다루게 될 대마법사 천랑성(天狼星), 이사벨.
인데…….
“……재는 뭐 하냐.”
구석에 자리 잡은 그녀는 변변찮은 마법은 사용도 하지 못한 채, [텔레파시]만을 이용해 사령부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아니, 사령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좋은데.
‘혼자서만 아무 활약도 없는 것 같은데.’
다른 학생들은 나름 영역에서 칠성 아카데미의 생도다운, 걸출한 재능과 실력을 뽐내는 가운데.
유독 그녀만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예린과 성연화야 말할 것도 없고.
아이시스와 노유라도 각각, 얼음 마법과 척후라는 특징을 살려서 나름대로 활약하고 있었다.
얼음의 장벽은 교묘하게 마인들을 나눠서 각개격파를 할 수 있도록 ‘손질’을 하고 있었고. 재빠르게 움직이는 신형은 적들의 분포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조의 머리에 전달하고 있었다.
적진에 깊이 잠입하면서도, 재빠른 움직임으로 잡히지는 않으니 그야말로 이상적인 척후(斥候)의 모습이다.
오직 이사벨만 그럴듯한 활약상을 보이지 못하는 있는 상황.
순간 머릿속에 그녀와 다른 학생들 간의 차이점이 떠올랐다.
다른 다섯 명은 내 수업과 조언을 들었지만, 이사벨은 광자와 빛을 다룬다는 고차원적인 마법 때문에 맞춤 수업을 계속 미루고 미뤘다.
그 영향이 이토록 큰 차이를 불러일으킨 것인가.
생각하던 그때.
“한눈팔지 말고, 나한테 집중해!”
“남자한테 집중하는 취미는 없는데 말이지.”
“이런 개자식이…!”
“틀린 말은 아니네. 여우는 갯과라서 말이야.”
도루도가 주먹을 크게 휘두르며 내게 다가왔다.
매섭고 날카로운 주먹은 물리력을 갖춘 화염을 이용해 궤도를 비틀 수 있었지만, 그게 한계였다.
이번에는 내가 점점 뒤로 밀리고 있었다.
한없이 불리한 판국.
그러한 판국 속에서도 나는 도루도의 공세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내 시야 한편에는 땀을 질질 흘리며, 거센 숨을 몰아서 쉬는 이사벨이 있었다.
* * *
퍼어어엉!!
마인과의 전투가 시작된 이후, 이사벨과 학생들은 최대한 엄폐물을 활용한 장기전으로 이어나갔다.
아무리 그녀들이 엘리트라도 수십 명의 마인들을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이시스, 내가 물을 공급해 줄 테니. 전방에 얼음의 방벽을 세워줘.”
“알았어.”
‘헤드’의 지휘에 조의 캐스터인 아이시스가 발 빠르게 나섰다.
그와 동시에 이사벨은 허공에 손을 놀렸다.
허공에 원을 그리며 빈자리를 채워가는 룬.
그 위로 빛이 찬란하게 빛나며, 군청을 이루었다.
군청은 이내 깊은 바다의 「진청」의 빛을 밝히며, 경매장 위로 바닷물을 형성했다.
바닥에 끼얹어진 상당한 양의 바닷물.
아이시스의 싸늘한 한기는 순식간에 바닷물을 얼음의 방벽으로 조형, 그녀들과 마인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오래 못 버틴다.
얼음의 방벽에 다양한 마법을 잘 조합하더라도 한계는 명확하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지금 그녀들에게는 이 상황을 타개할 공격 수단이 필요했다.
이사벨은 조원들의 특징을 되새기며 조금씩 무너지는 방벽을 올려다봤다.
쾅! 쾅!
얼음의 방벽이 마인들의 공격에 의해 무너져 내린다.
쪼개지고 녹아내리며 드러난 얼음 방벽의 틈.
그 사이를 교묘하게 노린 이사벨이 빛으로 만든 탄환을 쏘았다.
탕!
탄환이 날아가는 소리와 함께 마인 한 명의 머리에 구멍이 뚫렸다.
빛을 입자 단위로 다루는 이사벨의 능력.
그것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대단하고 유용하나, 동시에 그에 맞먹는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
얼음 방벽이 시간을 버는 동안에 탄환 하나 만드는 것이 전부였다.
‘시간만 더 있었으면!’
이사벨은 방벽의 내구도와 본인의 영창 속도를 탓하며 다른 엄폐물에 몸을 숨겼다.
그녀는 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서 사용하는 무인이 아니다.
즉각적인 상황 파악을 통해 뛰어난 전술을 세우는 참모도 아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시간이 촉박한 지금의 상황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답한 머리를 굴리던 바로 그때.
얼음의 벽을 세우는 아이시스.
아직 벽이 부서지지도 않았는데, 괜한 마력 낭비에 이사벨이 한 소리 하려던 참에.
쿠구구궁!
얼음의 벽이 바닥에서 위로 올라왔다.
다만, 이전과 범위와 정교함의 차원이 달라졌다.
마치 벽을 구성하는 얼음의 입자부터가 달라진 것 같달까.
정교하고 견고한 빙벽은 마인들로부터 민간인들과 그녀들을 완벽하게 분리, 재정비와 습격의 시간을 벌어다 주었다.
갑자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싸우는 와중에 습득한 깨달음 덕분에 전황에 활기가 돌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그때.
콰가강!!!
유독 날카로운 창을 휘두르던 한 마인이 견고한 빙벽을 뚫었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구멍.
그곳으로부터 홀로 나온 그는 민간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서늘한 창의 예기가 사람들의 목을 노리는 그때.
얼음으로 이루어진 투명한 조형물이 마인의 창을 막았다.
본능적으로 몸을 피한 그의 옆으로, 서예린이 달라붙었다.
서예린은 아이시스의 얼음으로 조형한 창을 꼬나 쥐어 휘둘렀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황.
그러한 혼란 속에서 척후를 담당하던 노유라는 타인의 감정을 읽는다는 제 능력을 한계까지 펼쳤다.
마음의 겉을 훑는 특성.
「독심술(讀心術)」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영역까지 끌고 내려갔다.
읽는다.
생각을.
계획을.
욕망을.
마음과 생각의 겉만이 아니라 깊은 곳까지 훑는다.
깊이 탐구할 시간은 없기에 짧게 훑고 나온다.
그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우측의 마인은 오른팔을 크게 휘두르며 방어할 생각이에요. 측면의 마인 무리, 8명은 저희를 덮칠 계획이니 미리 대처하는 편이 좋겠어요. 좌측의 뿔 세 개 달린 마인은 저희를 향해 마력을 일점사할 작정이고요.”
그녀는 생각을 거치지 않고 입으로 내뱉었다.
생각은 노유라가 아니라, 그들이 대신한다. 그녀의 역할은 그저 커닝뿐이었다.
중간중간에 승우에게 전수받은 재빠른 몸 놀림으로 상대를 농락하는 것은 덤이었다.
노유라가 척후로서 활약하는 한편.
그녀의 친구인 서예린은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서예린은 창을 든 마인과 접점을 펼치고 있었다.
서가창법(徐家槍法) 오 초식(五招式) 휘랑전변(揮浪前邊)
창을 휘두르자 마치 물결이 치듯, 전방을 휘저었다.
한 치의 빈틈도 용서치 않는 절제적인 창술에 마인들이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곤욕을 치르는 것은 마인들만이 아니었다.
“…헉, 흐읍……소, 속전속결로 끝내야 해.”
손에 들린 얼음으로 이루어진 창은 손의 온기와 피의 열기로 점차 녹기 시작했다. 심지어 손에는 동상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어서 빨리 대열에서 이탈해 쉬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서예린은 우직했다.
자신의 행동이 옳다면, 몸이 상하는 것을 무시하고 창을 휘두를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마음가짐이 처음부터 있던 것은 아니었다.
타고난 재능과 선택받은 가정.
그러나 그 누구도 축복해 주지 않은 가족들.
오직 스스로의 힘만으로 창술을 익히고,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던 서예린은 처음으로 누군가가 제시해 준 길을 걸었다.
자신은 걷기만 할 뿐.
그것 외에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길을 걷는 것이.
험난한 길을 걷기 좋게 정돈하고 포장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편안하고 안심이 되는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서예린은 오직 기술의 연마에만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다.
시간과 노력은 스스로의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되었다.
그것은 서예린이 지금껏 가져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자신감은 이내 향상심이, 향상심은 믿음이 되어 그녀에게 보답했다.
“……나는,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스스로에 대한 믿음.
실력 있는 선생님을 향한 믿음.
그러한 믿음들이 있는 이상, 서예린은 이 자리에서 이탈할 수 없었다.
손에 동상을 입는 것이 무슨 대수라고.
자신의 믿음은 이런 동상 따위에게 질 정도였던가.
그녀는 고통을 머금으며 칠성에서 간간이 찾아보던 치유학을 떠올렸다. 실전에 써 본 적 없는,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지식이었지만.
왠지 모를 믿음에 휩싸인 서예린은 머릿속의 술식을 펼쳤다.
머릿속의 내용을 온전히 펼치지 못한 그녀의 치유는 조잡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 속의 믿음은, 술식 전반에 퍼져 전혀 새로운 결과를 도출했다.
솨아아아!
황금빛이 서예린의 손을 내리쬐었다.
그러자 동상의 고통과 함께, 창술을 익히며 평생을 함께 해온 굳은살이 사라졌다.
그것은 모든 것을 치유하는 성스러운 빛.
신성력이었다.
[올곧은 믿음을 바탕으로 당신이 보유한 특성, 「신성역학」과 스킬, 「치유학」이 하나로 통합됩니다.] [특성, ‘신성력(神聖力)’을 습득하셨습니다.] [당신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 한, 앞으로 당신이 행사하는 모든 마법적, 마력적 행위에 신성이 깃듭니다.]쨍그랑!
서예린이 손아귀로 꽉 붙들던 얼음의 창을 집어던졌다.
치유학 따위와는 궤를 달리하는 이 성스러운 빛이 함께하는 이상, 이런 얼음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믿음이 들었다.
그리고 믿음은 확신이 되었다.
촤아아아아악───!
황금의 창이 서예린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녀는 회수 따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황금의 창을 마인의 심장에 날렸다.
고속의 투창에 마인의 창이 방어의 형태를 취하는 가운데.
푸욱.
서예린의 반대 손에서 즉석으로 만들어낸 황금의 창이 마인의 심장을 꿰뚫었다.
지속되는 전투에 아이시스, 노유라, 서예린이 각자의 깨달음을 정리하고 있던 그때.
가주이신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은 보검, 백선검을 세게 쥔 성연화는 저 멀리서 도망치려는 마인을 목격했다. 녀석은 갑작스러운 전세의 역전에 재빨리 몸을 피하려 들었다.
그녀는 그런 마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마땅히 녀석을 잡을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
족히 수백 미터가 넘는 거리.
사실상 성연화와 목표물 간의 거리는 경매장의 끝에서 끝에 가까웠다.
그 정도 거리를 상대에게 들키지 않도록 도약하고, 참격을 날리는 것은 제아무리 절정의 경지에 다다른 그녀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누구던가.
영광스러운 제천성가의 장녀. 성연화가 아니던가.
“……될 것 가튼데요?”
“뭐, 뭐라고? 야, 너 잠깐만 움직이지 말아 봐?! 헤드인 내 명령에 따라서 움직여!”
“그러면 갔다 올게요!”
쿠웅!!
바닥에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기는 것과 동시에 굵직한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의 원인은 포물선을 그리며 경매장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난 어서 이 미친 곳에서 빠져나가야겠어. 어라, 왜 천장이 돌연 어두워졌지……?”
“하하하, 이것 봐요. 되잖아요!!”
“이런 미친!!”
멀리 뛴 성연화의 모습에 마인이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방어를 포기하고, 오로지 도주에 전력을 쏟아부은 마인.
녀석의 전력은 성연화의 최고 속도를 아득히 상회하고 있었다.
‘……거리가 부족해. 4척, 아니, 6척은 족히 차이가 나려나. 내 초식 중에서는 녀석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술이 없어. 설명절기나 스킬로도 힘드려나.’
성연화는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평소의 어눌한 한국어나, 매사 해맑은 얼굴과는 대조되는 냉철한 사고는 순식간에 결론을 도출했다.
결국, 이 자리에서 그녀가 도망치려는 마인을 죽이기 위한 방법은 오직 하나뿐.
지금의 경지로는 못해내는 행동이니, 다음 경지에 발을 내디딘다.
그러면 길이 자연스레 보이리라.
그녀는 그 일념 하나만으로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갔다.
침묵은 무념이, 무념은 무상으로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러 상념이 없어졌다. 이윽고 없어진 상념의 틈에서 무언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것은 다섯 개의 고리.
오기조원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오기조원(五气朝元)이라.
이제는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성연화의 머릿속에는 쌤이 말해준 내용들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그녀의 명상을 방해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말들은, 지금 이 순간 그녀의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해라.
─의심 속에 싹트는 미혹. 그 미혹을 떨쳐냄으로써 너는 성장할 거란다.
─오기조원은 어려운 경지가 아니야. 어린 나이에 삼화취정을 이룬 너에게는 더더욱 그렇겠지. 그러나 어렵지 않다고 해서,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경지도 아니지.
─오직 끊임없는 미혹 속에서도 스스로에 대한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비로소 도달할 수 있단다.
‘…쌤, 너무 어려워요. 명상하는 데 방해되니까 조용히 해주세요.’
─……그래, 너 알아서 해라.
‘쌤 삐쳣서요?’
─아, 안 삐쳤으니까 다가오지 마라. 내 꼬리와 귀를 쓰다듬는 제스쳐 좀 취하지 말라고.
그때는 너무 어려운 말투성이라서 이해는커녕, 기억도 하지 못했는데.
어째서 지금 이 순간에 방금 막 들었던 것처럼 선명하게 기억하는 걸까.
깊이 생각하기에는 그녀의 등 뒤로 샘솟는 힘이 너무나도 강대했다.
다섯 고리를 통해 내력이 순환하며, 그녀에게 날개를 돋아주었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전능감에 취한 성연화는 벼락과 같은 가문의 절기를 토해냈다.
제천검형 齊天劍形
일초식 一招式
일뢰천결 一雷天抉
콰가가가가강!!
벼락이 바닥에 내리꽂히는 굉음.
그 중심에는 백선검을 움켜진 성연화와 배가 뚫린 상처와 함께 곤죽이 된 마인이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학생들은 백승우의 가르침을 체화하기 시작했다.
단 한 명만을 제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