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7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71화(7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71화
살생석(1)
전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팽팽한 균형을 이루던 저급의 마인들과 학생들의 대치 구도가 압도적으로 바뀌었다.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허겁지겁 도망치는 민간인들이나,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비원들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 쪽으로 완전히 기운 저울추.
그 중심에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사벨을 제외한 학생들이.
“쟤는 순식간에 나가리가 됐네.”
나는 도루도의 공격을 피하며 주위를 훑었다.
학생들의 주도로 변하는 상황 속에서 이사벨은 헤드답게 명령만 내릴 뿐, 그 어떠한 전투도 치르지 않았다.
모든 신경을 지휘와 통솔에만 집중해서 그런 거였으면, 내가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녀는 중간중간에 마법을 캐스팅하나, 빈번히 실패하거나 소규모로 방출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였다.
“혹시 오늘이 처음인가?”
이사벨은 이런 난전에서 아예 싸울 줄을 모르는 눈치였다.
특기인 빛 속성 마법은 어디 갔는지, [텔레파시]만을 이용해 오더를 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희미한 자괴감이 스치고 있었다.
분명, 전황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었다.
그런 이사벨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본 나는 문득 그녀의 마법이 죄다 오랜 시간을 요구로 하는 대규모 영창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녀의 마법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품이었지만, 아직 실전에서 사용하기에는 애로사항이 많았다.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영창이 그 대표적인 예시였다.
‘영창 속도야, 숙달만 한다면 나처럼 시동어만으로 발동할 수 있어. 이건 술자의 테크닉 부족으로 생긴 문제다.’
이사벨의 마법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빛을 매개로 발동하는 마법은 모든 상황에서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조모님의 가르침이 녹아들었다는 마법에 허점은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이전에 이사벨의 마법에서 보았다는 허점은 무엇이냐고 한다면.
바로, 이사벨 본인이다.
“이사벨, 내 말 들리냐?”
“어? 뭐야, 이 와중에 [텔레파시]를 사용한다고? 당신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나와 대화하려고 얼마나 마력 조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거야?!”
“별거 아니니까 대답이나 해라.”
“잘 들려. 잘 들리니까 대답을 했겠지.”
잘 들리면 됐다.
내가 지금부터 읊어줄 것은 아주 빠르게 지나갈 예정이니.
[텔레파시]가 선명하면 선명할수록 좋다.“내가 지난번에 말했던 것 기억하냐? 네 마법의 허점 말이야.”
“아, 그 개소리?”
“개소리가 아니라……. 아니, 관점에 따라서는 개소리라고 볼 수도 있지.”
“그걸 본인이 직접 인정한다고?”
이사벨이 깜짝 놀랐다.
그 자존심 높은 백승우가 제가 한 말을 개소리로 취급하다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뜰 예정인가?
“그야 당연하지. 허점은 마법이 아니라 너였거든.”
“염병할, 그러면 그렇지.”
내 말에 이사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지금 놀리려고 [텔레파시]를 건 것인가 싶었지만.
실제로 그런 것을 나보고 어쩌란 말이다.
[특성, 「마도성」이 마법의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대마법(大魔法)의 반열에 발을 걸치고 있는 마법입니다! 분석에 오랜 시간을 요구합니다. 진행률 : 93.14%…….]그녀의 마법을 이전부터 오랫동안 분석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익힌 마법이 대마법, 혹은 영역에 발을 담그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마법의 기나긴 역사 중에서 다다른 사람이 몇 없다는 경지.
그런 영역과 관련이 있는 만큼, 그녀의 마법에서 허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나는 이전에 이사벨의 마법에서 허점을 발견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은.
“주제를 알아라.”
“뭐, 뭐라고? 지금 시비 거는 거야?!”
“너는 정말로 네가 마법을 온전히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냐?”
“그야 당연하지!”
“진심으로?”
“……사, 살짝 어려울지도.”
인정해서 다행이다.
인정 안 했으면, 양심이 없는 수준이었다.
빛은 마법에 있어서 만능의 매개.
무엇이든 될 수 있기에, 무엇보다도 어렵다.
이사벨은 아직 빛을 온전히 다루기에는 미성숙했다.
그러니 내가 하는 조언은 간단하다.
“늦었지만 너에게도 가르침을 줄게.”
“뭔데?”
“너만의 색깔을 덧그려라.”
“……그걸 이 난전 속에서 어떻게 해!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은 당신도 잘 알잖아!!”
그녀의 말마따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물며 그것이 이사벨이 다루는 마법처럼 대마법의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다면 더더욱.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생각해. 네 마법은 지금의 네가 온전히 다루기에는 너무나도 고차원적이야. 그러니 넓은 도화지에 네가 원하는 색깔만 칠해서, 다른 기능을 죽이는 거다.”
“…….”
도화지. 색깔. 기능을 죽이다.
불현듯 이사벨의 뇌리를 강타한 세 가지 말이었다.
그 순간 나와 그녀 간의 [텔레파시]가 끊겼다.
사방의 난전으로 발생한 대량의 마력 때문에 송신이 먹통이 된 것인 가. 의구심에 귀를 두들긴 순간.
“어디서 한눈을 파는 거지?”
“……!!”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내 몸이 뒤로 밀려났다.
이사벨에게 조언 한 번 한다고, 잠시 한눈을 판 것으로 타격을 허용해버렸다.
“흐, 흐으…….”
경매장 곳곳에 설치된 좌석과 책상 위로 날아간 나는 복부를 부둥켜안으며 일어났다. 치명타는 아니지만, 허약한 체질 탓에 입에서는 바람 빠지는 소리 밖에 안 나온다.
하, 진짜 더럽게 아프다.
본능적으로 급소는 피해서 망정이지.
잘못했으면 오늘 인생 하직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하, 지금 내가 누굴 가르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한 방 맞고 나서야 그 사실을 자각했다.
아무래도 임시 교사라는 직위에, 선생님이라는 명칭에 잠시 심취했던 모양이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행위는 스스로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이러다니.
나도 참, 오늘따라 상태가 영 별로네.
고통에 눈살을 찌푸린 나는 가슴에 있는 주머니에서 독초 한 뿌리를 꺼내 씹었다.
쌉싸래한 풀 특유의 맛이 혀를 강타했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입에 닿는 것만으로 고통을 호소했을 수준의 쓴맛. 이게 왜 독초인지 알 수 있었다.
꿀꺽.
하지만 나는 아무런 내색 없이 독초를 삼켰다.
그 순간, 고통이 잦아들고, 외부 자극에 분산됐던 집중력이 하나로 모아진 느낌이 들었다. 독초 속 강력한 진통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아, 진짜 더럽게 쓰네.
나는 입가에 흐르는 침과 피를 닦았으며 생각했다.
괴롭겠지만, 차라리 더 쌉쌀했으면 좋겠다.
이따위 독초에 쓴맛을 느끼기에는. 내 인생은 너무나도 씁쓰름했으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의 일들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자신을 스승님이라 부르던 아이가.
마인의 손에, 싸늘한 시체로 전락했던 때가.
마물에게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이 으스러진 지옥이.
그 이후로 마(魔)에 관련된 모든 것들에 지독하리만큼 집착하게 됐던 모든 순간들이.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아도 여전히 선명하게 보였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쓴맛이라고 할 수 있지.
* * *
그 아이의 잔상에 눈이 팔린 것도 잠시.
독초를 삼키면 삼킬수록 고통의 희미해져 갔다.
복부의 쓰라린 타격감도, 공허한 가슴속의 빈자리도.
점차 독초를 씹어 만든 진액으로 가득 차오른다.
진액이 내 속을 가득 채우며 진통 효과를 부여하는 사이, 나는 한 가지 치명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독초를 입에 물고 있는 동안에는 언령이나 시동어를 읊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너무 써서 입이 열리질 않는다.
“…….”
차라리 잘됐다.
나는 고통과 감각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척이나 편안하고 고요하다.
평소 내 몸을 갉아먹던 고통과 잠시 이별한 이 순간.
난 이 순간이 너무 좋았다.
오로지 연산에만 모든 신경을 쏟아 부을 수 있으니까.
‘……지금 나한테 승산은 없다.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몰라도, 내 저질스러운 체력이 그때까지 버텨줄 리는 없겠지.’
속전속결.
그것만이 내 유일한 승산이다.
……아니지.
아니, 아니야.
정말로 속전속결만이 유일한 승산인 걸까?
무심코 든 생각에 내 시선이 사방을 훑었다.
도망치는 부자들의 대열. 그 뒤를 추격하는 마인들과 이를 저지하는 수행원들의 사투. 책상 밑에 웅크린 채 숨은 지배인과 그 밑에 있는 경매품들.
발송하기 위해 포장을 마친 경매품들이 지배인의 밑에 있었다.
“…….”
그곳에 시선에 꽂히자. 나는 곧장 거대한 불길을 일으켜 도루도의 사방을 가뒀다.
이에 적잖은 마력을 쏟아부었지만 괜찮다.
그만큼 시간은 벌었다.
“……나와.”
“예, 예? 시, 십팔 번 고객님? 나, 나오라니 그게 무슨…?”
나는 지배인을 치우고, 맨 위의 상자를 뜯었다.
그러자 포장된 두 개의 물건.
낡은 고서적과 커다란 이빨이 눈에 들어왔다.
뱀파이어의 유산으로, 사용하면 스킬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 나는 망설임 없이 두 물건에 마력을 주입하고, 그 속에 내장된 스킬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검은 피가 묻은 오래된 양장본’을 사용하셨습니다.] [스킬, ‘흑안개 (C)’를 습득하셨습니다.]……
[‘낡고 뭉툭한 이빨’을 사용하셨습니다.] [스킬, ‘흡혈 (B)’를 습득하셨습니다.] [두 개 이상의 유산을 확인. 뱀파이어의 유산, ‘흑안개’와 흡혈’을 습득한 상태입니다.] [이를 토대로 퀘스트, 「뱀파이어의 후계자」를 출력합니다!]뱀파이어의 후계자라고?
갑작스러운 퀘스트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내 망막에 상태창이 새로운 문장들을 출력했다.
[서브 퀘스트 : 뱀파이어의 후계자 (1)] [설명 : 우연인지 필연인지, 당신은 뱀파이어의 유산을 두 개 이상 찾아냈습니다. 이로써 당신은 뱀파이어(Vampire)라는 오래된 종족의 후계가 될 첫 번째 자격을 손에 넣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자격일 뿐 진정한 의미로 후계자가 되기에는 여러 산을 차례로 넘어야만 합니다.] [클리어 조건 : 혹시 모를 다른 후계자들보다 더 빨리 유산을 독점할 것.] [성공 시 : 유산을 독점할 때마다 ‘종족 : 뱀파이어’에 가까워집니다, 서브 퀘스트 : 뱀파이어의 후계자 (2)]눈을 아프게 할 정도의 장문이 망막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퀘스트의 출력을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앞의 것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신기루처럼 눈앞에 일렁이고 있다.
[주의! 해당 퀘스트는 종족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퀘스트입니다.] [신중히 선택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뱀파이어의 후계자라.
그들의 핏줄은 섞이지 않았음에도, 뭔 놈의 후계자냐고 볼 수도 있지만. 그들의 명예와 긍지는 혈연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핏줄, 피는 뱀파이어의 주식이자 통화(通貨)일 뿐.
그들은 직계나 방계, 후손을 구분하는 데 있어서 피를 중요시 보지 않는다.
설령 나처럼 뱀파이어와 1도 연관이 없는 여우의 핏줄조차도, 뱀파이어의 업적을 계승하고, 이를 유지할 의지만 있다면.
나도 엄연히 ‘뱀파이어의 후계자’가 될 자격을 증명한 셈이다.
뱀파이어의 유산을 두 개나 체내에 받아들인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걸 왜 알고 있는 거지?’
이브에게 들었던 적이 있던가.
딱히 기억은 안 나는데.
뭐, 자세한 기억은 없어도 그 녀석에게 들은 기억이 있으니 알고 있는 거겠지.
그녀가 쓴 소설을 읽지 않은 내가 이 세계의 정보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그것이 유일하다.
깊이 고민할 것도 없다.
나는 그 이상의 생각은 전투에 방해만 된다고 판단. 굳이 해가 되는 퀘스트도 아니기에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
[퀘스트 「뱀파이어의 후계자」를 수락하셨습니다.] [‘칭호 : 뱀파이어의 후계자’를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 수락의 보상으로 생혈(生血)이 아닌 혈액에도 ‘흡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생혈이 아닌 혈액에도 사용할 수 있다.
그것이 내가 본 마지막 메시지였다.
그 밑으로도 뭐가 더 적혀 있었지만, 내 집중력이 시스템에 분산된 순간을 놓치지 않은 도루도의 돌진에 치여 저편으로 날아갔다.
불꽃으로 녀석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데에는 한계가 너무 명확했다.
나는 날아가는 와중에 바닥을 살폈다.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는 레드 카펫처럼 기다란 길을 잇고 있었다.
저기다.
화르르륵!!
불꽃을 손에 둘러 추진기처럼 사용. 곧장 혈흔이 길게 이어진 장소 위로 손을 올렸다.
검은 장갑이 흥건하게 물들며, 그 속으로 무언가 스며들었다.
[바닥을 향해 ‘흡혈’을 사용합니다.] [신선한 선혈이 아닌, 이미 죽어서 혼탁하고 더러운 피입니다!] [피로부터 마력과 원기를 흡수할 수 없습니다!]시스템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나는 장갑에 스며든 피가 점점 체내로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소모했던 마력, 원기가 다시금 회복됐다.
칭호, ‘뱀파이어의 후계자’의 힘이었다.
그런데 어째 마력이 소모했던 것 이상으로 차오른다.
이런 부가 효과는 없었을 텐데.
“……뭐, 당연한 일인가.”
지금 바닥에는 미처 구하지 못한 일반인과 마인들의 피와 살점이 돌아다니고 있다.
족히 수십 구에 달하는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는 혈해는 이루지 못해도, 족히 연못 하나는 채울 수 있으리라.
심장으로부터 대량의 마력을 빼내도 고갈하지 않는 마력.
족쇄나 다름없는 「태양절맥」 때문에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마력량에는 한계가 있지만, 지금은 마력이 고갈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걸로 장기전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여우불」
「파이로키네시스」
화르르르르르륵!!!!
자염(紫焰)에 염동의 이치를 섞은 화염을 마구잡이로 난사하며 생각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무한 동력이 아닐까.
지금 나는 내 몸으로 영구기관을 구현해 낸 것이다.
음, 이걸로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은 내 차지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