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77)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77화(77/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77화
동거인(2)
─이 저택은 참으로 넓고 아름답네. 저택을 이루는 양식의 고급스러움은 익히 알고 있는 구조이지만, 서양식이라고 했던가. 그 특유의 웅장함과 섞이니 감탄밖에 나오질 않네. 계약자, 너는 참으로 멋진 곳에서 기거하고 있구나.
“……책 읽는데 시끄러우니까 조금만 조용히 해. 그리고 여기 내 집 아니거든.”
─어라? 분명 네 혈육으로 추정되는 여인과의 대화에서 가주라고 부르던 것을 들은 기억이 있는데. 가주라 하면, 당주(當主)와 같은 존재가 아니었어?
가주나 당주나 가문의 주인이라는 뜻은 일맥상통한다.
타마모가 저리 물은 것은 그녀가 죽은 일본에서는 가주라는 표현보다는, 당주라는 표현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그건 맞는데. 실권이 없어서 그래.”
─흐음, 말의 미묘한 높낮이를 들어보니 그것만이 이유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 그냥 그렇다고 넘어갈게.
타마모는 그렇게 토를 달지 않고 대화를 끝냈다.
방금까지 나를 곤혹스럽게 했던 그녀의 배려는 무척이나 감동스러웠다.
뒷말에 ‘나는 친절하고 상냥한 여우니까.’라며 자화자찬만 안 했으면, 이 감동이 조금 더 오래갔을 텐데.
‘……괜한 말실수를 했어.’
내가 실권 없는 망나니 가주일지라도 이곳은 ‘백승우’의 집이었다.
그는 이 집에서 태어나, 이 집에서 자랐다.
그 사실은 결코 변치 않는다.
그렇다면 자신의 실권이 어떻든 이곳을 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아니란 말이지.
나는 이 집에 온 것이 두 번째이며, ‘백승우’의 방에 이토록 오래 있어본 경험 자체가 처음이었다. 백승우와 반평생을 함께했을 넓은 침대도 처음으로 누워봤다.
이러면 안 된다.
나는 백승우다.
설정에 의하면, 이 저택은 내 집이며 언젠가 내 손아귀에 들어올 공간이 되리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영 시원치 않다.
솔직히 태어나서 처음 본 집을 제집으로 여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내 돈 주고 계약한 집이면 모를까.
명백한 타인이 살고 있는 저택을 어찌 집이라고 인식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그런가, 몸은 아프고 피곤한데도 도통 잠이 오질 않았다.
나는 가문 서재에서 꺼내온 [본가의 웃어른들의 일대기]라는 웃기지도 않는 서적으로 넘기며 시간을 보냈다.
가문의 모든 어른들을 기록한 서적.
이 책 하나 때문에 내가 여기까지 행차한 것이다.
‘그나저나 책에 타마모의 얘기는 없네. 삼미호나 구미호와 같은 여우의 일족은 직계든 방계든 호적에 이름을 올렸을 텐데, 녀석의 이름만 없다. 음, 혹시 그녀가 살아 있던 생전에는 천호백가가 생기기 이전이었나.’
“이봐, 타마모. 혹시 천호백가라는 가문을 들어본 기억이 있나?”
…….
뭐야, 왜 대답이 없어.
방금 같았으면 생각한 것만으로도 내 말에 응답했을 텐데.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혹시 자고 있나?
그 후로 시간이 상당히 흘렀음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혹시 내가 뼈가 망가진 고통에 환청과 환각을 보고 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귀신이 잠을 잔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지만, 뭐 녀석이 잠을 잔다면 오히려 나야 좋지.’
사람인 나도 잠을 못 자고 있는데, 감히 반지에 깃들어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배후령 따위가 태평하게 잠을 자고 있다는 사실에 짜증이 났지만. 뭐, 이미 죽은 귀신이니까.
그 부분은 너그럽게 넘어갔다.
“자, 그러면 드디어 혼자가 됐으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정산을 받아볼까.”
손가락을 놀리자 상태창이 떠올랐다.
투명하기 그지없는 색깔에서, [퀘스트]라 적힌 부분을 누르니 옅은 자색으로 창이 물들며 온갖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졌다.
[메인 퀘스트 ‘살생석’ : 클리어]─보상─
[1. ‘포인트 상점’ 개방] [2. ‘???의 특성 선택권’ X 1] [3. 작가의 답글]내가 받은 세 개의 보상.
순서대로 가장 위의 것부터 확인했다.
띠링!
메시지가 떠올랐다.
[앞으로 ‘포인트 상점’이 상시 개방됩니다.] [‘포인트 상점’은 오직 당신만의 특권입니다.] [상점 내의 모든 것은 퀘스트를 클리어하여 얻을 수 있는 ’포인트(P)로 결제 가능합니다.]【포인트 상점】
1. [능력치 강화]
2. [특성 목록]
3. [스킬 목록]
4. [장비 목록]
‘포인트 상점’은 네 가지 목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세부적인 항목을 보고자 각각의 목록들을 차례로 눌렀다.
[능력치 강화]1. 「체력 1단계 강화」─30P
2. 「근력 1단계 강화」─25P
3. 「내구 1단계 강화」─10P
4. 「민첩 1단계 강화」─25P
5. 「마력 1단계 강화」─100P
6. 「감각 1단계 강화」─100P
* 각 능력치의 가격은 한 단계씩 높일 때마다, 이전의 가격에서 5P씩 추가됩니다.
[특성 목록]*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구매하실 수 없습니다.
[스킬 목록]1. 「마천성검(魔穿星劍)」─2,000P
2. 「별무리의 파도」─2,500P
3. 「만류귀종」─885P
4. 「부동심」─1,000P
5. 「심장 속의 심해」─730P
6. 「대라염화극검식」─477P
……
……
113. 「검의 율법」─7P
114. 「자가치유」─6P
[장비 목록]1. 「별빛을 밝히는 성검」─5,000P
2. 「성휘의 로자리오」─750P
3. 「백기사의 신성주갑」─825P
4. 「적기사의 별운검」─370P
5. 「염라대왕의 망토」─237P
6. 「거궐(巨闕)」─1,755P
……
……
69. 「여명창」─12P
70. 「주명의 반지」─7P
71. 「해님 자수가 새겨진 낡은 손수건」─1P
뭐야 이것들은?
왜 내 것들이 전부 여기 있는 거지?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야 상점이랍시고 연 창에 있던 모든 물품이 전부 빙의 전 사용하던 내 소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 기분은 뭐랄까.
대학 생활 때문에 멀리서 자취하는 아들이, 중고 거래에 아들이 본가에서 쓰던 물건들을 올린 걸 적발한 느낌이랄까.
그것도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물건들을 헐값에 팔고 있는 것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뭐라 형용하기는 힘든데, 아주 더러운 감각이었다.
“이런 미친.”
내 곳간을 얼마나 턴 거야.
이 정도면 탈탈 털어도 먼지 한 톨 안 나오겠다.
……아닌가.
오히려 텅텅 비어서 먼지가 더 많이 쌓일지도?
“……넌 내가 돌아가면, 진짜로 죽여버린다.”
살고 싶으면 내가 이 세상에 있는 사이에 소생 마법이라도 연구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현실에 존재하던 모든 마법은 이브의 작품이었으니, 그 정도는 어렵지 않으리라.
나는 미리 명복을 빌어주는 법을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다음 보상을 열었다.
첫 번째 보상이 이 꼬락서니인 만큼, 사실 이것도 뻔했다.
[‘???의 특성 뽑기권’을 확인합니다.] [안에 기록된 모든 특성들을 카탈로그로 나열합니다.] [기록된 11개의 특성 중 무작위로 하나를 획득합니다.]【???의 특성 카탈로그】
1. 「검성(劍聖)」
2. 「군신(軍神)」
3. 「신검(神劍)」
4. 「검주(劍主)」
5. 「검종(劍宗)」
6. 「검선(劍仙)」
7. 「구세주(救世主)」
8. 「정신력(精神力)」
9. 「모략가(謀略家)」
10. 「심검지로(心劍之路)」
11. 「천무지체(天武之體)」
하,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전부 내 별호나 이명이나 특징이네.”
각국의 언론과 군국, 정부에서 밀어붙였던 내 그림자들.
지난 내 세월의 총체가 특성이라는 이름으로 구현되어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검룡」같이 다른 특성들과 비교선상에 서기에 애매한 별호들은 들어 있지도 않았다.
이건 그야말로, 전성기의 나를 상징하는 모든 것들을, ‘특성’이라는 개념으로 묶어놓은 것이었다.
특히 「검성(劍聖)」, 「신검(神劍)」, 「검주(劍主)」, 「검종(劍宗)」, 「검선(劍仙)」, 「심검지로(心劍之路)」. 이 여섯 가지가 그랬다.
이 세계에서 모든 검사가 갈망하는 검술 분야 최고의 특성들.
이것들을 말미암아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증명할 수 있었다.
여기 적힌 특성들은 그야말로, 백승우라는 이름의 검사가 걸어온 일생 그 자체다.
“뭐, 정작 쓸 수 있는 특성은 하나도 없지만.”
하나같이 그럴싸한 이름의 특성들.
실제로도 그럴싸하겠지만, 저것들은 어디까지나 ‘도검류’를 손에 들고 있어야지 그 효과를 발휘하는 것들이다.
「태양절맥」으로 반병신이 된 내가 감히 감당할 수 있는 개념의 특성들이 아니다. 성연화라면 모를까.
지금의 내게 저 여섯 특성은 계륵, 그 자체였다.
“뭘 얻더라도 쉽지는 않겠어. 쓰지도 못할 특성들보다는, 그나마 군신이나 천무지체가 양호하려나.”
그렇다고 나머지 다섯 개가 좋다는 것은 아니었다.
특성, 「군신(軍神)」은 총사령관과 다른 사령관들이 전부 죽거나 늙어서 약관의 나이에 총책임자로 역임당한 내 업적을 상징한다.
그 전적으로 고려했을 때, 「군신」의 능력은 전술과 지휘를 비롯한 병법의 부가 효과를 부여하는 특성이다.
당장 전쟁이라도 벌일 생각이라면 모를까.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큰 효과는 없으리라.
나머지 특성들도 상황을 마찬가지였다.
특성, 「구세주(救世主)」는 제 한 몸을 희생해 인류를 구원한 영걸들의 공통적인 꼬리표.
「정신력(精神力)」은 전우들이 눈앞에서 모두 죽었음에도, 주저앉지 않고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른 야차의 업적을.
「군신」과 반대되는 「모략가(謀略家)」는, 피도 눈물도 없는 지휘관의 만행을.
있다고 나쁠 것은 없었지만, 있다고 뭐가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가장 좋은 특성이라면 지금 당장은.
“천무지체려나.”
특성, 「천무지체(天武之體)」.
이른바 하늘이 내린 무의 재능을 타고난 육체.
무인들 사이에서는 전설이나 신화나 다름없는 위상의 체질.
그것은 내 차지였다.
지금은 비록 병신이 돼버렸지만, 한때는 그 누구보다도 강인한 육체를 가진 것이 바로 나였다.
“아마 천무지체라면 태양절맥을 상쇄하는 것은 불가능해도, 억누르는 것 정도는 가능할지도 몰라.”
하늘이 내린 육체와 하늘이 저주한 불치병.
둘이 동시에 내 몸에 존재한다면, 통증과 악영향을 억누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헛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2번 보상은 선택권이 아닌, 뽑기권.
내가 「천무지체」를 뽑을 확률은 1/11.
더럽게 낮군.
“…….”
확률을 생각한 순간, 내 얼굴은 순식간에 굳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굳이 좋고 나쁨을 따지자면, 좋은 편에 속하기는 하지만. 확률이 꽤나 극악이란 말이지.
게임처럼 돈을 더 넣는다고 추가로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흐음, 여기에 적힌 심검지로가 무슨 뜻인지 물어볼 수 있을까?
“심검지로, 심검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뜻이야. 념(念)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검을…… 뭐야, 네가 왜 여기 있어?!”
─갑자기 왜 그리 놀라니.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아, 나 때문인가?
“네, 네가 왜 지금 여기서……!”
나는 갑자기 나타나, 내 곁에 두둥실 떠올라서 내 상태창을 염탐한 타마모에게 깜짝 놀랐다.
인기척은 물론, 그녀가 깨어날 기색조차 감지하지 못했다.
비록 도구의 힘을 빌렸다지만, ‘S+’등급의 감각을 가진 것치고는 무척이나 우스운 꼴이었다.
아니, 애초에 내 상태창은 어떻게 염탐한 거야?
상태창은 자의적으로 공유하기 전까지는 타인의 것을 볼 수 없는 절대불가침의 개인 정보다.
설마 타마모의 맺은 계약으로 인해, 시스템이 그녀를 일종의 사역마로 취급하고 있는 건가. 세상에 이렇게까지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역마가 어디 있어.
─이봐, 계약자?
“…….”
─뽑기가 돌아가고 있다는데…….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뭐라고?”
─그러니까 정확하게 읽어보자면, 뽑기권을 사용하셨습니다…… 무작위로 하나를…….
“그만.”
너한테 물어본 거 아니야!
라고 소리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 소리가 가슴 깊은 곳에 가라앉았다.
[‘???의 특성 뽑기권’을 사용하셨습니다.] [무작위로 11개의 특성 중 하나를 부여합니다.] [룰렛이 돌아갑니다!]열한 개의 특성이 적힌 룰렛이 눈앞에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누르지도 않았는데, 왜 뽑기권이 사용된 것인지 의문이 드는 순간. 왼손의 새끼손가락이 미세하게 상태창을 눌렀음을 깨달았다.
높은 감각조차 인지하지 못한 타마모의 움직임.
이에 깜짝 놀란 내가 무심코 왼손을 앞으로 뻗은 것이다.
드르륵, 룰렛이 돌아가면서 점점 내 긴장감을 높였고. 타마모는 처음 보는 룰렛이 신기했는지, 내 동공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내 망막이 보이나 싶다.
우리는 그렇게 룰렛을 뚫어져라 쳐다봤고.
[룰렛이 멈췄습니다.] [축하합니다! ‘???의 특성 뽑기권’를 통해 특성, 「모략가」를 획득하셨습니다!]최악은 아니지만, 차악의 결과가 나왔다.
염병할. 기왕이면 최선이 좋았을 것을.
아니, 애초에 지금 뽑지 말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행운을 높여주는 아이템이나 주술을 받은 다음에 돌렸어야 했다.
이게 다 누가 자는 척을 하면서 나를 깜짝 놀래켰기 때문이다.
─어머, 모략가라. 멋진 별명이네. 1시간 넘게 자는 척을 하면서, 숨을 죽인 보람이 있어. 그나저나 특성이 뭔지 설명해 줄 수 있니?
정작 그 타마모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확 제령(除靈) 해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