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7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79화(7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79화
동거인(4)
야식도 먹고, 타마모와의 관계도 대략적으로 정리했겠다.
더 이상 방에서 고서적을 읽으며 그녀에 대한 정보를 찾을 이유도 필요도 없어진 지금.
승우는 가주실에서 나왔다.
“가, 가주님? 여긴 어째서? 선배들이 칠성에 계시다고 하지 않으셨어?”
“진짜? 어디?”
“야, 쳐다보지 마! 재작년에 퇴사하신 선배들 중에 괜히 쳐다봤다가 뺨 맞고 퇴사당한 얘기 못 들었어?”
“어제 새벽 속보에서는 종로에 계셨다고 하지 않으셨나? 아니, 애초에 가주실에는 대체 언제 들어가신 거지.”
넓은 저택에 깔린 카펫.
그 위로 승우는 당당히 발걸음을 옮겼고, 이에 아침 청소를 하고 있던 시종들은 벽에 붙어 서고는 허리와 고개를 숙이며 최대한 그를 바라보지 않도록 했다.
잘못 바라봤다가는 괜한 일에 엮일 수도 있었다.
정말이지, 시종들은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이 저택에서 일하면 급여는 말도 안 되게 좋지만, 이렇게까지 눈치를 봐가며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못마땅했다.
그럼에도 선임들은 청소만으로 대기업 임원과 동등한 연봉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묵묵하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아직 혈기가 넘치는 신입들은, 올해 초에 가주가 칠성으로 좌천, 보다 정확하게는 유배당한 탓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소문으로밖에 접하지 못했다.
1번의 경험이면 모를까.
100번 말로만 들은 것 가지고는 신입들의 왕성한 호기심을 억누르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들은 기어코 허리를 빳빳이 숙인 채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와…… 존나 잘생겼다.”
“야, 잘생기면 뭐하냐. 성격이 그렇게 쓰레기라면서.”
“저 정도 얼굴이면 성격이 쓰레기여도 괜찮지 않을까? 난 오히려 나쁜 남자라서 더 좋은데.”
“피부 엄청 하얗다. 와, 진짜 광이 나는 조각상 같아…….”
고개를 든 신입 시종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승우의 외모를 보며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는 부류, 그리고 그런 외모에 홀리는 것도 잠시 신의 불공평함을 절실히 느끼며 어떻게든 성격으로 폄하하려는 남성들.
후자의 경우에는 남자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실상 성별에 따라 분류된 것 같지만.
“나 남자인데도 왜 이렇게 가슴이 떨리지……?”
“부정맥 아니야?”
“나도 떨리는 걸 보아하니, 부정맥은 아닌 듯.”
“언제부터 부정맥이 전염병이 됐었지. 나도 가주님한테 끌리는데?”
“와, 저 미모면 솔직히…….”
후자는 그러려니 했으나, 전자는 조금 무서웠다.
여성 시종들이 나를 매력적으로 봐주는 것은 좋지만, 남자 시종들끼리 속닥거릴 때마다 뭔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의 녀석.
쌉가능이라는 단어를 들은 것 같은데…….
문득 의문이 들었으나, 절대로 듣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약자, 인기가 많아 보이는걸.
‘인기가 많은 것이 싫지도 좋지도 않지만, 남성에게까지 인기가 많은 썩 좋지만은 않은데.’
─후후,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 전부 네가 예뻐서 그럴 뿐이니까, 오히려 당당하게 행동해. 나도 육체가 있을 시절에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고 매료시켰지.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홀리는 마성의 매력.
딱히 갖고 싶은 능력은 아니었는데.
오히려 타마모는 그런 승우의 모습이 기꺼웠는지, 실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시종들이 마치 언제든지 낚싯줄로 낚을 수 있을 치어들로 보였다.
그리고 승우의 매력은 시종들만 낚은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굳이 낚고 싶지 않았던 이까지 낚아버렸으니.
“어머나…….”
저 늙은이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주말에도 길드에서 업무를 보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설마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다니.
이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려나.
“아무래도 저희는 만나게 될 운명이었나 봅니다, 5장로.”
승우의 말에 지나가려던 사내가 반응했다.
하기야, 아무리 바지 가주라도 이렇게 대놓고 말을 걸었는데, 인사를 씹으면 그건 장로고 나발이고 혈족의 정신머리가 없는 녀석이다.
허례허식에 집착하는 노인일수록, 그 부분은 더 철저하게 지키는 법이다.
“……정말로 그런 것 같습니다, 가주님.”
“하하, 가주라뇨 5장로. 사회적으로는 그대의 밑에 있는 팀장으로 들어갔으니 말을 낮추시죠.”
5장로.
새하얀 무복을 입었음에도 숨길 수 없는 기품과 위세, 위압감이 절로 느껴지는 중년의 사내를 보며 방긋 웃었다.
저 양반도 참, 나이가 예순이 넘었을 텐데 나이치고는 젊고 중후해 보인다.
하지만 저 남자, 실제 성격은 어떨까?
직접 시험해 보도록 하겠다.
“아, 맞다 참. 제가 운영하는 팀은 지휘권을 비롯한 인사 명령권과 대부분의 권한이 탈중앙화되어 있어서, 그대에게 낮은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겠군요. 애초에 이곳은 제집, 제 저택이기도 하고요.“
“아…… 예.”
“그런 의미에서, 5장로님.”
승우는 방긋 웃으며 최대한 해맑은 표정으로 5장로를 노려봤다.
하하하, 나 참.
“제가 걷고 있거늘. 안 비키시고 뭐 하시는 겁니까?”
시종들처럼 허리를 숙이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승우가 원하는 오직 한 가지였다.
“아무리 제가 바지사장, 아니, 바지가주일지라도. 가문 내에서 만나면 알아서 옆으로 비키셔야죠. 설마 나이도 지긋하신 분이 가문의 예절과 전통을 지키지 않겠다는 말씀은 아니시죠?”
길드에서는 승우가 한 수 굽히는 수밖에 없었다.
그곳은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완전한 치외법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집구석에서는 마음에는 없더라도, 가주를 향한 체면치레는 해야지. 사회에서는 사회인답게, 집구석에서는 가족 구성원답게 행동하는 것이 그가 장로로서 해야 할 일이다.
……뭐, 싫으면 말고.
어차피 나도 너 언젠가 갈아치울 생각이거든.
* * *
마음 같아서는 더 시비를 걸고 싶었지만, 이 이상은 감당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의 마지노선.
이 이상 선을 넘었다가는 시나리오고, 마인이고 하기 전에 진심으로 5장로에게 내 목이 따일 수도 있었다.
“하하, 반응이 왜 그러십니까. 당연히 장난이지요. 장난.”
“……아, 예, 그렇습니까.”
“그래, 나중에 길드에서 뵙도록 하죠.”
“……네, 나중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5장로를 뒤로하고 다른 곳으로 걸었다.
콰드득, 이빨을 갈다 못해 부숴 버리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뭐, 진짜 이빨은 아니겠지.
5장로의 나이를 고려하면 이빨이 아니라 틀니가 부러졌을 가능성이 크다. 어쩔 수 없지.
이번에 <나인테일>의 팀장이 됐으니, 선심으로 틀니 정도는 선물로 해야겠다.
아, 물론 착불로 보낼 예정이다.
몸으로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머리로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나와 5장로의 대화에 관여하지 않던 타마모가 예술품을 평가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팔미호(八尾狐)라. 제법 재능이 있는 모양이네. 이봐 계약자, 지금 이 시대에서 저 정도 실력자라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할 수 있겠어?
‘글쎄, 평가 방식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S급 길드를 운영하는 길드장이자, 하이랭커 중 한 명이니 전 세계에서 100등 안에는 들겠지.’
─……정말로?
내 대답에 타마모가 믿을 수 없었는지, 내 어깨를 양손으로 박차며 일어났다.
야, 어깨 아프다.
─여덟 개의 꼬리를 이뤄내며, 여덟 번의 변태(變態)와 여덟 번의 재생을 거쳤을 실력자가 고작 백 명 안에 들 정도라니? 이 땅은 무슨 복마전(伏魔殿)이라도 되는 건가. 도대체 내가 잠든 천 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얘 왜 이렇게 흥분했어?
팔미호가 그렇게 대단한 경지인가.
고작 삼미호인 내게는 너무나도 까마득한 경지라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진정해.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5장로 정도면 하이랭커 중에서도 상위에 속할 테니까. 무력만으로 따지면 10등 안팎일걸.’
─팔미를 이뤄낸 것을 감안하면 그것도 낮은 순위야. 내가 팔미를 이뤘을 적에는 적수가 없었으며, 구미호가 되었을 즈음에는 천하가 여의 것이나 다름없었어.
자신이 죽기 전, 오래된 과거를 언급하는 타마모.
그녀의 말은 향수에 취해 추억을 되새기는 노인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철저히 사실에 입각해서 말하는 듯, 확신이 서려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살던 시절에는 구미호가 되는 것만으로 천하를 오시할 수 있던 모양이다.
하나 애석하게도 시대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나갔다.
마법이나 주술과 같은 신비 또한 마찬가지였다.
신비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또한 그 구조가 해석되어 보다 체계적이고 진보적인 형태로 대중화된 지 오래다.
더 이상 여우가 꼬리 아홉 달린 정도로는 천하를 발아래에 둘 수 없다.
타마모가 살던 시절에 구미호는 절대 권력의 상징이었을지 몰라도.
지금 현시점에서, 그리고 이후에 펼쳐질 지옥과도 같은 소설 속 세상에서 구미호라는 경지는 내가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경지와도 같다.
몇 년 후의 지옥 속에서는 구미호 정도가 아니라면 살아남는 것조차 확신하기 어렵다.
민간인들의 죽음이 한낱 숫자 놀음으로 변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미래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서 구미호가 되어야 한다.
구미호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게 될 세상 속에서, 삼미호에 불과한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나는 하루빨리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닿아 지옥의 근간을 될 수 있는 것들을 죄다 제거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가문의 전신(全體)이자 시조(始祖)이신 천호의 경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어차피 도달할 가능성도 한없이 0에 수렴할뿐더러.
내가 천호까지 도달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말인즉슨 이 세상이 소설의 처참한 전개보다 더한 최악을 달려나가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구미호.
딱 구미호의 경지까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
그렇다면 내 목숨을 온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타인들의 목숨도 구할 수 있다.
비록 이 세계가 소설일지언정, 사람의 목숨이 가진 가치가 격하되고 훼손되는 것은 아니니까.
되도록 이 세계만큼은 더 이상 아무도 희생하지 않고 다치지 않을 세계가 되었으면 한다.
욕심이라는 것은 알지만.
이 세계의 끝이 내 지켜온 세계와는 다르길.
그리 기도하면서 말이다.
─계약자, 이봐 계약자. 내 말 안 들려?
‘아, 미안 잡생각이 너무 길었던 모양이네. 하이랭커란 말이지, 시스템이 선정한 수백 명의 랭커 중에서도 상위 백 명을…….’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중에. 지금은 그것보다 저 노인이 누군지 족히 열 번은 물어봤어.
‘응? 그렇게 말하면 몰라. 이 집구석에 노인들이 한두 명이어야지. 다들 장로란 것들이 여우답게 늙어서도 욕심만 뒤룩뒤룩하게 쪄가지고는…….’
─좌측, 꽃밭에서 꽃을 다듬고 있는 노인 말이야. 저 노인은 대체 정체가 뭐지?
여기서 좌측 꽃밭?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곳은 1장로의 화단일 텐데.
타마모의 삿대질을 따라 얼굴을 돌리니, 웬 밀짚모자의 노인이 꽃밭을 다듬다 말고 나를 쳐다봤다.
그러고는 곧장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것을 보아하니, 내 시선을 단번에 느낀 모양이다.
“역시 1장로네. 기감도 좋으셔.”
─1장로라, 저 노인도 장로라는 거야? 나는 분명 근위대장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 끝에 하얀 꼬리 좀 봐봐. 세상 어느 방계가 칠미호를 이륙하고, 근위대장 따위가 되겠어. 저 정도 능력이면 당연히 장로를 하겠지.”
1장로, 혹은 대장로.
그는 천호백가의 제일가는 늙은이이자, 가문 내부의 실권을 가장 많이 휘어잡은 장로이다.
5장로가 <나인테일>을 복속시키며 가문의 외부를 휘어잡았다면, 내조는 대장로의 몫이었다.
“아, 이런 언제 오셨습니까. 꽃을 관리하던 중이었는데, 가주님의 미모가 꽃과 같아서 이 늙은 눈으로 분간하지 못했군요. 1장로, 백로가 가주님을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대장로.”
“허허, 그냥 1장로나 노야라고 불러주십시오.”
만나자마자 입에 발린 말로 시작하는 대장로.
그의 말에 타마모가 어떤 반응을 보일 법도 했지만, 지금 그녀의 신경은 오직 대장로의 꼬리와 기세만을 향하고 있었다.
─하아, 꼬리의 개수에 잠시 눈이 멀어 진짜 괴물이 따로 있었음을 알아채는 것이 조금 늦었네.
일곱 개의 꼬리.
5장로의 여덟 꼬리보다도 적은 개수였으나,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단언컨대 이 집안 누구보다도 강렬했다.
오죽하면 처음 그의 기운만 봤을 때는 자신과 같은 구미호가 이 땅에 탄생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만큼, 대장로는 감히 측정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는 그의 발언으로 증명되었다.
“그나저나 가주님의 등 뒤에 귀신이 들러붙었군요.”
“……!!”
─……!!
뭐야, 지금 타마모가 보이는 거야?
팔미호가 되어 영적인 개념에 남들보다 민감했을 5장로조차 주술로 기척을 완전히 숨긴 타마모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그걸 한눈에 알아보다니.
나와 타마모는 얼굴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속으로 심히 놀랐다.
“이 늙은이의 노안에 귀신의 종류나 면면은 보이질 않습니다만, 괜한 잡귀(雜鬼)에 씌이신 것은 아닌지, 이 늙은이는 걱정이 되는군요.”
대장로의 잡귀 발언.
이에 타마모의 표정에 놀람보다, 분노가 먼저 얼굴에 서렸다.
─내가 잡귀라고? 무조의 이름 아래에 대륙을 평정했으며, 구미호의 대명사라고까지 불린 내가? 하하……. 시대가 많이 변한 모양이네.
‘알겠으니까, 진정 좀 해. 그깟 잡귀 취급이 뭐가 그리 억울하다고 그러는지 참.’
─뭐라고……?
아이코, 말 잘못했네.
나는 그녀로부터 눈을 돌렸고, 노안 때문인지 흐리멍덩했던 대장로의 눈에 초점과 강직한 기세가 깃들었다.
아무래도 타마모의 분노에 호응한 주술을 위험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거 영 좋지 않은데?
대장로는 금방이라도 손을 움직일 기세였다.
“이 늙은이에게 제령의 능력은 없지만, 그에 준하는 것은 할 수 있죠. 어쩌렵니까, 가주님.”
“하지 마세요. 이 잡귀는 제 소유물입니다.”
─이것들이 선조에게 쌍으로 엿을 먹이네.
“그러시다면야.”
내 말에 대장로의 기세가 가라앉았다.
그는 다시 화원을 다듬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가주님, 제가 방금 재미난 소문을 들어서 말이죠.”
“뭡니까?”
“5장로, 그 녀석에게 시비를 걸었다고 시종들에게 들었습니다. 저번에는 녀석이 이끄는 길드에 들어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괜한 해코지를 당하시는 건 아닌가 싶군요.”
벌써 소문이 퍼졌다니.
믿을 수 없었지만, 대장로가 내뱉은 말의 진위를 고민할 여력은 없었다.
대장로는 푸근한 인상의 시골 할아버지와 동시에 어딘가 뱀처럼 느껴지는 오묘한 미소를 지었다.
“무엇보다도 가문의 안정을 바라는 이 늙은이로서는, 가주께서 다음에는 무슨 사고를 치실지. 치신다면 어디서 치실지 궁금할 뿐이랍니다.”
직설적인 대장로의 말.
이에 나는 무엇을 숨기랴.
다음에 내려놓을 포석을 당당히 밝혔다.
이것은 가문을 내조하는 대장로를 향한 선포임과 동시에.
강경파와 온건파.
그 중심에서 중립을 유지하는 그를 강제로 판에 끼어들게 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속내 어두운 말이었다.
“요툰의 불지옥입니다.”
이미 5장로에게는 진작에 말해둔 다음 행선지.
그와 동시에 내가 <나인테일>의 팀장으로서 향하게 될 첫 번째 행선지는 바로 요툰의 불지옥이었다.
플레이어 강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3대 미공략 던전.
같은 미공략 던전인 ‘에프넬의 화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들어간 자는 죽거나, 죽음에 가까운 부상을 입으며.
S급 플레이어나 랭커도 불지옥에서는 민간인들과 별반 차이가 없음을 입증한 진정한 지옥.
나는 반병신인 몸 상태로 그런 곳으로 향하려 들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