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8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80화(8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80화
동거인(5)
1장로와 서로 다른 길을 향한 직후.
나는 저택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언젠가 이곳을 되찾고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오래된 저택이라서 그런가. 괜한 과시용으로 방의 개수만 쓸데없이 많아. 내가 모든 이권을 되찾고 나면, 방의 수를 줄이고 그 구조와 쓰임새부터 바꿔야겠어.”
─계약자.
“왜 그래, 타마모. 뭐 물어볼 거라도 있어?”
배후령답게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타마모.
잠시 무언가를 망설이던 그녀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불지옥이 뭔지 알아?
“그거 물어보려고, 그렇게 망설이고 있던 거였어? 난 또 뭐 대단한 거라도 질문하는 줄 알았네.”
뜸을 들이며 대답하는 듯한 그녀의 어조에 무언가 대단한 거라도 질문하는 줄 알았지만.
질문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 순간 당황했다.
─음? 불지옥에 관한 내용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면, 대체 뭐가 대단하다고. 그나저나 신기하네. 이 시대의 인류는 어찌 사후세계에 대해 알아낸 거지. 죽으면 되살리는 주술이라도 개발됐으려나.
“……그, 미안한데. 진심으로 불지옥이 불가(佛家)의 지옥과 같은 것으로 착각한 것은 아니지?”
─……에?
“응?”
뭐야, 진짜로 착각한 거였어?
내가 진심이냐는 눈치로 타마모를 쳐다보자 그녀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
─하하하…… 설마 내가 그런 걸 몰랐겠어.
“그렇지? 난 또 진짜로 사후세계의 지옥에 대해서 말하는 줄 알았네. 산 사람이 사후에 대해서 어떻게 알겠어.”
─그야 당연하지. 계약자, 너무 무례한 거 아니야? 어떻게 내가 그런 착각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떨리는 목소리로 타마모가 말을 이었다.
어떻게 생각하기는. 네 말 들으면 대충 알겠다.
얘는 거짓말이 너무 티 나서 사기는 못 치겠다.
“그래 미안해. 그나저나 불지옥이 어떤 곳이냐고 물었지?”
나는 괜히 귀찮아지지 않도록 말을 바꿨다.
“요툰의 불지옥, 줄여서 불지옥. 대한민국에서 난공불락이라는 판정을 받은 3개의 미공략 던전 중 한 곳이야.”
─미공략 던전이라…….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 애초에 그 던전이라는 게 뭘 말하는 거야?
“……거기서부터 설명해야 돼?”
아무래도 던전은 영어라서 그런가.
타마모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던전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던전이란 마물들이 사는 일종의 이차원. 던전에는 온갖 마물과 동식물, 그리고 미지의 환경이 펼쳐져 있어.”
─그리고?
“그곳에서 마물을 죽이면 얻을 수 있는 마석은 현대의 주된 자원이지. 물론, 마물의 사체나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식물과 광물도 좋고.”
타마모가 질문을 하고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면 이 세계는 자원에 대한 걱정이 없겠네? 던전은 이차원이라고 했으니, 땅이 부족하지도 않을 테니까.
“아, 그건 아니야. 던전은 무작위 장소에 임의로 생기는 데다가, 필요 이상으로 오래 방치하면 ‘던전 브레이크’라고 불리는 현상이 일어나거든.”
─던전 브레이크? 외래어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말을 알아듣기가 힘든데. 조금만 순화해 줄 순 없어?
“쉽게 말해서 던전 자체가 터지는 현상이야. 마물과 동식물, 환경 따위를 가둬둔 공간이 무너지며 그 속의 내용물이 현실과 동화하지.”
단적인 예시로, 그리스의 한 도시는 화산이 주된 배경인 던전이 무너지며 거대한 화산 도시를 이루어 수많은 인프라를 잃었다.
사실, 인프라만 잃었으면 다행이다.
던전 브레이크의 진짜 큰 문제는 안에 있던 마물이 민간인을 습격하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거다.
“그래서 던전 내부의 자원이 아무리 귀하더라도 플레이어와 길드, 협회는 던전을 공략할 때 가급적이면 던전을 클리어해서 닫는 것을 목표로 해.”
─이제 던전에 대한 것은 대충 알겠어. 임의로 생성되며, 그 내부는 미지의 세계. 안에서는 온갖 자원이 나오지만, 오랜 시간 방치하면 던전의 내부가 현실과 동화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없애줘야 한다. 이거 맞지?
“응, 네 말 대로야. 여담으로 3대 미공략 던전은 그 어떤 길드가 힘을 써도 클리어할 수 없었던 3개의 던전을 의미해.”
─그러면 위험한 거 아닌가. 네가 말한 대로 오랫동안 클리어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뒷말을 삼켰다.
그 뒤의 이야기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말을 삼킨 타마모. 그녀의 머릿속에 한 대화가 떠올랐다.
방금 전, 1장로와 내가 나눴던 대화였다.
‘요툰의 불지옥이라. 드디어 미치셨군요, 가주님. 드디어 패악질로 가득하셨던 인생을 마무리하실 생각이십니까?’
‘아직 죽을 생각은 없는데.’
‘가주님, 그런 행동을 자살이라고 하는 것이랍니다. 높은 곳에서 투신한다고 자살이 아니랍니다.’
‘고작 공중에서 투신하는 것 정도로 죽는다고?’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저희는 그 정도로 죽지 않습니다. 그런데, 공중에서 맨몸으로 자유 낙하하는 것보다 위험한 것이 바로, 지금 가주님이 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5장로와 1장로.
그녀의 기나긴 삶에서도 몇 번 보지 못했던 강자들이었다.
그런 강자들이 존재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이 클리어할 수 없는 던전이라.
─단단히 준비해야겠군. 잘못했다는 너만 죽는 것이 아니라, 반지와 함께 나도 함께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겠어.
“그건 다 계획이 있으니 문제없어. 그나저나 질문을 듣자 하니, 그 시대에는 던전이 없었나 봐?”
아무런 생각도 없이 물은 질문.
─적어도 내가 군림하던 시대에는 없었어. 옛 기록에도 없었던 현상이니, 아무래도 던전이란 최근 들어서 생긴 개념이 아닐까 싶은데.
“……아, 그래.”
나는 문득 생각에 잠겼다.
질문에 대한 답을 듣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녀 사후 천 년이라는 세월 동안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뀐 거지?
시스템, 상태창, 던전.
전부 그녀가 살던 시대에는 없던 것 같다.
하지만 현대의 인류에게 이 셋은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개념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시스템과 연결되어, 상태창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로 인해, 이 세계에서 갓난아기의 어머니들은 서로 아이들의 마력 수치나 체력 수치로 자식 자랑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누구 집 아들은 체력이 날 때부터 F+라더라. 어머, 옆집 철수는 5살에 벌써 민첩 D-라던데, 이러다가 이 동네에서 마라톤 선수라도 나오는 게 아닐까.
따위의 대화가 일상적인 이곳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더 깊은 고뇌로 퍼져 나갔다.
나는 머릿속으로는 생각을 하며, 자연스레 가주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서 빨리 머릿속의 생각을 노트나 종이에 옮겨서 기록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그 과정에서 타마모는 계속 내게 말을 걸었고.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생각에 집중한 것을 숨기고자, 나는 대충 맞장구쳐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가주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내 어깨 타마모의 손이 올라왔다.
─어머나, 네가 그렇게까지 내 가르침을 원할 줄은 몰랐네.
“……뭐라고?”
─불지옥이라는 곳에서 네가 목숨이라도 잃었다가는, 손가락에 걸린 반지도 분실될 테니. 지금부터 당장 주술을 가르쳐 주겠다는 제안을 수락했잖아.
“내, 내가 언제……?”
─방금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했잖니. 설마…… 아니라고 발뺌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런 말을 했구나.
이래서 사람이 말을 할 때는 딴짓을 하지 말고, 제대로 들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책망하는 한편,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질문을 하나 던지면, 내가 성실하게 대답한다.
그 대가로 그녀는 내게 주술을 하나 가르쳐 준다.
반대로 내가 주술의 가르침을 요구한다면, 그녀는 그 대가로 지식을 요구한다.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
그러나 한편으로는 언제 서로가 조건을 통해 서로의 목에 줄을 묶으려 들지 모르는 관계였다. 질문을 하면 할수록 타마모는 을의 입장이 되며, 반대로 내가 가르침을 요구할수록 타마모는 갑의 입장이 된다.
그런 애매모호한 관계 속에서.
타마모는 던전에 관한 질문의 대가를 벌써 지불했다며 기쁜 눈치로 말했다.
─내 제자라. 늘그막에도 제자를 들인 적이 없었는데. 설마 죽어서 제자를 들일 줄이야. 내 인생도 참 기구하네. 그나저나 가르칠 때만큼은 내가 스승이니까. 호되게 굴어도 되겠지?
아무래도 대가를 지불했다는 생각에 기뻐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타마모는 나를 철저하게 굴릴 생각인지, 희열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기초를 가르쳐 주겠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내비쳤다.
어유 불안해라.
* * *
가주실의 넓은 책상 위.
타마모는 강의하는 교수님처럼 진지하고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지금 네가 다른 여우들. 특히 1장로와 5장로라는 자들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것이 뭐라고 생각해?
“글쎄다, 꼬리의 개수려나.”
─아니, 전혀 아니야.
타마모가 틀렸다며, 손으로 X자를 그었다.
그나저나 배후령인데 내 앞에도 있는 것이 가능할 줄이야.
그냥 일정 범위 내에만 있으면 배후령이고 빙의령이고 아무 문제 없나 보다.
─꼬리의 개수는 계약자, 네가 남들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것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에 속해. 완전히 틀린 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 ‘과정’과 ‘이유’를 모른다면 절대로 대성할 수 없을걸.
단호하다 못해, 확신에 찬 말투.
이에 내가 질문했다.
“그 정도야? 내가 남들보다 뭐가 부족하길래?”
─아까 내가 답해준 대답은 그냥 귓구멍 속 귀지와 함께 쓰레기로 처분한 모양이네. 뭐, 괜찮아. 다시 설명해 주면 되니까.
“말대답 한 번 신랄하네.”
─말은 똑바로 하렴. 내가 신랄한 게 아니라, 나와 같은 종족이라면 응당 알아야 할 것을 모르니까 그렇단다.
타마모는 이것도 모르냐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봤다.
그러면서 왼손에는 화정을, 오른손에는 빙정을 이루었다.
그녀의 손아귀에 있는 작은 보석들.
그 안에는 강렬한 화기와 냉기자 잠재되어 있었다.
나는 그제야 타마모가 하고 싶은 말을 깨달았다.
“음양의 조화? 이론상 틀리진 않겠지만, 지금 내 몸으로는 음양을 조화를 이루기에는…….”
─이미 알고 있어. 태양절맥이지? 아니까 이런 판단을 내린 거야.
음양의 조화?
불가능하다.
보통의 마법사나 무인이었다면, 그녀의 말마따나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겠지만.
「태양절맥」으로 인해 살아 있는 육신이 자연스레 이루는 미세한 음양의 조화조차 양의 기운으로 기울어진 지 오래다.
이 일그러진 균형을 조화롭게 맞추기 위해서는 보통의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내 지식 내에서 이것이 가능한 방법은 오직 하나뿐.
그것은 바로.
“무슨 태극이라도 이루자는 거냐?”
태극(太極).
도가에서 추구하는 궁극.
구름 밖의 해처럼 모든 것을 밝게 따스하게 비추는 양(陽)과.
구름 속의 해처럼 모든 것을 어둡고 스산하게 덮는 음(陰)의 완전한 합일.
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태극, 우주 만물의 근원이자 천지인이 확립되기 이전의 원시 그 자체.
옛 고인과 선인들은 그러한 태극을 이루어 초월을 목표로 했다는 기록이 각국의 사기 곳곳에 드러날 정도의 아주 오래된 고대의 개념이다.
─태극이라, 그것도 나쁘지 않지.
“……진심이야?”
─태극을 몸 안에 녹여낼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어. 네 혈을 모조리 틀어막은 양강과 구미호가 되기 위해 응당 품어야 하는 음기를 모조리 포용하다 못해 아득한 경지까지 격상시키는 것이니까.
“말은 잘하지만, 너도 잘 알잖아. 태극을 구현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기록상, 태극을 실현하고자 한 이들은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음기와 영기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터져 죽었다.
─잘 알고 있어. 시도한 것들은 죄다 터져 죽었지, 나는 실제로 그 광경을 여러 번 목격도 했는걸. 태극은 나도 그냥 꺼낸 말이니까, 여기까지 하자. 잡담은 이쯤 하고 이제 어서 움직이렴. 어서 다음 단계에 돌입해야지.
“……어?”
주술을 이용해 반투명한 옥좌를 만들어, 그 위에 앉아 턱을 괴며 다리를 꼰 타마모가 말했다.
─방금 내가 빙정 만드는 거 봤지? 그대로 따라서 만들면 돼. 주술의 틀이 되는 식은 어렵지 않으니, 금방 따라 할 수 있을 거야.
“그렇지만 내 혈에 얽힌 태양절맥 때문에 음양의 조화는 이룰 수 없을 텐데.”
─그 부분은 걱정 마. 내가 원하는 것은 체질의 개선이 아니라, 극단적으로 치우친 균형만 바로잡는 것뿐이니까. 훗,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
그녀는 오늘 안에 한 번이라도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그녀는 기초일지라도, 자신이 알려준 주술의 입문 난이도가 무척이나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야 당연하다.
수천 년 전 온갖 주술과 주술사들이 난무하던 시절에도, 으뜸으로 여겨지던 시조의 주술이다.
숙련은커녕, 입문조차 힘든 것이 정상이었다.
분명 그러했을 텐데.
“…….”
한 번, 두 번, 세 번.
……
백칠십 번째.
백칠십일 번째.
눈앞의 사내는 쉽게 메마르지 않을 호수와 같은 깊이의 마력을 몇 번이고 탕진하고, 채우고, 탕진하기를 반복했다.
이에 타마모는 자신의 계약자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숙련도가 예사롭지 않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오늘 안에 기초는 숙달할지도 모르겠어.
그의 심장은 호수와 같은 마력을 품고 있으나, 이를 감싸는 사방의 혈맥은 태양과 같은 열기를 품고 있었다.
호수에서 물을 길어오면, 곧장 증발하지는 않더라도 뜨겁게 끓는 것이 당연한 이치. 그렇기에 지금 그의 마력은 화염 계통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반대로 빙정을 만드는 주술은 그의 육체와 최악의 상성.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였거늘.
설마 그 이치를 세 시간 만에 보란 듯이 깨버리고 말 줄이야.
믿기지 않는 성장세.
그녀는 이 성장세가 무엇으로부터 비롯됐는지 알 것 같았다.
‘흐음…… 분명, 「마도성」의 재능이라고 했던가.’
그녀는 몰래 엿본 승우의 상태창 내역을 떠올렸다.
잊을 수 없는 한 단어.
그것은 그에게 성인의 자질이 있음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성인, 지혜와 공덕이 뛰어난 이상적인 인간상의 종착역.
무릇 성인이라함은 만인(萬人)에게 우러러 존경받는 존귀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성인에게 결점은 없어야만 한다.
마법의 성인일지라도 얘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만 명의 마법사가 있다면, 그 만 명 중에서 으뜸이어야 하며. 아직 가르침이 부족하다면, 마법사들 중에서 가장 반짝이고 찬란하게 빛나는 재능을 가져야 하는 마법사.
그것이 바로 마도성(魔道聖)이다.
그래서 그럴까.
승우가 주술을 다루는 정교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초 단위로 개선되고 있었다. 분명 초 단위로 미루어 볼 때 그 성장세는 미세하지만.
한 시간가량 흐르자 티끌을 모아 태산을 이루었다.
─이런 재능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고작 질문이나 이야기 하나에 주술 하나라는 거래를 내걸지 않았을 텐데. 후후, 뭔가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드는걸.
타마모는 말을 아끼며 자신의 계약자를 쳐다봤다.
지금은 한없이 미약한 불씨에 불과하지만, 만일 그가 시조의 모든 주술을 온전히 물려받는다면. 이윽고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구미호의 광증마저 물려받게 된다면.
그는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어떤 행동을 취하든 간에 지루할 틈은 없겠네.
사기를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불쾌감보다 기대감이 높다니.
이게 도대체 얼마 만에 느끼는 감정일까.
살며시 입가를 올리는 타마모.
그녀는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어 절로 군침이 도는 입맛을 다셨다. 유부 우동을 먹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 그녀의 입가를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