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87)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87화(87/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87화
수행평가 준비(2)
외모.
그것은 첫인상을 결정짓고, 사람들의 호감과 마음을 자극하는 가장 커다란 시각적인 요소이다.
잘생기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질수록 사람들은 그에 대해 큰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만약에 그런 매력을 인위적으로 느끼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런 능력을.
원래부터 잘생기거나 아름다운 사람이 얻는다면.
그로 인해서 곱절로 증폭할 상승효과는 대체 어느 정도일지 상상도 가질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나는 얼추 예측할 수 있다.
그야, 그것이 내 능력이기 때문이다.
「매혹」
등급: S
설명: 동양 전반의 전설로부터 비롯된 요괴의 권능 중 하나입니다. 누군가를 홀리는 것은 여우의 상징이자, 근간 그 자체로 남녀노소와 미생물을 가리지 않고 세상의 모든 것을 홀립니다. 상시 발동되는 패시브(Passive)로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세기가 조절됩니다. 아예, 발동을 틀어막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고혹(蠱惑)
의식하지 않아도, 몸짓 하나하나에 ‘매혹’이 깃듭니다. 세기에 따라서는 몸짓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대상의 정신계에 혼란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마성(魔聲)
듣는 순간 머리가 녹을 것 같은 미성(美聲)을 뱉어냅니다. 그 무엇이라도 미성 속에 얽힌 마성에 한 번 홀리게 된다면 평정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도취(陶醉)
자연스레 모든 시선을 주인에게 쏠리도록 합니다. 특별히 대상을 구분하지 않으며, 상대가 매혹에 빠진 경우 마음을 취합니다.
내가 가진 유일한 S급 스킬, 「매혹」은 세 가지 단계로 나뉜 스킬이었다.
고혹, 마성, 도취.
각각의 단계를 거치면 남녀노소, 경우에 따라서는 생물과 사물을 가리지 않고 매혹해서 종으로 삼는다.
절대로 배신하지 않고, 죽으라면 죽는 충실한 종으로.
과연 S급 스킬 다운 능력이었다.
상대적으로 직관적인 「여우불」이나 「삼중나선」과는 그 쓰임새와 용도의 가짓수에서부터 크나큰 차이가 났다.
무섭긴 하지만 「매혹」을 잘만 사용한다면 나를 위해 목숨을 등한시하는 군단을 시작으로, 모든 협상을 유리하고 이끌 수 있으며, 전장이나 전투에서 적의 이목과 흥미를 끌어서 방심을 유도할 수도 있었다.
이외에도 수십 가지 방법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하지만 나는 「매혹」의 사용을 꺼려왔다.
일상생활과 전투 중에서도 「매혹」을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었다.
순전히 타인을 유혹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이 스킬을 사용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이거, 어떻게 다루는지 도저히 모르겠단 말이지.”
─혹시 네가 가진 「매혹」을 말하는 거려나?
“응, 도저히 스킬을 이루는 구성 원리를 이해할 수가 없단 말이지.”
제 스킬을 다루는 법을 모른다.
이건 크나큰 결점이었다.
스킬이란 언제나 시전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여우불」이 바로 그 예시이다.
처음 유렌과의 전투에서 사용했을 적에는 저주에 대한 소양과 지식이 전무해서, 내가 시전한 스킬임에도 저주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다.
이처럼 스킬은 그 원리와 이론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용한다면, 제 목을 노리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는 불안전한 능력이다.
“대상을 매혹한다는 능력이 페로몬으로 이루어지는지, 마법적인 요소가 개입하는지, 아니면 순전히 본인의 매력을 높이는 것인지 구분이 되질 않아. 실험할 대상이 마땅치 않아서 확인하기도 어렵고.”
─행여나 그 세 가지가 동시에 작용하는 원리일 수도 있겠네.
“맞아,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혹’이란 개념. 그 자체를 낙인처럼 새기는 것일 수도 있겠지.”
특히 생물과 사물을 가리지 않고 매혹한다는 점이 의심스러웠다.
대상이 생물이라면 페로몬과 외모의 매력적인 요소를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됐겠지만, 대상이 사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핸드폰이나 물컵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고, 어떻게 내 외모를 판단하고 매혹당한단 말인가.
그런 점들을 고려할 때, 「매혹」은 아직 내가 다루기에는 지식이 부족하다. 하지만 스킬 설명에서처럼 상시 발동되는 패시브 스킬이라서 평소에는 마력으로 최대한 억누르고 있는 중이다.
괜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최대 출력으로 발동했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낙인이라. 내가 보기에도 그 표현이 타당하네.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홀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그렇기에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행위는 불도장을 찍는 행위와 비슷한 법.
“역시 그렇지?”
─하지만 자연스레 방출되는 능력의 출력을 조절한다고 큰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네.
타마모가 손가락으로 상태창의 ‘특성’ 부분과 ‘장비’ 부분은 가리켰다.
─외모나 매료와 관련된 능력이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내 눈에는 아무리 「매혹」을 억눌러도 세 개의 능력이 상승효과를 이루는 것처럼 보이는걸.
특성, 「경국지색」.
스킬, 「매혹」.
옥 반지에 내장된, 「백면금모」.
남녀노소, 이성이 있건 없건, 생물과 무생물을 가리지 않고 홀리는 능력 세 개가 시너지를 일으켜 상승효과를 이뤄내어 학생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타마모의 말이 맞았다.
이 세 개가 한 몸에 동시에 공존하고 있으니, 출력을 최소화한 것은 하등 의미가 없어졌다.
와,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보고 간간이 기생오라비라고 했는데.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겠는걸?
─그나저나 신기하네. 조합에 의한 상승효과라, 내가 살아 있을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을 힘이란 말이지.
“조합이, 아니면 상승효과가?”
─둘 다.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상태창과 시스템. 그 시대에는 없었다고 했던가.”
─그야 당연하지 않아? 상태, 창 그놈의 푸른 창이라는 시원치 않은 것을 전 세계 인류가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태어난다니. 너무나도 인위적이야. 적어도 내가 통치했을 시절에 저런 것은 없었어.
인위적인 푸른 창.
설마 이 세계에 나 말고 상태창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었을 줄이야.
이 세계의 사람들은 날 때부터 상태창을 가지고, 시스템과 연결된다.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동시에 당연한 것이다.
인간이 팔다리를 가지고, 다른 생물들에 비해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을 가진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 내가 소설 밖이 아니라 이 세계에서 태어났다면, 나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인간의 능력을 여섯 가지로 분류해서 단련하다니. 인간은 고작 여섯 가지로 분류될 정도로 단순한 생물이 아니라고?
“보유하는 것만으로 재능이나 기질을 부여하는 특성이나, 본래라면 다룰 수 없는 능력을 다루는 스킬도 그렇지.”
능력치, 특성, 스킬.
상태창으로 가능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업적과 무력에 따른 랭킹 시스템.
랭킹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하이랭커와 랭커.
협회에 등록된 공식적인 길드의 랭킹까지.
이게 현실인지, 게임인지 분간하기 힘든 요소들이 잔뜩 있었다.
게다가 특별히 나는 거기서 한술 더 떴다.
‘퀘스트, 성공과 실패 여부에 따른 보상과 페널티. 그리고 나만을 위한 포인트 상점까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도, 재단할 수도 없는 것들.
저것들이야말로 이 세계가 소설 속임을 내게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요소들이었다.
과연 저것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예상이 가는 것이 여럿 있기는 하지만, 너무 많아서 뭐라 언급하기도 애매했다. 추측을 확신으로 바꿀 단서가 부족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상태창과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뿐. 다행히도 내 눈으로 그 정도는 가능했다.
[<천안통>이 ‘타마모노마에’의 상태창을 엿봅니다.] [대상이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경고! 대상에게는 상태창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스템이 자리 잡기 전에 죽은 원혼으로 판단되는바, 규정에 따라 임의적인 상태창을 일시적으로 구현합니다!]……
「이름 : 타마모, 와카모, 포사, 달기, ??, ????, ……」
「나이 : ???세」
「종족 : 구미호 (九尾狐)」
「칭호 : ???」
「등급 : ???」
「상태 이상 : 사망」
<특성>
「주술의 시조」, 「경국지색 (傾國之色)」, 「?」
<능력치>
「체력 : ?」 「근력 : ?」
「내구 : ?」 「민첩 : ?」
「마력 : ?」 「감각 : ?」
<스킬>
「???」
*이미 죽은 지 오래되어, 시스템과 상태창의 가호를 받지 못한 원혼입니다. 따라서 해당 내역은, 정식적인 라이선스 과정을 거친 실제 상태창이 아닙니다!
*해당 인물은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지 않아, <능력치>와 <스킬>을 비롯한 대부분의 내역이 공란으로 기재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내역이 존재하지 않는 타마모의 상태창.
이처럼 나는 <천안통>을 이용해 타인의 상태창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대신 식은땀이 흐르고, 일순 휘청거릴 정도의 집중력을 대가로 하지만.
그 이상의 값어치가 있었다.
나는 점점 다양한 능력이 깃드는 내 눈에서 순간, 통증이 오고 상당히 아리다는 것을 느꼈다.
부작용인가 싶었지만, 어느새 통증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환각이라도 느꼈나 싶었던 그때.
“……저, 그 선생님.”
“어라. 네가 여긴 웬일이니. 너희 반은 1교시 강의가 이 부근에서 하지 않을 텐데.”
서예린은 1학년 F반 소속.
내가 알기로는 매주 월요일 F반은 1교시부터 아카데미 한가운데에 펼쳐진 자연환경에서 뛰어 놀며, 사냥을 배운다고 했다.
그런데 쟤가 왜 여기 있지.
의문을 가지자, 서예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저 실은 수, 수행평가 때문에…….”
“수행평가?”
“네…… 수행평가가 있는데, 조금…… 도와주셨으면 해서요.”
이제 곧 중간고사 에피소드가 발발할 시기다.
다시 말해, 슬슬 각 과목별 수행평가가 무더기로 쌓일 시기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아까 새벽부터 등교해서 수행평가를 완성하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칠성의 수행평가는 그 기준이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아침에 일찍 등교하는 놈들이란, 다 그런 놈들이다.
그래서 조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들이 있다고도 들었다.
도와주는 것 정도야 불법인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게 설마 그 서예린이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말이야.
“그걸 왜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니?”
“예? 그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의 서예린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1학년 마도학을 담당하시는 남화연 교수님의 조교인데. 네 수행평가 준비를 도와주겠니? 형평성에 어긋나는걸.”
“그, 그렇지만!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무도학인 걸요…….”
“무도학?”
1학년 공통 5과목.
무도학, 마도학, 사냥학, 수호학, 치유학.
그중 무도학은 마도학과 함께 반드시 챙겨야 하는 1순위 과목이었다.
그런 무도학이니만큼 조교에게 물으면서까지 챙기려는 마음은 알겠는데. 그러면 더더욱 이해가 안 간다.
“나, 마도학 조교인데?”
무도학을 왜 나한테 물어보니.
“……혹시 못 가르치시나요?”
“아니.”
“그, 그러면 왜……?”
가르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걸 왜 나한테 부탁하냐는 거지.
난 아직 1학년 무도학 수행평가가 뭔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도(武道)를 배우는 학문인 이상, 내가 가르치지 못할 것은 없었다. 순전히 내게 가르침을 원하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이다.
“순수한 단련이나 수련이면 모를까. 수행평가는 차라리 족보를 가지고 있는 2, 3학년한테 묻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텐데.”
효율. 내가 서예린의 부탁 들어주지 않는 이유는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닌, 그녀의 시간과 노력의 효율이 말이다.
보통 대부분의 수행평가는 정해진 목표점이 존재하거나, 특정 기술을 익힘으로써 그 숙련도를 평가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 수행평가는 햇수가 흐를수록 꼼수나 지름길이 발견되길 마련이다.
‘물론 꼼수나 지름길로 높은 점수를 받기란 요원한 일이겠지만.’
적어도 4등급에서 5등급은 따 놓은 당상이다.
잘만 하면 2등급이나 3등급을 노릴 수도 있고.
그런 수행평가를 왜 나한테 요구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올해 처음 들어온 신입 조교라서 족보가 없었다. 그 이전에 학교에 재학한 경험 자체가 없어서, 족보도 이번 기회에 인터넷에서 배웠다.
그런 내게 뭘 바란단 말인가.
“너 정도면 남궁성진 교수님 휘하의 조교들에게 사랑받을 텐데. 그쪽에서 배울 생각은 없고?”
“네? 예, 그야 그쪽에 계신 조교분들은…… 실례지만, 썩 훌륭하시지만 가르침을 청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어서요.”
“……어, 그래.”
이제 막 신입생 티를 벗은 1학년이 할 말은 아니지만, 절정의 경지에 다다른 서예린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차고 넘쳤다.
그래, 네 눈에는 무도학 조교도 별거 아닌 걸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 혹시 힘드시다면…….”
“그래 알겠다.”
“저, 정말요……?!”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나는 서예린의 스승도 교수도 아니지만.
지도 교사이자 선생님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그 대신──.”
“예……?”
“나는 수행평가 만점 이상의 것을 알려주고, 그 이상을 요구할 것이다.”
선생의 역할은 앞에서 이끄는 것.
이 가르침이 그녀를 이끈다면, 기왕 이끄는 거 제대로 이끌어야겠지.
“최소, 기존 목표의 두 배. 최대, 세 배까지 요구할 것이다.”
먼 훗날 신창이 될 운명일 서예린이라면.
이미 내 가르침을 한번 체화한 너라면.
이 정도는 가뿐하겠지.
“각오는 됐나? 싫으면 관두고.”
나는 그녀의 본의와 진심을 파악하고자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지기 직전의 거리 차이.
주먹 하나 크기의 거리를 두고 말하자, 서예린이 눈을 어디다 둘지 몰라 했다.
어허, 대화하고 있는데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봐야지.
싶은 그 순간.
“……네에.”
얼굴을 홍시처럼 빨갛게 붉힌 그녀가 양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수줍은 듯이 말했다.
“…….”
저 나이대의 소녀다운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어째서 저 미소를 본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그 연애편지가 떠오른 것일까.
당최 영문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