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91화(9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91화
첫 실기 평가(1)
1:1 교습, 방과 후 다 같이 수업을 받는 것도 아니고.
모든 일과가 끝난 후에도 승우의 수업을 듣는다.
이건 일반적인 사제 관계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일인전승이나 직전제자와 같은 말을 떠올렸겠지만, 사춘기 소녀들의 머릿속은 그리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어머, 어머 둘이 무슨 관계인가요?”
“연화야 그건 어디서 배운 말이야?”
“며칠 전, 한국 드라마에서요. 왜 그래요, 이지? 따라 하면 안 되는 말이엇나요?”
“아니…… 그냥 그 말의 출처가 어딘가 싶어서.”
첫사랑을 할 즈음인 소녀들의 머릿속은 핑크빛으로 물들어, 차마 아무도 입을 떼지 못하는 사이.
가장 먼저 포화에 불을 붙인 것은 성연화였다.
그녀는 특유의 어눌한 한국어로, 승우와 서예린 사이에 뭐가 있냐고 당당히 물었다. 반드시 무언가 있다는 듯한 자신감 넘치는 어조는 덤이었다.
“그, 그냥 좀 가르쳐 달라고 한 것뿐인데……?”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는 거야?”
“……응?”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서예린과 나머지들.
이에 이지가 필사적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려 애썼다.
“그냥 선생님이 봐달라고 하셔서 봐주는 거 아니야? 예린이가 워낙 스펀지처럼 수업 내용을 잘 빨아들이잖아.”
지극히 정답에 가까운 이지의 말.
그러나 그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여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저런 망상의 나래를 펼치는 그녀들에게, 그의 말을 그저 공허한 외침일 뿐이었다.
* * *
학생들이 그러는 한편.
그들의 교사인 승우는 남화연의 대본을 전부 작성하고, 그 외의 업무들을 마치고 잠시 교무실 밖으로 나왔다.
그는 산들바람과 태양 빛을 받으며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슬슬 태양이 따스해지네.”
벌써 4월의 끝이 다가온다.
겨울이 왔다는 사실은 흔적도 남지 않은 채, 봄을 상징하는 꽃들은 지고 기나긴 더위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그야, 여름이 다가오고 있으니 당연한 거 아니겠어.
당연한 부분을 꼬집는 타마모.
그녀의 말마따나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물론, 그전에 중간고사부터 치러야겠지만. 뭔가 새삼스러웠다.
“……아니, 뭔가 오랜만에 오는 여름인 것 같아서 말이야.”
─말만 들으면 여름이란 계절이 없는 나라에서 산 것 같네. 이 땅은 매년 여름이 찾아오는 나라잖아.
“그건 그런데 말이지. 그냥…….”
여름이 온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 자체가 몇 년 만인가 싶어서.
─흐음? 뭐라고 중얼거렸어?
“……딱히.”
─싱겁기는. 고민이 있으면 말해보렴. 내가 아주 재미있…… 아니, 친절하게 대답해 줄 테니까.
뒷말을 삼키자, 그 사실을 알아챈 타마모가 볼을 잔뜩 부풀렸다.
어린애같이 무슨 짓이냐고 묻고 싶어도, 은근히 잘 어울려서 뭐라 말하기도 미묘했다.
성격은 그지 같아도 얼굴은 참 예쁘단 말이지.
은연중에 떠오른 생각.
이를 그녀에게 들키지 않고자, 승우는 다른 화제를 꺼냈다.
그녀의 관심을 끌 수 있을 만한 화제였다.
“야, 타마모.”
─왜 부르니. 혹시 나한테 물어볼 거라도 있으려나.
“너 스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
스승 혹은 교수님.
내가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스승이라면, 그 마녀를 말하는 걸까?
마녀라니.
스승한테 참으로 너무한 명칭이다.
그렇다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마왕이나 마녀나. 결국은 뒤의 한 글자 차이였으니까.
“그래, 남화연 교수님 말이야. 그나저나 마녀라니, 이래 봬도 내 마법 스승이 된 사람이라고?”
주술을 가르쳐 주는 너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인데.
취급이 너무한 것 아니야?
라는 뉘앙스를 잔뜩 풍기며 말했다.
그러자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은 타마모가 입을 열었다.
─난 그런 괴물과는 궤가 달라. 힘으로 보나, 미모로 보나. 물론 그녀가 지금의 나보다는 강하겠지. 네가 말한 5장로와 동등해 보이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반지에 갇혀 있을 때 기준이니, 반지와 영적으로 연결된 네 꼬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내 힘도 전성기에 가까워지겠지. 그러니 계약자, 어서 빨리 강해지렴. 후후, 그래야 내가 더 많은 걸 네게 가르쳐 줄 수 있지 않겠어.
자기 칭찬으로 끝난 타마모의 말.
평소라면 가볍게 넘어갈 말이었겠지만, 중간에 뭔가 놓칠 수 없는.
의미심장한 말이 섞였다.
잠깐만, 승우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들었다는 눈치로, 손을 뻗어 타마모의 말을 잠시 끊었다.
아주 잠시,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 정도라고?”
늙은 여우라 하면 1장로와 5장로 중 하나.
거기에 속이 시커멓다는 수식이 추가된 것으로 보아하니, 5장로를 말하는 것 같은데.
남화연 그 5장로와 동급이라고?
“네가 잘못 본 거 아니야? 스승은 업적은 분명하지만 아직 랭커라고. 그에 반해 5장로는 성격은 별로지만, 하이랭커 중에서도 손에 꼽는 초인인걸.”
─음~ 전부터 궁금했는데 말이야.
“뭐가?”
─그 랭커와 하이랭커의 본질적인 차이가 뭔지 설명해 줄 수 있어?
하이랭커와 랭커.
고작 ‘하이(High)’라는 단어 하나의 차이일 뿐이지만.
두 계급 사이에는 크나큰 격차가 존재한다.
알파벳으로 나뉜 F부터 S까지의 계급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다.
S급까지는 협회라는 공공기관의 매뉴얼에 따라 분류하는 것과 달리, 랭커와 하이랭커는 시스템의 내부 규정에 의거해 개개인마다 다르게 분류하고 판별한다.
단적인 예시를 하나 들자면─
“─너는 전쟁터를 오가며 전투를 벌이는 군인과 후방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의사 중에 누가 더 강하다고 생각해?”
─당연히 군인이 더 강하겠지.
“그렇지. 그러면 군인과 의사 중 누구의 업적이 더 높다고 생각해?”
─그야…… 아하, 이런 식이로군.
말문이 막힌 타마모.
그래, 랭커와 하이랭커를 판단하는 기준은 거기서부터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사람을 죽이는 자와 살리는 자.
과연 둘 중 누구의 업적이 더 드높단 말인가.
“어렵지?”
─기준이 애매하군. 명확한 비교 항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권과 같은 애매모호한 요소가 덧붙다 보니 뭐라 단언할 수가 없네.
“어렵지만, 그래도 편하게 생각해. 결국 더 많은 사람의 생사에 관여하는 것이 쟁점이지.”
군인은 상대측의 장군이나 병기를 더 많이 없앨수록 업적이 쌓이며, 의사는 아군 측 영웅을 살리거나 수많은 인명을 구하는 방식으로 업적이 쌓인다. 가진 힘이나 능력과는 별개의 영역.
이것이 바로 일반적인 플레이어들과 랭커들 간의 차이점이다.
그리고 하이랭커들은, 그런 랭커들 중에서 실력과 업적.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챙긴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영예로운 등급이다.
“교수님, 그러니까 스승은 마도의 역사를 100년가량 앞당겼다는 업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력에 대해서는 구설수가 많아. 그분이 싸우는 장면을 본 사람이 없거든.”
비록 그녀가 수많은 마법들을 탄생시켰더라도.
마법사는 무인과는 다르다.
한 종파를, 그에 얽힌 여러 무술과 무공을 창시하며 체득하는 대종사(大宗師)와 달리,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학자에 속한다.
학자들은 연구를 하는 족속이지, 연구의 결과를 체득하고 체화하는 이들이 아니다.
그러니 마법사가 마법을 창안했다고 하더라고, 그 마법의 전문가가 아니다. 그저 선구자일 뿐이지.
─후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니?
“왜 그러는데?”
─높은 경지에 오르다 보면 시선이라는 게 달라지거든.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경지에 따라서는 느끼는 감상이 다른 법이지…… 훗, 아무래도 내가 보는 그녀와 네가 보는 그녀는 사뭇 다를 거야.
타마모.
그녀는 주술의 시조.
지금은 사장됐으나, 한때 시대를 풍미한 학문이자 신비의 산증인 그 자체.
지금의 나는 바라보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성역]. 그 너머에 도달했을지도 모르는 이름 많은 주술사가 내게 말했다.
─주술사. 이 시대의 말로 마법사라고 하는 족속들이, 아무리 연구에 몰두하는 학자라고 하더라도 약하다는 게 말이나 될까?
남화연은 온갖 종류의 마법의 역사를 앞당겼다.
그중에는 전투에 특화된 마법도 있었다.
그녀의 업적은 어디까지나 이론과 논문에 불과하지만, 만일 그녀가 이를 이륙하고 검증하기 위해 공격 마법을 갈고 닦았다면?
─5장로라고 했던가. 그 노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걸.
설령 갈고 닦지 않았더라도.
전투나 살상에 특화된 마법을 연구하고 발표하며, 일말의 깨달음이라도 얻었다면. 그녀는 적어도 랭커 중에서 상위권 수준의 무력을.
100위권, 다시 말해 ‘하이랭커’의 좌를 차지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지하지 못한 것이 이상하다.
“하, 하지만 그녀의 실력은 아무도 본 적이 없어서, 쉬이 단언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만약에, 본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면?
“……무슨 소리지?”
─없는 것이 아니라. 본 사람들은 전부 죽은 거라면?
“……!!”
증거나 단서 따위 없는 추측이었지만, 가능성은 있었다.
어쩌면 굳이 힘을 드러낼 순간이나 시기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동안 남화연의 밑에서 한 달 넘게 지켜본바, 그녀는 귀찮은 것을 싫어했다. 사람들의 이목이 지금 이상으로 끌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력을 감췄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시스템이 책정하는, 랭커와 하이랭커의 기준”
그게 자의로 거절할 수 있던 자리였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그에 관련된 기억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 좌에 대해서 이브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기억나는 것은 다른 대화.
─남화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딱히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만.
─에이, 반응이 너무 딱딱하다. 지금 전시 중이라고 단호한 거야? 전쟁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나랑 대화 좀 하자.
전쟁 중이라서 시종일관 딱딱하게 굳은 내게 다가온 이브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전쟁터에서는 조금 냉정하고 딱딱해져도 좋을 법하거늘.
그녀는 늘 이런 식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브가 며칠이고 귀찮게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질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짧게 대답하고 다른 전선으로 이동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아…… 그래, 좋다. 이것만 얘기하고 난 서쪽의 지원을 하러 가겠다. 남화연…… 분명 네 소설의 마법사라고 했던가?
─응, 맞아. 마법사들의 왕, 마왕(魔王).
─마왕이면 나쁜 놈 아닌가?
─승우야, 너…… 그거 편견이다. 마왕이라고 꼭 나쁜 역할은 아니거든? 어쨌든 이 마왕이 죽는 장면을 정해야 돼.
이브의 말은 무언가 아귀가 맞지 않았다.
마왕이 악마들의 왕이건, 마법사들의 왕이건.
어찌 됐든 왕이라면 무릇 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마왕의 죽음을 왜 정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주인공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는 시나리오인가.
싶어서 입을 열었다.
─마왕의 죽음이라면, 주인공이 범인인가?
─으으, 너 그거 편견이라니까. 마왕은 꼭 나빠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마왕을 꼭 주인공이 죽인다는 보장도 없잖아.
─그래, 그래서 누구한테 죽는단 말이지?
그걸 알아야 네 대화에 맞춰줄 수 있지 않겠냐.
이브가 들었으면 자기를 무시하냐며, 노발대발했을 뒷말을 삼킨 채 묻자.
싱긋, 웃은 이브가 말했다.
─아무나 좋아. 그녀를 죽일 수 있다면, 주인공이든 악당이든 상관없어.
그리하여.
남화연은 강하지 않다.
강해서는 안 된다.
남화연은 중반부에 마인에게 속절없이 당해서 죽는다.
그것이 그녀의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