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4)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94화(94/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94화
첫 실기 평가(4)
차례로 다음 학생들이 수행평가를 치렀다.
이전처럼 한 번 만에 성공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아니, 이 정도면 없었다.
서예린 이후로 1,000명의 학생들을 거쳐 가는 사이, 3명이 전부였다.
이 정도면 학생들이나 조교들이나 1등급 컷이 내려오겠다 싶은 순간에도 당당히 시험에 드는 학생들도 있었으니.
“레오나. 한 손으로 통나무를 받치고, 오른손으로 한 방에 박살을 냈군.”
“그래서, 몇 등급인가요?”
“1등급이다.”
레오나라는 이름의 사자 아인은 아무것도 들지 않은 맨손으로 통나무를 반 토막 냈다.
마력도 무기도 활용하지 않고, 오직 압도적인 악력과 근력만으로 수행평가를 통과한 학생. 거구의 김수호보다 더한 신체능력.
이에 평가하는 조교들이 머리를 싸맸지만, 너털웃음을 흘리는 남궁성진을 보며 망설임 없이 1등급을 내줬다.
‘저 손에 잘못 걸리면, 갈기갈기 찢기겠네.’
─계약자여, 그대는 아마 육포처럼 북북 찢길 것이니라.
‘……그렇게 비유로 들지 않아도 잘 알아.’
저 소녀도 유망주다.
히로인은 아니지만, 레온하르트 가문의 차녀로 사자의 심장과 능력을 가졌다. 다른 건 몰라도 신체 능력으로는 레오나와 김수호 둘이 쌍벽을 이루겠지.
신체 능력이 평균 B급은 되겠지?
아니면 그보다 높던가.
샘이 날 정도로 부럽다.
나는 온몸에 반지, 귀걸이, 목걸이 등등.
온갖 액세서리를 착용해야 겨우 신입생 평균에 육박하는데.
“이지 학생. 앞으로 나오도록”
1,458번째 학생.
꽤나 뒷번호에 위치했던 이지는 도끼를 이용해 스무 번의 타격 끝에 거대한 대나무를 베어내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다른 학생들처럼 괜히 자세를 멋들어지게 잡았다가 다섯 번의 기회를 날려 먹었다.
이후 정신을 차리고 열다섯 번가량을 추가로 내려친 후에야 평가를 끝낼 수 있었다.
“스무 번이면 아마 4등급에서 5등급 사이였던가.”
“성공한 인원수에 따라서 달라져. 1등급이 여기서 4% 이상 충족되면 6등급, 1등급과 2등급 학생 수가 모자라면 4등급. 잘하면 3등급도 노려볼 수 있겠네.”
“그나저나…… 넌 왜 여기 있냐?”
“왜, 전 약혼녀가 가까이 있으면 안 돼? 지금 나랑 다른 학생들이랑 차별하는 거야?”
“네 마음대로 해라. 그런데 곧 있으면 네 차례인 거 알지?”
“그야, 당연하지.”
이사벨은 자신감이 넘쳤다.
제 전공이 마도학이라서 이번 수행평가는 대충 봐도 되는 건지.
아니면 따로 준비한 게 있어서 저러는지 모르겠다.
이윽고 그녀의 차례가 돌아왔고.
“이사벨. 얇은 레이피어를 골라 시험에 임했군. 굳이 찌르기에 용이한 레이피어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그거 대답 안 하면 점수 깎이나요?”
“아니, 그럴 리가. 그저 쉬운 도끼 대신에 레이피어를 왜 선택했는지 궁금했을 뿐이다.”
“그러면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겠네요.”
“그렇지, 싫으면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순식간에 수행평가를 마친 그녀는 싱긋 웃었다.
아름다운 미소에 뭇 남학생들이 얼굴을 붉히고, 가슴을 부여잡는 가운데. 어째 그 미소가 나를 향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러면 침묵할게요.”
“그래, 이사벨. 일격으로 통과했으므로 1등급이다.”
그렇게 그녀의 평가는 1등급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한 타마모가 의문을 제기했다.
─방금 뭔지 봤어? 내 눈에는 도대체 뭐가 일어났는지 안 들어왔는데. 아, 대신에. 후후…… 소녀의 미소는 확실히 봤단 말이지.
‘속도가 문제가 아니야. 관건은 호흡이었지.’
뭔가 있다는 눈치로 나와 이사벨을 번갈아 쳐다보는 타마모.
나는 그런 그녀를 무시했다.
이사벨은 지금 마법이나 [신체 강화]도 없이, 제 몸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결과를 냈다. 그 비결이 바로 호흡이다.
하지만 호흡을 이토록 유연하게 다루는 것은 무인만 가능한 일.
그것도 상당한 경지의.
적어도 성연화나 서예린 수준은 되어야 가능하거늘.
‘아무리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라지만.’
마법에 통달했다고, 무술도 잘 다룬다?
그건 어불성설이다.
나야 워낙에 특이한 케이스고, 「마도성」이 없었다면 이토록 단시간 내에 마법을 익히지 못했을 것이다.
내 머리가 복잡해지는 가운데, 남궁성진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자, 이걸로 중간고사 이전의 모든 수행평가가 끝났다. 마지막으로 1학년 전원의 등급을 현장에서 계산했으니, 등급을 발표하도록 하겠다.”
칠성의 일 처리는 빠르다.
수행평가의 등급 채점 기준은 학생들과 조교들에게 이미 공지한 지 오래. 이를 바탕으로 채점하는 것 정도는 수행평가 진행 중에 전부 끝난다.
“자, 한 방에 수행평가를 통과해 1등급을 받은 학생 외 정원 80명을 채우기 위한 학생들을 차례로 부르겠다.”
두근두근, 모두의 가슴이 떨리는 그때.
성연화와 이사벨은 당당한 자세로 당연히 1등급을 예상했고, 서예린은 이미 확정임에도 불안해하고 있었다.
혹시나 자신의 이름이 안 불리는 건 아닐까 긴장하는 모습.
너 1등급 확정이야, 인마.
뭘 그렇게 떨어.
사시나무 떨듯 긴장한 그녀는.
“……사벨, 성연화, 카일 아이리스, 최진철, 김수호. 그리고 서예린까지. 이상이 1등급 총원 80명이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고 나서야 긴장의 끈을 놓은 느낌이었다.
아니, 너 애초에 확정이었잖아.
그나저나 내 조에 1등급이 3명.
절반이나 있나.
내가 참 잘 가르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잠시만요. 이의 있습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나와 남궁성진 사이에 선 사내.
허리춤에 찬 검은 그가 무도학과에 속했음을 나타냈다.
“무궁? 갑자기 왜 그러지. 혹시 내가 놓친 부분이라도 있는가?”
무궁. 남궁성진이 자신의 수석 조교로 선정한 무도학의 실세.
그의 발밑에서 그림자가 일렁이는 것도 잠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주목한다는 것을 느낀 무궁은 씨익 웃음을 흘겼다. 그것도 특히 나한테.
……뭐지, 시그널인가?
그의 웃음은 꽤나 기분 나쁜 미소였다.
* * *
“교수님,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무궁은 남궁성진에게 하소연하듯이 말했다.
그의 말에는 뭔가 빨려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지만, 그런 것에 휘둘릴 정도로 그의 정신 수양은 녹록지 않다.
“거듭 말하지만, 무궁.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요점을 말해라. 지금 이 순간이 수행평가를 진행하는 공적인 자리인 이상, 너는 내 친한 동생 무궁이 아닌 수석 조교다.”
수석 조교, 그 자리는 교수에 가장 가까운.
조교들 중에서도 꼭대기에 속하는 자리였다.
대부분의 조교들이 칠성의 졸업생인 만큼, 수석 조교는 그에 걸맞은 실력과 업적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그리고 무궁은 그 두 가지를 만족한 사내였다.
“백승우 조교, 그가 가르친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1등급을 맞은 것이 가당키나 합니까?”
“그래서. 요점은?”
“학생들이 전부 그와 같은 전공이면 모를까. 검, 창, 도끼, 마법 등등.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제가 봤을 때는 100% 돈으로 각자에 맞는 스승을 부른 것이 분명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랬다.
보통의 임시 교사들은 짧은 시간 내에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자신과 같은 전공 혹은 분야의 아이들을 데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처럼 각 분야를 종류별로 데려온 교사는.
아마도…… 없지?
무궁은 그 부분은 물고 늘어졌다.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분야의 학생들을 동시에 가르쳐, 좋은 성적을 나오게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분명 돈으로 실력 있는 강사들을 초빙해 가르친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그의 입장이자, 망상이었다.
제대로 된 근거가 하나도 없는 추측.
그저 그럴싸한 망상을 누더기처럼 붙여서, 논리적인 척을 하고 있지만.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텅텅 비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궁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근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주장을 내뱉는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다.
무궁은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 수석 조교.
그에 반해 나는 올해 막 들어온 신입 조교인 임시 교사의 자리를 맡고, 학생 여섯 중 세 명을 1등급으로 만들었다.
심지어 인성과 행적도 더럽다.
이런 상황에서 무궁의 주장에 말을 기울이지 않는 편이 이상한 것이다. 원래 선동이란 그렇게 시작하는 법이니까.
‘……그러고 보니,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인데.’
무궁의 목소리.
아마……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와의 첫 대면은 대강당.
임시 교사로서 학생들을 뽑을 시점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내 옆에 서서는 ‘학생들을 잘 가르쳐서 실적을 내고, 교수가 되기 위해 한 발자국 내디디겠다’는 포부를 중얼거린 것 같다.
전혀 중요하지 않은 기억이라 토씨 하나 빠지지 않고 기억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대충 그런 뉘앙스였던 것 같다.
아마도.
아니면 말고.
여기서 내가 끼어들어서 반박해 봤자, 여론은 내 편이 아니니.
나는 가만히 앉아서 잡다한 생각이나 늘어놨다.
여담이지만 사내의 이름은 무궁화할 때 그 무궁이 아니다.
무궁무진할 때의 무궁(無窮)도 아니다.
호반 무(武)와 다할 궁(窮)의 무궁.
뜻풀이는 무의 끝.
누가 저런 이름을 지었는지는 몰라도, 부모가 분명 플레이어거나 투쟁에 관심이 많으실 분이실 테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
보고 계시나요?
지금 당신들의 자식은 무의 끝에 도달하지는 못했을지언정, 투쟁심만큼은 끝내준답니다.
그도 그럴 게, 저를 걸고 넘어졌으니까요.
하하, 진짜 귀찮아 죽겠네.
‘……그래, 내 마음대로 만사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인생이란 원래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
아무리 정교한 계획도 한 번 틀어지면 쉽게 무너진다.
정교하고 규모가 큰 계획일수록 엇나간 톱니바퀴 몇 개만으로 모든 것이 망가지기 쉬운 만큼.
나는 계획을 세울 때 적게는 수십 가지 변수에서, 많게는 수백 가지의 변수를 고려한다.
남들에 비해 나는 계획을 세우는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숱한 전장에서 실패를 통해 배운 광기 어린 꼼꼼함은 내게 군신이라는 광오한 칭호를 내려줄 정도였으니.
갑자기 무궁 같은 사내가 내 앞길을 방해하는 것 정도는 상정한 수준 내외였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지?’
무궁의 출처와 저의를 파악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나한테 무슨 감정이 있어서 저러는지.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무궁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다.”
“그러면……!”
“하지만 네 말이 맞는다고, 그것이 내가 직접 만든 수행평가를 재시험할 이유가 될 순 없다는 건 잘 알지?”
자신의 수석 조교 앞에 선 남궁성진이 허리를 숙여, 무궁과 눈을 맞댔다. 갑자기 가까워진 상사에 무궁이 뒷걸음질 치는 것도 잠시.
꽈아악!
남궁성진이 양손으로 무궁의 어깨를 붙잡았다.
뒷걸음질 치지 못하도록, 조금 세게 잡았다.
“설령 녀석이 돈을 썼다고 하더라도, 내 밑에서 4년 동안 구른 너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겠지?”
무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안다.
잘 알고말고.
세상의 모든 것은 힘의 원리로 돌아간다.
무림(武林) 출생의 남궁성진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하나 그가 말하는 힘은 단순히 폭력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남궁성진이 말하는 무는 세상의 모든 것.
그 속에는 권력을 비롯한 잡다한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금력 또한 무의 일종이다.’라고 남궁성진은 생각한다.
그러니 설령 백승우가 돈으로 사람들을 구해, 제 학생들에게 뛰어난 노하우를 가르쳤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는 없었다.
그 또한 그의 능력이었을 뿐이니까.
“하지만 정 네가 억울하다고 주장한다면,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야.”
그러나 무릇 무(武)라 함은, 주먹과 창칼로 치고받는 것이 아니겠나.
정 무궁이 제 의견을 피력하고 싶다면 자신만의 무로 입증하면 그만이다.
그것이 바로 남궁성진의 사고관이자 세계관 그 자체였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면, 싸워서 증명해라.”
“……저, 제 의견은 안 물어보시나요?”
왜 나만 빼고 둘이 얘기를 진행하는 거지.
손을 들고 물어보는데.
“그러면 백승우 조교, 당신은 재시험에 찬성하는 건가? 무궁의 의견대로라면 그대가 맡은 조에 어떤 부당함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해야죠.”
“그럼 됐군!”
잘 생각했다며 남궁성진이 내 등을 툭툭 쳤다.
아, 방금 충격으로 어깨 탈골될 뻔했다.
나는 손으로 어깨를 부여잡으며 그를 쳐다봤다.
<무림>의 여덟 가문.
남궁세가의 대공자, 남궁성진.
그의 해결법은 가문의 명예와 다르게 야만적이고, 품위가 없었다.
아마 이곳이 <무림>이었다면 독단으로 무슨 결정을 하냐며 다른 가문의 제재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무림>의 남궁세가가 아닌, 칠성이었다.
수행평가 및 그 외의 영역에서 교수의 그의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이사장이라도 되지 않는 한 대련을 진행하겠다는 남궁성진의 의견에 반발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그 몇 명은 없었고.
결국 대련은 성사되었다.
그것도 오늘.
갑작스럽게 대련을 추진하는 남궁성진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인터넷에 떠돌던 그의 옛 별명, 안휘성의 광견.
그는 개싸움에 사랑하는 무인이었다.
“나 살면서 이 말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
지금도 중국 안휘성 부근으로 가면 남궁성진이라는 네 글자에 광기를 일으키며 PTSD를 호소하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고 하는데.
“지금부터 서로 죽일 기세로 싸워라.”
그거 소문이 아니라, 진짜인 것 같다.
남궁성진은 진짜 미친놈이다.
교수가 이러니까. 수석 조교란 놈이 저런 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