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6)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96화(96/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96화
번외 경기(1)
시종일관 승우를 압박하며, 검을 휘두르는 무궁을 보며 학생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둘 다 학생들은 도달하지 못한 경지에 도달한 강자들.
공식적으로 A급 플레이어라는 타이틀을 짊어진 둘의 싸움은 일방적이었다.
“무궁 조교님! 박살을 내버려요!”
“두들겨 패서 여우 모피로 만들어라!”
“백승우 조교님의 잘생긴 얼굴에 생채기라도 남으면 매일 밤 저주할 거다!”
그들의 눈에 이 경기는 같은 조교끼리의 싸움도, A급 플레이어끼리의 대련도 아니었다. 일방적인 난투.
물론 승우가 펼치는 기예와 마법도 나쁘지 않았지만, 압도적인 모습의 무궁과 비교했을 때는 아쉬운 감이 있었다.
시작은 분명 남궁성진의 변덕이었지만, 둘의 대련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아직 우리는 도달하지 못한 영역.
그곳에 먼저 발을 들인 선배들의 대련.
스스로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음을 새삼 자각한 학생들이 자아성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부류는 대부분 1학년이었다.
2, 3학년들부터는 감상이 조금 달라졌다.
그들은 무궁과 승우의 대련에서 깨달음을 얻기보다, 세세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었다.
“역시 수석 조교님의 검은 매섭다니까.”
“초식을 잇는 특유의 검로를 봐봐. 난잡하면서도 특유의 규칙성을 가지고 있어. 도대체 얼마나 검을 휘둘러야 저런 검을 펼칠 수 있는 걸까?”
“너희들 눈에는 무궁 조교님만 들어온다 이거지? 이래서 무식한 근육 뇌, 무도학 전공은 안 된다니까. 지금 싸움을 주도하고 있는 게 누구인 것 같아?”
“그야 당연히 무궁 조교님이 이끄시는 게 당연…… 어라?”
그들의 눈이 바닥에 흥건한 피웅덩이를 향했다.
이 대련이 얼마나 치열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
그런데 그 피의 원류를 따라가다 보면, 무궁이 나왔다.
승우의 피도 일부 섞여 있겠지만, 바닥에 흥건한 피는 대부분 그의 것이었다. 일방적인 경기 양상과 다르게, 실질적인 전황 누가 우세하다고 가리기 힘들었다.
그리고.
파즈즈즉───!!
승우가 허공에 벽력을 터뜨리며, 무궁을 압박하자 학생들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전황은 아직 그 누구에게도 기울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장을 감싼 분위기만큼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 * *
‘……미쳤군.’
남궁성진이 속으로 생각했다.
입으로는 자신이 가르친 것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눈과 입꼬리는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도저히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호기심.
백승우가 숨기고 있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수(手)의 일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본 사람은 반드시 죽이는 초견살(初見殺)의 수나 필살의 수인 줄 알았지만, 그보다 더한 것이 숨겨져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재능. 만일 아카데미 생도로 왔다면, 칠성이 녀석 때문에 뒤집어졌겠어.’
전 세계 5대 아카데미, 칠성에서도 본 적이 없는 유형의 천재.
승우의 재능은 마법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처음 본 무술을, 그 속에 쌓아 올린 무학을 철저히 분석하고 해체해서 자신의 마법으로 만든다.
단순히 마법과 검의 재능을 타고난다고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만일 승우가 정말로 무궁의 검을 처음 보고서, 마법으로 그의 검을 모방했다면 지금 자신은 앞으로도 없을 세기의 천재를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게 아니라면, 세기의 사기꾼이 되겠지만.’
뭐가 어쨌든 세기에 길이 남을 사람인 것은 확실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의혹은, 무궁이 연달아 펼치는 검술을 차례로 모방하며 사그라들었다.
정말이지.
‘학생도 아니고, 조교 중에 괴물이 있었어.’
그가 학생이었으면 가르치는 맛이 있었을 텐데.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남궁성진이었다.
심판을 자처하는 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나는 계속해서 무궁의 검술을 해체하고, 내 방대한 무학을 바탕으로 이를 마법으로 재탄생시키기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막상 반복하다 보니 못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지금은 요령이 붙은 느낌이었다.
나는 가볍게 허공에 마법을 발현하며 무궁을 훑었다.
꽤나 지친 기색.
아무래도 검술을 계속해서 펼치다 보니 지친 모양이다.
제자리에서 마법만 펼쳐서, 연산으로 인한 두통을 제외하면 괜찮은 나와는 사뭇 다른 상태.
점점 승기가 내 쪽으로 기울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잠시 무궁의 실력을 파악했다.
‘일단 A급은 확실히 넘겼다.’
내 소견이지만, 무궁은 S급 플레이어의 말단에 속할 자격이 있었다.
나니까, 검술을 하도 많이 익혀서 대부분의 검로(劍路)는 눈에 익기에 어렵지 않게 피하는 거지.
대부분의 플레이어나 마물들은 무궁의 검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확률이 높다.
‘특히 창천을 담은 검. 그건 꽤나 위협적이었어.’
창천무궁, 창천의 아득함을 담아낸 남궁세가의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에 비하면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위협적인 검이었음에는 이견이 없었다.
내가 아니었으면 무조건 당했다.
하지만 그것도 계속해서 동등한 위력의 마법에 상쇄하자, 별 감흥도 느껴지지 않았다.
슬슬 대련이 길어지자 나는 지쳐감과 동시에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어서 끝내고 싶다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마력의 배열이 나선을 이루었다. 나선이 반쯤 완성되며, 「삼중나선」이 구축되려는 그때.
정신을 차린 내가 손을 저으며 구축을 취소했다.
와, 깜짝 놀랐네.
이건 쓸 생각이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사용할 뻔했다.
‘……「삼중나선」은 사람에게 함부로 쓸 것이 못 돼.’
심상 세계를 거치며 온전히 다룰 수 있게 된 새로운 구조의 마력 배열.
이로 펼치는 마법의 위력과 효율은 「이중나선」의 세 배였다.
그러니까, 「삼중나선」을 사용한다면 지금 위력의 여섯 배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효율도 여섯 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말도 안 되는 지경.
문제는 너무 대단해서 무궁에게 쓰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화염 내성을 지닌 S급 마인, 도루도조차 감당할 수 없는 화력의 화염.
그걸 무궁에게 사용했을 때 그가 버틸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녀석은 절대 못 버틴다.’
일초지적은 당연한 거고, 마기로 이루어진 도루도의 갑주조차 반파시켰는데. 사람의 부드러운 생살을 못 뚫을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그래서 고민이다.
녀석을 어떻게 해야 위험하지 않게 패배시킬 수 있을지.
그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녀석의 기술을 낱낱이 파헤치고, 마법의 형태로 새롭게 꿰매 동일한 위력으로 상쇄시킬 정도의 여력이 남은 내가 아직까지 승부를 내지 않은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약한 기술을 썼다가는 괜히 반격의 기회만 내줄지도 모르고, 너무 강한 기술로 공격했다가는 대련이 문제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
잘못했다가는 장례식에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후폭풍이 귀찮았기에 계속해서 검술을 휘두르는 무궁과 똑같은 위력의 마법으로 상쇄하는 한편, 머릿속으로 고민을 하는 와중.
바로 그때였다.
“……음?”
일대를 휘어잡은 마력의 질과 양이 달라졌다.
내 작품은 아니었다. 저런 낭비를 하기에는 내 세맥이 너무나도 얇았으니까.
그렇다면 이건 무궁의 작품이라는 소린데.
그런 것치고는 꽤나 이상한 모습이었다.
“크아아아아아!!”
짐승 같은 소리를 내뱉는 무궁의 외침에 경기장을 둘러싼 방어막에 크게 흔들렸다. 주변에 확산된 거대한 파동.
사자후를 연상케 하는 그것은 틀림없는 음공(音功)이었다.
쿠궁─! 콰드득─!
음공을 사용한 동시에 녀석의 피부가 조금씩 갈라졌다.
뽀얀 살결 사이로 튀어나오는 것은 검게 물든 무언가. 칠흑빛의 무언가는 탁해도 너무 탁했다.
오죽하면 마인인 줄 알고 교수들이 손을 쓸지, 마력을 끌어올리며 고민했을 정도다.
‘마인이나 마기는 아니야.’
무궁은 타락하지 않았다.
마인 특유의 역겨운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뭐랄까. 그에 준하는 위화감은 느껴졌다.
그의 피부가 갈라지며 나타난 검은 무언가는 이내 무궁을 집어삼키며, 거대한 갑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기억에 있는 형태의 갑주였다.
“……그림자 위병.”
칠성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
협곡 밑에서 기어 올라오는 그림자.
그것이 지금 무궁의 몸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적어도 좋은 것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놀람을 금치 못하는 교수나 학생들과 달리.
「요마안」
코앞에 있는 나는 그의 혈도나 기의 흐름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심장과 머리를 향하는 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경험에 있는 패턴이었다.
“……광폭화.”
무척이나 까다로운 패턴이다.
저 상태가 되면 눈에 뵈는 것이 없어서, 통증과 부상도 무시하고 몸을 막 다룬다. 육참골단에 미친 괴물이 되는 것이다.
자기가 무슨 버서커인 줄 아나?
라고 덧붙여 내뱉으려던 순간이었다.
─쿵!
땅을 박차고 무궁이 앞으로 돌진했다.
거대한 갑주를 뒤집어썼기에 굼뜰 것 같은 외관이었지만, 겉모습과 다르게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졌다.
그런 주제에 꽤나 묵직한 느낌이었다.
이거 한 대만 잘못 맞으면 뼈가 박살 날지도 모르겠다.
서둘러 피하고, 다음 마법을 준비하려고 했으나.
눈 깜짝한 사이에 내 앞에 도착하고는.
파즈즈즈즉───!!!
아까보다 거대한 벼락을 담은 검을 휘둘렀다.
점멸하는 뇌전이 경기장을 밝히자, 일순 모두의 시야가 마비되었다.
다들 눈을 비비며 시각을 되찾을 즈음, 나는 원래 있던 자리에 없었다.
─쿵!
──쿠궁!!
───쾅!!!
저 멀리.
웬 피로 물든 고깃덩어리가 벽에 처박혔다.
뼈가 부서져, 갈비뼈처럼 날카로운 파편들이 고기를 뚫고 숨겨진 모습을 드러냈다. 처참하게 망가진 인간의 양상.
그럼에도 살아는 있는지 가슴 부근이 연신 움직이고 있었다.
“교교, 교수님!”
그 모습에 참관인 자리에서 가까이 지켜보고 있던 학생.
금발의 소녀, 레오나가 연신 제 교수의 소매를 흔들었다.
“아, 안 구하시나요? 저거 저러다가 죽을지도 모르는데요?!”
“고작 저걸로?”
“애야,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단다.”
“그것이 칠성의 조교 수준이라면 더더욱.”
“그럼 그럼. 우리가 괜히 그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살아남은 것이 아니지.”
그녀의 말에 대답한 것은 교수가 아니라, 그 곁에 줄지어 앉은 조교들이었다.
매일 고된 근무에 시달리는 조교들의 눈에는 다크서클이 가득했다.
이를 통해 그들의 노동 강도를 엿볼 수 있었다.
“아마 녀석이 진짜배기 조교라면 충분히 살아 있을 거야.”
“심판을 맡은 남궁성진 교수님이 죽도록 가만두겠어? 수틀리면 제 수석 조교일지라도 망설임 없이 사지를 자를 위인인데.”
“3학년만 되면 알 거다.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카데미의 조교들은 대부분 이곳을 졸업한 졸업생 출신들.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나름대로 경험해 봤으며.
이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와 사고관을 구축한 강자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레오나의 질문에 성실히 대답해 줬다. 이후 관중석에서 비명이 터져 나와도.
아래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충 파악한 조교들과 교수들은 제자리를 가만히 지켰다.
지금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수천 명의 학생들과 이성을 상실한 짐승뿐이었으니.
“내, 내 승리다아아아아아!!!”
자신의 승리를 자축하는 듯한 울부짖음.
그 음공은 거대한 바람이 되어, 경기장 좌석까지 불어왔다.
그 충격으로 흙먼지도 자욱하게 좌석에 날아와 대부분의 관중들이 눈을 감거나 비비는 순간.
“……너.”
자색 눈동자의 백승우가 터벅터벅 걸어왔다.
깜짝 놀란 학생들이 방금 그 ‘인간이었던 것’이 있을 장소를 바라보자, 그곳에는 빗질하며 나온 꼬리털을 뭉친 털 뭉치가 있었다.
고양이가 딱 좋아할 모습의 털 뭉치.
털 뭉치는 외부의 충격으로 안이 터진 듯 보였다.
그리고 그런 털 뭉치와 다르게, 나는 오른손의 상처도 없었다.
마치 상처를 입기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아니, 처음부터 당한 적도 없는 모습이었다.
“그 갑주는 어디서 손에 넣었는지 말해줘야겠다.”
이제부터 손대중은 없다.
진심으로 죽기 직전까지만 두들겨 팬다.
갑자기 돌변한 녀석 때문에 쓸 생각이 전혀 없었던 주술마저 꺼내고 말았다. 머리카락이나 살점 따위의 조직을 허물로 만드는 「매미 허물」과 이를 내 몸과 뒤바꾸는 「바꿔치기」.
벌써 두 개나.
그것도 이토록 많은 관중들 앞에서 공개하고 말았다.
한편 관중석은 소리를 잃었다.
갑자기 백승우가 어떻게 멀쩡하게 돌아왔는지도 모르겠고, 본 적 없는 형태의 술식이 희미하게나마 그 편린을 드러냈을 뿐이었다.
이에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
교수들과 조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알아봤다.
지금 내가 펼친 것이 무엇인지.
머나먼 과거에 사장된 주술이.
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지금 이 순간 그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