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7)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97화(97/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97화
번외 경기(2)
주술이 사장된 이유에는 여러 가설이 있었다.
대부분 근거 조금에, 상상 듬뿍이지만 그중 대표적인 가설을 꼽자면.
주술의 고장인 일본에서 서양의 문물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면서, 서양의 마법을 우선시하여 주술이 사라졌다는 설.
이게 지금 학회에서는 제일 유력했다.
그 증거로 역사 깊은 일본 황실과 고위 가문에서도 신기하게도 주술에 관한 기록만 사라졌다.
심지어 최초의 주술이 탄생했다고 전해지는, 주술의 발상지.
천호백가의 분가에서조차 타마모노마에의 주술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잊혔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인위적으로 사라진 것이 분명한 주술.
그 배경에 이유를 덧붙인다면, 그게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그리고 그러한 주술은 현대에 이르러서는, 고대의 물건에 새겨진 자그마한 글귀를 해독하는 것으로밖에 남지 않았다.
그 숫자도 100여 가지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주술이.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금 부활했다.
“저런 걸 익혔다고? 어쩐지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더니만.”
“주술은 그 정보가 희박해서 대처가 어렵지. 아마, 에프넬의 화원이나 테러도 주술의 힘으로 어떻게 한 것은 아닌가 싶군.”
태어나서 처음 보는 주술에 담백한 의견을 내놓는 조교들이 있는 반면. 대부분의 교수들은 크게 흥분했다.
특히 마법을 업(業)으로 삼은, 마도학 전공이거나 그에 관련된 학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유물이나 고고학에 미친 교수들이 그랬다.
“주술! 어느 나라의 주술이지?!”
“남만은 아니야. 내가 보기에는 일본인 것 같은데?”
“일본의 주술이라는 것은…… 혹시 시원(始原)의 주술인가?!”
“그건 아직 몰라! 최초인지, 파생된 아류인지는 모르지만. 현대 몇 없는 온전한 주술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해!”
그들은 어디서 꺼냈는지도 모르는 두꺼운 안경과 돋보기를 들고서는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냥 마력으로 시력을 높이면 그만이거늘.
머나먼 과거에 사장된 주술의 생존을 확인한 그들은 콧김까지 내뿜으며 흥분하기 시작하니.
멀리서 볼 때는 변태가 따로 없었다.
아, 이건 가까이서 봐도 변태 같으려나.
“교수님들 지금까지 지켜오신 체통하고 분위기 다 깨시네.”
“야철 교수님, 그동안에 분위기나 말투도 중후해서 좋아했는데. 지금 보니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우리 오빠 같네…….”
“그래도 그만큼 대단한 거니까 저러시는 거겠지?”
“아니, 애초에 주술이 뭔데? 마법하고 똑같은 거 아니야?”
오죽하면 학생들이 교수에게서 불쾌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만큼 교수들은 체통도 잊고, 극도로 흥분했다.
그들의 흥분이 미지의 지식으로부터 오는 흥분이라고 한다면.
그들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이곳.
경기장 내부에서는 전혀 다른 형태의 흥분으로 가득했다.
투쟁과 전투로부터 오는 본능적인 흥분감.
이성을 잃은 무궁은 그 흥분에 완전히 매몰된 반면, 나는 흥분을 느낌과 동시에 주술의 활용에 대한 다양한 샘플을 얻을 수 있다는 이중적인 의미로 격양됐다.
‘방금의 대치로 느꼈어. 마법과 연계할 필요도 없다. 녀석을 상대하는 것은 주술만으로도 충분해.’
타마모와의 언약.
하루에 하나씩, 한 달에 서른 개의 주술을 가르칠 것. 지금까지 총 열세 개의 주술을 익힌 나는 이를 실전에서 적재적소에 활용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왔는데, 설마 저런 광전사에게 선보일 줄은 몰랐다.
‘……오히려 좋아.’
가진 바 능력은 뛰어나지만, 교묘한 전술과 전략을 꿰뚫기에는 필요 이상으로 흥분해서 머리를 쓰지 않는 무궁은 최고의 허수아비였다.
몸이 튼튼하면,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고들 하지만.
그것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지.
수중의 패와 상황을 자신보다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자 앞에서, 튼튼한 육체는 그 의미가 퇴색된다.
……물론, 그것 이상으로 몸이 튼튼하면 아무 상관 없다만.
‘무궁은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
무인을 판가름하는 여러 경지 중, 절정의 상급.
서예린은 물론이고, 성연화보다 높은 경지와 서른이라는 세월 동안 쌓아 올린 경험과 관록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드높았으나.
단 한 번의 패배도 용납하지 않은 철옹성을 넘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철옹성에 견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위의 하늘뿐.
그마저도 하늘 위의 하늘.
오직 천외천(天外天)뿐이로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이 세상에 그 재능을 가진 것은 한 손을 채 넘기지 못한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지.’
천재란, 하늘이 사랑하고 동시에 하늘이 시기할 정도의 재능을 타고나는 자들을 일컫는다.
그 때문에 천재는 하늘이 미워하여 단명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천외천의 재능은.
하늘조차 어찌할 수 없을 만큼 드높고 경이로운 재능.
한 세기에 한 명 태어날까 말까 한 재능을 이 세계는 무려 다섯 명이나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세계는 시나리오가 진행되면서 수천만 명이 넘게 죽는다는 것이겠지.’
새삼 이 소설의 난이도가 얼마나 말도 안 되게 높은지 체감할 수 있었다.
천외천이 다섯.
다섯 개의 하늘이 모이더라도 희생은 불가피하다.
그런 세상을 내가 어떻게든 바꾸려고 하다니.
나도 참 미련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그러나 미련하다는 것을 알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게 있다.
내게 있어서는 그게 바로 맹세이다.
절대로 죽지 않겠다는 맹세와 모든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동료의 피와 희생으로 이루어진 맹세.
그 맹세를 위해서라면.
나는 그 무엇이라고 하리라.
그것이 설령 내가 평생을 이륙해 쌓아 올린 철옹성을 무너뜨리는 짓이라도.
나는 사람들을.
이윽고 세상을 구해야 한다.
오직 그것만이 ‘백승우’라는 이름 석 자의 존재 의의였다.
* * *
무궁의 정신은 아득했다.
그림자로 이루어진 갑주를 몸에 두르며 신체 능력은 몇 단계나 강화됐지만, 그 대가로 그의 이성은 증발했다.
그런 와중에도 한 가지 감상만큼은 가능했으니.
“짜증 나아아아!!”
뒷말이 길게 늘어지는 어눌한 말투.
그 어눌함 속에는 광기와 분노가 숨겨져 있었다.
아까부터 쥐 새끼마냥 쫄래쫄래 도망치던 백승우.
이후에는 자신의 평생을 갈아 넣은 기술을 모방하지 않던가. 죽일 기세로 때렸더니, 매미 허물처럼 속이 텅 빈 공허한 타격감이 느껴졌다.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드러내던가!!
왜, 내게 승리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을 쥐여주곤 농락한단 말이더냐.
답답한 속내에 무궁이 소리 질렀다.
절절한 진심이었다.
“네 진심을 내보여라아아!!”
“……그래?”
이윽고 그의 지심이 닿은 듯.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네 말대로 진심으로 해도 상관없겠지?
어차피 나도 슬슬 끝내고 싶은 참이었어.
뒷말은 굳이 육성으로 내뱉지도 않았다.
말을 내뱉는 것보다, 녀석의 몸에 내게 도달하는 것이 더 빨랐으니까.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었다.
슈우우웅──!!!
빠르다.
순간 이동이나 공간을 접어서 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성을 포기하며, 극도로 강화된 각력을 한 번 땅을 박차는 것으로 경기장 바닥에 진동을 일으켰다.
그렇게 순식간에 내 뒤를 점한 무궁.
그의 거대한 주먹이 작은 두개골을 노리는 순간.
터벅터벅.
나는 옆으로 걸었다.
녀석의 주먹이 닿지 않는 사각으로.
터벅터벅.
주먹이 닿는 사각에서 벗어난 지 오래.
그로부터 몇 초가 지나고, 몇 걸음을 더 걷더라도 주먹이 머리를 내려치는 일은 없었다.
애초에.
“놔라아아아아!!”
“아까는 진심으로 하라면서?”
무궁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그의 발은 그 어떠한 것으로도 묶이지 않았음에도, 그의 위치는 아까부터 제자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무언가가 그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었다.
당사자인 무궁은 이성이 아득해진 상태이기에 발버둥 치기만 했지만, 그 광경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교수들은 확신했다.
“중력 마법이로군.”
“그나저나 주술이라서 그런가, 보통의 중력 계열 마법이라면 그의 주변 바닥이 중력장의 영향으로 무너졌을 텐데.”
“확실히 신기하긴 하네요. 무궁 수석 조교의 주변이 아니라, 그에게만 작용하는 중력을 조작한 느낌이군요. 저게 바로 잊힌 동양의 신비이려나요?”
그들의 분석은 확실했다.
무궁의 몸은 한껏 무거워진 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중력 마법으로는 펼치기 어려운 기예.
그 모습에 에밀리아 교수가 군침을 흘리며 탐을 냈다.
“아, 연구하고 싶어서 미치겠다! 내 수석 조교나 직전 제자의 자리를 담보로 내걸면 알려주려나.”
“그건 너무 교환비가 치우쳐 있지 않나요? 적어도 교수의 자리까지는 보장해야죠.”
“아니…… 나한테 그런 권한이 어디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겠어.”
“그러니까 말한 거죠. 마도학 역사상 1,000년 만에 온전한 모습을 간직한 주술이에요. 감이 안 잡히세요? 내년에 열릴 마도학회의 주인공은 이미 정해진 셈이에요. 어쩌면 향후 10년까지일지도 모르죠.”
교수들은 내 주술을 높이 평가했다.
그야 1,000년이라는 세월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글쎄.
내 주술이 능력적인 면에서 그만큼 엄청난 것은 아니다.
매미의 허물 같은 의체(義體)와 두 사물의 위치를 바꾸는 주술처럼 중력에 관여하는 이 주술 또한 하루 만에 익힐 수준이었다.
중력 또한 마찬가지이다.
인(引)의 술.
척(斥)의 술.
합쳐서 중력(重力)을 이루는 두 개의 주술.
중력을 다루는 마법은 몇 존재하지 않다는 점에서, 효용성과 가치가 남다른 주술이긴 하나.
‘설마 따로 취급할 줄은 몰랐지.’
둘이 합쳐져 하나의 주술.
그러나 그 말인즉슨, 합쳐지지 않은 둘은 별개의 주술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여 30개의 무상 이용권 중 두 개를 소모했다.
아까운 지출이긴 하지만, 두 주술은 지출 이상의 가치를 가졌다.
연산도 어렵지 않고, 마력만 많이 투자하면 뭐든 할 수 있다.
당장 무궁을 봐라.
광폭화의 힘으로 강화된 그 강력한 각력이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제자리에 묶여 있지 않은가.
이거 아무래도 더 이상 새로운 주술을 드러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사용한 주술은 총 4개.’
타마모에게 익힌 13개의 주술 중 일부만 드러냈다.
무궁을 확실하게 제압하기 위해서는 두세 개는 더 사용해야 된다는 판단이 섰지만,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술은 현시대에 나만 알고 있는 비장의 수법이었다.
이러한 것들은 그 종류와 가짓수를 공개하면 공개할수록, 상대가 대책을 세워 ‘비장’이라는 의미가 퇴색되게 마련이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여기서 아끼고 싶었다.
마력 소모가 적은 것도 아니라서, 가뜩이나 좁은 혈관에 마력이 차올라 호흡도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녀석의 육체와 바닥에 각각 「인」과 「척」을 부여해서 막고 있지만…….’
슬슬 이 두 가지 주술만으로 발을 묶기에는 지친다.
뿐만 아니라, 나머지 주술을 꺼내지 않는 이상 무궁은 이길 수 없다.
내가 여태까지 꺼낸 주술은 전부 전투용이 아니니까.
이 대결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마법을 사용해야 되는 상황.
마침 딱 어울리는 마법이 있었다.
중력을 다루는 주술은 어떻게 사용하든 간에, [염동]과 좋은 시너지를 발휘했다.
지정 대상, 범위, 위력 등등.
적용할 수 있는 모든 범주 내에서 상승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그 말인즉슨.
「파이로키네시스」
내 고유 마법과 혼합하면 더 강해진다는 뜻.
형태와 감촉을 지닌 유형의 불꽃은 이제 중력의 영향에서 자유로워졌다. 붉게 이글거리는 불꽃을 두 갈래로 나뉘어 각각 「인력」과 「척력」의 개념이 새겨졌다.
두 갈래가 하나 되어, 거대한 화염을 이룬다면, 자연스레 「중력」을 이루는 마법과 주술의 위대한 조합.
여기에 「여우불」까지 섞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이걸로 끝낼 생각이니까.’
중력과 염동.
그리고 화염이 만나자, 더 이상 심장이 쫄깃해지는 대결은 없었다.
한쪽의 일방적인 폭행만이 있을 뿐이었다.
화르르륵─!
무궁의 발목을 묶인 채, 유형의 불꽃에 맞을 때마다 화상과 함께 물리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무궁을 보고는 심판인 남궁성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에는 [음성 증폭] 마법이 걸린 마이크가 들려있었다.
─자, 무궁의 기절로 이번 대련의 승자는 백……!
남궁성진의 목소리는 넓은 관중석뿐만 아니라, 밑에 있는 경기장에도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나는 문득 직감했다.
아직도 팔이 꿈틀거리는 무궁.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너도 참 징하다.
이쯤 되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되는데 말이지.
─……면 대련의 원래 목적대로, 수행평가를 다시 치르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무궁의 모습을, 상사인 남궁성진은 보지 못했다.
아직 싸움을 끝나지 않았다.
이 대련은 어느 한쪽이 빈사가 되기 직전까지 끝나지 않으리라.
이에 나는 시끄럽게 말하고 있는 남궁성진을 뒤로하고.
꿈틀거리며 일어나려는 녀석의 팔을.
콰득─!
분질러서 뽑았다.
[염동]에 진동을 줘서 자른 만큼, 절단면은 깔끔하니 쉽게 붙일 수 있을 것이다.팔 하나를 잃자 완전히 쓰러진 무궁.
그런 그의 모습에 나는 드디어 승리를 체감했다.
“드디어 이겼다.”
일말의 의심도 없는 완벽한 승리.
더 이상 역전의 발판도 없다.
이 경기의 승패를 정하는 것은 심판이 아닌, 오직 나뿐.
그 덕분에 미친놈 바라보는 듯한 시선은 덤이었지만, 어쨌든 내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