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98화(9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98화
번외 경기(3)
압도적인 전투.
이에 환호하는 학생들, 주술에 관심을 가지는 교수들.
그리고 질투하고 시기하는 조교들까지.
온갖 군상이 이 좁은 공간에 펼쳐졌다.
나는 슬슬 온몸에 피가 돌지 않음을 느끼며, 관중석을 바라봤다.
수천 명에 달하는 인파.
죄다 칠성의 학생들이었다.
전교생 약 6,000명 중 3,000명에서 4,000명가량 온 것 같다. 사실상 올 수 있는 학생들은 죄다 보러 온 모양이다.
“와! 이걸 이기네.”
“진짜 대박이다. 저게 조교 평균인가?”
“야, 네 눈에는 수석 조교하고 백가의 가주가 평균으로 보이냐? 우린 저 정도 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어.”
“확실히 백승우가 강하긴 하다. 그러니까, 뉴스에서 그렇게 빨아주는 거겠지만.”
“진짜 꼬리 한 번만 만져보고 싶다.”
자기가 직접 당한 것도 아니겠다.
설령 내가 진짜로, 사람을 매장하고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했더라도. 저들은 내가 없는 곳에서 뒷담화나 욕설을 내뱉을 뿐.
오늘처럼 화려하고 압도적인 전투로 눈길을 끌고, 오래전에 사장된 주술을 다룬다면 환호해 준다.
다들 태도가 이중적이다.
내가 딱 싫어하는 유형.
그에 반해,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은 다들 조교들뿐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나를 따돌리고 싫어한다.
내 주술을 보고도 별것 아니라며 무시하기까지.
‘저걸 자존심이 있다고 해야 하나, 뚝심이 있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뭐.
차라리 저런 게 숟가락 뒤집듯 태도가 쉽게 뒤집히는 사람들보다는 낫다. 나는 여론이나 분위기에 휩쓸리는 사람들보다도 자신만의 프라이드가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물론 무궁의 저항을 막기 위해 팔을 절단하자, 사방의 모든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이번에는 모두가 한마음인 것 같았다.
“뭐지?”
나는 고개를 꺄우뚱거렸다.
좋아했다가, 갑자기 왜 분위기가 싸늘해진 거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다시금 마력을 응집하며, 또다시 움직였다가는 반대편 사지도 잘라내겠다는 무언의 압박을 무궁에 보냈다.
그럴수록 분위기는 더더욱 싸해져만 가니.
그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 없도록, 노력하는 내 입장에서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
심지어는 대련이 끝난 후, 양호 선생이 봉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절단면도 깔끔하게 잘랐는데.
‘뭐, 내 신세가 항상 그렇지.’
그러려니 싶으니.
별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 * *
무궁과의 대련 이후, 아카데미 내에서 내가 갖는 인상은 사뭇 달라졌다. 인성이나 성격이 나쁘다는 소문은 여전했다.
마지막에 무궁을 박살 내는 장면도 그렇고.
실제로 백승우에게 당한 피해자도 학생 중에 한 명 있으니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실력에 대한 소문과 인식은 완전히 중립적인 방향으로 기울었다. ‘아카데미 습격 사태’나 3대 미공략 던전 ‘에프넬의 화원 공략’, ‘경매장 마인 사살’ 등등.
스케일이 크고 작은 여러 사건들의 주역이 되며, 나를 향한 인식 중 ‘저 녀석이 성격은 나빠도, 실력은 확실하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자리 잡아가는 와중이었는데.
이번에 실제로 내 전투를 목격한 학생들의 증언 때문에 실력만큼은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나인테일의 팀장으로서도 본격적으로 활동해야 되는 내게 저런 소문은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모든 소문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 것은 아니다.
그런 소문들의 종착지는 칠성의 학생들이 가입한 어느 한 사이트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학생증을 인증해야 되는 익명의 커뮤니티.
[글쓴이 : 나는 대학원생이 되지 말아야지] [제목 : 어제 칠성에서 대련 일어난 거 본 사람?]나 2학년인데.
오후 강의 마치고 갑자기 학생부랑 선도부랑 헐레벌떡 뛰어가는 거 보고 뭔가 싶다니, 1학년 수행평가 때문에 조교 둘이서 한 판 붙었다가 팔 잘렸다고 하더라.
누가 설명 좀?
[어제 그 빅 매치를 놓쳤음? 인생 하루 손해 봤네 ㅋㅋㅋㅋ]ㄴ[ㄹㅇ 그 정도였어?]
ㄴ[ㅇㅇ 어제 명장면 개 많았음.]
ㄴ[ㄹㅇㅋㅋ]
ㄴ[영상 찍어둔 거 없나? 우튜브에는 영상 없던데?]
ㄴ[야, 칠성이 얼마나 보안이 까다로운데, 내부 영상 올리면 가만히 있겠냐? 당연히 지우지 ㅋㅋㅋ] [글쓴이 : 네가 원하는 바로 그거] [제목 : 어제 대련 세 줄 요약]
1. 무궁이 백승우한테 시비 검. 뭐라고 시비 걸었는지는 모르겠음. 애당초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2. 시종일관 무궁이 압도하는데, 정작 치명타는 한 대도 없었다. 오히려 백승우가 요리조리 잘 피하더니, 무궁 기술 카피하고 주술로 압도함.
3. 교수님이 이겼다고 하는데, 갑자기 수틀렸는지 팔 뎅겅 자르고 분위기 개 싸해짐.
세 줄 요약 인정하면 추천 좀 해‘줘’.
[그래서 누가 이겼는데?]ㄴ[당연히 무궁 조교님이 이겼지. 어딜 감히 삿된 여우 따위가 조교님이랑 겸상하려 드냐?]
ㄴ[ㅈㄹ 무궁이 압도적으로 처발리더만. 그런데 그 양반 팔 병신 된 거 아니야?]
ㄴ[억측 ㄴㄴ. 무궁 조교님 오늘도 강의 나오심. 팔에 깁스 두르고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더라 ㅋㅋㅋㅋㅋ]
ㄴ[얼마나 만지면 시끄러워서 남궁성진 교수님이 밖으로 내쫓았잖아.] [이게 어딜 봐서 세 줄 요약이냐??]
ㄴ[완벽한 세 줄 요약입니다만. 어딘가 문제라도?]
ㄴ[세 줄 요약(마침표만 여섯 개 있었음)]
ㄴ[마지막에 추천 구걸까지 포함하면 7개임. 수정 좀] [와, 정말 완벽한 세 줄 요약이에요. 그래서, 다음 요약은 어딨죠?]
ㄴ[ㄹㅇㅋㅋ]
ㄴ[ㄹㅇㅋㅋ]
ㄴ[ㄹㅇㅋㅋ]
ㄴ[ㄹㅇㅋㅋ]
ㄴ[? 뭐야, 봇이야?]
ㄴ[아, 그냥 ㄹㅇㅋㅋ나 치라고]
ㄴ[ㄹㅇㅋㅋ] [글쓴이 : 익명] [제목 : 어제 일어났던 대련, 커뮤니티 돌아가며 싹 정보 취합하며 정리해 왔다.]
시작하기에 앞서 본인 소개부터 하자면 지금 3학년이고, 이름은 차마 못 말하겠지만 나름 성적 좋아서 괜찮은 길드에 들어가기로 함. 그러니 안목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고 자부할 수 있음.
대련의 발단은 무궁 수석 조교님이 가르친 애들 수행평가 점수를 빌미로 시비를 걸면서 시작했음. 이에 남궁성진 교수님이 그러면 대련으로 알아서 해결하라면서, 대련 허락함 ㅋㅋㅋㅋ.
내가 1학년 때도 저렇게 모든 사건 사고를 대련으로 해결하라고 하셨는데, 사람 참 안 바뀌더라.
[?? 그래서 뒤에 분석 어딨음?]ㄴ[분석 다 했는데?]
ㄴ[……?] [이딴 게 3학년 안목 ㅋㅋㅋ 1학년도 이것보단 잘 요약하겠다] [그런데 대련 도중에 무궁 이 새끼 갑자기 검게 변하던데, 얘 마인 아님?]
ㄴ[억측 ㄴㄴ. 무궁 조교님 오늘도 강의 나오심. 팔에 깁스 두르고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더라 ㅋㅋㅋㅋㅋ]
ㄴ[대놓고 위에 댓글 복붙 하고, 답변이랍시고 붙여 넣네ㅋㅋㅋㅋㅋ] [무궁은 마인인지 확실치 않지만, 백승우는 팔을 확실하게 절단했으니까. 일단 후자는 사이코가 확실하지 않을까?]
ㄴ[오, 나 영화에서 봤어. 절단마라고 하던가. 그 가면 쓰고 전기톱 드는 거 있잖아]
ㄴ[그거 아니지 않아?]
ㄴ[그런가? 그래도, 칠성의 절단마라고 하면 뭔가 강해 보이지 않아?] [칠성의 절단마. ㅈㄴ 세 보이네 ㅋㅋㅋ. 일단 수틀리면 사지부터 자를 듯]
해당 댓글은 커뮤니티의 압도적인 추천을 받았고.
결국, 칠성의 절단마.
그것이 내 새로운 별명이었다.
‘……절단마.’
─사지를 절단하는 악마라는 뜻의 절단마라. 후후,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잘 지었네.
“잘 짓기는 개뿔이.”
다른 좋은 명칭이 얼마나 많은데.
절단마(切斷魔)가 뭐냐.
절단마가.
확 그냥, 이 별명 지은 사람도 절단해 버릴라.
‘……그런데 내 행동이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었나?’
솔직히 나는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궁의 사지를 영구적으로 거세한 것도 아니고.
버서커마냥 이성을 잃고 날뛰려 들길래, 나중에 쉽고 안전하게 붙일 수 있도록 깔끔하게 잘라냈을 뿐이다.
덕분에 부상자도 한 명밖에 없지 않던가.
그전까지는 다들 환호하던데.
왜 갑자기 변심했는지 몰라.
뭐, 사람 마음은 갈대와 같으니 대충 넘어갔다.
내겐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타마모, 혹시 카탈로그 같은 거 있어? 아예 목록이 있으면 고르기 쉬울 것 같은데.’
─귀신한테 그런 게 있겠어. 그리고 내가 익힌 주술이 한두 개도 아니고, 수만 개가 넘는걸. 그래도 뭐, 네가 계속 나한테 무슨 주술을 익힐지 물어보는 것보다는, 아예 날짜를 잡고 한 번 만들면 되지 않을까?
‘받아 적는 건 내 몫이지?’
─그야 당연하지. 난 지금 상태론 여우의 입으로밖에 사물과 접촉할 수 있는걸.
그것도 그렇네.
그 거대한 아가리로 볼펜을 잡을 순 없는 노릇이지.
그러면 카탈로그는 조만간에 만들기로 하고.
오늘은 모든 일정도 끝나고, 서예린도 가르쳤겠다.
도서관에서 마도서 열 권 빌려 가서 읽어야겠다.
오늘은 [화염 마법의 소소한 응용]과 [당신이 환상을 펼칠 수 없는 101가지 이유]를 반드시 대출할 생각이었다.
지난번에 대출하려고 봤는데, 전부 대출 중이라서 포기했지만, 오늘이 마침 두 책의 반납일이다.
서둘러 도서관으로 향하는 그때.
덥석!
무언가 내 어깨를 붙잡더니.
그대로 어딘가에 내던져졌다.
인지도, 반응도 늦었다.
정신을 차렸을 즈음에는 이미 나는 어느 방 안에 있었다.
기억에 있는 장소.
익숙하진 않지만, 여긴 남화연 교수님.
그러니까 스승의 방이었다.
연구실이나 교무실이 아니라, 전에 한 번 가 봤던 그녀의 기숙사.
칠성의 부지 안에 있는 건물임에도, 어지간한 부잣집보다 고급스러운 집안에서 오늘도 정장을 입고 있는 교수님이 눈에 들어왔다.
“아, 교수님. 저는 왜 찾으셨는지요.”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싱긋 웃는 남화연.
입가는 웃는데, 눈은 웃질 않아서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교수님이 아니라, 스승. 둘이서만 있을 때는 그렇게 부르기로 하지 않았던가.”
“아, 예.”
그러기로 했었죠, 참.
요즘 워낙 일이 바쁘다 보니 까먹었다.
나는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다시금 의문을 입에 담았다.
“그래서 스승…… 님, 오늘 저는 왜 부르신 건 가요? 혹시 제게 뭔가 가르쳐 주실 거라도 있으신가요?”
스승과 스승님.
마음 같아서는 전자로 부르고 싶지만, 교수님께 그런 누를 끼칠 수는 없겠지.
아직 돌아가신 ‘스승님’ 때문에 이 호칭에는 거부감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했다.
바로 그때였다.
“너, 그거 어떻게 한 거야?”
쿵!
내 몸이 뒤로 밀렸다.
남화연이 밀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 등 뒤의 벽을 짚으며, 내가 뒤로 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
─어머나, 이게 무슨 남사스러운 일이람. 마치 고백받는 처녀와 같은 꼴이 돼버린 것 같네, 계약자?
내 머리가 상황을 이해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후 상황을 이해했을 무렵.
남화연이 가까이 붙은 채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이고머니나 당황스러워라.
‘뭔가, 뭔가 성별이 바뀐 것 같은데.’
나는 나지막이 생각했다.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