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99화(9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99화
번외 경기(4)
벽쿵.
말로만 들었던 행동이다.
뭐랄까, 입에서 입을 타고 전해지는 구전 동화를 실제로 목격한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 그 대상이 나라니.
‘……썩 좋은 기분은 아니군.’
분위기나 주변 환경이 벽쿵에 썩 어울리는 풍경도 아닐뿐더러.
애당초 나와 남화연은 관계적으로 그리 깊은 사이가 아니다.
오죽하면 내 꼬리도 돌발 상황에 추욱 늘어질 정도였다.
물론, 뒤에 달린 꼬리를 내가 눈으로 확인할 일은 없었다.
오직 타마모만이 꼬리를 보고는 키득키득 웃을 따름이었다.
내 관심은 오직 벽쿵을 시도한 남화연의 오른팔뿐.
왜 그러냐 하면.
그 옆으로 구멍이 파였거든.
‘세상에나.’
도대체 누가 벽쿵을 하면서, [신체 강화]를 펼친단 말인가.
그것도 이렇게 강력하게.
이거 나 같은 약골은 잘못 닿으면 관절 몇 군데 나가겠다.
내 생각보다 그녀의 근력은 우월했다.
마법과 마력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덕분도 있었지만.
‘내가 사용하는 [신체 강화]보다 단순하네.’
솔직히 술식 자체로만 따졌을 때는 내 것이 보다 우월했다.
나는 그녀의 팔과 근육, 뼈 등을 둘러싼 마력의 파장을 해석했다.
현 상황은 안중에도 없는, 실로 마법사스러운 행동이었다.
다행히 해석에 시간은 오래 필요하지 않았다.
너무 단순하기도 하고, 워낙 익숙한 분야라서 쉽게 알 수 있었다.
보통의 강화계 마법이 단순하게 근력을 강화시킨다든가, 속도를 빠르게 하는 수준이라면.
남화연은 <마왕>이라는 이명답게 혈류나 근육의 밀도 등.
세밀한 영역까지 조율하고 있었다.
아마 저것이 마법사가 펼칠 수 있는 최대의 강화겠지.
하지만 내 것보다는 밑에 있었다.
내가 펼치는 강화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몸 상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남화연의 [신체 강화]가 혈류나 마력의 분배를 통한 근육의 강화를 체계적으로 조율함으로써 이루어진다면.
내 강화는 마력을 이용해, 본인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를 강제로 초월하는 정신 나간 기술이다.
이에 스승님은 꽤나 어려운 용어들로 내가 만든 기술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셨지, 그때 뭐라고 하셨더라.
‘정기신(精氣神)이 조화를 이룰 때, 강해지려는 마음을 앞세워나가 합일로 하여금 정수(精髓)와 기분(氣分)을 보다 상위의 경지로 이끄는 절세의 신공이라고 하셨던가.’
뭔가 말은 어려운데.
막상 해석하면 간단하다.
정기신, 정수와 기분과 심신이 하나 되어 조화를 이룰 때.
강해지고 하려는 마음을 앞세운다면, 육체나 마력과 같은 요소들이 마음을 따라 보다 상위의 경지로 발돋움한다는 뜻이다.
이 힘만 있다면 절정의 무인도 초절정의 고수가 될 수 있으며, 상급 마법을 익힌 마법사도 제 전공에서만큼은 대마법사에 준하는 위력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이치들이 그러하듯.
이런 말도 안 되는 능력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하다.
‘다시 되돌아오는 반발력 때문에, 통증이 장난 아니지.’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흔들리기 마련이다.
여자의 마음만 갈대 같은 것이 아니다.
남자도, 아니, 애초에 사람이라면 갈대처럼 흔들리는 것이 마음이다.
괜히 부동심(不動心)이 불가에서 추구하는 최고 경지 중 하나이겠나.
그 탓에 강해졌다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에만 상당한 심력(心力)을 소모한다.
그나저나 교수님.
“주술, 알려드릴 테니까. 이 손 좀 치워주시면 안 될까요?”
무서워요.
* * *
폭풍이 지나간 듯 초토화된 경기장을 치우는 남궁성진과 그의 휘하 조교들. 바닥이 패이고, 강력한 열기와 뇌기에 망가진 경기장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치우는 것이 쉽지 않아, 이사장은 전문 업체를 부르자고 말했지만.
남궁성진이 한사코 거절했다.
이건 내가 승인한 일이기에, 내가 치워야 한다고.
그는 돌덩이나 자재들을 톤 단위로 나르며 경기장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남궁성진의 조교들은 피눈물을 삼키며, 하는 수없이 발 벗고 나섰다.
상사가 고된 노동을 하는데, 가만히 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 줄 알고 외면한단 말인가.
말없이 경기장을 수리하는 조교들은 자신들의 수석 조교, 무궁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그가 백승우를 걸고 이의 제기만 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노동을 할 일은 없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무궁은 실력 있고 자신감 넘치는 그들의 존경스러운 상사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무궁은 그들의 존경스러운 상사가 아닌 원수가 되었다.
“아니, 실력도 없으면서 왜 사고를 치냐고.”
“진짜로, 이기면 또 몰라. 정말 처참하게 패배했잖아.”
“백승우 걔 수석 조교님 기술을 아주 쉽게 따라 하던데. 그 망나니도 따라 할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서라. 아무리 그래도 무구에 창천을 담고 휘두르는 건 우리 수준으로 못해. 그거 전부다 그 여우 녀석의 재능 덕분이다.”
“솔직히 인정하긴 싫은데, 백승우가 대단하긴 하잖아. 지금까지 보도된 업적도 그렇고. 인성이 최악이라서 그렇지만, 실력은 인정해야지.”
“누구랑 다르게 말이지…….”
그렇게 그의 이미지는 한순간에 실추되었다.
존경받는 선배는 어디에도 없었다.
무능한 패배자만이 덩그러니 남았을 따름이다.
“……빌어먹을.”
쾅!
들고 있던 자재를 바닥에 던진 무궁은 자리를 떠났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후배 조교들과 남궁성진.
무궁의 돌발 행동에 그를 붙잡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조교들은 더더욱 그를 뒷담화 하기에 바빴다.
한편 남궁성진은 묵묵히 그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무궁이 그의 수석 조교가 된 것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저 가장 오랫동안 그를 보좌한 조교였기에 쥐여준 감투였다. 자그마치 6년.
그가 남궁성진의 곁에서 보고 배운 세월이었다.
그 시간 동안 무궁은 자신의 검술을 보고 배우며 이를 제 검에 녹여냈다. 그렇게 증명한 이립의 세월이 한순간에 부정당했다.
도대체 그런 상황에서 뭐라 말해줄 수 있을까?
상대는 천재니 어쩔 수 없다고? 부족한 네 재능을 탓하라고?
곰곰이 생각해 봐도 좋은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남궁성진의 말재주가 썩 좋은 표현이 아니었기에, 시간은 점점 흘렀다.
그래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기에 남궁성진은 무궁이 걸었을 길을 따라 걸었지만.
“어라? 이 길이 아닌가?”
그가 향한 곳에 무궁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너머는 협곡으로, 사냥학의 대가인 타이거그릴스 교수가 관리하는 영역이다.
아무리 그의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이토록 험한 길을 향하진 않았을 테니 남궁성진은 머리만 긁적이며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갔다.
그런 그의 생각이 무색하게 무궁은 지금 협곡의 가장 험난한 지형에 와있었다.
저벅저벅.
말없이 걷는 그는 협곡을 가로질렀고.
어느 한 지점에서 멈췄다.
사방이 암석으로 가득하고, 바닥도 울퉁불퉁해서 차마 사람이 다니기 힘든 곳. 바로 그곳의 바닥에서 부글부글, 무언가가 들끓었다.
검은 무언가의 정체는 그림자.
무궁은 붙인 팔을 붙잡으며 그림자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진짜, 더럽게 아프네.”
다친 팔을 매만졌다.
붕대로 감은 팔은 핏줄이 잔뜩 올라 흉측하고, 자극에 민감했다.
그녀에게 건네받은 그림자 갑주가 풀리기 전에 팔을 자르고, 그걸 이어 붙여서 그런가. 한쪽 팔은 여전히 광폭화가 풀리기 직전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적응에 애로사항이 있었다.
부글부글.
그림자가 가면 갈수록 더욱 거세게 끓어올랐다.
마치 끓는 물과 같은 모습에 무궁은 드디어, ‘그림자’와 연결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짜고짜 항의했다.
“힘을 준다며! 내게 힘을 준다고 했잖아!!”
부글부글.
그림자는 여전히 끓고 있었다.
그 외에 방금 전과 별반 다른 점은 없었다.
지금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난 무궁이 말을 이었다.
“대가도 지불했잖아. 이 뱃속에 당신의 작품을 심어뒀잖아! 그렇다면 여왕으로서…….”
그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여왕, 그 한 단어에 언짢음을 느낀 ‘그것’이 직접 행차했기 때문이다.
“닥쳐라.”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구분하기 전에.
사람의 목소리가 맞는지조차 의문이 드는 기괴한 목소리.
“경기는 지켜봤다. 처참하게 패배했더군.”
‘그것’은 그림자의 몸을 한 무언가였다.
무궁은 ‘그림자’에게 따졌으니, 그것은 그의 말에 별반 관심이 없는 듯.
제 할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검으로 창천을 펼쳤지. 한데 검이라는 제한된 도구로 아득히 넓은 창천을 표현하려던 것이 어찌나 웃기던지.”
하하하, 기계적으로 웃은 그것은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조차 마법사에게 한순간에 모방당하며, 결국 너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지.”
“그, 그건…… 녀석의 재능이 말도 안 돼서 그래! 한 번 보고 따라 한다니. 그게 말이냐 되냐고!!”
“말이 되니까 패배했지. 그렇지 않더냐?”
확인 사살에 입을 다문 무궁.
이어서 ‘그림자’가 말했다.
“그러고는 내 갑주를 뒤집어썼지. 갑주의 광기도 버티지 못하는 나약한 녀석 주제에. 내 것을 그토록 많은 관중들 앞에서 드러낸 탓에, 이사장 그 비렁뱅이가 날 찾기 시작했다.”
그 녀석뿐만이 아니다.
왕의 자격이 없는 마녀도 ‘그림자’를 찾기 시작했다.
아니, 보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인지했다는 것이 옳으리라.
그 마녀가 진심으로 찾으려 했다면, 반나절 만에 위치를 발각당했을 테니까.
세상으로부터 몸을 숨긴 ‘그림자’는 자신의 행방에 대한 빌미를 드러낸 무궁을 증오했다. 분노가 뚝뚝 떨어지는 어조.
그럼에도 ‘그림자’에게는.
“심지어는 그러고도 패배하고 말았구나.”
말 한마디로 상대를 압도하는.
“네게 마지막 기회를 주도록 하마.”
그야말로, 제왕의 품격이 있었다.
왕의 자격을 얻었음에도, 스스로 은둔을 택한 그녀와는 다르다.
“백승우, 그자에 대해 샅샅이 조사해라.”
상사인 남궁성진조차 ‘따위’로 전락시키는 압도적인 품격.
그 품격에 기가 꺾인 무궁은 땅바닥을 쳐다봤다.
지금 고개를 들어 올리고, 대들었다가는 죽는다.
그런 확신이 본능을 자극하고 있었다.
하지만 따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 다, 당신이 찾아보면 되잖아. 그쪽은 ‘그림자’니까, 조사하는 거 당신이 더 쉬울 것 아니야?!”
실제로 무궁의 말마따나 ‘그림자’는 그림자 속에서 타인을 염탐하며, 정보를 탐색한다. 그야말로 정보 탐색의 귀재.
그런 장본인이 왜 나한테 하필이면 본인의 전공을 떠맡긴단 말인가.
무궁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에 뇌까리는 듯한 불쾌한 기색의 음색이 협곡을 울렸다.
“아무런 정보가 없다.”
“……뭐라고?”
“이미 시도해 봤다. 그러나 감각이 극도로 민감한지, 5m 이내로 접근할 수 없었다. 5m밖에 염탐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진담이야……? 장난이 아니고?”
‘그림자’의 말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은 무궁이 제일 잘 안다.
그럼에도 물어보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이랭커, 무력으로 가장 강하다는 이들이 아니면서 ‘그림자’를 감지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그 이전에 믿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처참하게 무너뜨린 녀석이 그런 존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부분을 지녔다니.
그런 생각을 하자 순간, 마음 한 편에 ‘그것 때문에 내가 졌다’라는 자기합리화를 하게 되어 더더욱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인정하고 말았다.
백승우의 재능은, 자신이 평생을 이륙한 무학을 단번에 베끼는 그 악마 같은 능력은 인정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녀석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이상하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그림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일주일.”
‘그림자’는 매일 같이 전등 빛에 의지해 책을 읽는 백승우를 봐왔다.
중간중간에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하는 둥, 제정신으로 보이질 않았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여겼지만.
그림자 속에서 일주일가량 지켜보며 깨달았다.
녀석은 제정신이 아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녀석이 밥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은 나날의 숫자다.”
“!!!”
그런 게 가능하다고?
무궁은 자신이 상대했던 승우를 떠올리며, 그 괴물 같던 캐스팅 실력을 회상했다.
그것은 재능의 산물인가, 아니면 노력의 산물인가.
아니, 애초에 초인이더라도 사람이 그렇게 살 수 있던 거였나?
‘그림자’의 말을 들은 무궁은 혼란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