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as the Perfect Narrow-Eyed Villain RAW novel - Chapter (146)
완벽한 실눈 악역을 연기하다-146화(146/300)
146화. 견부견자(1)
야만인들의 대화를 엿듣고, 그들의 전술을 눈치채는 것은 좋지만, 그것만으로 상황을 완전히 역전시키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머리를 치는 것.’
이들은 ‘마기’를 어느 정도 품고 있어, ‘외팔 데몬’의 지휘를 받을 수 있기도 하나, 결국 본성은 인간.
머리를 잃는다면, 야만인들은 구심점을 잃고 지리멸렬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내가 저 사이로 들어가 지휘관을 죽일 수 있을까?’
문득 피어오르는 불안이었다.
아무래도, 실력에 자신이 있기는 하지만 폭풍처럼 모든 것을 휩쓸 수는 없다.
심지어, 생각한 것보다 ‘지휘관’의 힘이 강하다면 놈을 처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테고.
그렇게 되면 다른 야만인들을 날 포위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외팔 데몬도 있지.’
슬쩍.
난 외팔 데몬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제일 치명적인 적이기 때문에 그곳엔 많은 병사들이 포진되어있는 상태다. 심지어, 자하트와 린네도 그곳에 있었다.
‘자하트가 이길 수 있을까?’
그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사로운 정에 쉽게 휩쓸리는 경향이 있는 양반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여유롭게 생각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조금이라도 늦어질수록 전황은 더 나빠질 것이고, ‘쐐기’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외팔 데몬’을 포획할 것이다.
‘일단……, 이놈들 먼저 정리한다.’
그리 생각한 난 무너진, 인근에 있던 감시탑에 올라, 야만인의 지휘관이 있는 곳으로 뛰어내렸다.
“카아아아아아악!”
내가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며 야만인들이 괴성을 지르지만.
‘내가 걱정하는 건 그게 아니라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보니, 착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어디가 좋으려나.’
낙법 대신, 난 가까운 야만인의 어깨를 이용하기로 했다.
내 신발이 닿자, 야만인은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고꾸라졌지만.
“크아아!”
제법 반항하는 녀석이다.
놈은 몸을 틀어 나를 잡으려 했기에, 난 재빨리 월장검을 들어 야만인의 목에 박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끄륵’대는 소리와 함께 놈은 잠잠해졌고, 녀석의 입에선 데몬의 피와 같은 점액질의 무언가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저건…….’
마식(魔食)을 통해 체내에 ‘마기’를 깃들게 한 부작용일 것이다.
“키아아아아악!”
동료가 당하자, 야만인들이 또 한차례 소리를 질렀다.
그건 야생의 기운이 서려 있는, 여과되지 않은 본능에 의한 괴성이었다.
흥분과 분노, 고조된 열기와 두려움, 공포가 뒤섞인 채로 말이다.
게다가 거기에 동조해, 숨겨져 있던 내 본능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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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이 고조되었습니다.
⇒ 특성, 〈뜨인 눈〉이 발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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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눈 악역의 트레이드 마크인 〈뜨인 눈〉.
야만인들이 흘리는 감정 중, 가장 뚜렷한 색채를 내는 것은 다름 아닌 ‘공포’.
가뜩이나 위험한 냄새가 나는 ‘유리안’에게서 그의 정수가 담긴 두 눈동자가 자신들을 바라보자, 야만인들은 기백에 압도되어 잔뜩 움츠려졌다.
“그 빌어먹을 두 눈으로 잘 봐두십쇼. 당신들의 마지막을 선사할 사람의 얼굴이니 말입니다.”
평소라면 내뱉지 않을 자신감에 찬 말투.
이것이 〈뜨인 눈〉의 영향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개의치 않았다.
“비아, 차!”
“비아차, 비아, 차!”
그들의 언어로 나를 죽이라고 소리치는 야만인들이었지만, 큰 소리로 외치기만 할 뿐 내게 접근하는 녀석은 아무도 없었다.
‘전염되었군.’
공포는 물들기 마련.
순식간에 등장한 괴물이 자신의 동료를 죽이는 모습에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이 기세로, 순식간에 치고 들어간다.’
월장검으로 가장 근처에 있던 야만인을 베려던 찰나.
〈놀라운 직감〉
짜릿한 기운이, 전신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쾅!
그 감각을 인지하고, 뒤로 물러서자 내가 있던 자리엔 거대한 할버드가 내리꽂혔다.
‘이제야 나왔군.’
최종 보스, 지휘관의 등장.
녀석은 부릅뜬 눈으로 날 찢어 죽일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 기세가 사뭇 따갑긴 했으나.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는데?’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내 붉은 눈동자는 개의치 않은 채, 땅에 꽂힌 할버드에게로 향했다.
다른 야만인들에 비해 계급이 높은 탓일까 제법 무게가 나가 보이는 할버드는 일반인이 휘두르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투박한 모습이었다.
마식을 통해 힘을 기른 야만인들은 일반인들보단 ‘데몬’이라는 말이 걸맞을 정도로 힘이 강하다.
이 지휘관은 그런 ‘야만인’들 중에서도 특출난 녀석인 듯하고.
피식.
그런 녀석의 얼굴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이런 모습도 〈뜨인 눈〉으로 고조된 감정 탓에 생긴 현상일 것이다.
녀석이 뭘 보여줄지, 동시에 이곳까지 오면서 쌓은 내 기술을 시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양되기 시작한 것이다.
까딱, 까닥.
웃는 얼굴로 손을 까딱거리자, 지휘관은 붉어진 얼굴로 말에서 뛰어 내게로 달려들었다.
“크아아앙!”
‘나름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군.’
근처 야만인들은 공포에 굴복해 더 이상,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지휘관이 도망친다면, 사기가 완전히 꺾이는 것은 당연지사.
그렇기에, 지휘해야 하는 위치임에도 내게 달려든 것이겠지.
그게 제 명을 단축하는 일인지도 모르고.
부웅.
‘발차기…….’
그러나 놈의 동작엔 기교가 부족했다.
정말로, 너무나 정직한 공격.
그렇지만 그런 ‘기교’가 필요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놈의 발길 짓엔 강력한 힘이 실려있었다.
거리를 벌려 녀석의 공격을 피하자, 놈은 곧장 자리에 박힌 할버드를 뽑아내더니 물러선 날 추격하기 시작한다.
다다다다닥.
‘오호. 제법 빠른데?’
저런 무거운 할버드를 들고, 내 속도를 따라잡을 정도의 힘이라니.
‘그럼 칭찬해줘야겠지.’
===
⇒ 검에 달빛이 깃듭니다.
⇒ 〈월광검기〉를 사용합니다.
===
다행히도 녀석에게 없는 기교가 내게는 있었다. 일직선으로 달려드는 놈을 향해 오러를 응축한 검기를 방출한다.
슈우욱-
‘월광검’의 기운을 품은 검기가 허공을 가르고, 지휘관에게 달려들었지만.
놈은 자신의 ‘마기’가 깃든 몸과 강건한 육체를 믿기라도 했는지, 그것을 주먹으로 터프하게 튕겨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콰지지지직──!
“크아아아악!”
예전 ‘검성’이 사용하던 검기라면 육체가 단단할 경우, 튕겨낼 수도 있었겠지만.
이건 ‘월광검’의 특성을 띠고 있는 검기.
톱날처럼 돌아가는 오러는 단단한 물건일수록, 더욱 강한 흉터를 남길 것이다.
“후후, 꼴이 좋습니다.”
놈의 주먹에 톱으로 썬 듯한 자상이 생겼고.
통증에 휘청거리는 녀석에게 접근한 나는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으으으으……!”
그럴 때마다, 놈은 할버드를 이용해 나의 공격을 방어해냈다.
몸을 웅크리며, 치명상은 어떻게든 막아내는 녀석.
그 방어를 뚫기 위해 월장검을 치켜들자, 지휘관은 순식간에 달려들어 할버드의 손잡이로 내 손을 가격했다.
퍽!
“큭.”
약간의 통증.
다행히도, 월장검을 놓치진 않았으나 약간의 틈이 생겼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달려드는 우악스러운 할버드의 머리가 보인다.
기교가 부족하다는 말은 취소하마.
‘이건 부족한 게 아니라 아예 없네.’
푸욱──!
난 곧장 솜브라, 아니 ‘안젤리카’를 품속에서 꺼내 녀석의 옆구리에 찔러넣었다.
“크으아아아아아아아악!”
강한 통증에 일자, 인상을 쓰는 것으로 고통을 참아내던 녀석은 기어코 비명을 입에 담았다.
기교란 기술이다.
틈을 파고드는 것 또한 기술이지만.
‘틈이 생긴 척, 보여주는 것도 기술이지.’
안젤리카를 다시 회수한 뒤, 난 월장검으로 지휘관의 무릎을 베어냈다.
한 차례.
“크르르륵……!”
입에 거품을 물며, 신음을 내뱉지만, 거구는 쓰러지지 않았다.
굳건한 기질이긴 하나 버티면, 부러지기 마련.
두 차례.
휘이이익── 털썩!
이어지는 공격에 야만인 지휘관은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사방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야만인들은 자신의 지휘관을 구하기 위해 달려들려 했으나, 녀석의 목에 검을 갖다 대자 모두가 멈췄다.
“야, 야만…… 야만인.”
지휘관이 나를 보며, ‘야만인’이라 부른다.
“대륙 공용어를 사용할 줄 아시는군요?”
난 새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지휘관을 보며 말했다.
“너, 조금 전, 그림자…….”
그림자? 아! 안젤리카를 이야기하는 모양이군.
“데몬, 게다가, 우리 말, 안다.”
그래서 뭐.
“우리와 동류, 왜, 거기에 있나.”
동류라…….
사실 틀린 말도 아니지.
북부 야만인들의 언어를 익힌 건, 한때의 팬심으로 인한 것이라고 해도.
‘안젤리카’라는 데몬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이 몸에 북부인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겠지.
‘어머니인 밀레나가 북부 출신이니 말이야.’
그래, 녀석의 말이 옳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생각에 잠길 만큼 고뇌할 일도 아니었다.
푹!
지휘관의 말에 답도 하지 않은 채, 난 녀석의 목에 검을 박아넣었다.
선혈이 월장검을 타고 흘러내렸음에도 여전히 검엔 선명한 달빛이 서려 있었다.
“후우…….”
〈뜨인 눈〉을 계속 유지해서일까, 슬슬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고, 그 탓에 입 밖으로는 저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여기서 쉴 수는 없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기에.
그 생각에 잠깐 사그라들었던 감정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처리해야 할 놈들이 아직 많이…….
“키아아아아악!”
다행히도, 가슴 속에서 피어오르는 폭력성을 표출할 필요는 없었다. 지휘관을 잃은 야만인들은 도망치고 있었으니까.
‘후우.’
또 한 번의 숨.
이번에는 약간 안도감이 서려 있었다.
‘……외팔 데몬은?’
야만인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으니, 이제는 데몬들만 정리하면 끝나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한 난 외팔 데몬이 있던 장소로 시선을 옮겼으나, 아쉽게도 상황은 정리되지 않았다.
오히려 ‘외팔 데몬’이 자하트를 압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 “기, 기사가 되지 못했다고, 실망스럽게 쳐다보던 그 두 눈, 잊을 줄 알았습니……까?”
‘저건 인간의 흉내를 내는 데몬이다.’
자하트는 머릿속으로 연신 그리 생각했다.
저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고.
계속해서 속으로 자신을 일깨웠으나, 데몬의 목소리는 귀를 통해 뇌리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 “쓰레기 같은 눈으로, 저를,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어느새 회복된 우악스러운 데몬의 오른팔이 닿을 때마다, 그의 마음이 깎여나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이상하리만큼 자하트의 오러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 데몬이 내 아들이 맞는가?’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녀석의 전신을 훑듯 계속해서 오러를 뿜어냈다.
데몬이다.
이것은 데몬이다.
그리 생각하면 좋으련만.
– “왜 검을 휘두르지 않으시는 겁니까? 저, 저를 동정하시는 겁니까!?”
울분이 가득한 짐승의 목소리가 마치 생전의 라지드인 것만 같아서.
자하트는 쉽사리 검을 휘두를 수 없었다.
혹여나, 이 데몬이 정말로 ‘라지드’의 정신을, 영혼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은 아들을 두 번 죽이는 거나 다름없다.
물론, 지금은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쉽사리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괴성을 지르며, 거대한 오른팔로 자신을 내려찍으려는 외팔 데몬.
퍼억──!
– “크아아아아악!”
다행히도, 주먹이 내려치기 직전 사람 한 명이 끼어들었다.
“자하트 경, 정신 차리셔야 해요!”
‘느껴지는 오러가……, 린네이군.’
그녀는 주변에서 데몬을 정리하던 도중, 멍하니 있는 자하트를 도우러 이 자리에 끼어든 것이다.
“기생형 데몬은 지금 생전의 기억으로 당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구요!”
……알고 있다.
“그러니, 마무리를 지으세요!”
자신이 이렇게나 정에 약할 줄이야.
외팔 데몬의 앞에 서기 전까지 자하트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처음 조우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똑같았으니.
푹!
어느새 놈의 옆구리에 검을 찔러 넣은 린네.
그녀를 떨쳐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데몬.
‘내가, 내가 움직여야 하는데.’
자학에 가까운 자하트의 생각이 이어지는 그때, 달빛이 검도는 검격이 녀석의 어깻죽지에 박혔다.
“일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다면, 제가 꺼지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특유의 거만한 목소리.
오러의 성질을 파악하지 않더라도, 그 정체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입에 거품을 무는 외팔 데몬은 하나 남은 팔로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지만, 린네도, 유리안도 쉽사리 떨쳐낼 수 없었다.
“데몬이 되어서 이 난리를 치는 아들이나, 그것 하나 처리 못 하는 아비나. 호부견자가 아니라, 견부견자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군요.”
신랄한 비판.
덕분에 정신이 들었다.
눈앞의 데몬이 기생형 데몬이건, 라지드이건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끝을 내야겠지. 그리 결심…… 했으니까.’
자하트는 검 손잡이에 힘을 준 채, ‘오러’를 사용해 데몬의 핵이 위치한 곳을 찾았다.
단전 바로 위.
마지막 염원과 후회를 담아, 그는 그곳으로 검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