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as the Perfect Narrow-Eyed Villain RAW novel - Chapter (148)
완벽한 실눈 악역을 연기하다-148화(148/300)
148화. 슬기로운 감옥생활
유리안보다 먼저, ‘노스 풀’에 도착했던 요슈아는 한바탕 일어난 소란으로부터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어쩌면 ‘아카데미 학생’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그림자엔 ‘크라이파트 가문’이라는 거대한 힘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요슈아가 ‘유리안’이 수감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땐, 고소한 나머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 악마 같은 놈이 드디어 일을 저질렀구나!’
상황이 재밌게 돌아간다는 생각에 요슈아는 감옥으로 향했다.
‘내게 설설 기면서, 부탁한다면……. 크크. 상상만 해도 좋은데? 그럼 내 기꺼이 석방 건의는 한 번 해보지.’
그리 생각하며 감옥에 들어섰지만, 안쪽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이 느껴졌다.
얼떨결에 ‘바이엘 아카데미’의 기사 반과 엮이게 된 탓에 감옥을 견학한 적이 있었는데, 그땐 이렇게까지 고요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싸늘한 추위와 어울리는 살기 등등한 시선과 기운이 팽팽하던 장소였으나, 오늘따라 범죄자들은 순한 양처럼 조용했다.
‘이, 이놈들이 왜 이러지?’
처음에는 의아했으나, 요슈아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 당시와 달라진 것은 오직 하나.
단 한 명의 구속이다.
그럼으로써 이자들의 서열이 완벽히 정립된 것이다. 그리고 그 서열의 끝엔 ‘그’가 있을 것이고.
“요슈아, 멀쩡해 보여서 다행이군요.”
유리안.
야생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북부 감옥에서조차 그는 추위를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손에는 신문이 들려있었다.
제도의 소식을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는 방법이었다.
“……시, 신문은 어디서 난 겁니까 유리안 형님.”
기본적으로 수감된 죄수들은 어떠한 개인 활동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당연한 모습으로 신문을 읽고 있었다.
“이곳의 경비를 서고 있는 병사에게 부탁해서 받았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요슈아?”
‘문제야…… 없겠지.’
신문을 읽는 행동은 불문율로 금지된 것이지만, 병사가 직접 갖다준 것이라면 더욱 질책의 의미가 없어질 터.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유리안 형님.”
요슈아가 이곳까지 온 이유는 사실 궁금해서다.
‘저 고고한 놈이 감옥 안에선 드높은 콧대가 조금은 꺾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싶어서 찾아왔건만.
‘평소보다 더 잘 지내는 것 같잖아……?’
혹한의 추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유리안은 신문을 읽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음료가 든 컵을 들고 있었다.
이제 막 내린 고소한 원두의 향이 느껴지는 것이, 커피가 분명하다.
다른 수감자들이 이런 광경을 본다면, 특혜라며 병사들에게 원성 어린 소리를 내지를 것이 분명했지만.
‘……아무도 말을 안 하네?’
뭔가에 얻어맞은 들개 마냥, 범죄자들은 조용했다.
“펠코르는 지금 뭐 하고 있습니까?”
컵을 내려놓은 유리안이 고개를 돌리더니, 신문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그 일련의 동작에는 ‘당연함’이 묻어있었다.
나는 묻고.
너는 답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태도에 순간, 요슈아는 유리안이 수감되지 않았다는 착각을 할 뻔했다.
“그 대머리는 장벽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형님이 나와야 돌아갈 수 있다면서…….”
“그렇습니까? 뭐, 그럴 줄 알았습니다.”
촤락.
신문을 덮은 유리안은 이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동공이 보이지 않아, 감정이 비치지 않은 두 눈은 어쩌면 무감하게 아니, 자신을 꿰뚫는 듯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은 착각일까.
요슈아는 괜스레 숨이 막혀왔다.
‘이런 상황에 놓였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자칫하면, 지금까지 자신이 쌓은 커리어가 무너질 수도 있었음에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그래서……, 요슈아는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요슈아는 가슴 속에서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아무런 방도가 없다면, 이렇게까지 여유를 부리지 않을 터.
지금은 이렇게 수감되어 있지만, 그가 이곳을 빠져나오는 것이 그리 먼 미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요슈아는 직감했다.
“유, 유리안 형님께서 호, 혹시 필요한 게 있으실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이길 수 없다면, 일단은 동료가 되어라.’
짧은 삶 동안 요슈아가 배워온 계책이다.
“필요한 것이라…….”
딱히 고민하는 느낌도 없이, 신음을 흘리듯 말한 유리안은 다시금 요슈아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생각한 것보다 점잖게 나오는군요.”
“무, 무슨 말이십니까?”
“제 상황을 보고 비웃으려고 왔을 줄 알았습니다. 아니면, 머릿속에서 나름 저울질을 한 것입니까?”
“제, 제가 어찌 유리안 형님을 비웃겠습니까?”
‘이 괴물 같은 놈.’
요슈아는 속으로 그리 생각했지만, 티 낼 수는 없는 노릇.
“괜찮습니다. 어차피 곧 나가게 될 것 같으니 말입니다.”
나가게 될 것 같다고?
요슈아가 무슨 소리냐고 물으려던 찰나, 감옥의 입구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정갈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느끼기에도 어느 정도 무예에 조예가 있는 자들.
‘쐐기들이 여기에는 왜?’
칼드락의 최정예 전속 부대.
그러나 그들이 왜 여기에 있는지, 의문을 품을 일은 없었다.
‘분명 유리안을 데리러 온 것이겠지.’
“유리안 경, 칼드락 저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쐐기’들은 유리안이 쌓아온 위업과 그의 직위를 경계라도 하는 듯, 존칭을 썼다.
제 3황자의 면전에서 법을 어긴 것이나, 그의 행보가 여기서 끝이 날 것이라고, 쐐기들도 생각하진 않은 모양이다.
“지금 말입니까? 아직 신문도, 커피도 다 마시지 못했습니다만.”
칼드락의 부름에도 유리안은 여유를 부렸다.
누가 보면, 유리안 쪽에서 선심을 쓰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뭐, 그래도 칼드락 저하를 기다리게 하는 건 도리가 아니겠지요.”
탁!
유리안은 신문을 침대 위에 올려둔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
사람이 심리적인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선, 초조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애초에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는 얕보기 마련이다.
어찌 되었든,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얕보이면 안 된다.
“그럼, 앞장서시죠. 아니면, 제가 안내라도 해드립니까?”
그런 점에서 이놈의 ‘실눈’과 ‘포커페이스’는 참으로 도움이 된다.
애간장이 타는 지금도 이놈의 특성 덕분에 티가 안 났으니 말이다.
“유리안 경, 출발하기 전에.”
쐐기 중 한 명이 가져온 물건을 이쪽으로 들이밀었다.
정체는 수갑이다.
“이런, 쐐기들도 계시는데 제 손을 구속해야 할 일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만에 하나의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만에 하나라…… 제가 칼드락 저하의 옥체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크흠.”
한껏 비웃음 지은 나를 보며 수갑을 가져온 쐐기는 헛기침하며, 시선을 돌렸다.
어쩐지, 이자들은 황실의 경비들보다 내게 조심스러운 느낌이다.
아무래도 유리안이 ‘북부 전선’에서 활약했던 시절을 두 눈으로 본 녀석들 같다.
“입 닥치고, 손을 내밀어라! 지금 네 처지가 어떤지나 알고는 있나?”
그에 반해 다른 한 명, 그 혼자만 ‘유리안’에게 조심스러운 느낌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유리안’을 경험하지 않은 쪽인 모양이다.
“이봐, 말조심해. 유리안 경이시잖냐.”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이 새끼는 소속이 어떻든 노스 풀에 무단으로 침입했다. 심지어 칼드락 저하의 앞에서도 시건방을 떨었다고.”
표독스럽게 말을 하던 쐐기 한 명은 날카롭게 뜬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북부 전선의 영웅이건, 황실의 웃는 처형대건,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그냥, 살생하는 걸 좋아하는 미친 새끼일 뿐인데.”
“이봐!”
쿠당탕!
내게 예를 갖추던 쐐기가 언성을 높이자, 다른 한 녀석이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 후, 벽으로 몰아붙이더니 조용히 윽박질렀다.
“데르고, 너 최근 쐐기의 일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며?”
“크, 크으윽…….”
“그렇게 개 같으면 쐐기 인장을 내려두고 썩 꺼져버리지, 그래?”
난데없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팽팽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음, 이런 걸 원한 건 아니었지만, 뭐 나쁘진 않네.
그런 그들에게 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 손에 수갑을 채우기 위해서 싸우실 필요까진 없습니다. 하긴 전무후무한 이벤트다 보니 탐이 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리 말하며 두 손을 들자, 둘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 영광을 가져갈 사람은 누구입니까?”
***
잠깐의 소란을 뒤로 하고, 나는 수갑을 찬 채 칼드락의 집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다만, 절그럭거리는 수갑의 감촉이 거슬렸을 뿐, 딱히 불만을 가질 만한 환경은 아니었다.
“유리안 경…….”
“저, 저 쐐기 놈들. 우리가 죽어갈 땐 도와주지도 않았으면서…….”
야외를 통과하는 도중, 내가 수갑을 찬 모습을 보자 병사들의 탄식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그들의 시선을 느끼며, 입술을 잘근 깨무는 ‘쐐기’의 모습도 보였고.
‘어딘가, 어긋나기 시작한 모양이군.’
예상일 뿐이지만, ‘쐐기’와 북부 전선의 일반 병사들과는 사이가 제법 안 좋았던 모양이다.
심지어 최근 그런 일도 겪었으니 더욱 나빠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노릇이다.
“원성이 자자하군요. 함께 제국의 최전선을 수호하는 동료들임에도 말입니다.”
나의 말에 ‘데르고’란 이름의 쐐기가 눈길을 돌렸다.
“입 닥쳐라, 유리안! 곧 저하의 집무실에 도착할 터이니, 그 잘난 목이 도망치지 않도록 입 간수를 잘해야 할 거다.”
다른 녀석의 말에 난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건 그렇고, 여러분들은 눈보라 숲의 마녀를 알고 계십니까?”
“입 닥치라고 하지 않았나?”
“궁금한 게 있다면 해결해야 직성에 풀려서 말입니다. 소문을 듣자 하니, 눈보라 숲의 마녀가 이곳 노스 풀 장벽에 있다고 하던데.”
“……그런 야만인의 기술을 익힌 마녀가 이곳에 있을 리 있나? 멍청한 놈.”
욕지거리를 입에 담는 쐐기를 보며, 난 피식하고 웃었다.
‘예상대로 칼드락이 개인적으로 만나고 있는 모양이군.’
그렇지 않다면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놈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칼드락의 집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제국의 황자가 사용하는 것치곤, 화려하진 않았으나 큼지막한 나무 문은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칼드락 저하, 유리안을 데리고 왔습니다!”
잠시 후, 들어오라는 말을 하자 쐐기는 문을 열기 시작했다.
드르륵──!
거북한 소리와 함께 안의 풍경이 보였다.
책장과 사무를 보기 좋을 법한 책상. 그것 말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왔나? 생각한 것보다 늦었군.”
칼드락은 그리 말하며, 내 손을 살펴보았다.
“그래, 유리안. 잠시였지만, 북부 전선의 감옥은 어땠나? 여태껏 집어넣기만 해봤지, 들어가 보는 것은 ‘처음’이었을 텐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제국의 태양이시여. 모두 저하의 은총 덕분이겠지요.”
“하하, 말은 잘하는군. 그런 꼴인데도 말이야.”
수갑을 찬 내 꼴에 칼드락은 웃기 시작했고, 그런 그를 보며, 난 어깨를 으쓱거렸다.
“맞습니다, 저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런 꼴’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추한 모습이군요. 누가 절 ‘감은 눈’의 유리안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이 녀석의 정체도 궁금하긴 하지만, 우선 ‘정리’부터 해야겠지.
입가에 미소를 잔뜩 머금은 나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동시에도 이해가 가는 대처이기도 합니다.”
칼드락을 포함한 모두가 깊은 관심을 보인다.
“이런 거추장스러운 수갑이라도 있어야, 만에 하나의 일이 벌어졌을 때 쐐기들이 절 ‘제압’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렇게 칼드락과 함께 쐐기들을 훑어보자, 아까부터 강경하게 나오던 녀석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도 눈치는 있나 보네.’
이런 ‘수갑’이라도 없다면 너희들은 날 못 막는다.
너희들은 내 아래. 발끝도 미치지 못하는 어중이떠중이다.
그런 의미를 함축한 말을 듣자, 녀석은 참지 못한 모양이다.
“불경한 놈, 칼드락 저하 앞에서 못 하는 말이……!”
빙글──!
난 순식간에 손을 움직여 다가오는 녀석의 목을 붙잡고 비틀어서 넘어트린다.
철컥.
동시에 수갑의 사슬이 녀석의 목을 조를 수 있도록 갖다 대었다.
“이런, 제가 말실수를 했나 봅니다.”
조소를 입에 가득 담으며 말했다.
“수갑이 있어도 마찬가지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