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as the Perfect Narrow-Eyed Villain RAW novel - Chapter (158)
완벽한 실눈 악역을 연기하다-158화(158/300)
158화. 뭐가 보이지?
너무나도 시원스러운 대답에 린네의 머리는 오히려 엉망진창이 되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숨기려고, 가면을 쓴 것일 텐데 이렇게나 쉽게 수긍하다니.
설마 장난치는 건가?
“저, 정말요?”
“예, 숨길 필요가 어디에 있습니까? 제가 바로 그 검은…… 크큭.”
갑작스레 실소를 흘리는 유리안.
그는 흘러넘치는 웃음을 막으려고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유리안의 웃음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미친놈이라고 오해를 받을 정도로.
일반적이라면, 치부가 들킨 탓에 웃음으로 무마하려 한다 생각할 터.
“크, 크큭…….”
그러나 ‘가짜 웃음’만 보이던 저 실눈의 남자가 연신 웃어 젖히는 모습에.
‘진짜…… 검은 기사? 유리안이?’
‘그냥 날 엿 먹이는 건가?’
린네의 머릿속으로 별의별 생각이 준동하기 시작했다.
‘……아, 아닌가?’
사실 짐작일 뿐이라고는 하지만, 약간의 확신은 가지고 있었다.
부족한 것이라곤 증거.
유리안이 ‘검은 기사’로 활동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 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검은 기사의 행보는…….’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여명회를 겨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여명회와 관련된 사건에만 나타났다.
게다가 유리안은 ‘여명회’에 강한 원한을 품고 있지 않은가?
황실의 사냥개를 자처하는 그에게 여명회는 위대한 제국을 더럽히는 벌레로 보일 테니 말이다.
그런 그가 ‘검은 기사’라는 위장 신분으로 활동하는 것은 나름에 타당하다고, 그녀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저 웃음을 보니…….’
짐작은 역시, 짐작일 뿐인가.
“크크…… 크큭, 큭.”
그러나 유리안의 웃음이 계속되자 린네는 오히려 자신이 했던 말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괜한 말을 해서는…….
“그, 그만 웃는 게 어떠신가요?”
사춘기 소녀처럼 그녀의 볼은 빨갛게 변해있었다.
***
사람은 당황하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더니.
‘미친…….’
어떻게 눈치를 챈 거지?
‘검은 기사’로 린네와 접촉한 적은 그리 없다. 끽해야, 빈민가에서나 만났던 기억뿐이거늘.
어떻게 알아챈 것일까?
‘솜브…… 아니, 안젤리카의 분위기 때문인가?’
안젤리카가 ‘데몬’이다 보니, 형태와 체내에 흐르는 마나에 특수한 패턴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것을 알아채는 것은 극히 소수의 인물만 가능하다.
‘마나’나 ‘마기’에 민감한 자들만이 그나마, 알아챌 수 있을 수준일 터인데.
‘……신성국에 다녀온 탓인가?’
그때 ‘데몬의 무덤’ 비스무리한 투기장에서 몸을 뒹굴던 탓에 그녀 체내의 ‘스위치’가 켜졌을 수도 있다.
‘검성’이 눈독을 들였던, 그녀를 제자로 맞이한 진정한 이유.
그녀의 새로운 ‘오러’의 경지에 말이다.
‘어떻게 하지?’
웃음을 멈춘 난 린네의 안색을 한 번 살펴보았다.
연신 웃어젖히자, 어쩐지 그녀의 얼굴엔 확신이 사라진 기색이다.
설마.
‘마땅한 증거는 없는 건가?’
그렇다면 아직 흐름은 내 것이다.
그리 생각한 난 헛기침을 한 번 하며, 분위기를 환기 시켰다.
“죄송합니다, 린네 양. 아무래도, 너무 재밌는 농…… 담인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제발 그렇게 믿어주기를.
“혹시 제가 ‘검은 기사’라면 린네 양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예?”
“저를 밀고하고, 포상금을 받을 생각이십니까?”
‘황실 전속 기관’에서 일을 하다 보니, 듣고 싶진 않아도 흘러들어오는 정보들이 많기 마련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검은 기사’에게 걸린 현상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신민들에게는 영웅으로 추앙받는 존재일지 몰라도.
‘검은 기사’는 사적 제제를 일삼는 무법자이며, ‘귀족’들의 뒤를 파는 체제의 종양이다.
황실로선 그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해도, 일단은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 존재일 테니.
게다가
‘린네도 귀족이니까.’
다른 녀석들처럼, 꽉 막힌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검은 기사’는 처분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 뻔하다.
“그냥…… 응원해주고 싶었죠.”
응?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살짝 어처구니가 없었다.
“응원이라니, 웃기지도 않는군요. 지금 무법자를 옹호하시는 겁니까?”
그 탓에 오히려 내가 쏘아붙이는 그림이 되었다.
분명 처음엔 ‘검은 기사’를 언급하며 이야기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던 것은 린네였음에도 말이다.
“그야, 얼굴을 가렸다는 건 어떠한 대가도 필요 없다는 것이니까요.”
평소와 같이 무뚝뚝하면서도, 살짝은 존경을 담은 목소리로 린네는 말했다.
“어떠한 보상도 원치 않다는 건…… 그만큼, 숭고한 뜻이 있다는 것이겠죠.”
음. 내가?
‘……아닌데?’
그 뭐냐.
‘검은 기사’, 그놈 내가 아는 ‘숭고함’과는 거리가 멀다.
소시민적인 사고 탓에 ‘유리안’의 자아와 몸뚱어리를 지녔어도, 조금이라도 자신의 안전을 위해 최악이 아닌 선택만 하는 그런 놈인데 말이야.
“크큭…….”
그 탓에 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럼 제가 ‘검은 기사’였다면, 린네 양은 절 응원하는 게 되겠군요.”
“그건…… 좀 싫을 수도 있겠네요.”
그건 왜 싫은데?
내가 ‘검은 기사’라고 의심했으면서 말이야.
“애초에 전 ‘검은 기사’에게 왜 황실이 현상금을 걸 정도로 눈길을 주는지 모르겠어요. 그는…… 음…….”
린네는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니, 귀족을 두들겨 팬 것으로 ‘검은 기사’가 다시금 이름을 날렸네요.”
그 말도 맞다.
웃긴 것은 그 두들겨 맞은 귀족이 지금은 열렬한 내 추종자가 되었으니 말이다.
“현상금을 거는 게 이상하진 않았네요.”
***
“결국, 이렇게 되는가.”
쇠창살로 막힌 마차에 실린 자하트는 개탄을 금치 못하듯 탄식을 내뱉었다.
“뭐, 어떻냐. 보이지도 않으면서, 그런 곳에 있는 게 뭐가 쪽팔린다고.”
“네 놈은 너 자신의 모자란 구석을 조금 부끄럽게 여겨야 할 필요가 있을 거다.”
“……내가 모자란 곳이 어디에 있는데?”
펠코르의 표독스러운 물음에 자하트는 보이지 않는 두 눈을 치켜뜨며, 그의 머리 부근을 쳐다보았다.
“모자란 곳이 왜 없겠나.”
“어딜 보고 있는 거야! 대체!”
자하트의 시선이 자기 머리로 향한다는 것을 안 펠코르는 인상을 찌푸렸다.
“길었던 떠돌이 생활도 이것으로 끝인가.”
그런 펠코르를 뒤로 하고, 자하트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대로 제도로 돌아간다면, 무슨 일에 처할지 확실히 알 수 없었으니.
그 상황이 자하트의 마음을 흔드는 모양이다.
“두렵습니까?”
그 탓에 가만히 있던 나조차 괜스레 묻게 된다.
“두렵냐니, 뭐가 두렵나. 오히려 오랜 숙원을 해결했으니, 속 시원하지.”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끌끌.”
자하트가 작게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황실도 생각이 있다면, 처형대에 올리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음…… 녀석들이 제대로 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나? 감도 잡히지 않네만.”
“떠돌이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생각이 무뎌지신 모양이지요.”
“그것도 그렇지.”
그렇다고는 하지만 나름 납득가는 말이긴 했다.
황실은 대부분의 일을 방관하거나, 쓸데없이 과한 대처를 하니 말이다.
그게 제국을 대표하는 권력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만 바로 곁에서 그걸 지켜보는 입장으로 별의별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유리안 형님.”
잠깐, 사념에 잠겨있던 사이 요슈아가 다가오더니 어정쩡한 미소를 지으며,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음?’
뒤에는 아카데미 학생들이 요슈아의 눈치를 보는 것도 느껴졌다.
“출발 준비가 끝났습니다.”
아, 이 녀석이 다른 학생들을 대표하고 있는 건가?
얼떨결에 북부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나름대로 인망은 있는지 학생들이 따르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당연한 건가.
기사 지망은 아니더라도 나름 검술의 조예가 있고, 나아가 사대가문의 일원이니 학생들이 눈치를 보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유리안’과는 혈연관계이니.
‘소통의 창구로 적당하겠지.’
요슈아의 말에 싱긋 웃어 보인 나는 이내 뒤를 바라보며 외쳤다.
“그럼, 출발하지요.”
고삐를 잡은 손을 움직이자, 말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태운 마차도, 자하트가 탄 마차도 함께 말이다.
“오, 움직이는 감옥이잖아?”
그걸 보며 펠코르가 신박한 비아냥을 입에 담자 자하트는 보이지도 않는 눈을 질끈 감았다.
대꾸하다간 제도에 도착할 때까지 조소 섞인 놀림을 받을지도 모르니.
‘모른 척하는 게 상책이다.’
행렬의 이동은 순조롭게 계속되었다.
이렇게 간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제도에 도착한다고 확신조차 들 정도로 말이다.
“린네 양.”
그러던 도중,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학생들로만 장벽에 보냈을 리는 없을 테고 제도에서 마중을 나올 사람이 있겠군요.”
아무리 제국이 꽉 막힌 나라라고 해도,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있을 터. 바이엘 아카데미도 나름의 힘을 가지고 있을 테니 말이다.
“네. 북부에 갈 때와 마찬가지로, 제도와 장벽의 중간 지점에서 기사단과 합류하기로 했어요.”
역시나.
“청사자…… 기사단이라고 들었어요.”
뭐? 어디라고? 이런 미친.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청사자 기사단이라고 한다면, 나와 그다지 좋은 관계라고 말할 수 없다.
아니, ‘기사’들은 ‘감은 눈’을 싫어한다고 하지만 ‘청사자 기사단’은 특히나 ‘감은 눈’을. 아니, ‘유리안’을 싫어한다.
‘……단장인 슈바르트랑도 악연이 있었으니 말이야.’
어찌 되었든, 마주친다면 좋지 않을 상황.
“……우회해서 가는 건 어떻습니까?”
펠코르는 사색이 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전(前) 청사자 기사단이다.
“뭘 우회해서 가. 이런 곳에 하루라도 있고 싶지 않단 말이다.”
나와 펠코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하트가 쇠창살을 손으로 쥐더니 중얼거렸다.
“정 돌아가고 싶다면, 펠코르. 나랑 자리 좀 바꾸는 게 어떻겠느냐.”
“어이, 장님. 내가 끌려가는 게 아니라 댁이 끌려가고 있는 거라고.”
“너무 쌀쌀맞게 굴지 말고……. 음?”
말을 잇던 자하트는 무엇인가를 감지했는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나도 자하트가 무엇을 느꼈는지, 점차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쯧.’
호랑이도 제말하면 찾아온다더니.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것은 기사단의 행렬이다.
“청사자 기사단이네요. 원래 대로라면, 이곳이 아니라 중간 지점이었을 텐데.”
이상함을 느꼈는지, 린네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쪽도 우리의 기척을 눈치챘는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유리안.”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청사자 기사단의 우두머리, 단장 슈바르트다.
가뜩이나, 냉정한 표정에 서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네놈이 왜 학생들과 있는 거지?”
“슈바르트 경이 기다리고 있는 동안, 해결하지 못 한 일을 도와주고 있었지요.”
“그게 무슨 말이냐?”
“장벽에 삼각 데몬이 습격했던 것은 알고 있습니까?”
“알다마다, 그래서 우리가 마중을 나가려고 여기까지 온 거다.”
쯧.
이놈의 ‘외팔 데몬’ 때문에 귀찮은 일의 연속이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이 눈에 보이는군.”
슈바르트는 차가운 눈으로 펠코르 쪽을 한 번 훑어보았다.
역시, 아는 사이인 모양이다.
“부당한 이유로 쫓겨난 놈이니 별 신경 쓰지 않으려 했거늘, 유리안과 같은 놈과 함께 다니는 거냐?”
“뭐…… 그렇게 됐습니다. 단장.”
“누가 네 놈의 단장이냐!”
펠코르의 말에 슈바르트가 으름장을 놓았다.
“맞습니다, 이제 단장도 아닌데 시원스럽게 한마디 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펠코르.”
“뭘 말입니까?”
“……삼각 데몬이 무서워서 방관하고 있다가, 일이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발을 옮기는 겁쟁이 새끼야~ 는 어떻습니까?”
“유리안, 이 자식!”
무뚝뚝했던 슈바르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지며, 동시에 녀석의 머리 위로 ‘붉은색’ 아지랑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분노.
녀석은 지금 당장 검을 뽑아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살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너무 긁었나?’
본인만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반응하지 않았을 테지.
그러나 주변엔 청사자 기사단 부하들도 지켜보고 있으니.
덕분에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이다.
“자, 잠깐…… 저게 뭐야!?”
그때였다.
자하트가 당혹스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 눈에도 믿기지 않는군. 저게 뭐냔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