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as the Perfect Narrow-Eyed Villain RAW novel - Chapter (166)
완벽한 실눈 악역을 연기하다-166화(166/300)
166화. 북부에서 온 거짓말(2)
“저도 처리할 수 있을 테니 말이지요.”
유리안의 확신에 찬 말에 당테스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
당테스의 흔들리는 동공에 ‘유리안’이 맺히기 시작했다.
한껏 미소 짓고 있는 실눈의 남자.
얼굴에 어떠한 감정도 비치지 않은 그 남자는 요동치지 않는 잔잔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그러나 쏟아지는 언어의 행렬은 웃고 있는 얼굴처럼 가볍지 않을 것이다.
“주제를 알아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테스 경? 제가 이전에 분명 경고를 하지 않았습니까?”
식은땀이 당테스의 등 뒤를 불쾌하게 적시기 시작했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하는 그의 경고는 여타 다른 이들의 ‘겁박’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본능이 먼저 느끼고 있었다.
“일단, 웃으시죠.”
“어……, 어?”
난데없이 웃으라는 유리안의 말.
잔뜩 긴장하고 있던 당테스는 살짝 맥 빠진 어투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으니까.
그런 그를 향해 유리안의 미소가 달려들었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와도 같은 웃음으로.
“다른 이들이 이쪽을 보고 있지 않습니까? 당테스 경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모양이로군요.”
후후, 하고 자신의 시그니처 웃음을 지은 유리안이 인파 쪽으로 시선을 옮기더니 그를 바라보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당테스도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옮기자, 그쪽엔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무리가 있었다.
“당테스 님이 찍은 사진도 보고 싶어요!”
“한 번 교환할 수 있을까요?”
보통이라면, 별 감흥 없이 웃음으로 화답했을 터인데.
철없는 말투.
천박한 여흥.
상황 탓에 괜스레 저것들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어, 어, 음…….”
“제 말을 못 들으셨습니까?”
곁에 있어, 유리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그의 미소가 더 짙어졌을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몇 번이나 봐왔으니.
하지만…… 기억이 잘 안 난다.
뭐지, 뭐지…….
등 뒤 의복이 축축하게 젖을 때쯤.
아, 웃으면서 답하라고 했지. 평소처럼.
“아, 음…… 지금 유리안 경과 긴히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야. 조금으로 미루지.”
“네에에에?”
자신의 말에 사진을 교환을 원하던 여성들은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지 말고요~ 당테스 경이 아니라면, 이 품위 있는 사진들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 것 같단 말이에요!”
“맞아요, 맞아요!”
바로 곁에서 의뭉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을 유리안만 아니라면.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죄송합니다만, 마드모아젤. 당테스 경께선 저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입니다.”
마드모아젤이라니.
“잠시, 자리를 비워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간곡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리, 병리적인 사고를 지닌 처형대라고 할지언정 외형은 멀쩡한 편이다. 오히려 수려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덕분에 신사와 같은 말투에 말을 걸어온 여성들은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귀족들에게 다가갔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지요.”
사람들이 멀어지자, 유리안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소문을 퍼트린 이유는 대강 알았으니, 이젠 당신 처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겠군요. 당테스 경.”
꿀꺽.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만 당테스.
분명 정중한 말투와 나긋나긋한 모습이건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게임 스토리 상.
우베론이 여명회의 도움으로 가주가 되고, 공격적으로 주변 영지를 삼킴으로써 하이닉스 가문을 일으켜 세운다.
거기에 자신의 영지를 빼앗긴 당테스는 복수를 다짐하며 테넬론에게 영혼까지 바치고.
결국 삼각 데몬을 넘어 적귀화까지 가는 이벤트인데.
‘내가 이걸 까먹고 있었다니.’
사실, 잊어버리지 않았더라도, 달라진 게 있을까?
어차피 ‘테넬론’이 ‘검성’의 손에 죽는다는 본래의 스토리는 이제 하등 의미가 없어졌다.
스토리에서 죽었던 ‘핀텔’이 생존해있고.
‘검은 기사’를 내가 대신 하고.
‘오색 유일’의 후견자에, 에이든의 죽음까지.
마지막 ‘유리안’이 여명회를 해체 시킨다는 이야기도 없으니 말이다.
‘흐음.’
난 당테스의 안색을 슬쩍 살펴보았다.
평소처럼 느긋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색이 된 모습. 거기에 머리 위로는 ‘공포’의 색 또한 띄우고 있었다.
‘……죽여야 하나.’
어찌 되었든, ‘소문’을 퍼트려서 내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려 한 건 사실이니 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살생’은 두렵다.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닌, 그것을 쉽게 함으로써 내 정신이 깎여나갈 것이 두렵다.
그럼에도 필요할 땐, 과감해져야 할 필요가 있는 법이다.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으니.
“유리안, 내 얘기 좀 들어보겠나?”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하려던 찰나, 당테스가 황급히 나를 잡았다.
여전히 벌벌 떠는 기색이 가득했지만, 어쩐지 어떤 결심을 한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러더니 녀석은 샴페인 잔을 손으로 한 번 훑자, 웅- 하는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이 상황에서?’
그 동작이 살짝 이상하긴 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뭔가 위협이 되는 건 아니었으니.
“예, 말씀하시지요.”
“자네가 말한 대로 소문을 퍼트린 건 나라네. 하지만 자네의 목숨까지 노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네.”
퍽이나 그러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의 ‘치부’를 알고 있는 ‘유리안’을 당테스가 놔둬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니, 이번 일에 대해선…….”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것도 아시지 않습니까?”
웃는 얼굴에 침을 뱉고, 등에 칼을 꽂는 것을 쉽게 행하는 것이 귀족이 아니던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역시…….
‘여명회’이기도 한 당테스와의 인연은 여기서 끝맺음을 짓는 걸로──.
“꺄아아아아악!”
당테스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찢어지는 비명이 교류회장에 울려 퍼졌다.
‘음!?’
깜짝 놀란 난 회장(會場)을 둘러보니, 사진을 교환하며 화기애애하게 웃던 귀족들이 하나둘, 쓰러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냐!?”
픽픽 쓰러져가는 교류회의 인원을 보며, 절경사진의 멤버들은 당황한 나머지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설마, 습격인가.’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신기(神技)에 가까운 유리안의 동체 시력으로 허공에 날아든 공격은 보이지 않았다.
마법적인 절차를 밟은 것이라면, 〈뛰어난 직감〉이 반응을 했을 터.
그렇다는 건.
‘독……?’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난 황급하게 코와 입을 손수건으로 틀어막았다.
어떠한 냄새도, 낌새도 느껴지지 않았으나 뛰어난 독술사(毒術士)들은 무미무취(無味無臭)의 독을 만들 수 있었으니.
일단 호흡기를 차단해야만 안전하다.
‘설마.’
홀이 혼란스럽게 돌아가는 것을 본 난 황급히 핀텔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소문을 퍼트린 장본인을 확실히 알 수 없으니, 낌새가 느껴진 모두를 몰살해버리겠다는 계획.
‘혹여나, 그 강경책을 실행한 것을 아닐까?’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비! 쓰러진 사람들을 부축해라!”
그러나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상황을 정리하고 있는 핀텔을 보아하니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면.
‘제 3자로군.’
귀족들도 많은 이 자리에 수작을 부릴 생각을 한다니.
간덩이가 배 밖으로 튀어나온 놈인가.
‘아니면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던가.’
일단, 당테스와의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뤄야겠군.
그리 생각하며, 녀석에게로 시선을 옮겼지만.
“당테스 경……?”
본래 있어야 할 ‘당테스’가 사라져버렸다.
이놈이 어딜…….
“자, 잠깐 뭘 하는 거냐!”
“크아아아아악!”
다시 한번 들려오는 비명. 이번에는 조금 전처럼, 당혹감이 서린 것이 아니었던지라 심상치 않은 무엇인가를 느꼈다.
“이, 이보시오 구렌! 갑자기 쓰러져서 깜짝 놀랐구려!”
독에 중독되어 쓰러졌던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풍기는 분위기가 평범하지 않다.
“으, 으아아아아악!”
마치 실에 걸린 인형처럼 비틀거리며 일어난 사람들은 주변인들을 현대판 ‘좀비’처럼 덮치기 시작했다.
주먹과 이빨.
본능에 충실한 것처럼 공격을 시작한 사람들 탓에 가뜩이나 어지러웠던 홀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구, 구렌! 대체 무슨…… 으어어억!”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유리안 경, 괜찮으십니까!?”
혼란스러운 와중, 핀텔은 황급하게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이번 모임의 주최자로서 수습을 해야 하거늘, 나에게 왜 달려온 거야?
“……독이로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내 감상에 답한 핀텔은 손수건으로 자신의 호흡기를 틀어막았다.
핀텔도 ‘독’이라는 요소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모양이다. 바로, 호흡기를 틀어막는 모습을 보아하니 말이다.
“유리안 경이 무사해서 무엇보다 다행입니다.”
“저는 인파와 섞이지 않은 탓에 당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독에 당한 사람이 구울처럼 행동하게 되는 독은 처음 봅니…… 커억!”
말을 잇던 핀텔은 갑작스레 피를 토하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어?’
갑작스러운 그 모습에 나도 당황했다.
‘경황이 없어, 너무 늦게 호흡기를 막아서 그런가?’
아무리 그래도 5위계 마법사인 그를 중독시킬 독은 많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호흡기에 작용하는 독이 아닌.
‘음식에 수작을 부렸나 보군.’
그제야 대강 누군가의 소행인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독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고, 이런 곳에 은밀히 스며들 수 있는 사람.
‘안나루이의 소행이로군.’
사독(邪毒) 안나루이.
여섯 손가락의 검지에 해당하는 독술사.
사람들의 중독 반응을 보아하니 독의 종류는 ‘꼭두각시 독’.
중독된 대상에게 간단한 명령을 수행시키게 만드는 독이다.
중독된 순간, 승기(勝機)는 안나루이에게 넘어간 것이 맞지만, 독의 정체를 알았으니 약간이나마 대항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핀텔 경, 소혈맥에 마나를 흘려보내 끊임없이 순환시키십시오.”
“후, 후우…….”
핀텔의 동공엔 당혹감이 서려 있었으나, 내 말을 듣고는 심호흡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창백했던 안색이 조금은 돌아오기 시작했으나, 고통스러운 얼굴은 여전하다.
“힘들겠지만, 이곳을 관리해주시길.”
“유, 유리안 경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저는 ‘당사자’와 이야기를 나누어야겠지요.”
그리 말하며, 허리춤의 검집을 툭툭 건드려 주자, 핀텔은 통증 어린 눈빛으로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땅을 박찬 난 곧장 회장의 문을 열고, 외곽으로 향했다.
‘여기인가?’
독술사, 안나루이가 사용하는 ‘꼭두각시 독’은 중독된 대상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다.
비록 간단한 명령만 내릴 수 있기는 하지만, 상대방의 전투력 상실로 ‘승리’할 수밖에 없는 필승의 카드.
‘하지만, 대상을 조종하기 위해선 마나가 필요하니, 인근에 있어야만 하지.’
===
⇒ 놀라운 직감
⇒ 간파
⇒ 일필휘지
===
그리고 그 마나의 형태는 ‘실’과 같은 모양으로 중독된 대상과 사용자를 이어준다고, 설정으로 본 적이 있다.
자하트의 오러 운용법을 어느 정도 익힌 덕에 ‘눈’이 좋아진 난 허공에 떠 있는 ‘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을 따라가면, ‘안나루이’를 찾을 수 있겠지.
‘핀텔이 지금 죽으면 곤란하니 서둘러야겠군.’
‘실’이 이어진 곳은 눈앞에 보이는 문 너머다.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열어젖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인영이 튀어나왔다.
‘꼭두각시 독’에 당한 교류회의 멤버들.
‘미리 배치해두고 있었나.’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판단이다.
난 검집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월장검에 내 마나가 스며들자, 달빛처럼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퍼어억──!
그렇지만 검을 휘두를 일은 없었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내게 달려든 중독자들은 바닥으로 고꾸라졌으니까.
응?
그들을 쓰러트린 둔탁한 소리의 정체는 발검(拔劍)하지 않은 검집이었다. 그것으로 누군가가 중독자들의 머리를 후려갈긴 것이다.
누가…….
“어…… 유리안 경?”
중독자들을 제압한 것은 나도 아는 인물. 바로 페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