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as the Perfect Narrow-Eyed Villain RAW novel - Chapter (192)
완벽한 실눈 악역을 연기하다-192화(192/300)
192화. 너랑은 안 친해집니다.(1)
“음.”
짧게 탄식을 내뱉은 난 헤란드의 얼굴을 한 번 살펴본 뒤, 망가진 분재로 시선을 옮겼다.
‘조금은 성급했나.’
관리하는 방법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길러보는 게 어떠냐는 식으로 건네줬으니 말이다.
사실 ‘분재’라는 것은 키우는 종류에 따라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다.
헤란드에게 건넨 건, 그나마 재생력이 강해 쉬운 편이긴 하다.
다만, 그 ‘재생력’ 때문에 원하는 스타일을 유지 못 하나 관리에는 용이한 편.
‘그것도 한두 번 해본 사람들 기준이지.’
처음 해본 사람은 어찌할 방도도 모를 터.
‘조금은 알려줄까?’
헤란드의 성격상, 누군가에게 굳이 관리 방법을 물어보지 않았을 터이니 말이다.
그리 결심한 난 헤란드에게 웃으며, 다가갔다.
“헤란드 형님.”
“그, 그래…….”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자, 헤란드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거기에 개의치 않고, 난 손을 뻗어 헤란드가 들고 있던 가위를 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왜, 왜 그러느냐!?”
가위의 날카로운 부분과 자신을 번갈아 쳐다보는 헤란드. 동시에 머리 위로 ‘보라색’ 아지랑이가 강렬하게 일렁거렸다.
‘왜 공포의 색인 거야? 고작 ‘가위’일 뿐인데.’
가위를 달라고 했다고 이렇게까지 무서워할 줄이야.
‘아니, 몸만 벌벌 떨지 말고, 가위를 달라고!’
내심 억울해 큰소리를 치려 했으나, 최대한 진정하며 말을 이었다.
“가지를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헤란드 형님.”
“가, 가지!?”
헤란드는 이번엔 분재와 가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 그, 그래.”
다행히 무슨 뜻인지 이해했는지, 그제야 헤란드는 가위를 내게 넘겨주었다.
여전히 손은 벌벌 떨면서 두려운 눈빛이었지만.
“…….”
대체 날 뭘로 보고!! 함부로 사람 죽이지 않는다고!
에휴, 앓으니 죽어야지.
천천히 망가진 분재에 다가가 가지를 하나하나 살펴봤다.
‘모난 부분이 많군.’
일단은 전부 자른 뒤, 다음 가지치기 때 모양을 잡아야 할 것 같다.
가위를 고쳐잡은 뒤, 가위질을 시작한다.
“헤란드 형님.”
싹둑! 움찔.
잘린 가지가 후두둑 떨어졌다.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싹둑! 움찔.
가위질을 하면 할수록.
“기사단 쪽에서 지인의 검을 맡고 있더군요. 그걸 찾고 싶은데, 아시잖습니까?”
싹둑! 움찔.
뒤에선 숨이 멎는 듯한 기색이 느껴졌다.
“제가 또 기사단들과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는 걸 말입니다.”
현재 자하트의 지팡이 검은 황궁 비서실을 통해 모 기사단에게 전해졌다고 한다.
아마, 낙인 기사단이었나?
일전에 ‘손가락 부수기’를 함께 한 기사단이다.
‘거기 단장이 나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기사단’인 이상, ‘감은 눈’인 내가 가면 충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헤란드 형님이 함께 찾아가 주셨으면 합니다만.”
괜히 생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래도 크라이파트 가문의 자제면 어느 정도 파워는 있을 테니 말이다.
‘됐다.’
죽은 가지들을 쳐내니 헤란드의 분재는 조금은 볼만해졌다.
그것을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던 찰나, 헤란드의 목소리와 행동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 알았다…… 그러도록 하마.”
어쩐지 두려움에 찬 목소리다.
근데, 목은 왜 만지고 있는 거야?
***
크라이파트 가문은 대대로 기사단들과 밀접한 관계를 띄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멸문한 ‘페브란스 가문’과 함께 ‘기사’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었던 가문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오른이 손자 ‘요슈아’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으, 음……. 유리안, 덥지 않느냐?”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삼남 헤란드를 포함해, 오벤이 낳은 자식들은 모두 ‘검술’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특히, 장남은 신앙을 위해 가문을 포기할 정도로 신실한 성직자라고 하던데.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헤란드 형님.”
“하, 하하……!”
헤란드의 안부를 묻는 말에 적당히 대답한 난 그의 안색을 살폈다.
이상할 정도로 땀을 흘리는 헤란드.
아까 분재를 손보고 난 뒤부터 그의 안색은 어둡다고 말해도 될 정도였다.
“그건 그렇고, 의외의 인물과 함께 있구나, 유리안.”
땀을 닦은 헤란드는 나와 함께 마차에 탄 자하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번에 금위십검 훈장을 받은 북부의 영웅이 아니신가?”
나를 대할 때와 달리 헤란드가 자하트에게 말을 건넬 땐, 사뭇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소, 헤란드 경.”
“한번 뵙고 싶었는데 반갑습니다. 유리안에게도 말을 하긴 했지만, 훈장은 응당 가야 할 대상에게 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헤란드의 말에 자하트는 내심 미소를 지었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어쩐지 나와 자하트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 난 장난기가 입안에 감돌았다.
“그럼, 제가 받았다면 가야 할 대상에게 간 것이 아니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헤란드 형님.”
“그, 그럴 리 있겠느냐!”
헤란드는 화들짝 놀라며 절대 아니라고 반문했다.
거, 사람 놀라긴.
내가 다 민망하네.
***
자하트의 아들이 만들어준 지팡이 검은 현재 낙인 기사단의 본부에 있다고 한다.
낙인 기사단.
기사단 중에서도 별종이라 소문난 이곳엔 딱히 연결 고리라고 부를 만한 점은 없다.
‘작중 내에서도 별종이란 소문만 있을 뿐, 딱히 연결점이 없었으니 말이야.’
물론, 그건 ‘검성’ 하이든 라이히의 시점이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다만, 이 음흉한 실눈이 기사단의 누군가와 친할 것이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청사자 기사단도 그렇고, 대부분의 기사단은 ‘감은 눈’을 극도로 혐오하니 말이다.
“선생님이 찾아오실 줄 알고 있었어요. 당연히 드려야죠.”
그런데 낙인 기사단의 단장, 칼리나는 의외로 내 방문을 환영하는 눈치였다.
‘선생님’이라는 말로 살갑게 구는 태도는 실로 이상했다.
“여기.”
찰그락.
실실 웃으며, 칼리나는 자하트의 검을 내밀었다.
자하트의 아들의 유품.
이렇게 쉽게 받을 줄 알았으면, 그냥 헤란드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됐군.
“그런데, 이걸 왜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겁니까?”
난 당연한 의문을 품었다.
비서실에서 가지고 있었다면 헤란드를 부르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수감자의 물건이 꽤 귀중한 것이라면, 비서실이 맞는 것이 도리에 맞는 일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거야 선생님이…….”
다시 한번 ‘선생님’이라는 말을 입에 담으려던 칼리나를 지긋이 쳐다보자, 그녀는 명칭을 정정했다.
“비서실에서, 정확히는 오스본 황자 저하께서 자하트 경의 물건을 탐내고 있더라구요.”
오스본이? 왜?
“이유는 잘 모르구요.”
내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본래 말하려고 했는지 칼리나는 말을 이었다.
“흐음.”
칼리나의 말을 들은 난 어째서 오스본이 ‘자하트의 검’을 챙기려고 했는지, 고민해보았다.
조금만 생각해보니,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에 대해 조금은 윤곽이 잡혔다.
‘아직 포기를 안 했군.’
어떻게든, ‘웃는 처형대’의 명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모양이다.
그 탓에 나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 것이고.
만났다면 분명 귀찮았겠지.
거기까지 생각하고, 가져온 것이라면 칭찬해야 마땅한 일이었으나.
‘……너도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굳이 ‘유리안’과의 인연이 있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자 칼리나는 가까이 다가오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건 선생님에게만 조심스레 알려드리는 거예요.”
응?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런 생각으로 칼리나를 쳐다보자, 그녀는 말을 이었다.
“최근 황실 내부에서 여명회를 조사하기 위해 신성국과 협력하기로 결정 난 것 같아요.”
“신성국과 말입니까?”
“예.”
칼리나는 고개를 한 차례 흔들었다.
마기에 민감한 신성국이라면, 뭐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그렇군요.”
이 말을 긍정한 순간, 내 머릿속엔 한 인물이 떠올랐다.
최근, 아니 이젠 최근이 아닌가.
어쨌든 아드라탄 제국에서 신성국으로 망명한 우리의 ‘게임 주인공’ 말이다.
“어쩌면, 검성 하이든 라이히가 협조를 위해서 아드라탄 제국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소식도.”
“검성이 말입니까?”
칼리나의 말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유리안’의 본능이 그의 이름을 듣자, 반응을 한 것인가?
아니.
‘이 미친놈을 봤나.’
‘출가’를 했으면 돌아올 생각을 하면 안 되지. 굳이 뭐 좋다고 다시 오려고 해!
그러나 궁금한 점이 하나 있다.
‘신성국’과 협조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검성은 제국에서 망명한 자다.
황제도, 황실도 그의 입국을 반대하는 것이 당연한 입장일 터.
“불협화음이 있었겠군요.”
그것을 물어보기 위해 칼리나에게 질문하려 했지만, 그녀가 먼저 고개를 저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이 율시스 황자 저하에요.”
율시스? 그놈은 또 왜 나와?
“게다가, 아드라탄 황제께서도 흔쾌히 허락하셨구요.”
아드라탄 황제가 ‘허락’했다는 것은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이제 막 황혼기에 접어든 ‘황제’는 여자의 치맛바람에 선택을 바꾸기 일쑤이니 말이다.
그 덕에 황위 계승권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곧 죽을, 또는 곧 죽어야 할‘황제’의 자리를 누가 대신할지 확실히 하기 위해서.
‘그래도, 율시스가 먼저 말을 꺼낸 건 좀 수상하군.’
함께 신성국에 다녀온 사이인지라, ‘검성’이라는 존재에 대해 소극적일 만도 한데 말이야.
‘자신의 정치적 입장 때문에 방조한 건가?’
그게 아니면…….
– ‘율시스를 조심해라.’
문득, 칼드락의 조언이 떠올랐다.
제 4황자 율시스를 조심하라는 그의 말이.
“아니겠지요.”
“예?”
“아니, 혼잣말입니다.”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그건 그렇고, 골치 아프게 됐다.
아직 총대주교가 정리되지 않은 시기인지라 검성이 제국에 들어왔을 때, 테넬론이 노발대발할 수가 있다.
자신의 눈에 상처를 낸 가증스러운 놈을 당장 죽이라고.
정신 나간 지금의 테넬론이라면 그런 명령을 내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터.
‘테넬론이 명한 비숍 임명식은 3일 후.’
그전에 총대주교를 죽인 뒤, 집중된 이목이 잠잠해질 때까지 ‘여명회’를 조용히 놔두면 되는 일이다.
‘검성’과의 결착은 그 이후.
어차피 검성 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떠한 행동을 할지도 감이 안 잡히니.
‘총대주교’의 일을 끝낸 뒤 어떻게든 떠보도록 해야겠군.
“감사합니다, 칼리나 경. 그런데, 이런 기밀을 저에게 알려드려도 되는 건지요?”
“저와 선생님 사이잖아요.”
히히, 하고 칼리나는 작게 웃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대고, ‘누구세요?’라고 말하면 그것도 실례인 것 같다.
“그런데, 검성이…….”
말을 내뱉은 도중, 불현듯 이상한 점을 느꼈다.
‘하이든 라이히’를 ‘스승’이라고 호칭하지 않는 내 자신에 대한 의문이다.
본래라면, 입술을 꽉 깨물고 ‘스승’이라는 호칭을 내뱉었을 터인데.
“언제 제도로 올 것인지는 들은 것이 있습니까?”
이제 막 들은 이야기니까, ‘비숍 임명식’이 있는 3일 후보단 미래의 일이 되겠지.
“출발한 지는 꽤 돼서 내일쯤이라는 말을 들은 것……. 선생님?”
난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도움 안 되는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