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as the Perfect Narrow-Eyed Villain RAW novel - Chapter (210)
완벽한 실눈 악역을 연기하다-210화(210/300)
210화. 시시한 결착(2)
갑작스레 시작된 여명회의 비숍 사냥.
그 타겟은 단순히 ‘비숍’들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 전부를 칭하는 것이었다.
즉, ‘아크 비숍’인 엘레노아 또한 그 사냥의 대상에 들어간다는 소리.
“크, 크으으윽…….”
하지만, 음(蔭) 원소의 마법사이자 몇 없는 5위계 ‘바르고’의 지위를 꿰찬 그녀는 쉽사리 당해줄 생각이 없었다.
덤벼든 교단원들을 모두 쓰러뜨린 그녀는 신음을 내뱉는 남자를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그 후, 성큼성큼 걸어가 그들의 가슴팍에 있던 징표를 떼어냈다.
‘마기.’
뱀이 똬리를 튼 징표. 그것엔 명백하게 마기가 흐르고 있었다.
다만, 일반적인 ‘마기’는 아니다. 주술적인 조치를 취한 덕분에 더욱 인간에겐 민감하게 작용하는 ‘마기’였으며, 동시에.
‘겐멜 수도원으로 잔재사념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어.’
누구의 의도가 들어갔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주술이었다.
‘최근, 수도원에 출입하지 못하게 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어.’
성물, 마신성에 ‘잔재사념’을 주입해 보다 힘을 강하게 빚어내기 위해서.
‘테넬론.’
총대주교의 이름을 속으로 생각하며, 엘레노아는 다시금 쓰러진 교단원들을 쏘아보았다.
이전까지 ‘여명회’에서 모은 ‘잔재사념’과 이번 기회에 확보하는 ‘잔재사념’. 이것들을 모두 모은다면, ‘삼각(三角)’ 수준의 데몬을 생성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정도로 이런 소란을 일으킨 것은 터무니가 없는 일이었다.
‘삼각 데몬은 유리안 경 혼자서도 해치울 수 있는 수준인데.’
엘레노아는 사념에 잠겼다.
‘혹시, 다른 수가 있는 건가?’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던 총대주교가 이렇게 과격한 수를 둔 것엔 의문이 생겼다.
비록,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이해하지 못할 행보를 걷긴 했다만 그건 ‘여명회’ 내부에서의 일이지 외부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엘레노아 경, 괜찮으십니까!”
기괴할 정도로 이상한 총대주교의 행동에 의문을 품던 엘레노아는 갑작스레 달려온 펠코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 후, 엘레노아는 펠코르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지금 자신을 습격한 ‘교단원’들 중, ‘몬시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비숍’이 되고 싶은 이들은 잔뜩 있을 테니 말이다.
‘이 꼴이 된 여명회에 비숍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어찌 되었든, 엘레노아는 펠코르의 목을 자세히 보았다.
“저, 저는 징표가 있는 게 아닙니다! 유리안 경의 명으로 엘레노아 님을 도와주러 온 겁니다.”
“유리안 경의 명으로?”
“예!”
그 말에 엘레노아는 펠코르의 얼굴을 한 번 살펴보더니, 생각했다.
“엘레노아 경뿐만이 아니라, 핀텔의 사병을 다른 비숍들을 보호하기 위해 돌린다고 하더군요.”
이어지는 펠코르의 말에 엘레노아는 헛웃음이 나왔다.
‘이번 기회에 자신의 지위를 확실히 잡아둘 생각이네.’
지금 총대주교의 행보는 이해할 수 없긴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그의 수명이 머지않았다는 것.
총대주교의 자리가 빈다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누군가’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거야 원, 한 방 먹었구먼!”
엘레노아가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찰나, 호탕한 목소리가 하나 끼어들었다.
자신의 저택에 사람을 이리도 많이 들이는 것에 불만이 있었으나, 엘레노아는 별 투정 없이 들어온 무리를 쳐다보았다.
“콜파란 경.”
비숍 콜파란과 그를 보필하는 몬시뇰, 알 하사르.
교단원들이 침입하는 바람에 결계가 무용지물이 되었으나, 그나마 남아있는 ‘마나의 티끌’을 긁어보니 주변에 콜파란의 사병이 배치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순한 의도가 있나?
잠시 그리 의심했으나, 곧 ‘아크 비숍’인 자신을 처리하기 위해 온 것이었더라면 사병들을 밖에 배치해두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미친 엘레노아였다.
“늦으셨네요. 아무래도, 비숍들에게 빚을 지게 하는 건 무리일 듯싶습니다.”
그렇다면, 이 소란을 틈타 ‘비숍’들을 보호하며 그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속셈이겠지.
과격하진 않다만 능구렁이 같은 행동이었다.
“나보다, 유리안의 행동이 더 빨랐군.”
끌끌거리며, 콜파란이 하얗게 탈색된 자신의 수염을 쓸어 넘기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테넬론. 그 멍청한 놈은 왜 이런 짓을 저지르고 있단 말이냐?”
“저도 그게 궁금하네요.”
“‘목소리’에 의존하더니, 드디어 정신이 나갔구먼.”
다시 한 번 끌끌거리는 콜파란.
“나로선, 그 목소리가 뭔지 도통 알 수 없다만 말이야.”
그리 말하곤 콜파란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콜파란 경께선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런 자네는 어떻게 할 겐가?”
콜파란의 물음에 엘레노아는 펠코르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상황이 어떻게 끝나는지, 지켜봐야겠죠.”
“끌끌, 나도 똑같다네. 다만, 혹시 모를 일이 있으니 제도를 떠날 채비도 해야겠지.”
혹시 모를 일.
거기에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엘레노아도 알고 있다.
여명회의 전신이 세간에 드러나는 것.
그 탓에 자신의 정체도 들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니 말이다.
***
점멸하듯, 깜빡거리는 시야의 끝에서 하이든은 자신의 손에 묻은 붉은 피를 쫓았다.
‘마기’가 짙게 느껴지는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었다.
‘딱 좋군.’
그런 자신의 피를 보며, 하이든은 오히려 괜찮다는 생각을 품었다.
“스승님, 괜찮으세요?”
“린네야, 내 부탁이 하나 있다.”
자신의 안부를 묻는 린네에게 하이든은 곧장 입을 열었다.
결의가 느껴지는 태도에 처음엔 린네의 두 눈엔 당혹감이 서려 있었으나, 이내 흔들림은 잠잠해졌다.
“예.”
“나를 겐멜 수도원까지 부축해다오.”
“그곳에 여명회의 우두머리가 있는 건가요?”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하이든을 보며, 린네는 그를 부축하기 시작했다.
한 발, 한 발.
나아갈수록, 린네는 실감이 되었다.
스승이 곧 죽는다.
지금까지 멀쩡한 척을 하고 있었을 뿐, 이 몸은 이미 썩어 문드러졌다고.
“왜 이렇게 된 걸까요.”
겐멜 수도원이란 곳에 도착한다면, 그땐 정말로 스승을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 “가족을 잃었나 보구나. 나도 너와 같다.”
비록,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밟고 있으나 린네에게 하이든은 제2의 아버지와 같다.
– “따라올 테냐? 말리진 않으마.”
그런 자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으니, 저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
‘마신성’의 효과가 통하지 않아, 당황하는 테넬론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난 곧장 땅을 박찼다.
‘쓸데없는 일을 저지르기 전에 끝장을 낸다.’
아무래도, ‘마신성’으로 인한 ‘강제 데몬화’만 막을 수 있을 뿐 부가적인 효과까지 무효화할 수 있는지는 확신이 없다.
그러니, 속전속결로.
테넬론의 목을 베어 끝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탓──!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자, 가면을 벗어 흉측한 테넬론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월광검〉을 활성화한 뒤, 곧장 테넬론의 목을 베어내기 위해 내지르자 녀석의 손이 ‘월장검’의 도신을 붙잡았다.
“윽……!”
치이익──!
매캐한 연기와 함께 타오르는 듯한 소리가 월장검으로부터 들려왔다.
당황한 난 즉시, 발로 테넬론의 몸을 박찬 뒤 뒤로 물러섰다.
‘뭐냐 이건.’
거리를 벌리고 월장검을 한 번 살펴보았다.
달을 품은 것 같다는 이유로 ‘월장석’이란 이름이 붙은 보석. 유리안의 기괴한 미적 감각을 충족시켜주던 보석검엔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아있었다.
‘부식인가.’
순간, 짜증이 날 뻔했다. 어떻게 사고, 어떻게 마련한 검인데!
그걸 손상시키다니, 편하게 죽을 생각은 하지 말아라 이 자식아.
‘위험하군.’
그런 사적인 감정을 떠나, 테넬론의 손에 닿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마신성의 부가적인 능력인가?’
아마도, ‘성물’에 담긴 잔재사념을 극한까지 압축해 손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분명 신체에 닿는다면 순식간에 부식이 일어나, 영구적인 손상이 남을 터.
“왜냐, 왜 데몬화가 진행되지 않는 게지?”
테넬론은 내가 ‘마신성’의 효과에 당하지 않은 탓에 여전히 당황하고 있는 모양이다.
임마, 나도 너처럼 〈그릇〉이다. 심지어 보다 상위 특성이 되었으니 통하겠냐?
크륵──.
한 번의 합을 나누자, 몸속에선 ‘안젤리카’가 꿈틀거리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정체를 숨기기 위해 몸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았으나, 지금은 딱히 의미도 없을 터.
‘어차피 테넬론은 여기서 죽는다.’
내 비밀을 안고 말이다.
“설마, 그건 데몬……?”
내 몸을 휘감으며 등장한 ‘안젤리카’를 보더니, 테넬론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알아서 뭐 하게.
그런 생각으로 답도 하지 않은 체 다시금 자세를 고쳐잡고 있자니, 테넬론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렇군, 그래서 데몬화가 진행되지 않은 건가.”
대답을 해주지 않으니, 테넬론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안젤리카랑 ‘마신성’의 효과가 통하지 않은 건 딱히 관계가 없어 이놈아.
“힘에 미친 네놈이 뿔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군! 애초에 데몬을 기르고 있었으니, 필요도 없었던 게야!”
순서가 잘못됐다.
그 당시엔, ‘안젤리카’는 기르고 있지 않았어.
“테넬론 경이 이렇게 감정 표현을 잘하시는 분이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헛소리를 연신 입에 담는 테넬론을 무시하고, ‘월광검’이 깃든 도신에 안젤리카를 두르기 시작했다.
===
⇒ 〈월광검〉이 〈월식〉에 돌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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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안젤리카’로 도신을 감는다면, 부식에 당할 일도 없겠지.
아마도, 테넬론의 손에 닿아서 생기는 현상은 마신성에 쌓은 ‘잔재사념’이 원인일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 데몬을 없앤다면 네……!”
계속해서 입을 여는 테넬론에게 순식간에 접근한 난 녀석의 복부에 검을 내질렀다.
푸욱──!
피부를 꿰뚫고, 도신이 박히자 붉은 피가 한 움큼 녀석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끔찍한 얼굴이 피칠갑을 하니, 더 못 볼 지경이다.
“네, 네놈을 죽이는 건 일도 아니겠지!”
아니, 아직도 말이 안 끝났단 말이야?
그런 의문을 품던 찰나, 테넬론은 양손으로 ‘월식’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멍청하군.’
‘안젤리카’를 두른 순간, 월장검이 부식으로 손상될 가능성은 없어졌다.
===
⇒ 성물 〈마신성〉의 영향으로 〈월식〉이 해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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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마신성’에서 소름 끼치는 빛이 흘러나왔고 테넬론의 손에 깃든 ‘잔재사념’과 동조하기 시작했다.
‘뭐!?’
녀석의 목적은 ‘월장검’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월장검’의 표면에 두른 ‘안젤리카’가 바로 테넬론의 목적이었다.
쿠르륵.
안젤리카가 내게 애교를 부릴 때와 비슷한 목소리가 한 차례 들리더니, ‘월장검’에 들러붙었던 검은 그림자는 점차 ‘마신성’이 있는 곳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개의 창이 더 눈앞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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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성, 〈안젤리카〉가 특성에서 제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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