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as the Perfect Narrow-Eyed Villain RAW novel - Chapter (229)
완벽한 실눈 악역을 연기하다-229화(229/300)
229화. 결속(2)
병든 자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의에서 벗어나, 여명회의 그늘에 들어오다니.
가슴아픈 이야기다.
그래도, 이 가슴 아픈 사연을 난 이용해야만 한다. 물론 론델이 안고 있는 문제는 해소시켜주긴 하겠다만.
‘지금은 아니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론델의 아들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테넬론이 ‘마신성’을 가지고 유혹을 했다는 것은 자기가 보기에 해결할 수 있기에 그런 것이겠지.
‘지금의 난 그 힘의 파편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확신이 든다.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걸 확인한 뒤.’
엘레노아를 불러 공을 그녀에게 넘긴다. 그럼 그녀 나름대로 ‘신 여명회’의 지지 세력이 생기겠지.
그렇게 된다면.
‘넘긴다.’
무조건.
그런 생각으로 론델에게 불치병에 걸렸다는 아들의 위치를 물었건만.
‘왜 무서워하는 건데.’
론델의 머리 위로는 ‘보라색’ 아지랑이가 심하게 일렁거렸다.
공포의 색이다.
그게 왜 떠올랐는지, 조금 고민해보니 알 것 같다.
“크흠.”
이제는 익숙해졌다. 당황하긴 했지만, 쉽게 대처할 수 있다.
“유리안 경께서 현재 자네의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았느냐 론델.”
“……그러니까, 난 지금 협박을 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핀텔.”
“무엄한 놈!”
갑작스레 들고 있던 지팡이로 땅을 한 번 내리치더니, 핀텔은 두 눈을 날카롭게 떴다.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론델! 어서, 유리안 경의…… 음!?”
이 자식 왜 급발진을 하는 거야.
황급히 핀텔의 행동을 막자, 녀석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정중하게 뒤로 물러섰다.
“협박하는 게 아닙니다. 혹시,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인지 이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날 믿어다오.
그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며, 진솔한 눈으로 론델을 쳐다보았다.
생각해 보니, 이 실눈에 감정이 내비칠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정말…… 입니까?”
“예, 황실에 맹세코 말입니다.”
황실에 대한 맹세.
내 개인적으론 아무런 의미도 없다만, 다른 사람의 시점을 빌리면 조금이나마 안심이 될 말이다.
“……알겠습니다.”
다행히도 론델은 수긍해주었다. 탐탁지 않은 얼굴을 했지만, 그럼에도 큰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모양이다.
그게 아니면, 음흉한 ‘실눈’이 한 말도 믿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간절하던가.
론델이 앞장서서 걷자, 나와 핀텔이 그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널찍한 그리아슨 저택의 복도를 넘어, 우리가 도착한 곳은 이 저택 내에서 가장 커 보이는 침실이었다.
“이곳입니다.”
안내에 따라 그 침실의 안으로 들어서자, 안쪽에서 기묘한 무엇인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기로군.’
데몬이 품고 있는 마기.
그것이 침실의 안쪽, 정확히는 침대에 누워있는 작은 소년에게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제 아들, 가른델입니다.”
적당히 한 귀로 흘리며, 침대에게 다가가려던 찰나 뒤에서 론델이 내 어깨를 부여잡았다.
“무,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유리안 경?”
“놔라 론델! 유리안 경께서 다 생각이 있으실 거다!”
윽박지르는 핀텔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하자, 그는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넌 임마, 좀 조용히 해야 해.
“테넬론이 아드님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설득했군요?”
내 물음에 론델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가른델이라는 소년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마신성’의 힘이 필요하다.
‘데몬이 기생하고 있군.’
기생형 데몬.
일전에 자하트의 아들이 당했던 그 녀석이다.
이번 녀석의 경우, 그 힘이 작은 나머지 육체를 빼앗는 것까진 할 수 없어 보이나 이대로는 마기에 골병이 들어 죽어갈 수밖에 없다.
‘자하트를 데리고 오지 않길 잘했군.’
이 광경을 봤다면, 평정심을 잃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유리안 경.”
내가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차, 론델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아까까지 보이던 ‘공포’의 색은 머리에서 떨쳐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한 발 다가와 입을 연 것이다.
“유리안 경의 손에서 해결하실 수 있는 문제십니까?”
겁을 먹은 것치곤 강한 어조다. 내가 ‘아니다’라고 답한다면, 이 자리에 오게 만든 것을 질책할 셈인 모양이다.
‘가능하지.’
이 정도면 가능할 것 같다.
“글쎄요, 잘 모르겠군요.”
다만, 치료를 하는 것은 지금이 아니다.
‘이 소년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엘레노아가 해야 할 일이니까.’
정확히는 그녀를 부르고 난 뒤, 해결해 그 공을 엘레노아에게 덧씌우는 것이다.
“그 말씀은……?”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이렇게 봐선, 아무것도 모르겠군요.”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소란을 일으켜놓고선, 내게도 해결할 수단이 없다는 것을 알자, 론델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그렇게 말씀하실 것이면서, 왜 이런 소란을 일으키신 겁니까?”
“말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론델!”
“닥쳐라!”
핀텔 녀석, 또 또.
그렇게 둘을 중재하기 위해, 난 옷매무새를 한 차례 매만졌다.
여기가 중요하다. 절망감에 쌓인 론델.
‘마신성’이 존재하지 않게 된 지금 아들의 병을 고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
이럴 때, 타개책을 안겨주는 것이다.
‘엘레노아라는 타개책을 말이지.’
병을 해결한다면, ‘신 여명회’ 내부에서 엘레노아의 입지도 공고해질 터. 그렇다면, 내가 발을 빼기 좋은 환경이──.
‘응?’
슈르륵──!
그때, 내 몸에서 작은 그림자 하나가 뻗어나가더니 침대에 누워있던 가른델이란 소년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그게 ‘안젤리카’의 파편이라는 것은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뭐, 뭐 하는 거냐 너.’
순간, 내 계획이 어그러졌다는 걸 직감했다. 침대에 들러붙은 안젤리카가 미소를 짓는 듯한 느낌이 든 것도 잠시.
“키아아아아아악!”
가른델의 입에서 괴성이 쏟아져나왔다.
“가, 가른델!?”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었던 탓인지, 가느다란 팔을 허우적거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소년. 그런 가른델의 자해에 가까운 행위를 멈추기 위해 론델이 달려와 그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지, 진정하거라 가른델! 대체 왜 그러느냐!”
끼이이이익──!
이번에는 짐승이 우는 듯한 괴성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젠장, 안젤리카!’
나는 침대 아래에서 킥킥거리는 안젤리카를 한 번 쳐다보았다.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던 찰나, 가른델의 입에서 점액질의 무엇인가가 튀어나왔다.
“가른델!”
안젤리카, 너 요즘 왜 그러니 대체!?
당황하는 론델을 뒤로 하고, 난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어 휘둘렀다.
철퍽──!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월장검에 들러붙은 점액질. 녀석은 잠시간 꿈틀거리더니, 이내 회색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대체 무슨 일이……?”
정신을 잃곤 제 몸에 기댄 가른델을 보며 론델이 묻자, 난 월장검을 한 번 털어낸 뒤 도로 검집에 집어넣었다.
‘기생형 데몬.’
방금 내가 베어낸 것은 가른델이란 소년이 병상에 드러눕게 된 원인인 기생형 데몬이다.
데몬을 베어냈으니, 문제는 해결되었다. 정신을 차린다면, 지금보단 몸 상태가 나아질 것이며 차후 일반인에 가까운 상태가 되겠지.
‘어…….’
하지만, 그래서 내게 문제다.
이 ‘질병’을 해결하게 되는 것은 엘레노아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내가 발을 뺀다는 원대한 계획을 이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무심코, 검을 휘두른 것이라.”
난 모른다고 발뺌했다.
아직 소년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으니, 재빨리 엘레노아를 데려와 모종의 퍼포먼스만 해준다면 괜찮지 않을까?
그래, 그렇게 하자.
“아…… 버지?”
X발 되는 게 없어요.
***
“가른델!”
정신을 차린 아들, 가른델을 껴안으며 론델이 흐느끼는 모습을 보자, 핀텔은 무안한 나머지 헛기침을 내뱉었다.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론델.”
핀텔은 알고 있다. 갑작스레 론델의 아들이 정신을 차린 이유를.
‘유리안 경께서 질병을 치료해주신 거다.’
멍청이가 아닌 이상, 알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핀텔은 조금 더 머리를 굴려 현재 유리안이 가진 ‘능력’에 대해서도 유추할 수 있었다.
‘론델의 아들이 겪고 있던 질병은 일반적인 것이 아닌, 데몬의 것이라는 것.’
그렇기에 테넬론이 마신성을 이용해 론델을 여명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미끼를 던진 것이겠지.
‘그런 질병이 갑작스레 유리안 경이 모습을 비춘 것만으로 해소되다니.’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좋은 타이밍에 우연이 일어날 리 없다.
‘유리안 경께서 마신성의 힘을 얻으셨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유리안이 조성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리안 경께서 날 이곳에 대동하신 이유를 깨달았다.’
‘마신성’의 힘을 보유하게 된 경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유리안이 자신을 대동하고 론델을 만난 이유, 핀텔은 그것을 깨닫고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야, 유리안 경이 네 아들을 보자 한 이유를 알겠느냐?”
자신 있는 그의 어투를 듣자, 론델은 핀텔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이윽고 유리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단순히, 병리를 확인하기 위함이라면 이렇게 직접 보지 않고 전해 들어도 되는 일이었다.”
“굳이…… 보려고 했던 이유는…….”
론델의 중얼거림에 핀텔은 혀를 한 번 차더니 답했다.
“유리안 경께선 전 총대주교 테넬론처럼 치졸한 약조로 누군가를 얽맬 생각 따위 하지 않으신다.”
자신을 이 자리에 부른 이유.
그것은 ‘기적’을 일으켜 보일 테니, 그 ‘기적’을 통해 론델의 마음을 사로잡으라는 소리일 것이라고 핀텔은 생각했다.
“너에게도 선택지를 주기 위해, 유리안 경께선 이 자리를 찾아오신 것이다.”
‘테넬론’이 총대주교일 당시, 론델이 ‘여명회’에 들어서게 된 이유는 ‘협박’ 아닌 협박 탓이었다.
“어떻게 할 게냐? 떠나도, 유리안 경께선 잡지 않으실 거다. 심지어 추격자를 보내지도 않으실 테지.”
하나, 지금은 다르다.
‘기적’을 본 순간, 론델은 ‘타의’가 아닌 ‘자의’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선택은 오롯이 너의 것이다.”
핀텔의 말을 듣던 론델은 유리안을 향해 한 쪽 무릎을 꿇으며 답했다.
“아들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리안 경.”
테넬론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충의.
“앞으로 유리안 경의 뜻이 제 뜻이 되도록, 이 몸을 불사르도록 하겠습니다……!”
유리안은 ‘협박’과 ‘협상’, ‘자기 안위’로 사람을 불러들이지 않는다.
나비가 꽃을 찾듯.
사람 자체가 사람을 불러들이는 사람이라고, 핀텔은 생각했다.
‘유리안 경이 원하신 바는 이게 맞으시지요?’
속으로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핀텔은 유리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평소처럼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그는 핀텔을 보며, 생각했다.
‘너…… 너 이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