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as the Perfect Narrow-Eyed Villain RAW novel - Chapter (232)
완벽한 실눈 악역을 연기하다-232화(232/300)
232화. 마피아 게임(1)
유리안의 등장과 함께 원탁회의를 위해 모인 비숍들은 대화를 일제히 멈춘 뒤 숨을 죽이고 유리안을 쳐다보았다.
그에 대한 시선은 가지각색이었다.
누군가는 동경심을.
누군가는 신뢰를.
누군가는 언짢음을.
그럼에도 모두의 신경은 유리안에게 쏠려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아무리 부정해도, 그가 현재 ‘총대주교’에 제일 가까운 존재이며 이 자리에서 가장 큰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은 명백했으니 말이다.
“그럼, 앞으로 신 여명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 의논하도록 하지요.”
자연스럽게, 유리안이 이야기를 주도하게 되었음에도 비숍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전에 우베론 경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군요.”
불쑥, 유리안은 우베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모든 비숍들의 시선도 그에 따라, 우베론에게로 집중되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점에 대해서 말입니다.”
유리안의 말에 우베론의 얼굴엔 웃음꽃이 맺혔다. 자신을 좋게 봐주었다는 생각에 헤픈 웃음이 절로 나온 것이다.
‘어리네요.’
‘어리구만.’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얼굴에 드러났다는 점에서 엘레노아와 콜파란은 속으로 혀를 찼다.
“벼, 별것 아니었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힘을 쓴다. 우리 하이닉스 가문의 가언이니 말이야.”
짧은 말투에 핀텔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으나, 그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눈치를 챈 유리안이 가만히 있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뇨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대주교가 죽고, 결속력이 떨어진 저희를 다시 한곳에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신 것 아닙니까?”
“으, 음?”
희미한 웃음이 유리안의 얼굴에 맺혔다. 그걸 본 우베론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 그렇지.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게 되겠지.”
어리군.
엘레노아는 다시 한번 우베론을 보며, 생각했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했지만, 결국 유리안이 우베론에게 내준 것은 없다. 그저, 한마디의 말로 그의 환심을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신 여명회의 존속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숨기지 못하는 우베론의 웃음을 뒤로 하고, 유리안은 이야기의 흐름을 바로 잡기 위해 엘레노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총대주교가 죽은 지금 대외적으론 제일 높은 계급의 간부. 그녀가 이야기를 진행해주길 유리안이 원하는 모양이다.
“지금 저희 신 여명회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중심을 잡아줄 기둥. 우두머리의 존재에요.”
엘레노아의 말에 모두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우두머리’를 선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자리에 모인 비숍 여러분들의 의견을 모아, 차기 총대주교를 선별하려는 과정을 밟아보려고 합니다만.”
이번에도 비숍 모두가 긍정의 뜻을 눈에 담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눈동자에 담긴 감정들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드디어 이날이 왔군! 유리안 경께서 옥좌에 앉기 위한 한 걸음이 말이야. 나, 핀텔과 오브라딘 가문은 유리안 경의 뜻을 이루기 위한 수족이 될 뿐이다.’
누군가는 내정된 대상의 칭송을.
‘끌끌, 이걸로 총대주교의 자리는 멀어졌지만 아직 기회가 없는 건 아니지. 여전히 유리안에 반대하는 비숍들은 있으니 말이야.’
누군가는 음습한 욕망을.
‘…차기 총대주교는 내정된 상태. 하지만, 그가 콜파란의 말대로 마신성을 보유한 것이라면….’
누군가는 불안을.
‘이런 자리에서 날 치하하다니! 이대로 좋은 모습을 몇 번 더 보이면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어!’
누군가는 그저, 앞날에 대한 희망을.
그러는 와중에도 비숍 대부분의 감정엔 특정한 인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바로, ‘차기 총대주교’로 내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리안 크라이파트 프라손. 그다.
그는 퍼져있는 감정들을 눈으로 쫓으며, 히죽 웃었다.
‘절대 안 한다.’
차기 총대주교.
그는 내정(內定)을 부정하고 있었다.
***
“…그럼, 이 의논을 끝으로 유리안 경은 차기 총대주교로 임명되었습니다.”
짝짝짝──!
엘레노아의 말과 함께 비숍들은 모두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당연히도 내정된 이야기를 토대로 진행된 ‘차기 총대주교’ 선출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실 이런 자리가 마련된 이유는 ‘차기 총대주교’인 유리안이 비숍들을 둘러보며, 충성심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에 불과하다고 모두는 생각했다.
“임명식의 날짜를 잡아두는 게 좋겠네요. 이 소식을 다른 교단원들도 알아야 할 테니까요.”
“날짜를 미룰 필요가 없는 사안이긴 하지. 근시일 내로 잡는 게 좋을 게야 끌끌.”
당연한 결과에 부정을 품는 비숍은 존재하지 않았다. 설령, 품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자리에서 소신을 밝힌다는 것은 자살에 가까운 행위였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모두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자리에서 일어난 유리안이 한마디 내뱉었다.
당연히도, 모두의 이목은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사실 이런 자리를 빌려 하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전 총대주교인 테넬른 경께선 교단을 제대로 이끌었다는 생각은 하기 힘들지요.”
모두가 쉽게 이야기를 집중할 수 있도록, 유리안은 테넬론이 밟아온 행보에 대해 의견을 냈다.
“기초적인 틀은 잘 잡아두려고 했으나, 결국 자신이 잡은 틀을 부숴버린 것도 테넬론 경이었으니 말입니다. 죽기 직전, 그가 밟아온 길은 우리가 알던 총대주교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 말대로, 테넬론은 죽기 직전 귀신에 씌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상한 행보를 보였다.
충성의 증명이라며, 교단원들을 무심히 죽였고.
비숍 사냥이라는 알 수 없는 선택까지.
이해할 수 없는 노선은 총대주교에 대한 비숍들의 신뢰를 부수기엔 충분했다.
“그가 아크 비숍이었던 시절엔 이런 일이 없었지요. 어쩌면, 총대주교가 된 이후부터 테넬론의 정신은 어떻게 된 것 같더군요.”
“끌끌, 총대주교란 말은 결국 자리일 뿐이야. 테넬론이 그렇게 된 건 본래 그런 쓰레기라서 그런 것이지.”
이전부터 ‘테넬론’을 안 좋게 보던 비숍, 콜파란은 신랄하게 테넬론을 비판했다.
“그 말도 맞습니다. 본래부터 정상에선 벗어난 인물이지요.”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니야?
몇몇 비숍들은 그런 말이 턱 밑까지 치고 올라왔으나, 겨우 참아냈다.
자리에 모인 비숍들 중, 유리안과 정직하게 시선을 마주할 수 있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미 죽은 사람에 대한 평가는 시시콜콜할 뿐이지.”
노장인 콜파란.
“예, 여명회… 아니, 신 여명회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욱 건설적이겠죠.”
아크 비숍인 엘레노아.
“어떠한 선택을 하시든, 저희는 유리안 경의 명을 따를 뿐입니다.”
충신인 핀텔 뿐이다.
각자, 유리안을 도우며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낸 자들이다.
유리안이 ‘차기 총대주교’가 된 이상, 이들의 권력은 일반적인 비숍들을 상회할 것이라고 모두 짐작하는 바였다.
“그럼, 차기 총대주교로서 여러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분명 이곳에서 나눌 이야기 또한 미리 상의해두었을 것이라고 비숍들은 생각했다.
“끌끌, 감사문이라도 돌릴 생각인가?”
“별것 아닙니다. 총대주교 직을 사퇴한다고 말하려는 겁니다.”
“음음, 사퇴문 정도라면 돌릴 수 있지. 나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던 콜파란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유리안을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잠잠했던 회의장의 분위기도 점차, 당혹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다, 다시 말해주겠나 유리안?”
“총대주교 직을 내려두겠다고 말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나머지, 콜파란은 코웃음을 쳤다.
유리안.
그가 이런 퍼포먼스를 통해 원하는 것을 취하는 성격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돌발 행동을 할 것이라면, 미리 상의라도 해두었어야 했거늘.
‘쯔쯧, 분명 충신인 핀텔에겐 말해두었겠지.’
콜파란은 핀텔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핀텔은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으로 유리안을 쳐다보고 있었다.
‘…네놈도 몰랐던 게냐?’
***
여명회의 총대주교 직.
이걸 내가 이어받는 순간, ‘여명회’는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이 된다.
모두가 내게 책임을 요구하고, 세간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이단’이라는 딱지가 붙겠지.
‘여명회의 총대주교.’
내 근심의 원인.
그런 근심을 없애기 위해선?
‘총대주교 직을 없앤다!’
문제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니, 해결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간단하게 ‘문제’를 없애버리면 된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십니다 유리안 경!”
차기 총대주교 직을 내려놓자, 핀텔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발했다.
올 것이 왔구나. 네놈은 날 막아설 줄 알았다.
난 핀텔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런 자리에서도 그런 말을 하냐는 듯한 표정. 어쩐지, 눈물이 맺힌 것 같았지만 별수 없다.
“지금 신 여명회를 이끌 우두머리는 유리안 경, 당신밖에 없습니다!”
“저도 이 말은 부정하지 않아요, 유리안 경.”
울분에 찬 핀텔의 말에 힘을 보태는 것은 다름 아닌 엘레노아였다.
그녀는 시니컬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으나, 평소보다 당황스러운 기색이 담겨있었다.
“누군가는 총대주교를 맡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가장 신임받는 자여야만 하구요.”
“그 한 명의 누군가 때문에 비숍 사냥이 일어났습니다 엘레노아 양.”
하지만, 엘레노아의 의견 정도는 쉽게 묵살할 방법이 있다.
그녀가 중요시하는 것은 ‘여명회’의 본질. 그리고, 정통성.
“이전 총대주교가 그런 폭주를 하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여명회의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 그리 생각합니다.”
“아….”
내 말을 들은 엘레노아는 무엇인가 떠오른 듯, 탄식을 내뱉었다.
나머지는 그녀가 말해줄 것이다.
“최고 권력을 분립해야만 한다. 유리안 경께선 그리 말하고 싶으신 게로군요?”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