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as the Perfect Narrow-Eyed Villain RAW novel - Chapter (242)
완벽한 실눈 악역을 연기하다-242화(242/300)
242화. 인정(2)
아인하드 윈 솔베른.
제국 사대 가문 중 하나인, ‘마법의 솔베른’에 소속된 그는 눈앞에 보이는 큰 문제를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유리안 크라이파트 프라손.
황실 전속 기관인 ‘감은 눈’의 전신이자, 크라이파트 가문의 아픈 손가락인 그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으음…….’
사실 그가 가문의 종양이라든지.
황실의 미친개이자, ‘웃는 처형대’라는 둥 안 좋은 소문이 떠도는 것에 대해 아인하드는 딱히 개의치 않았다.
‘혈통’에 대해 다른 순혈주의 마법사들만큼 강한 공감을 갖고 있는 그였으나, 그 잣대를 ‘마법사’가 아닌 자에게도 겨눌 만큼 아인하드는 틀에 박힌 남자가 아니다.
‘마법사는 위대하니까.’
그 틀이 다른 사람들과 다를 뿐.
‘과거, 마탑의 마법사들은 모든 생활에 도움 되는 마법들을 만들었다.’
연구비를 명목으로 황실에 손을 벌릴 일도 없었으며, 귀족들의 눈총을 살 일도 없었다.
심지어 ‘기사’들은 마법사들을 상대로 시선을 올릴 수도 없었으며, 늘 깔려 살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시대는 달라졌다.
여러 시스템이 정립하고, 동시에 ‘검성’을 위시한 기라성과 같은 기사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점차 입지가 좁아졌다 말할 수 있겠지.
그런 상황에서 아인하드는 과거를 꿈꾸었다. 조금 더, ‘마법사’들이 활동하기 좋았던 시절을.
‘마법사를 다시금 위대하게!’
그게 바로, 아인하드가 품은 생각이었다.
‘마법사를 더욱 위대하게!’
그렇기에 아인하드가 여명회에 입단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명회’는 ‘신 여명회’란 이름으로 바뀌었어도, 마법사들이 주축을 담당하는 단체였기 때문이다.
‘여명회’에 입단해 아인하드는 여러모로 만족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간부’들은 마법사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들을 토대로 마탑주로서의 인맥도, ‘마법사’들로부터 오는 자신감도 충족시킬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왜!’
마법사는 위대하다.
다시금 위대해져야만 한다.
그런 일념으로 아인하드는 살아왔고, ‘여명회’로서 활동하고 있었으나 현실이 그에게 다가왔다.
현 ‘신 여명회’에서 가장 큰 입지를 가지고 있는 자는 ‘아크 비숍’으로 소개된 마법사들이 아닌, ‘기사’ 유리안이었으니 말이다.
“협조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몬시뇰 아인하드 경.”
‘여명회’에 대해 나름 만족하던 아인하드는 갑작스레 찾아온 ‘불순물’에 인상을 찌푸릴 뻔했다.
물론, 티를 내진 않았다. 그는 ‘몬시뇰’이고, 눈앞의 유리안은 ‘비숍’이다.
심지어 ‘비숍’이라는 직위만 가지고 있을 뿐, ‘비선실세’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위치에 선 자다.
“유리안 경의 부탁이라면, 내 안 들어줄 수 없겠다만…….”
‘간부’의 지위에 들어서지 못한 자신은 여명회에서 내치는 것이 아닌, ‘지워버리는 것’도 가능한 남자란 소리다.
“들어줄 수 없다면, 협조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시 마법이 걸린 마도구들, 그 내용을 확인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 아니겠습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저장된 영상을 열람할 수 있는 건 황실에서 보낸 사람들뿐이라네.”
슬쩍.
아인하드는 유리안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공문이나, 명령서를 가져왔나? 그렇지 않다면 이쪽에선 협조해 줄 수 없어.”
“몬시뇰 아인하드, 제가 이렇게 부탁하고 있지 않습니까?”
안된다는 말을 덧붙였음에도, 유리안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몬시뇰’이란 직급을 입에 담으며, ‘여명회’에 소속된 인물이라는 것을 더욱 강조하기 시작했다.
‘으음…….’
알고 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배려를 하고 있는 지금 생각을 바꾸라는 뜻이란 걸.
그렇기에 아인하드는 더욱 곤란한 기식을 숨길 수 없었다.
‘플뤼겔 경께서 피습당한 건 알겠다만…….’
그 ‘피습’을 시도한 상대가 누구인지, 아인하드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마탑엔 불법으로 들어온 침입자를 방지하기 위한 마법들이 여러 개 설치되어 있다.
그런 마법들이 발동하지 않는 대상은 오롯이 ‘황족’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자들.
즉, ‘감은 눈’ 같은 황실 직속 기관이 아닌 ‘황제 산하’일 확률이 높다는 뜻.
‘빌어먹을.’
아인하드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기사’인 유리안에게 협조하는 것은 조금 부아가 치미는 일이었으나, ‘여명회’의 일로 치부한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에 얽힌 대상이 ‘황제’와 관계되었기에 아인하드는 쉽사리 운을 뗄 수 없던 것이다.
“……일단, 생각할 시간을 좀 주겠나?”
조금만 시간을 벌자. 아인하드는 그리 생각하며, 유리안을 쳐다보았으나 실눈의 남자는 미동도 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저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아인하드 경. 협조해 주지 않으신다면, 저도 나름의 대책을 진행할 수밖에 없지요.”
“나름의 대책이라면……?”
은은한 미소. 유리안의 입가엔 그것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을 보자 생각나는 인물들은 아크 비숍인 엘레노아와 핀텔. 그리고, 여러 ‘비숍’들과 ‘몬시뇰’들이다.
‘삼색(三色)’들이 마탑의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면, 나머지 ‘마법사 가문’들이 마탑의 축을 담당하고 있다.
‘여명회’의 비숍들 중, 그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자들이 잔뜩 있다는 것은 아인하드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크흠…….”
선택의 순간. 문득, 아인하드는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마법사’의 위대함을 증명하기 위해선, ‘황실’의 두려움을 고사하고 일을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백색’인 플뤼겔이 습격을 당한 것은 그만한 사안이었으니 말이다.
자존심이 긁히는 것은 그 안건을 문제로 삼은 것이 마법사도 아닌 기사 유리안이라는 것이다.
‘황족과 적대하고 싶진 않은 마음도 굴뚝 같다.’
으으.
아인하드가 신음을 흘리는 사이 유리안이 입을 열었다.
“마법사를 더욱 위대하게.”
자신의 신념과도 같은 말이다.
“지금, 현자인 플뤼겔 경께서 습격을 당했습니다.”
마치, 뱀처럼. 아인하드의 몸을 휩쓸기 시작한 말에 그는 쉽사리 눈길을 돌릴 수 없었다.
“저는 여명회의 일원으로서, 기사로서도 아닌 ‘마법사의 지인’으로서 당신의 앞에 있는 겁니다, 아인하드 경.”
미소를 짓고 있으나, 유리안의 말투엔 엄중함이 깃들어 있었다.
“마법사를 다시금 위대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읽혔다는 생각에 평소라면 소름이 끼쳤어야 정상이거늘, 아인하드는 홀린 듯 유리안의 말에 동조했다.
“마법사를…… 다시금 위대하게.”
***
멀쩡한 정신병자.
내가 ‘아인하드 윈 솔베른’이란 인물에 대해 이전부터 내리던 평가다.
인의에서 벗어난 일은 최대한 자제하지만, ‘마법사’의 명망을 되찾기 위해선 침착함도 내던져 버리는 인물.
어떻게 보면, ‘인간다운 에이든’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에이든이라.’
난데없이 에이든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게 된 이유는 ‘감시 마도구’의 관할을 ‘도나시엥 가문’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을 보기 위해선, ‘도나시엥 가문’의 협조가 필요했으며 가주, 또는 차기 가주에 상응하는 권력자가 아니라면 저장된 영상을 열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지금은 그 자리에 누가 있을지 궁금하군.’
그런 생각을 하며, 난 영상 보관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의외라고 하면 의외였고, 아니라고 하면 아닌 인물이었다.
“대체 왜 공문도 없이 영상을 보겠다고 한 건가요.”
아일린 드 도나시엥.
유리안과 같은 방계인 그녀가 ‘도나시엥 가문’의 대표로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이?”
살짝 당황스러운 나머지, 난 되묻고 말았다.
‘아일린’은 스토리 내에서도 주연이기는 했지만, 한 번도 ‘가주’의 자리에 올라가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도나시엥 가문’의 가주가 되었다는 것엔 당황을 금치 못했다.
“……무슨 뜻으로 한 말이죠?”
“아뇨, 훌륭합니다. 가주의 자리에 올라설 정도면 많은 노력을 하셨겠죠.”
“역시, 기분 탓이 아니었네요? 방계인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냐고 물어볼 생각이었죠?”
부정할 생각은 없어서 고개를 젓진 않았다.
“그렇게 됐어요. 후견자께서 절 좋게 봐주셔서 임시로 가주 노릇을 하게 되었는데, 다른 어르신들이 반대를 안 하게 되었죠.”
후후.
아일린은 짧게 웃음을 흘렸다.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에요. 어때요, 방계라도 할 수 있다는 걸 전 증명했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무엇인가를 더 말할 생각으로 보였으나 지금 어울려 줄 생각은 없다.
“아인하드 경의 허락을 받고 왔습니다. 이 시간대의 영상들을 열람할 수 있겠습니까?”
내 물음에 무시하는 거냐는 아일린의 표정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기 전에 헛기침을 하더니, 근처에 있던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직 플뤼겔이 피습당한 일은 극소수만이 알고 있다. 그 탓에 아일린은 플뤼겔이 당한 것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플뤼겔 경이 피습을 당했습니다.”
“그 노친…… 아니, 플뤼겔 경께서요!?”
방금 노친네라고 말하려 했던 것 같은데.
“맞을 짓은 많이 하셔도, 피습을 당할 정도로 녹록지는 않으신 분이라 생각했는데.”
“잠시, 결계를 해제하고 지팡이를 두고 가시는 바람에 무방비한 상태이시긴 했지요.”
“그래도, 그 플뤼겔 경을…… 상태는 어떠신가요?”
“생명에 지장은 없으십니다. 제자가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제자라는 말에 아일린은 무엇인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마이어가 치료를 하고 있나 보군요.”
“아는 사이십니까?”
“간간이 봤죠. 마법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인상이라 눈에 자주 들어왔는데, 그 재능은 또 범상치 않은지라…….”
크흠. 아일린은 헛기침을 한 번 내뱉었다.
“지금 집중하고 싶으니까, 말 걸지 말아주세요.”
네가 꺼낸 주제잖아 이 자식아.
“아.”
금(金) 원소를 이용해 거울을 어루만지던 그녀는 투명하게 떠오른 영상에 손가락을 대더니, 당황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이 시간대에 플뤼겔 경께서 계신 최상층에 오른 사람이 한 명뿐이에요.”
“누구입니까?”
아일린은 영상을 가리켰다. 비친 대상은 남자였다.
허리춤에 검을 찬 행색을 보아, 기사였으며 그 검집엔 황실의 인장이 박혀있었다.
‘이 자는…….’
얼굴을 가리는 것은 오히려 의심을 사는 행위였기에, 영상 속의 남자는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그 덕분에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우루하르.’
천수군(天守軍).
황제를 지키는 5명의 최정예 중 한 명.
역시나, 플뤼겔의 입단속을 시킨 건 황제의 소행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