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as the Perfect Narrow-Eyed Villain RAW novel - Chapter (254)
완벽한 실눈 악역을 연기하다-254화(254/300)
254화. 친해지길 바래(3)
감정이 고양되지 않도록, 내린 특단의 조치. 그건 바로, 혀를 깨물어 통증으로 어떻게든 감정을 씻어내리는 것이었다.
‘어억…….’
억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한 통증이 등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입은 굳세게 다물어 혀를 타고 흐르는 피를 목구멍 아래로 내려보냈다. 비릿한 쇠 맛을 느끼니 통증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었다.
그 탓에 반사적으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올 뻔했다. 그것도 황자인 칼드락의 면전에서 말이다.
“무슨 일이지?”
내부에선 폭풍이 불고 있으나, 특유의 포커 페이스와 실눈이 감정을 숨겨주고 있었다.
외부인이 보기엔 잠시 움찔한 정도로 보이겠지.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깐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도중이라서 말이죠.”
그래, 생각을 정리한 건 맞다. 성난 파도처럼 몰아치는 이 감정을 정리하지 않았더라면 〈뜨인 눈〉이 발현되어 ‘마신의 뿔’을 강탈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뿔 4개 중 하나를 확보한 건 좋아.’
이걸로 ‘개기일식’날 마신을 부활시키는 의식을 진행하는 것은 힘들겠지.
율시스가 그 의식을 완성시키기 위해선, 네 개의 뿔이 필요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 뿔.
내가 갖고 있으면 안 될 것이란 확신이 든다.
‘그릇’과 연관된 특성이라던가, 소유하고 있는 ‘안젤리카’라던가.
그런 복합적인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마신의 뿔’에 대한 집착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 몸에 이상이 없다면, 이야기를 진행하지.”
칼드락은 내 이상까지는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다.
하긴, 누가 몸 안에 ‘데몬’을 기르고 있다 생각하겠는가. 몇 번이나 회귀를 반복한 녀석도 이 사실은 모르나 보다.
“다가오는 개기일식, 아직 그 끝을 두 눈으로 본 건 아니지만 분명 율시스는 개기일식까지 ‘마신의 뿔’ 네 개를 모으는 것이 목적이다.”
무뚝뚝한 눈매로 칼드락은 상자를. 정확히는 안에 담긴 ‘마신의 뿔’을 쳐다보았다.
“제도에 네 개 존재하는 마신의 뿔, 이걸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율시스의 행위가 무엇을 불러내는지 아직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칼드락은 상자를 한 번 쳐다보더니,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개기일식 때 의식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율시스 저하의 손이 닿지 않을 먼 곳으로 보내버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가령 제도 밖이라든가.
“의식이라, 그렇군. 율시스는 의식을 준비하는 모양이로군.”
내가 내뱉은 말에서 단편적인 정보를 취득하기라도 했는지, 칼드락은 턱을 한 번 매만졌다.
“멀리 보내는 건 답이 될 수 없다. 제도에 들어온 이상, 우리가 하는 일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율시스가 보고, 듣고 있겠지.”
그는 한 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위험한 물건이라면 오히려 내 곁에 둔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말이다.”
“율시스 저하도, 칼드락 저하에겐 위험한 ‘사람’에 속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쯧, 칼드락은 혀를 찼다.
“그건 상종 못 할 놈이다. 소동물과 같은 외형으로 남을 속이고, 제국을 멸망의 길로 인도하는 쓰레기. 그 이상, 그 이하의 평가도 녀석에겐 주지 않을 셈이다.”
표독스럽게 칼드락은 말을 내뱉었다.
어찌 되었든, 칼드락이 한 말을 듣자 하니, ‘마신의 뿔’을 제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는 선택지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그럼, 칼드락이 가지고 있는 게 제일 좋아 보이는군.’
친위대인 쐐기도 대동한 상태이고, 그의 곁에는 늘 ‘아비샤’라는 마녀가 상주하고 있다.
절대 기습당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으니, 칼드락이 가지고 있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안 돼.’
저 망할 마신의 뿔.
가지고 있다가, 안젤리카가 낼름 삼켜버린다면 그것도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유리안. 네가 가지고 있는 수밖에 없겠군.”
나는 안 된다고.
“칼드락 저하가 가지고 계신다면,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습니까?”
“율시스는 나를 주시하고 있다. 내가 뿔을 가지고 있단 사실을 안다면 모종의 수를 써가며 뿔을 채갈 생각을 하겠지.”
내가 아는 ‘칼드락 드 아드라탄’이라는 캐릭터를 생각한다면, 뿔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근거 있는 자신감. 그게 그 캐릭터를 상징하는 표현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몇 번이나 회귀를 반복하면서 주제 파악을 하게 된 모양이다.
“그러니, 네가 가지고 있어다오.”
정중하게 부탁하는 칼드락. 난 그를 보며, 거절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칼드락 저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하나, 입 밖으로 흘러나온 말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 빌어먹을 본능이 또 활약하고 만 것이다.
***
‘……이런 젠장.’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난 다시금 대화로 돌아왔다.
“뿔을 확보해둔 것은 좋습니다만, 이제 율시스 저하는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입니까?”
“그건 문제 되지 않는다.”
칼드락은 생각이 있기라도 한 듯, 말했다.
“율시스, 그 가증스러운 놈 개인은 그다지 힘을 지니고 있지 않아. 그 곁에 있는 놈들이 문제지.”
나도 그 사실은 알고 있다.
애초에 율시스가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신성국에서 대신관이 율시스를 납치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겠지.
“천수군과 로얄 나이츠, 그리고 마녀인 아비게일.”
‘회귀’가 허투는 아니었는지, 칼드락은 율시스의 전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본래 플뤼겔도 율시스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나, 이제 와선 그것도 의미가 없어졌군.”
뿔도 확보했고 말이지.
칼드락은 그런 말을 덧붙였다.
“제가 보기엔, 로얄 나이츠들 전부가 율시스 경을 지지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왜 그리 생각하지?”
“로얄 나이츠인 우르하르 경은 아드라탄 폐하의 명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 말을 들은 칼드락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일전에 율시스 저하가 마탑에 찾아와 플뤼겔 경을 피습했을 때, 우르하르 경도 찾아왔습니다.”
“우르하르도?”
“예, 아드라탄 폐하의 명을 받아 뿔을 회수하기 위함이라고 들었습니다.”
칼드락은 다시 한번 턱을 매만졌다.
“로얄 나이츠가 정말로 율시스의 수하에 있었더라면, 율시스 본인이 아니라 우르하르만 보냈어도 되는 일이었는데 말이지.”
“예.”
로얄 나이츠 전원이 율시스의 수하는 아니다. 내 말에 감이 잡히기 시작했는지, 칼드락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렇다면, 천수군만 빼돌린다면 율시스에게 남는 병력은 그리 없어진다는 소리로군.”
“예.”
“좋아.”
짝──!
칼드락은 크게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처에서 멍하니 지켜보던 아비샤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으나, 칼드락은 히죽 하고 웃을 뿐이었다.
“유리안, 율시스를 죽일 수 있나?”
그러던 칼드락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고귀한 피를 웃는 처형대로서, 그 검 끝에 묻힐 수 있냐고 물었다.”
난 웃음으로 대답했다.
“불경죄는 묻지 않으마. 현재 제도의 상황을 생각하면, 황족인 나도 역적에 속하는 셈이니 말이야.”
“천수군들을 빼돌릴 생각이십니까?”
시원스럽게 내뱉는 칼드락의 말에 난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로얄 나이츠와 아비게일.
그 둘을 제외한다면, 율시스에게 남은 병력은 ‘천수군’이 전부다.
물론, ‘천수군’은 단체가 지닌 특수성 덕분에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정예들이다. 기사들의 정점에 선 자들이 ‘천수군’에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정예 중의 정예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래, 천수군을 제도에서 빼낸다.”
칼드락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 사이, 여명회의 힘을 빌려 네 손으로 율시스를 죽여다오.”
“그건 곤란합니다.”
“왜지?”
난 고개를 저었다.
“그런 짓을 했다가 남는 것은 제가 역적이라는 오명뿐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그렇군.”
진심으로 이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칼드락은 의표를 찔린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놈.’
아무리 ‘회귀’를 반복해서 초연해졌다고는 해도, 황자는 황자인 모양이다.
같은 황자를 죽여서 생기는 부가적인 일을 염두에 두지 않다니.
“역적으로 두지 않겠다. 라는 말을 거짓말처럼 들리겠지. 그렇다면 다른…….”
“칼드락 저하!”
칼드락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누군가가 급히 방문을 열더니 안으로 들어섰다.
친위대인 쐐기의 일원으로 보이는 남자다. 그는 정중하게 예를 표한 뒤, 칼드락에게 귓속말하기 위해 다가갔다.
“아니, 은밀하게 말할 필요는 없다.”
다만, 칼드락이 그것을 저지했다. 쐐기는 그 말을 듣더니 입을 열었다.
“……아드라탄 폐하께서 쓰러지셨습니다.”
“쓰러지셨다고?”
시선을 나에게 고정한 채 침착하게 말을 듣고 있었으나 크게 놀랐는지 칼드락의 시선이 ‘쐐기’에게로 돌아갔다.
“예.”
“……정신적으로 이상이 생기신 건 맞으나, 쓰러질 만큼 몸이 안 좋은 건 아닐 텐데.”
아드라탄 황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던 칼드락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용태를 확인하고 오겠다.”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아니, 공식적으로는 아무것도 발표된 게 없다. 굳이 따라왔다가, 율시스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면 좋진 않겠지.”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군.
“이야기는 내일로 미루도록 하지, 유리안.”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칼드락은 아비샤와 쐐기들을 데리고, 방을 빠져나갔다.
방에 남은 것은 나.
그리고, ‘마신의 뿔’이 담긴 상자와 그것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안젤리카다.
“안젤리카, 혹여나 손을 댄다면 화낼 겁니다.”
으름장을 놓자, 맹렬하게 움직이던 안젤리카의 눈이 닫혔다.
***
아드라탄 황제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황궁에 들른 칼드락. 그가 황제의 침소 앞에 도착하자, 사용인이 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황제의 침소에 들어서자, 칼드락의 두 눈에 들어온 것은 침대에 누워있는 아드라탄 황제의 모습이었다.
정신적으로 불안전한 상태이긴 했으나, 나름 혈기 왕성했던 황제였으나, 지금은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옆에서 수발을 들고 있던 사용인에게 묻자, 사용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모종의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칼드락은 짐작했다.
“어, 어이 황자.”
그 사이, 곁에 있던 아비샤가 칼드락의 소매를 한 차례 잡아당겼다.
불안함에 떠는 아비샤의 모습을 보자, 침소에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들어선 것을 칼드락은 눈치챘다.
익숙한 인기척. 동시에 몇 번이나 자신을 죽음으로 인도한 죽음의 기척이다.
“오랜만입니다, 칼드락 형님.”
칼드락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천한 놈, 누구 마음대로 그 더러운 입으로 날 혈육이라 말하느냐.”
율시스 드 아드라탄. 현재 제국이 품은 암운(暗雲)의 주인공이 칼드락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