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as the Perfect Narrow-Eyed Villain RAW novel - Chapter (257)
완벽한 실눈 악역을 연기하다-257화(257/300)
257화. 칼끝이 향하는 곳(2)
“가면을 쓴 괴한?”
생뚱맞은 단어가 튀어나오자, 칼드락과 아비샤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제도에 머물지 않았던 탓에 ‘검은 기사’의 소문에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회귀를 거쳤다면, 알 법도 한데 말이야.’
어쩌면, ‘플레이어’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검성’은 ‘검은 기사’로서 활동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것도 모르나? 역시, 너무 고귀한 삶을 영위한 나머지 신민들의 고충 따윈 모르는 모양이지?”
칼드락의 의문에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한 것은 다름 아닌, ‘혈귀단’의 표면적인 우두머리인 아르투르였다.
평소 중요한 대화에서 트알레와 아르투르는 이런 구조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모양이다.
강하게 말하는 아르투르.
조금 유하게 말하는 트알레.
물론, 이런 엉뚱한 구조를 갖게 된 이유는 ‘아르투르’가 ‘트알레’에게 보내는 끝없는 신뢰와 동경심 때문일 것이다.
‘아직 트알레는 부하들에게 진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으니 말이야.’
부하들에게 ‘트알레’는 300년을 넘게 산 고대 흡혈귀. 자신을 거두어준 은인이자, 지성체들의 꼭대기.
‘정작 본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난 트알레를 쳐다보았다.
조금 전, 아르투르가 강한 어투로 말하는 바람에 그녀의 머리 위로는 ‘공포’의 색이 짙어졌다.
“미안하군. 그런 곳에 관심이 없어서 말이야.”
다른 이들이 보기엔 불경한 말투였음에도, 칼드락은 개의치 않고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이 양반도 회귀 몇 번 하더니, 성격이 참 유순해졌다.
본래의 ‘철혈 칼드락’이였더라면 이런 식으로 넘어가지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사기 증진을 위해 야만인들의 손발을 묶고, 말 안장에 목을 매단 뒤 연병장을 돌리던 양반이.’
역시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군.
“아니, 미안할 필요 없다.”
그런 ‘칼드락’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아르투르는 계속해서 입을 놀렸다.
“‘검은 기사’에 대한 소문도 모르고 있는 녀석의 사과라면 트알레 님도 듣고 싶지 않을…….”
“그만해 아르투르.”
다만, 몇백 년을 넘게 산 트알레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 탓에 ‘공포’의 색을 물씬 풍기며, 침착한 척을 하며 아르투르를 말리는 트알레가 보인다.
제발 그만해!
그런 느낌이 트알레에게 물씬 풍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지. 검은 기사, 그 녀석과 로얄 나이츠와 무슨 관계가 있나.”
칼드락은 ‘검은 기사’와 ‘로얄 나이츠’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난 설명했다.
로얄 나이츠의 인원인 ‘우르하르’는 ‘검은 기사’의 신봉자이며,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그럼, ‘검은 기사’가 이야기한다면 율시스에게 붙지 않은 우르하르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군.”
“예, 그렇습니다.”
“사실 그 말을 듣는 순간 조금 어이가 없었다만 유리안, 네가 말한 것이니 나름 뜻이 있는 것이겠지.”
칼드락은 한 차례 끄덕이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근데,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그 ‘검은 기사’가 우리의 편도 아닌데 왜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당연한 의문을 품는 칼드락. 그런 그를 향해 ‘검은 기사’와의 친분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검은 기사는 우리의 편이 맞다.”
가지고 온 부채로 얼굴을 살짝 가리며, 트알레가 입을 열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흐르는 부채로 얼굴을 가리니, 트알레의 전신에선 신묘한 기운이 흐르는 착각이 들었다.
“음, 검은 기사가 우리 편이란 확신. 그 기반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꺼낸 사람과 고대부터 살아온 저명한 흡혈귀가 그리 말하니, 납득할 수밖에 없겠군.”
트알레의 말에 긍정하는 칼드락. 하나, 내 관심사는 그게 아니다.
‘……뭐야?’
트알레가 ‘검은 기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저 확신은 뭐냐.’
슬그머니 트알레를 쳐다보고 있자니, 그녀가 부채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나와 눈이 마주쳤다.
“히, 히익……!”
그러자, 트알레의 두 눈에 공포가 서리기 시작했다.
‘너 설마…….’
아무리 ‘검은 기사’의 소문이 무성하다고 해도, 그자가 ‘유리안’과 친분이 있다는 소문까지는 아직 세간에 흐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트알레는 ‘검은 기사’가 ‘유리안’에게 도움을 줄 것이란 확신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마치 ‘검은 기사’의 정체가 누구인지 아는 것처럼.
그런 생각이 들자,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흐으윽…….’
괜스레, 속으로 탄식이 흘렀다. 하지만, 어떻게든 가슴을 진정시키도록 노력했다.
‘어떻게’ 트알레가 알았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트알레가 뭘 할 생각인지가 중요하지.
“일단, 로얄 나이츠가 지금 율시스가 가지고 있는 약점 중 하나라는 건 확실하다. 아직까지 황제 폐하의 명을 따르는 자가 한 명쯤은 있을 테니 말이야.”
“맞습니다, 칼드락 저하.”
칼드락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며, 난 트알레에게로 다시금 시선을 옮겼다.
***
유리안이 꺼낸 ‘우르하르’ 유인 작전은 이렇다.
현재 ‘점술가’이자 ‘마녀’인 아비게일의 힘을 이용해 제도 전체를 감시하고 있는 율시스. 그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마신의 뿔’을 외부로 빼내는 것이며, 그것만큼은 막을 수 있도록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율시스 저하께선 저희의 손을 거친 무엇인가가 제도 밖으로 나가는 것을 예의주시하실 겁니다.”
“그걸 막기 위해서, 율시스는 로얄 나이츠를 투입할 것이란 이야기로군.”
“바로, 그 말입니다 칼드락 저하. 역시 이해력이 뛰어나시군요!”
짝, 짝, 짝!
박수를 치며, 칼드락의 말에 유리안은 감탄했다.
경박스러우면서도, 사뭇 기풍이 묻어나는 행위. 다른 이었더라면 ‘황자’에게 저런 행동을 하는 것에 눈살을 찌푸렸겠으나, 정작 칼드락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천수군이라고 해도, ‘마신의 뿔’이 제도에 있는 것은 모를 테니 율시스 저하께선 로얄 나이츠를 움직이실 수밖에 없겠죠.”
“아무리 천수군을 수하에 넣었어도, ‘마신’의 부활을 원하는 병신이라는 걸 알면 천수군도 떠날 테니 말이야.”
엄중하면서도, 나름의 격식을 차린 말투로 말하던 칼드락이었으나, 율시스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신랄한 욕지거리를 입에 담았다.
그 탓에 모두의 시선이 잠시, 칼드락에게로 향했다. 그와 함께 다니던 마녀 아비샤도.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런 시선을 느낀 칼드락은 헛기침을 내뱉으며, 팔짱을 끼었다.
“하지만, 그 투입되는 ‘로얄 나이츠’의 일원이 우르하르라는 확증은?”
“우르하르 경은 ‘율시스 저하’의 명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확신을 할 수 있는 정보도, 들은…….”
칼드락과 이야기를 나누는 유리안. 둘의 대화를 들으며, 트알레는 부채로 자신의 입가를 가렸다.
‘언제 끝나…….’
여유로운 척을 하고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감은 눈’의 유리안이 눈앞에 있을뿐더러, 더 나아가 ‘제 3황자’인 칼드락도 협력을 위해 자신을 불렀다.
인정을 받는 것은 고사하고, ‘공권력’에 거품을 무는 트알레로선 이 자리는 너무나도 두려웠다.
‘배, 배가 아퍼…….’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다. 트알레는 그런 생각뿐이다.
“뭐, 알겠다. 너도 다 생각이 있으니, 그런 말을 하는 것이겠지. 이 부분은 전적으로 네게 맡기도록 하마.”
“칼드락 저하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분간, 쐐기들을 데리고 움직이도록 하겠다.”
“율시스 저하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로군요. 그 부분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칼드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트알레는 대화가 끝나고 있음을 직감했다.
‘지, 집에 갈 수 있다.’
인간의 피를 빨며, 탁월한 신체 능력과 ‘매료’ 능력으로 사역마를 다룰 수 있는 흡혈귀.
과거, 인간들을 지배하던 시대가 존재하긴 했으나 그런 과거의 영광에 도취하기보단 트알레는 틀어박히는 것을 선호했다.
“트알레 양.”
숨 막히는 이 방과 작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속으로 웃고 있던 트알레는 자신을 부르는 유리안의 목소리에 당황했다.
‘……응, 왜?’
유리안이 자신을 부를 이유가 있나?
‘사역마’를 통해 황궁을 감시하는 명령도.
혹여나, ‘우르하르’를 제외한 로얄 나이츠가 투입되는 사태도 보고해달라는 말은 들었다.
대화할 주제는 더 이상 없을 텐데.
“제가 가지고 있는 비밀을 알고 계시는 모양인데, 그래서야 곤란합니다.”
후후, 웃으며 유리안은 트알레에게 접근했다. 그녀는 다가오는 ‘공포’가 두려운 나머지, 부채로 눈을 가렸다.
“아르투르, 잠시 자리를 비켜줘.”
“……예, 트알레 님.”
칼드락이란 위험이 떠나서인지, 아르투르는 흔쾌히 수긍한 뒤 자리를 비웠다.
단둘이 남자, 트알레는 부채를 치우고 벌벌 떠는 눈으로 말했다.
“유리안 경께서 가진 비, 비밀이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트알레는 그리 말하고 싶었으나, 당황스러운 나머지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예.”
고개를 끄덕이는 트알레의 모습을 보며.
“트알레 양은 현명한 사람이니,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않겠지요. 그러니, 숨기도록 합시다.”
유리안은 자신의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사람들은 모두 숨겨야 할 비밀이 있는 법이니까요.”
“아,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짝.
다시 한번, 손뼉을 친 유리안은 트알레를 쳐다보았다.
안 가는 거야? 빨리 혼자 있고 싶다고.
트알레는 그런 생각을 했다.
“안 일어나십니까?”
아, 생각해 보니 자신이 초대된 쪽이었지. 트알레는 부채를 챙기더니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유리안은 생각했다.
‘트알레니까 이 정도 말해뒀으면 검은 기사에 대한 이야기는 죽을 때까지 말하진 않겠지.’
멀어지는 트알레의 등을 보며, 유리안은 그런 확신을 했다.
동시에 돌아가는 길, 트알레도 생각했다.
‘비밀이라면…… 그때, 겐멜 수도원에 있었던 그 일을 말하는 것 맞겠지?’
한때, 유리안의 부탁으로 ‘검성’에게 심어둔 사역마.
신성국은 제도에서부터 거리가 멀어 자세한 염탐은 할 수 없었으나, 제도에 들어선 순간 트알레의 사역마는 ‘검성’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검성’에게 붙인 사역마가 본 광경은 ‘유리안’이 ‘검성’을 죽이는 장면이었다.
동시에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악마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
‘서, 설마 눈물을 흘린 그 장면을 다른 사람들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건가?’
‘겐멜 수도원’에서 일어난 일은 비극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인간의 마음이 없다고 소문이 난 유리안이라도 감정의 변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거늘.
“유리안과 무슨 이야기를 하신 겁니까, 트알레 님.”
명월관으로 돌아가는 길, 아르투르가 물었다. 트알레는 부채로 자신의 입가를 가리며, 조용히 말했다.
“별일 아니었다.”
부하에게 보일 수 있는 위엄을 최대한 지키며.
“흡혈귀보다 차가운 피가 흐르는 줄 알았더니, 마냥 그런 건 아닌 모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