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as the Perfect Narrow-Eyed Villain RAW novel - Chapter (300)
완벽한 실눈 악역을 연기하다-300화 (완결)(300/300)
300화. 유리안(3) (完)
생뚱맞은 유리안의 말에 오드윈은 서류를 한 번 쳐다보았다.
그의 말대로 유리안이 넘긴 것은 사표가 맞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깊은 교류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리안의 권력욕이 어마무시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 그가 그 권력을 쌓기 위한 발판을 차버리겠다고?
“사실 당신이 황제를 죽인 범인이라던가, 그런 건 아니죠?”
혹시나 해서 물었다.
“장난이 지나치십니다. 오드윈 경.”
후후, 그는 웃었다.
나지막한 웃음에 어쩐지 소름이 끼쳤지만, 그래도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맞아요, 장난이었어요.”
오드윈은 헛기침을 내뱉더니, 사표를 손에 얹었다. 그것을 서랍에 집어넣은 뒤, 그녀는 말했다.
“사표는 수리하지 않겠습니다.”
“왜입니까?”
“괘씸해서요.”
난데없는 말에 유리안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렇게나 혼란스러운 시기에 사표를 냈다는 건, 도망치겠다는 소리처럼 들리거든요.”
“뭐, 어차피 지금 처리하는 서류들은 평소 저와 관계없는 것들 아닙니까?”
“그래서, 더 괘씸해서 수리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냐.
유리안이 그런 표정을 짓자, 오드윈은 무안한 기색을 드러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것도 농담이었어요. 그냥, ‘감은 눈’은 당신이 있어야만 황실 전속 기관 구실을 할 수 있는 집단이니까 그런 것뿐이에요.”
탁.
서랍을 닫은 오드윈은 다시금 말했다.
“마음이 내키면 언제든 돌아오세요.”
“언제가 될지 알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볼 것 같은데.”
“얼마는 아니겠지요.”
“그 말은 다시 돌아온다는 말로 들어도 되겠죠?”
탁.
서랍을 닫은 오드윈은 보기 드문 웃음을 보였다.
“당신이 나가면 ‘감은 눈’이 해체가 되는 건 시간문제일 텐데, 그냥 그런 걸로 해주세요.”
뻔뻔한 오드윈의 말에 유리안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감은 눈’의 건물을 빠져나온 난 술 하나를 구매했다.
꽤나 가격이 나가는 술이었다. 이걸 받을 사람이 중저가의 브랜드만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럴 때 사보지 않으면 또 언제 사보겠는가.
“제국의 영웅이 묻힌 묘치고는 초라하기 그지없군요.”
‘검성의 묘’에 도착한 난 넋두리를 중얼거렸다. 그가 지금까지 쌓아 올린 업적은 기념관을 하나 세워도 모자랄 지경이다.
국립묘지에 묻히는 건 당연했겠지. 하나, ‘검성’의 묘는 협소하다 못해 웃음이 나올 정도로 초라했다.
망명을 한 탓이겠지. 이 정도 되는 묘지도 ‘오른 크라이파트’ 정도 되는 인물의 개인적인 부탁이 없었더라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음?”
비석의 옆에는 꽃다발이 하나 놓여있었다. 누가 성묘라도 왔나,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올 만한 사람이 한 명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성묘를 온 사람은 린네인가.’
오늘은 딱히 기념일이 아니거늘, 이렇게 꽃다발이 놓여있는 것을 보니 틈틈이 오는 모양이다.
“좋겠군요 스승님. 늘 와주는 제자 한 명은 있으니 말입니다.”
가져온 술병의 뚜껑을 열자, 기분 좋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을 ‘하이든 라이히’라 적힌 비석 위에서 기울이자 내용물이 콸콸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자주 들리지 않는 못난 제자가 그렇게나 싫어하시는 벌꿀주를 가져왔습니다.”
비석을 타고 흘러내리는 벌꿀주를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술은 달아선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는 양반. 뭐,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술의 맛이 강하면, 곁들어 먹는 안주의 맛이 탁해지기 때문이겠지.
“뭐, 어떻습니까? 죽었으면서 안주까지 챙겨 드실 생각은 아니잖습니까?”
흘러내리던 벌꿀주의 물줄기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무런 액체도 흘러내리지 않을 때쯤 난 젖은 비석을 다시금 쳐다보았다.
“쉬는 건 죽어서 쉰다더니, 정말로 그렇게 되었군.”
그렇게 비석을 쳐다보고 있자니,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기척은 이미 느끼고 있던 탓에 당황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칼드락과 아비샤의 모습이다.
알현실에서 다친 상처는 멀쩡하지 않은지 휠체어와 같은 보행 보조기구에 몸을 싣고 있었고, 아비샤가 그것을 끌어주고 있었다.
“여기 있을 것 같아서 찾아왔지.”
“용케도 살아나셨군요.”
“악의가 담긴 말이로군. 어쩌겠는가? 악착같이 살아남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무지렁이가 아닌가?”
황자가 자신을 무지렁이라고 하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농담이네.”
어디가 농담인 건지 모르겠다.
“플뤼겔이 살려줬다네. 녀석은 제국 제일가는 마법사이자, 의사지.”
“플뤼겔 경께서도 눈을 뜨신 모양이로군요.”
“그래, 사실 꽤 되었다고 하더군.”
그런데도 병실에 박혀 아무것도 안 한 거였냐.
“참으로 신기하군. 여러 번이나 날 죽인 녀석이 이번에는 날 살려주었다니 말이야.”
‘회차’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담는 칼드락. 아비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제대로 된 이해를 하지 못한 모양이다.
“다리는 평생 못쓰게 된 겁니까?”
“음.”
칼드락은 짧게 탄식을 내뱉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만,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더군.”
“그렇습니까?”
“반응이 영 좋지 않군. 내가 쐐기들을 대동해 선수를 친 게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나?”
그렇게 말하며, 칼드락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라도 협박을 하고,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면 가장 큰 힘을 가진 누군가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아서 말이야.”
사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가 ‘여명회’에 대한 정보로 날 협박할 생각이 그리 없다는 것을.
그의 노림수는 하루라도 빨리 율시스를 죽이는 것. 그걸 위해서, 오랜 준비 과정을 밟고 있던 내가 탐탁지 않게 보인 것이지.
그래서, 먼저 움직인 것이다. ‘칼드락’과 ‘쐐기’도 내 입장에선 사용할 수 있는 말이었으니 이걸 무용지물처럼 날려버릴 수 없으니 말이다.
“황제가 되겠다고 소리친 것도 거짓말이었군요.”
“그건 거짓말까진 아니었지. 하지만, 다리가 이 꼴이 되었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크큭, 하고 칼드락은 짧게 웃음을 흘렸다.
“오스본 형님에게 맡길 수밖에 없게 된 것이지.”
결국 황위 계승을 둔 다툼에서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둔 건 오스본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게 오히려 득이 되었군.
“제국을 떠날 셈인가?”
갑작스레 치고 들어오는 칼드락의 말. 난 어떻게 눈치를 챘냐며, 그를 쳐다보았다.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네.”
“잠깐, 여행을 가고 싶어졌습니다.”
“여행을?”
그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이 로젠다 대륙을 여행하고 싶다던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밀레나와의 대화를 통해 깨달았다. 난 이 세계관에 열광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기억’으로만 남아있을 뿐 실제로 내 눈으로 본 적은 없다.
덕분에 돌아보고 싶어졌다.
“뭐, 누구에게나 쉬는 시간은 필요하겠지.”
쉬고 싶어서 가는 건 아니지만, 일단 그렇다고 해두자.
“돌아오면 연락하게. 마침, 로얄 나이츠의 단장직이 비어버렸는데, 적임자가 생각나지 않아서 말이야.”
‘감은 눈’보다 훨씬 높은 직급을 제안하는 칼드락. 하지만, 지금은 그런 쪽으로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때가 되어도, 자리가 비어있다면 생각은 해보겠습니다.”
“이거야 원, 제국 최고 검사 자리도 마다할 정도로 제국에 신물이 난 겐가?”
돈도 좋지. 권력도 좋다.
모두 손에 넣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제국은 그걸 손에 넣기 위해 가장 좋은 곳이며, 내가 지금 안락함을 느끼는 유일한 장소다.
“그럴 리 있겠습니까? 저는 제국을 아주 사랑합니다.”
“말에 가시가 있군.”
“그런 가시도 아껴주는 제국을 어찌 싫어하겠습니까?”
한 번 더, 검성의 비석을 본 뒤 나는 술병을 집어 들었다.
“여명회는 어떻게 되는 건가?”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칼드락이 민감한 주제를 꺼내 들었다. 그 자리에 멈춰선 난 그에게 시선을 옮겼다.
“과거처럼, 총대주교가 폭주해 여명회가 황실을 거스르는 일은 없을 겁니다.”
“목줄을 잡고 있던 자네가 사라졌음에도 말인가?”
칼드락의 말에는 약간이지만, 걱정이 어려있었다. 하긴, 알게 모르게 ‘여명회’는 거대해졌다.
황실이 휘청거리는 지금, ‘여명회’가 준동하기 시작한다면 막기 어려울 수 있겠지.
“예, 확신합니다.”
“……믿기 어렵지만, 일단 알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군.”
쐐기도, 천수군도, 황군도 괴멸한 지금.
‘여명회’에 대한 말은 그저 ‘알았다’고 일관할 수밖에 없겠지.
“저는 가보겠습니다. 준비해야 할 게 상당히 많은지라.”
그 말을 끝으로 난 ‘검성의 묘’를 떠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도를 떠나 여행을 시작했다.
***
“……유리안 경께서 제도에서 모습을 감추셨다고?”
갑작스러운 비보(飛報)에 핀텔은 당혹을 금치 못했다. 지금까지 제도를 떠날 때, 어떤 방식으로든 귀띔은 해줬던 유리안이었다. 그런 그가 모습을 감추었다는 말은 참으로 놀랄 일이었다.
“예.”
소식을 가지고 온 림 하사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핀텔은 턱을 한 차례 만지더니, 탄식을 내뱉었다.
무엇인가의 압박으로 제도를 떠난 것일까?
‘아니.’
유리안 경이라면, 그럴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갑작스레 제도를 떠난 것일까?
“죄송합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핀텔은 사과를 하는 림 하사르에게 시선을 옮겼다.
“저희가 조금 더, 유리안 경의 상황을 유심히 파악해두었더라면…….”
“우리가 어떻게 그분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겠나? 이번 일은 그저, 천재지변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림 하사르를 진정시킨 뒤, 핀텔은 다시금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의 입가엔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그렇군.”
“예?”
“유리안 경께서 돌연 제도를 떠난 것에는 이유가 있으시다.”
림 하사르는 핀텔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번 사건으로 황실은 유리안 경을 주시할 수밖에 없겠지. 알현실에서 살아남은 두 명밖에 안 되는 관계자 중 한 명이고, 동시에 모든 상황을 지켜본 목격자니 말이야.”
“그 말은 즉, 유리안 경께선 황실의 뜻으로 제도에서 쫓겨났다는 소리가 아닙니까?”
음.
림 하사르의 말에 핀텔은 부정하지 않았다.
“동시에 ‘내쫓지’ 않으면 안 될 만큼, 황실의 상황이 건재하지 않다는 것의 반증이지.”
핀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리안 경께선 직접 제도에서 떠나, 우리에게 알려주신 거다. 지금이라면, 우리 ‘여명회’가 황실을 집어삼킬 수 있다고.”
“……그러니까, 유리안 경께선 다시 한번 제도에 폭풍을 몰고 오라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아니다.”
의구심을 품은 림 하사르의 말을 강하게 부정하며, 핀텔은 지팡이에 손을 얹었다.
“아마도, 유리안 경께선 이렇게 말씀하시고 싶은 것이겠지.”
“어떤……?”
현재 다음 황제로 거론되는 ‘오스본 드 아드라탄’은 칼드락이나, 율시스만큼 신민들의 지지를 받는다고 보기엔 어렵다.
제 3황자인 칼드락은 생존하기는 했으나, 몸 상태가 여의찮아 제대로 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지금.
“자신이 제도로 돌아오는 날을 위해, 제국의 황실을 잠식시켜둬라.”
그렇게 된다면, 다음 황제의 이름은 ‘유리안’이 되는 것도 우스갯소리는 아닐 터.
“유리안 경께선 황실에 의해 쫓겨나신 척, 혼란스러운 이 시기 우리 여명회가 단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신 게다.”
“오, 오오…….”
“유리안 경께서 언제 돌아오실지 모르니, 그날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지팡이로 림 하사르를 가리킨 핀텔이 입을 열었다.
“회의를 위해 아크 비숍들을 소집해라.”
“예!”
고개를 끄덕인 뒤 사라지는 림 하사르를 보며, 핀텔은 나지막이 웃음을 지었다.
‘깊으신 유리안 경의 생각, 드디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핀텔은 그리 생각했다.
***
강렬한 햇빛과 녹색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광활한 사막. 누군가는 이곳을 ‘죽음의 사막’이라고 부르며, ‘방랑자의 종착지’라고들 부르고는 했으나, 이곳은 ‘수라눈 사막’이라는 확실한 지명이 존재한 곳이었다.
그런 ‘수라눈 사막’을 나아가는 이가 한 명 있었다.
몇 초만 노출된다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운 태양 빛. 그것을 막기 위해 두건과 천을 몸에 두른 남자는 계속해서 사막을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의 시선에 그늘로 사용할 수 있는 나무들이 몇 개 보인다. 쉴 곳을 찾아다니던 방랑자는 그늘에 들어가 몸을 뉘었다.
“이 사막에 낙타도 대동하지 않은 방랑자라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먼.”
그늘 안에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랑자가 도착하기 전부터 그늘에서 쉬고 있었던 노인이다.
노인은 방랑자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수라눈 사막은 이곳 태생이라고 할지언정 무작정 발걸음을 옮길 정도로 쉬운 곳이 아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하며, 꼭 물과 짐을 실을 수 있는 낙타를 대동해야만 하는 곳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걸 보니 보통 녀석은 아니구먼.”
“칭찬 감사합니다 어르신.”
“어르신이라 불릴 만큼, 나이를 먹진 않았다.”
“후후.”
방랑자는 짧게 웃음을 흘렸다.
“대륙 공용어가 익숙하시군요. 밖에서 온 분이십니까?”
“수라눈 사막을 어디 촌 동네라 생각하는 게냐. 여기도, 공용어가 자리 잡은 지 꽤 됐다.”
그게 아니면, 이런 신문을 볼 수 있겠냐. 라는 말을 덧붙이며 노인은 신문을 펄럭거렸다.
“제국 신민인가?”
“예.”
“역시나, 그 피부를 보고 알았지.”
끌끌 거리며, 노인은 말을 덧붙혔다.
“그러고 보니, 일 년 전에 제국에서 큰일이 있었다고 하던데. 뭐라고 해야 하나…… 제도가 뒤집힐 만한 일이었다고 해야 하나?”
“예, 어르신께선 바깥일에 빠삭하시군요.”
“그야 뭐, 이런 사막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 가끔 도착하는 신문을 유심히 읽는 것밖에 없어.”
노인은 지팡이를 휘적거리며,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는 낙타들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낙타가 잘 있다는 걸 확인한 그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나야 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이 없다 보니, 제국이 망한다면야 쌍수를 들고 환영, 아! 오해하지는 말게. 나라에 대한 원한이 있는 것뿐이지, 개인에 대한…… 음?”
말을 잇던 노인은 방랑자를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어느새, 날라왔는지 알 수 없는 딱새 한 마리가 방랑자의 어깨 위에서 무엇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황실 침식……? 핀텔, 대체 뭘 하려는 생각입니까?”
방랑자는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벌써 다 쉬었나?”
“예, 빨리 가야 할 곳이 생겨서 말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동행함세. 어차피 이곳까지 왔다는 건, 라흐만 마을까지 갈 생각이었지?”
“그건 맞습니다만,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방랑자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시원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그늘을 빠져나가는 방랑자.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는 그에게 노인이 귀를 기울이자, 사막을 걷는 방랑자에게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젠장입니다.
<본편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