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1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빅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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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배우 연기에 미치다. 1화
며칠 째 방구석에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생기라는 게 있었던가 싶다.
“으으으. 으으윽···”
또 시작됐다. 고통이 목을 죄여와 숨쉬기가 힘들다.
바닥을 더듬어 진통제를 찾아 집히는 대로 입에 쑤셔 넣었다.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길면 한 달입니다. 암이 비장, 간, 횡격막, 췌장, 신장까지 퍼졌습니다. 지금으로선 수술이 의미 없는 단계입니다. 항암 화학요법을 하는 게···”
“얼마 남았나요?”
“··· 길면 한 달입니다.”
의사는 내 몸뚱이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오늘이 한 달째 되는 날.
고통과 두려움은 징글징글하게 한 달을 채웠다.
이제 죽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한 때 대한민국 최고 배우였던 내가 이 지경이 된 이유는 뭘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의 인생은 롤러코스터였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후 배우가 되고 싶어 무작정 영화판을 기웃거렸다. 그리고 빛나는 외모 덕분에 비교적 쉽게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신이 만든 걸작이 따로 없다. 풍겨 나오는 분위기 봐라. 그냥 카메라를 갖다 들이밀기만 하면 한 편의 멜로 영화다.”
“이런 말 많이 들었겠지만 너무 잘 생겼다. 뭔가 묘한 아우라가 느껴져.”
“그러니까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그 뭔가가 있다니까.”
소속사 대표와 직원은 나를 본 첫날부터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놓았다.
“연기는 좀 해 봤어?”
“아니요. 한 번도.”
“오케이. 그건 걱정하지 마. 우리가 책임지고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따라오기만 하면 돼.”
대표는 업계 최고의 연기 선생을 나에게 붙였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것이다.
선생님의 엄격한 스파르타식 훈련에도 나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배울수록 연기가 더 재밌게만 느껴졌다. 화술이라든지 음성의 사용, 음성과 신체의 통합, 상상력과 규율, 세세한 테크닉에 이르기까지.
“너, 잘한다. 앞으로 이렇게 하면 충무로를 들었다 놨다 하겠는데.”
연기 선생님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첫 번째 기회는 의외로 빨랐다.
로맨스 판타지 영화 의 주연으로 뽑힌 것이다. 연기력보다는 비주얼이 더 중요한 배역이라 캐스팅이 쉽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감독은 아직 모자란 내 연기를 걱정했었다.
“아직 연기가 부족한데···”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영화는 대박이었다. 나는 대한민국 여자들의 프린스가 되어 있었다.
첫 영화 성공 후, 쉬지 않고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내 연기를 돌아볼 틈도 없이 영화와 드라마를 찍어댔다. 와 비슷비슷한 장르와 배역으로.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영화, 드라마, 예능, 광고, 인터뷰, 밀려오는 스케줄을 감당하기 벅찼다.
당연히 연기 수업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맡은 배역들이 크게 연기력을 요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오늘 수업 안 와?”
“오늘 저녁에 VIP 파티가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잘 생긴 얼굴만 믿고 나는 연기 수업을 등한시하기 시작했다. 연기 공부를 하지 않아도 돈과 인기가 들어오니 그까짓 것 싶었다. 자만심이 하늘을 찔렀다.
그땐 그 모든 것이 영원할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나의 정점은 거기까지였고 내리막을 탈 순간이 다가왔다.
신선하고 잘생긴 신인 배우들이 하나 둘 등장했다. 대중에게 보이는 내 비주얼은 조금씩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그때라도 정신 차리고 연기 공부에 더 매진했었어야 하는 건데···’
내 어색한 연기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이 시작됐다. 어느 순간 나는 기자들의 맛있는 먹잇감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나를 물고 뜯고 씹어댔다.
– 영화 의 유일한 걸림돌- 배우진 연기력 논란
– 무성 영화가 간절한 배우 배우진
– 에서 연기력 논란을 일으킨 배우진. 민폐 캐릭터 등극!
연기할 맛이 나지 않았다.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사라져 갔다.
그냥 인기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자들과 미친 듯이 놀아 재꼈다. 여자들은 끝도 없이 밀려들었고, 그 밀려드는 파도에 온 몸을 던져 허우적거렸다.
그것이 늪인지도 모르고. 잔인한 덫인지도 모르고··· 파리지옥의 달콤한 유혹 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마지막 결정타가 코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뇌에 선명하게 박혀 지워지지도 않는 2003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나는 오랜 친구 오해일과 고아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해일과 몇 달 전부터 잡아놓은 약속이었다.
“우진아, 진짜 고맙다. 아이들이 너를 너무 좋아해서 나도 모르게 데려 온다고 약속을 했거든.”
“야,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그렇게 부탁하는데 들어줘야지. 뭐 가서 산타 분장하면 되는 거야?”
‘그렇게 고아원에 갔어야 했는데. 그러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고아원으로 가는 중에 전화가 왔다.
“채은인데.”
영화 투자 제작사이며 배급사인 JC 그룹의 손녀. 나는 그녀의 전화를 거부할 수 없었다. 나를 재벌 망나니 그룹에 끼워주고 별천지 세상을 다 보여줬던 그녀였으니.
“여기 다 모여 있어. 빨리 뛰어와.”
해일은 나를 바라보며 간절히 고개를 저었지만··· 나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십 명의 아이들의 마음을 짓밟으며···
그리고 그 사건은 죽음의 덫이었다. 그다음 날 모든 포털 사이트의 검색 순위와 기사는 혼자서 다 독차지했다. 나의 커리어는 한순간 박살 나버렸다.
– 배우 배우진, 마약, 폭행 파문
– 배우진의 마약, 폭행 사건의 재구성
– 클럽에서 배우진 체포 – 환각 파티의 주모자?
나는 재벌 망나니들의 마약 폭행 사건을 혼자 다 뒤집어썼다. 단지 그들과 어울려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겼을 뿐인데···
“미치겠네. 광고주들이 여기저기 배상하라고 난리다 난리.”
소속사에 전화가 초단위로 빗발쳤다.
“장 PD인데요. 이번에 들어가기로 한 드라마 취소하겠답니다.”
“아~씨 몰라 몰라. 이봐, 우리 화력을 좀 최대한 동원해 봐. 팬 카페 회장에게 연락해서 이거 전부 오해라고 댓글 좀 달라고 해 봐.”
“이미 안티카페로 돌아섰습니다. 내일 회사 앞에서 시위한다고 공지 올라왔어요.”
그렇게 나의 일과 인기는 신기루처럼 하나씩 하나씩 사라졌다.
일 년 넘게 이어진 재판을 거쳐 나는 모든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나에게 남은 건 마약과 폭력 두 단어뿐이었다. 나는 대중들의 마음에서 말끔히 사라지고 없었다.
그 후로 나는 하루 종일 연기 공부만 했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조연이든 단역이든 가리지 않고 오디션을 봤다. 다시 한번 부활할 그날을 꿈꾸며 나는 도전했다.
“2주 후에 첫 모임이 있습니다. 대본 리딩을 겸하는 자리니까 맡은 역할 분석해오세요.”
“네. 고맙습니다.”
그렇게 일일 드라마 조연 하나를 겨우 맡게 되었다. 하늘이 주신 기회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매달렸지만···
“아,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게 위에서 반대가 심하네요. 다음에 기회 되면 한 번 합시다.”
섭외 취소 전화.
짧았던 나의 연기 인생은 그렇게 끝났다.
그 뒤로 모든 걸 포기한 나는 술과 담배로 내 몸을 썩히기 시작했다.
***
삐, 삐, 삐, 삐.
현관문이 거칠게 열렸다.
“야! 야! 배우진. 배우진.”
개털이 된 나를 마지막까지 지켜 주는 단 한 사람. 친구 오해일.
해일이의 우렁찬 목소리에도 나는 아무런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
“야 인마. 정신 차려.”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머리가 멍했다.
“정신 차리라고. 야! 우진아.”
해일의 끈질긴 목소리에 눈동자가 조금씩 초점을 찾았다. 나는 해일이의 손을 꽉 잡았다.
“이 새끼. 너 전화도 안 받고. 진짜 죽은···”
해일은 하려던 말을 멈췄다.
“해··· 해일아.”
나는 있는 힘을 다해 해일을 불렀다. 숨이 입 밖으로 나올 때마다 칼이 목을 난도질하는 것 같았다.
“나··· 마지막으로··· 서울 야경 보고 싶어. 죽기 전에 한··· 한 번만 보고 싶다.”
해일은 내 눈을 피해 고개를 휙 돌렸다.
“밖이 추우니까 따뜻하게 입어야 돼.”
해일이는 옷장을 열었다. 한 때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던 꽃미남 배우의 옷장은 초라하고 볼품이 없었다.
“야! 무슨 입을만한 패딩이 하나도 없냐? 정말.”
해일은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나를 감쌌다.
“걸을 수 있겠어?”
나는 해일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거실로 나갔다.
거실은 차갑고 싸늘하고 허전했다.
“잠깐만 해일아. 잠깐만···”
“왜?”
나는 거실 한 곳에 무릎 꿇고 앉아 거실 바닥을 만졌다. 가만히 바닥을 쓸다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
“여기서··· 엄마가··· 죽었어··· 어느 날 밤에··· 엄마가 문을 막 두드렸거든··· 나는 엄마한테 시끄럽다고··· 가만 내버려 두라고 그랬어···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항상 나만 생각해··· 엄마는 아파서··· 도와 달라고··· 문을 막 두드린 거였는데··· 나는··· 엄마가 죽는 줄도 모르고.”
눈물과 콧물이 온 얼굴에 범벅이 되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해일이 내 등을 토닥였다.
“아니··· 내가 그렇게 안 됐으면 아빠도 안 죽고··· 엄마도 그렇게··· 죽지 않았을 거야.”
사건 후, 광고주는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위약금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한창 촬영 중이었던 영화도 엎어지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도 휘말렸다.
부모님은 살고 있던 집과 노후 준비를 하려고 사뒀던 땅을 모두 팔았다. 그것도 모자라자 아버지 퇴직금까지 모두 들이부었다.
그 후로 아버지는 물류 센터에서 일을 하시다 과로로 돌아가셨다. 나는 방 안에 틀어박혀 술만 마셔댔다.
어머니는 생활비를 벌려고 식당 설거지부터 상가 청소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 고왔던 손이 말라비틀어지고 썩어 문드러져 갔다.
어머니마저 한 밤중에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
‘엄마, 아빠. 나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요. 나 정말 잘 못했어.’
***
택시는 N타워 앞에 섰다. 우리는 전망대로 올라갔다.
폐장이 가까워진 시간이라 그런지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난관을 꽉 붙잡고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봤다. 서울의 밤은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빌딩 숲 사이사이 불빛들이 밤하늘에 총총히 박혀있는 별 같았다.
“한 때, 나도 저··· 불빛만큼··· 화려했었는데.”
“눈부실 정도였지. 너 기억나? 등교할 때 막 여학생들에 둘러싸여서··· 난리도 아니었지. 지각해서 학주한테 맞고···. 그리고 데뷔 작품 . 그때 네 모습은 저 별보다 더 빛이 났어.”
해일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나 그거에··· 미쳐서··· 망한 것 같다.”
휘황찬란한 보름달이 스포트라이트처럼 나를 비췄다.
사형수도 죽기 전에 소원이 있다는데···
달에게 소원을 빌었다.
“제대로, ··· 다시 한 ··· 번만 살고 ··· 싶습니다.”
컥.
피가 목을 타고 넘쳐흘렀다.
고통이 심장과 폐와 간에 사정없이 못을 박아댔다.
“하아, 하아”
“야! 배우진. 아무래도 안 되겠다. 병원 가자.”
나는 손을 내저었다. 이제 떠날 시간이 왔다.
“고··· 고맙다 해일아. 끝까지··· 있어줘서. 그때 내가··· 너와의 약속을 지켰어야 했는데··· 민폐만 끼치고 간다. 넌 진짜 좋은 친구야.”
“야, 야, 야. 배우진. 눈에 힘 좀 줘 봐. 눈 감지 말고. 야, 야! 배우진.”
나는 모퉁이에 쭈그려 앉았다. 몸이 차갑게 식어갔다. 나의 마지막 무대 커튼이 하늘에서 서서히 내려왔다.
호흡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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