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10
찐 배우 연기에 미치다. 10화
“하나, 둘, 하나, 둘.”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 더 빨리. 치고, 막고, 치고, 피하고, 치고, 막고, 치고, 피하고. 더 빨리 움직여. 더, 더, 더.”
의 배우들은 영화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 화요일과 목요일에 액션 스쿨에서 액션 연기 지도를 받았다. 스트레칭, 정권 지르기, 발차기, 앞구르기, 덤블링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류지완 감독과 홍 무술감독은 배우진과 차민혁의 액션 신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다.
“‘우석’이랑 ‘진홍’이가 붙을 때, 무술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동작이 너무 세련되면 불안정한 감정이 반감될 것 같아서요. 그러니까 야생에서 호랑이가 뒤엉켜 싸우는··· 뭐 그런 그림 있잖아요.”
“··· 서너 합 정도 맞추고 숏을 짧게 가져가자. 주먹 휘두르는 거랑 발차기 정도만 맞추면, 원하는 대로 거칠게 나올 거야.”
“네. 그럼 일단 그렇게 한번 해보죠.”
홍 무술감독은 배우진과 차민혁을 따로 불렀다. 류 감독이 보는 앞에서 그림을 뽑아낼 생각이었다.
“카메라가 왼쪽에 있을 거야. 그럼 왼손으로 타격을 하면 별로 실감이 안 나. 그러니까 오른손을 써야 돼. 한 번 쳐 봐.”
배우진은 오른손으로 차민혁의 왼쪽 턱을 때리듯 주먹을 휘둘렀다. 차민혁이 타이밍에 맞게 얼굴을 틀었다.
“이번엔 바꿔서.”
차민혁이 자세를 잡고 배우진의 턱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배우진은 어깨를 살짝 밀며 고개를 까딱였다.
“좋아, 우진이 좋았어.”
홍 무술감독은 배우진의 리액션을 칭찬했다.
“자, 봐 민혁아. 우진이가 리액션하는 거 봤지? 너는 주먹이 왔을 때 머리만 까딱 돌렸잖아. 그러니까 뭔가 어색하고 뻣뻣해.”
‘또 날 지적하는 건가?’
차민혁은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진이 하는 거 봐. 맞는 순간에 머리를 돌리면서 상체까지 같이 움직이잖아. 모든 신체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라고. 이런 디테일이 진짜와 가짜를 만드는 거야.”
‘액션 씬 하나 잘 찍는다고 영화 흥행하는 줄 아나.’
차민혁의 마음이 삐딱하게 움직였다.
“무술을 배운 사람은 몸의 중심을 뒤로 잡고 발차기를 시도한다. 그래야 공격과 방어가 원활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길거리 싸움은 몸이 앞으로 나가. 긴장해 있거든. 자, 이렇게.”
홍 무술감독이 발차기 시범을 보였다.
“자, 우진이 한 번 해 봐.”
배우진이 감독이 시키는 대로 발차기를 했다.
“그렇지, 그런 거친 느낌이 좋아. 우진이 넌 가르친 대로 쏙쏙 흡수하는구나.”
‘우진이, 우진이, 우진이. 진짜 듣기 싫다. 무슨 숨만 쉬어도 우진이야. 재수 없게.’
차민혁은 귀가 따끔따끔거리고 열이 올랐다.
“자 지금까지 배운 거, 짧게 합을 맞춰 볼 거야. 전체적으로 한 번에 갈 테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네.”
“네.”
“준비, 시작.”
홍 무술감독의 구령에 배우진이 먼저 주먹을 차민혁에게 날렸다. 차민혁은 양쪽 가드를 올려 막으며 몸에 반동을 줬다.
‘내가 주인공인데 왜 내가 맞기만 하는데. 내가 때려야지.’
가드를 올리고 있는 차민혁은 분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공격이 막힌 배우진은 붕 날아올라 무릎으로 차민혁의 얼굴을 찍어 올렸다. 차민혁은 양 손으로 날아오는 무릎을 막았다.
‘그리고 이것도!! 왜 이 새끼만 멋진 거 다 하냐고!!!’
그 순간,
삐딱한 마음이 차민혁의 이성을 삼켰다.
차민혁은 크게 팔을 휘둘러 배우진의 코를 가격했다.
악!
합을 맞추지 않은 돌발 행동이었다. 배우진의 코에서 폭포수 같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어? 어?”
자기도 모르게 나온 행동에 차민혁도 너무나 놀랐다.
“야! 우진아 괜찮아?”
“구급통. 구급통 들고 와.”
홍 무술감독과 류 감독이 달려와 소리쳤다.
의무팀이 와서 배우진의 코를 살폈다. 콸콸 쏟아지는 피가 멈출 줄 몰랐다.
“코뼈는 괜찮은 거 같아요. 그래도 병원에 가서 정확하게 확인해 봐야겠어요.”
의무원이 배우진을 조심스레 부축해 일으켰다. 차민혁은 어쩔 줄 모르고 그 옆에 서있었다.
***
배우진은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다. 촬영을 미루려고 했지만, 배우진이 원치 않았다.
예정대로 오후 촬영이 시작됐다.
“자 씬 38 들어갑니다. 모두 준비해 주세요. 동선 다시 한번 확인하고.”
조감독이 씬 38을 외쳤다. 촬영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바짝 긴장했다.
옥상에서 ‘최우석’과 ‘이진홍’이 양아치 집단과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
핸드 핼드 기법으로 카메라가 ‘최우석’과 ‘이진홍’을 교차해 따라가며, 양아치들이 모두 쓰러질 때까지 롱테이크로 찍을 예정.
‘최우석’ 역인 차민혁이 난간 밑으로 떨어지는 장면까지 있었다. 위험이 높은 만큼 이 장면에선 와이어를 사용한다.
# 38은 이번 영화의 최고 난이도 촬영이었다.
준비가 모두 끝나자 촬영장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했다. 액션 장면은 준비를 아무리 철저히 해도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자, 준비됐죠?”
“네.”
“레디, 액션.”
감독의 큐 싸인에 ‘최우석’ 역의 차민혁이 교복 단추를 풀었다. 시원하게 한판 뜰 거다.
“오늘 토깽이 사냥 좀 해 보자!”
‘최우석’이 무리 속으로 달려든다. 카메라가 ‘최우석’을 뒤에서 따라간다. 화면이 마구 잡이로 흔들리며 마치 현장에 있는 느낌을 준다.
일단 어퍼컷으로 두 명을 차례로 쓰러뜨리고, 뒤에 오는 녀석은 무릎으로 찍어 버린다.
싸움은 정신없이 진행된다.
‘최우석’과 ‘이진홍’이 교차하며 카메라는 ‘이진홍’ 역의 배우진으로 옮겨간다. ‘이진홍’의 화려한 펀치와 발차기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긴다.
그다음, 모두가 야생의 맹수들처럼 뒤섞여, 물고 뜯는 난장판이 펼쳐진다.
“너 이 개새끼!”
그때 양아치 짱이 각목으로 ‘이진홍’의 뒤통수를 가격한다.
그 모습을 본 ‘최우석’은 멈칫한다.
그 틈을 타서 양아치 한 놈이 ‘최우석’을 번쩍 집어 든다.
“야이, 새끼 놔. 안 놔.”
양아치는 난관으로 달려가 ‘최우석’을 옥상 밖으로 집어던진다.
드디어, 가장 위험한 와이어 액션이 들어가는 장면.
와이어를 잡고 있는 스태프들에게 조감독이 소리쳤다.
“잡아당겨.”
스태프들은 힘껏 잡아당겼다. 그런데 스태프 한 명이 바닥에 깔려 있는 쇠파이프를 보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휘청~
그는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와이어를 놓쳤다. 와이어를 잡은 다른 스태프들도 중심을 잃고 함께 넘어졌다.
파라락~
순식간에 와이어가 풀렸다.
“악!”
차민혁이 난관 아래로 떨어지려는 순간,
배우진은 반사적으로 뛰어들어 차민혁의 손을 잡았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잡았어!”
차민혁은 파랗게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꽉 잡아요. 괜찮아요.”
배우진의 말투는 단호했다. 차민혁은 배우진의 손을 꽉 잡았다.
옆에 있던 다른 배우들도 우르르 달려들어 차민혁을 끌어올렸다.
얼이 빠진 차민혁은 한참 동안이나 배우진의 손을 놓지 못했다.
***
힘든 촬영이 무사히 끝났다. 스태프들은 현장을 정리하고 장비를 챙겼다. 촬영 버스를 이용하는 배우들이 차례차례 버스에 올랐다.
“야, 우진아. 너 그러지 말고 어디 소속사 들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버스 타고 힘들게 촬영장 다니는 거 안쓰럽다. 오라는 데 많잖아.”
해일이는 녹초가 된 나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다른 사람들도 버스 타고 다니는데 뭘. 하나도 안 힘들어. 소속사는 때가 되면 들어갈 거야.”
소속사? 사장님은 지금쯤 한 참 준비 중이시겠지.
우리가 버스에 막 올라 타려는 데,
“배우진.”
차민혁이 밴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편안한 얼굴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집에 가는 거지? 내 차 타. 태워 줄게.”
“어, 안 그러셔도 되는데요.”
“네. 저희 괜찮습니다.”
해일과 나는 동시에 사양했다.
“괜찮아. 타. 어차피 똑같은 기름 쓰는 건데···”
차민혁이 거듭 권했다.
“그래. 타자 우진아. 연예인 밴 한 번 타보지, 뭐.”
계속 사양할 수 없어서 우리는 쭈뼛 거리며 밴에 올랐다.
밴은 연예인의 인기척도. 처음엔 승용차로 시작했다 인기가 올라갈수록 밴의 크기와 종류가 달라진다.
이 정도 밴이면 차민혁은 에이스가 맞다. 예전에 내가 탔었던 밴도 이 정도였지.
마음은 조금 불편했지만 그래도 편하긴 했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아~ 너무 편한데요.”
오해일은 솔직한 편이다.
“그건 내가 운전을 잘해서 그런 거야. 같은 밴이라도 누가 운전하느냐에 따라, 싸구려 차가 될 수도 최고급 세단이 될 수도 있다고.”
차민혁 매니저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운전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형은 운전이나 똑바로 해.”
아까부터 차민혁의 코디가 슬쩍슬쩍 배우진을 훔쳐봤다. 안경을 올리는척 하면서 쳐다보고, 액세서리를 가방에 넣는 척하면서 쳐다보고, 물을 마시는 척하면서도 보고.
“어이, 안경아. 너, 오늘 좀 이상하다.”
차민혁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코디를 쏘아붙였다.
“네. 네? 내가 뭘요?”
놀란 코디의 얼굴이 빨개졌다.
“너 왜 우진이를 그렇게 힐끔힐끔 보니?”
“제··· 제가 언제 봤다고 그래요.”
“뭘 아니야. 탈 때부터 계속 쳐다보고 있었잖아.”
“아니, 스타일이 좀 그래서요. 외모에 비해 스타일이 좀··· 제가 직업병이 도저서··· 옷하고 헤어스타일이 너무 평범하니까. 그러니까 지금 제가 머릿속에서 우진이··· 우진이라고 해도 되죠.”
“네. 괜찮습니다.”
“우진이를 보니까 수백 가지 스타일이 핑핑 떠올라서··· 저도 어질어질하다고요.”
그러고 보니 촬영 내내 청바지에 티셔츠, 겨울 잠바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머리도 그냥 동네 미용실에서 아줌마가 수다 떨면서 자른 것 그대로.
스타일링이란 것이 전혀 없긴 했다.
전생에서는 머리 한 올, 옷 한 조각, 심지어 속옷 하나까지 디자이너 제품이었는데··· 청담동 숍 아니면 발길도 안하고, 쇼핑은 호텔 명품관만 갔었지.
그랬던 내가 한 번도 외모 꾸미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긴 했다.
‘회귀하고는 하루 종일, 바른생활과 연기 생각만 했구나.’
내 삶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 잠시 뿌듯했다.
그때, 차민혁이 갑자기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운동화를 꺼내 내 무릎에 놓았다.
“··· 선배님. 이게 뭡니까?
“배우진. 아까 구해줘서 고맙고··· 그리고 코 그렇게 된 것도 미안해. 그리고 이건 내 감사와 사과를 받아 달라는 의미야.”
“아닙니다. 선배님.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네가 이거라도 받아줘야 내가 오늘 편하게 잔다. 받아줘.”
“아니··· 그래도 이건···”
차민혁의 눈빛이 진지했다. 마음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네. 고맙습니다. 잘 신을게요.”
진심이 담긴 선물을 안 받을 수는 없었다. 나는 운동화를 받았다.
“그리고 앞으로 내 차 타고 다니자. 촬영도 막바지고, 함께 연습도 하고 좋잖아.”
“번거롭게 그렇게 까지는···”
“다시 찾고 싶어서 그래. 내가 잃어버린 거.”
“??”
“처음 내가 배우 했을 때 그 좋았던 감정이 어느 순간 없더라. 그런데 넌 그걸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부러웠던 것 같기도 하고··· 찾고 싶다. 그 느낌.”
“네. 그럼 신세 지겠습니다. 선배님.”
차민혁의 연예인병이 조금 치료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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