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100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101화
“자,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본격적인 게임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네가 싫어하는 음식은?’ 코너입니다.”
토쿠야마가 큰소리로 다음 순서를 알렸다.
“배우진 씨와 케이코 씨가 각각 네 가지 음식을 먹고,
상대방이 싫어하는 음식을 맞추는 게임입니다.
속마음을 제일 잘 숨긴 사람이 승리를 가져가겠죠?”
오타니가 멘트를 받았다.
“네, 맛이 없는 음식일수록 더욱 맛있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이 우승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럼, 첫 번째 라운드, 음식 나와 주세요.”
스태프가 삼계탕을 테이블 위에 세팅해 주었다.
내가 먹을 첫 번째 음식이었다.
나는 능숙하게 닭의 배를 가르고,
찹쌀죽과 닭고기를 골고루 섞어 한 그릇 담았다.
“삼계탕 많이 좋아하시나요?”
토쿠야마가 물었다.
“네. 한 여름, 어머니가 해주신 삼계탕은 정말 훌륭합니다.”
나는 삼계탕을 정말 좋아했으므로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 그래요? 어머니께서 해주신 요리는 다 맛이 있죠.
그런데 이거 엄청 뜨거운데. 여름 하고는 좀 안 맞지 않나요?
한국 사람들은 가끔 이해 못할 행동을 하는 것 같아요.”
토쿠야마가 허허 웃으며 한국 문화를 비하했다.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나는 정식으로 삼계탕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여름에 삼계탕을 먹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름에는 더워서 얼음이나 차가운 걸 많이 먹게 됩니다.
그러면 속이 차가워지죠.
겉은 더운데 속이 차가우면 위장 기능이 약해져 기력이 떨어집니다.
힘이 없어지게 된다는 말이죠.
삼계탕의 닭과 인삼은 열을 내는 음식으로
따뜻한 기운을 속 안으로 불어넣어 기력을 회복시켜 줍니다.
따라서 여름에 삼계탕을 먹으면 힘이 솟게 되는 겁니다.
한국의 음식은 옛 선조들의 지혜를 물려받아,
보이지 않는 것까지 세심히 신경 씁니다.”
오호~
정말 과학적인 음식이다~
먹고 싶네~
나의 자세한 설명에 방청석 여기저기서 감탄이 쏟아졌다.
토코야마는 입을 쏙 다물었다.
케이코가 삼계탕을 조금 떠서 맛봤다.
“음. 그런 것 같아요.
몸에서 열이 후끈 올라오는 것 같아요.
맛도 깊고 풍부해요.”
케이코가 삼계탕에 대한 느낌을 말하는데,
“아, 그래요? 너무 더우면 웃옷을 살짝 벗어도 됩니다.”
오타니가 케이코를 바라보며 느끼하게 웃었다.
“하하. 아니요. 그 정도 까진 아니에요.”
케이코는 활짝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 그렇습니까.”
하하
호호
방청객들이 웃었다.
방송에서 성추행 발언을 하는 진행자도 놀랍고,
그걸 웃으며 받아주는 게스트도 놀랍고,
그것을 보고 웃는 방청객도 놀라웠지만,
나는 문화 차이라고 생각하며
어느 정도는 이해하려 애썼다.
나는 삼계탕을 다 먹었고,
상대팀은 내가 삼계탕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추리를 했다.
이것저것 엉뚱한 말들이 오간 후
“배우진 씨 표정을 보니까 이 삼계탕은 진짜 좋아하는 게 맞습니다.”
케이코가 결론을 말했다.
“과연 그럴까요? 결론은 마지막에 알려드립니다.
이번엔 케이코 씨가 먹을 첫 번째 음식 나와 주세요.”
오타니의 말에 스태프들이 나와,
삼계탕을 치우고 소간을 차렸다.
빨갛고 흐물거리는 소간을 케이코가 먹었다.
“젤리처럼 부드럽고 맛있어요.”
케이코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소간을 거부하고 있었다.
미묘한 차이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그 후로 나는 장어구이, 막창을 먹었고,
케이코는 카레와 나또를 먹었다.
그리고 내 마지막 음식은 김치김밥이었다.
“김치김밥?”
“김치를 이용한 김밥인데 정말 맛있습니다.”
“아, 에서 제이가 준에게 만들어 줬던 그 김밥!
저도 김치김밥 먹어 보고 싶어요.”
케이코는 영화에서 본 장면을 떠올리며 기대감을 높였다.
방청석도 웅성웅성거렸다.
스태프가 김, 밥, 간장, 김치를 내어 왔다.
내가 미리 부탁한 것으로
녹화장에서 직접 김밥을 싸서 먹기로 했다.
나는 김에다 밥을 깔고 간장을 바르고 김치를 넣어 돌돌돌 말았다.
“그런데 간장이랑 김치가 맛있을까?”
오타니가 심각한 표정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아무래도 상상이 가지 않은 듯했다.
“드셔 보시고 고민하시면 되죠.”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오타니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거렸다.
김치김밥은 원래 통째로 먹어야 제 맛이지만 방송이라 반을 잘랐다.
“먼저 케이코 씨부터.”
나는 케이코에게 김밥을 건넸다.
“아, 맛있겠다.”
케이코는 김밥을 입에 물었다.
오물오물 몇 번 씹더니 한번 떼지도 않고 쑥 집어넣었다.
“뱀입니까? 어떻게 한꺼번에 그게 들어가죠?”
오타니가 놀라워하며 물었다.
“저도 끊으려고 했는데 끊을 수가 없어요.
자동이에요. 한 번 먹어 보세요. 진짜 맛있어.”
김치김밥이 케이코의 입맛에 잘 맞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그래? 보기에는 별로 맛이 없어 보이는 데,
이게 그렇게 맛있단 말이에요?”
오타니의 물음에 케이코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 씨. 나도 한 번 줘 봐요.
케이코 씨 말이 정말인지 확인해봐야겠어요.”
오타니가 내게 김밥을 부탁했다.
“네, 맛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나는 남은 반을 오타니에게 건넸다.
오타니는 미심쩍은 듯 냄새를 킁킁 맡더니 김밥을 입에 넣었다.
“으음. 스고이!.”
몇 번 씹지 않고 엄지척이 바로 나왔다.
“이게 김치랑 간장만 들어 간 거 맞아? 마법 같네.
전혀 다른 맛이 나.”
순식간에 김밥을 다 먹어치운 오타니가 박수까지 치며 감탄했다.
“하하. 제 말이 맞죠?”
나는 의기양양하게 되물었다.
케이코와 오타니가 김치김밥을 맛있어 하자 가슴이 뿌듯했다.
“너희들 짠 거야? 나도 한번 줘 봐요.
내가 직접 먹어보기 전엔 절대 못 믿어.”
김밥 재료가 등장할 때부터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던 토코야마는 끝내 의심을 풀지 않았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빨리 말아 드릴게요.”
나는 정성스럽게 한 개를 다시 싸서 토코야마에게 통째 내밀었다.
“잘라줘요~옹. 나 김치 싫어해요. 다 못 먹어요.”
토코야마가 질색했다.
“이건 잘라먹으면 맛없어요. 한 개 통째로 드셔 보세요.”
나의 적극적 권유에,
“아, 곤란한데···”
토코야마가 억지로 김밥을 입에 넣었다.
토코야마는 천천히 꼭꼭 씹으며,
머리를 잘래잘래 흔들고 인상을 썼다.
“토코야마는 별로 입에 안 맞나 봐.”
오타니가 토코야마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토코야마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김밥을 계속 입에 넣는 거야?
난 더 먹고 싶으니까 반으로 쪼갤 게.”
오타니가 김밥을 가지러 토코야마에게 다가가자,
“오이 마(오지 마!) 거드며 화내 거야(건들면 화낼 거야).”
토코야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남은 김밥을 얼른 입으로 쑤셔 넣었다.
“에이~ 사실은 토코야마도 맛있었던 거잖아.”
오타니가 가자미눈을 하고 토코야마를 째려봤다.
“아, 인정합니다. 김치가 이렇게 맛있다니···
난 한국식 김치는 냄새도 못 맡는데
이건 어떻게 이렇게 맛있지? 신기하네요.”
토코야마도 진심을 숨길 수 없었다.
깔끔하게 김치김밥을 인정했다.
“김치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음식이지만
다른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폐쇄되어 있는 음식이 아니라 개방적인 음식이지요.”
나는 김치김밥이 맛있는 이유에 대해 김치가 핵심임을 강조했다.
“오늘 우리가 배우를 모신 게 아니라 음식 연구가를 모셨네요.”
오타니가 나의 음식에 대한 지식과 정성에 감탄했다.
“그렇네요. 오늘 한국 음식에 대해서 많이 배웁니다.”
토코야마도 입에 남은 김치김밥의 여운을 느끼며 솔직히 말했다.
“오호, 토코야마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기가 어려운데.
오늘 배우진 씨 활약이 대단합니다.”
오타니가 기분 좋게 웃었다.
“저도 한국음식을 일본에 알리게 되어 기쁩니다.”
나는 김밥 몇 줄을 더 싸서 방청객들에게도 나눠주었다.
모두들 무척 행복해했다.
마지막으로 케이코가 먹을 닭 껍질 꼬치구이가 나왔다.
“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케이코의 눈이 반짝였다.
“아~하. 그래요. 얼마큼 좋아합니까?”
“두근거릴 만큼···”
“어디가요? 가슴이?”
토코야마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케이코의 가슴에 갖다 대려 뻗었다.
그 모습을 본 내 뇌가
요란하게 싸이렌을 울리며
대참사를 막으라는 경고를 보냈다.
“토코야마 씨!”
나는 토코야마를 급하게 불렀다.
토코야마는 깜짝 놀라며 나를 쳐다봤다.
케이코의 가슴으로 향하던 손이 멈췄다.
“네?”
“참 잘 생기셨어요.”
“네? 제가요? 농담이시죠?”
“역시 눈치 한번 빠르시네요.”
“뭐예요? 뜬금없이.”
“다들 뜬금없는 행동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서.
저도 한 번 해봤습니다.”
“음, 쩝쩝.”
토코야마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어쨌든 나는 대참사를 막았다.
케이코가 나를 몰래 쳐다보며
“고마워요.”인사를 했다.
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케이코가 닭 껍질 꼬치구이를 한입 베어 물었다.
“음~ 맛있네요.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올라와요.”
“꼬치구이 집에 자주 가세요?”
오타니가 유도 질문을 던졌다.
“꼬치구이만 먹으러 가는 건 아니고
주로 선술집에서 안주로 시켜 먹어요.”
“선술집에? 케이코 씨가? 단골인가요?”
“아니, 아니. 단골은 아니고
그날 촬영이 끝나면
같이 출연했던 분들이 부르셔서 같이 먹곤 해요.
술은 좋아하지 않아서 저는 그냥 안주만 먹고요.”
“오호~”
토코야마의 눈빛이 느끼해졌다.
곧 케이코에게 성추행 발언을 하겠다는 암시였다.
‘적응 불가. 이제 도저히 못 넘어가겠다.’
“케이코 씨. 토코야마 씨가 연락해도 가지는 마세요. 눈빛이 음흉해요.”
내가 농담처럼 토코야마의 말을 막았다.
“아니. 배우진 씨. 제 마음을 읽으세요?”
토코야마는 자기가 하려던 멘트를 내가 잡아내자 놀라워했다.
“토코야마 씨는 제 손바닥 위에 있습니다.”
“제가요? 저 꽤 무거운데요.”
“입이 너무 가벼워서.”
“와하하하하.”
오타니가 통쾌했는지 배를 잡고 웃었다.
“좋아요. 그럼 케이코 씨.
만약에 배우진 씨가 녹화 끝내고
술 한잔하자고 연락을 하면 어떻게 할 건가요?”
토코야마가 케이코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분위기는 또 이상해지고 있었다.
“당연히 나가야죠. 술값도 제가 낼 겁니다.”
수줍은 듯 케이코는 시선을 돌리면서 대답했다.
“우와. 케이코 씨는 아주 적극적인데 그럼 배우진 씨는요?
케이코 씨가 나오라면 나가겠습니까?”
“여기서는 만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네요.
시간이 되면 당연히 만날 수 있죠.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건데요.”
“아니 저보고는 만나면 안 된다면서요.”
토코야마는 의기양양하게 나에게 따졌다.
“저는 청정구역이고 토코야마 씨는 위험구역이니까.”
“제가요?”
“모르셨어요?”
하하하
호호호
재치 있는 내 대답에 토코야마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케이코 씨에게 선술집에 가자고,
누가 가장 많이 연락하나요?”
오타니가 케이코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에··· 아무래도 지금 같이 드라마를 찍고 있는 배우들이겠죠.”
“동료면 누굴까?
··· 지금 출연 중인 드라마가 니까,
아키라겠네.”
아키라!
뜬금없이 아키라가 토크에 등장했다.
심상치 않은 기운에
나는 토코야마, 오타니, 케이코의 표정을 천천히 살폈다.
셋 다 부자연스러운 표정에 긴장하고 있었다.
나만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아키라는 한번밖에 안 만났어요.
다이스케랑, 하루카랑 자주 먹으러 가요.”
“다이스케보다는 아키라가 잘 생겼지.
배우진 씨. 혹시 아키라 알고 있어요?”
아키라에 대한 질문이 나에게 훅 들어왔다.